- 국내 여행기/'13년 김해, 부산

부산(2) - 부산 국제시장, 씨앗호떡, 아리랑 거리(먹자골목) 등

Lesley 2013. 11. 18. 00:01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구경한 후에 차도 건너편에 있는 국제시장으로 고고씽~~!

 

 

주말이기도 하고, 원래 관광객에게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사람이 바글바글~~!

 

  그런데 이 시장의 이름이 어째서 국제시장인지 모르겠다.

  국제시장이란 이름값 하려면 해외에서 넘어온 물건들이 좀 눈에 띄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규모가 무척 크다는 것 빼고는, 서울의 일반 재래시장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내 동행 겸 가이드가 학생 시절에 이 곳에서 소니 워크맨을 구입했다고 하는 것을 들으니....

  외제 상품이 비교적 귀했던 10여년 전만 해도, 보따리상이나 밀수꾼 통해 외제 상품이 많이 흘러들어왔었나 보다.  지금이야 부산 뿐 아니라 전국의 재래시장이 많이 시들어져가는 분위기고, 또 외제 상품이라고 사람들이 덮어놓고 열광하는 시대도 아니어서, 시장 상인들이 외제 상품을 별로 다루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오래간만에 워크맨이란 단어를 들었다. ^^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워크맨은 카세트 플레어이 주제에(?) 학생들 사이에서 지금의 아이패드(!) 수준의 위상을 누렸다.  물론, 갖고 싶다고 덥썩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의 환율차가 지금보다 많이 나기도 했고, 지금처럼 한국 전자산업이 잘 나갈 때가 아니라 우리 산업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수입품에 관세를 많이 붙이기도 해서, 꽤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이 넉넉하거나 일본 다녀온 친척 등이 있는 학생들, 또는 알바라도 뛰거나 용돈을 쪼개어 열심히 돈을 모은 학생들이, 날씬하고 정교하게 생긴 워크맨을 들고 다닐 수 있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삼성 마이마이, LG 아하 같은 뚱뚱하고 투박하게 생긴 녀석을 들고 다녔고...  그러다 보니, 학교 도서관에서 워크맨 도난 사건도 가끔씩 벌어졌다.  그 중에는 도시전설급의 웃긴 사건도 있었다.  사연인즉슨, 어떤 학생이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도서관 책상에 엎드려 잤는데, 깨어보니 이어폰은 그대로 귀에 꽂혀 있었지만 이어폰 끝에 있어야 할 워크맨은 온데간데 없더라는 소문이었다. ^^;;

 

 

어린 왕자 우산...!

(이 날 보수동 헌책방 골목 계단에서도 어린 왕자 그림 원없이 봤는데, 또 봤음. ^^)

 

 

이것들은 틀림없이 한글 모르는 외국 관광객용임...!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인과 외국인을 막론하고 쓰고 다닐 수 없을 듯... ^^;;)

 

 

여기도 외국에서 온 관광객 상대로 하는 상점인 듯...

(그런데, 대장금은 방영한지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인기있나 보네...)

 

 

국제시장 한복판에 있는 '하카다 라멘' 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이 식당이 일본식 라면집 중 꽤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찾아갔다.

  사실, 음식맛이 정말 괜찮기는 했다.  하지만 여기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음식맛 때문이 아니라 따로 있었으니...

 

 

그래도 일단 음식점이니까, 음식부터 소개하자면...

왼쪽은 내가 먹은 '나가사끼 짬뽕' 이고 오른쪽은 무슨 라멘이었더라?

(내가 먹은 것 아니라고 이름도 생각 안 남! -.-;;) 

 

 

'하카다 라멘' 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아래 풍경때문이었음.

 

  아주 바글바글하다...!

  떡볶이에, 오뎅에, 만두에...  위에서 지켜보려니, 저 많은 음식이 사람들 입으로 들어가는건지 코로 들어가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현장(?)에서 떨어져서 지켜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 뿐, 만일 나도 저 틈에 끼어있으면 너무 맛있다며 먹느라 정신없었겠지만...  (그리고 나중에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졌음! ^^;;)

 

   

식사 끝내고서 다시 구경하려고 나왔다가, 유독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 발견...!

 

 

 

오, 이것은 씨앗호떡이 아닌가? @.@

 

  그렇잖아도 저녁식사 전에 씨앗호떡집을 발견해서, 하나 먹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나 장사가 잘 되기에, 재료가 이미 다 떨어져서 더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에 가면 씨앗호떡도 꼭 먹어보고 싶었기에, 실망하며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씨앗호떡이랑 딱 마주쳤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 

 

 

사진만 봐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지그재그식으로 줄을 선 상태임.

 

  얼마나 손님이 바글바글 하면, 줄 제대로 서게 하면서 미리 돈을 걷는 사람도 따로 있다...!

  사진 속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아저씨(노란색 별표로 얼굴 가린 아저씨)가 통행인들 불편하지 않게, 긴 줄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정리했다.  동시에, 줄 선 사람들한테서 미리 씨앗호떡값 천원씩 거두었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호떡 만드는 사람들이 돈 받을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씨앗호떡 먹겠다고 저 줄에 합류해서 순서를 기다렸다.

  엄청 시끄럽고 정신 하나도 없는 상황을 두고, 흔히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 라고 표현한다.  그런 표현이 생긴 이유를, 이 날에야 제대로 깨달았다.  불이 안 났는데도 정신 하나도 없을 지경으로 와글와글 거리는데, 여기에 불까지 난다면...  도망치는 사람에, 불 끄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에, 불구경하겠다고 몰려오는 사람에, 정말 대단한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

 

 

손님이 하도 많아서 빨리 씨앗호떡을 만들려니, 철저한 분업 체제로 만들고 있음.

(위의 오른쪽) 아줌마 두 분이서 부지런히 밀가루 반죽으로 모양 잡고...

(아래 왼쪽) 아저씨 한 분이 기름에 지글지글 익히고...

(아래 오른쪽) 또 다른 아저씨는 가위로 호떡을 잘라서, 그 잘라낸 틈에 해바라기씨를 넣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씨앗호떡...! ^0^

 

  이 호떡 진짜 내 입맛에 딱이다...!

  원래 호떡에 들어가는 흙설탕의 단맛과 마가린의 향에다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해바라기씨까지 함께 어우러지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 

 

  그리고 이 씨앗호떡은 종이컵에 담아주는 것도 특이하다.

  아무래도 호떡 안에 해바라기씨가 들어가, 다른 호떡처럼 납작하지 않고 통통한 모양새이기도 하고...  먹다 보면 해바라기씨가 호떡 몸체(?) 밖으로 흘러나올 수도 있어서, 길거리에 지저분하게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종이컵에 담아주는 모양이다.  꽤 좋은 아이디어다. ^^

 

  

국제시장 내 먹자골목이라는 '아리랑 거리' 입구에 도착!

 

 

아리랑 거리를 꽉 채운 것은 세 가지...!

'음식' 과 '음식 파는 사람' 과 '음식 먹는 사람'...!!!

 

 

하지만 나에게는 저 맛있어 보이는 먹거리들이 전부 그림의 떡이었음... ㅠ.ㅠ

 

  충무김밥, 순대, 잡채, 부침개 등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인데, 아닌 것도 있었으니...

  최근 부산의 먹거리로 유명해진 비빔당면이 눈에 확 들어온다...!  잡채처럼 간장 등으로 당면을 비벼 간을 맞춘 것이 아니라, 쫄면처럼 비빔장을 넣어 비벼 먹는 것이라고 하는데...  저것을 눈 앞에 두고도 못 먹은 것이 참 아쉽다.  하지만 이미 저녁밥(나가사끼 짬뽕)에 후식(씨앗호떡)까지 먹었기 때문에, 커다란 위장 가진 나조차 도무지 먹을 수가 없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