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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미스리 - 명동에서 맛보는 추억의 도시락

Lesley 2013. 12. 26. 00:01

 

  지난 10월에 갔던 음식점을 해가 바뀌려는 지금에야 겨우 소개한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

  '별다방 미스리' 라는 이 독특한 음식점에서 추억 속의 '양은 도시락' 밥을 먹을 수 있다.  위치는 서울 명동(정확히 말하면 '을지로 2가')이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로 나가, 현대자동차 건물 옆으로 난 명동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간 후, 스탠다드차타드(SC : 구 제일은행)은행 명동지점 맞은 편을 보면 '본 비빔밥' 이 있는데, 그 오른쪽 작은 골목 입구에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별다방 미스리' 의 입구.

 

  '별다방 미스리' 란 이름만 듣고서, 옛날식 다방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

  여기는 다방이 아니라 음식점이다, 음식점...!!  옛날 도시락을 파는 음식점이지만, 이렇게 밖에서만 봐서는 오히려 무슨 캐릭터 상품점 같은 느낌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메뉴 광고 모형.

(왼쪽은 양은 도시락, 오른쪽은 양은 냄비에 담겨나오는 빙수. ^^)

 

  이 날 나를 이 곳에 데려간 친구가 이 광고 모형을 보고 감탄했다.

  다른 음식점에서는 광고 모형과 실제로 나오는 음식이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데, 여기는 너무나 똑같다고 양심적인 가게라고 했다. ^^  하긴, 생각해 보면 광고 모형이라는 게 말 그대로 광고용이다 보니 '뻥튀기' 가 좀 심하다.  다른 음식점은 고사하고, 제일 흔한 패스트푸드점 햄버거만 하더라도, 광고 포스터 속에 보이는 햄버거 모양과 실제 햄버거 모양의 차이가... ^^;;

 

  그런데 이 날은 먹는 데만 정신 팔려서 몰랐는데, 이제서야 떠오르는 의문점 하나...

  위의 사진 왼쪽에 보이는 '양은 도시락' 은 알겠는데, 오른쪽 '양은 냄비 빙수' 도 옛날에 정말로 있던 음식인가?  내 기억 속의 빙수는 언제나 유리그릇 아니면 1회용 종이그릇에 담겨져있었는데, 옛날에는 정말로 저런 양은 냄비에 빙수를 담아 팔았나?  물자가 귀한 시절이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 음식점 컨셉이 양은 도시락이다 보니 거기에 맞추느라 양은 냄비를 쓴 것 같기도 하고...

 

 

1층 입구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예쁜 우체통. ^^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우체통을 이용해 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

  요즘은 전자제품이 워낙 발달하고 보급되어서, 이제는 편지나 엽서를 빨간 우체통에 넣는 일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편지 쓰다가 글씨를 잘못 썼을 때 수정액으로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거나, 틀린 글씨 위를 동그랗고 새까맣게 칠해서 곰발바닥 모양으로 만들어 애교 부리는 것도 추억 속으로...

 

 

2층 입구 앞에 진열된 아톰...!

 

  초등학교 시절 TV로 아톰 만화영화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야 안 사실인데, 미국에서는 팬티 한 장만 달랑 입은 아톰의 모습이 소아성애자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0-;;  음... 미국인들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건가, 그런 문제는 생각도 못 해 본 우리가 너무 생각없이 사는건가... 

 

 

그냥 '사진 찍어도 됩니다.' 가 아니라 '사진 막 찍혀드림' 이라니... ^^

거기에 '불량하지 않은 불량식품' 도 있고... ^^

 

 

탁자는 옛날 많이 쓰던 목욕탕 타일을, 의자는 옛날 학교 의자를 컨셉으로 잡은 모양임.

 

 

사방팔방에 전에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쪽지가 있음.

 

  처음에는 무슨 쪽지가 이렇게 많나 했는데, 쪽지 역시 양은 도시락과 함께 추억을 자극하는 물건이다.

  휴대폰이라는 게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끼리 수시로 쪽지를 주고 받았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아침 보충수업 시간부터 저녁 자율학습 시간까지 온종일 한 교실에서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지냈으니,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로 하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쪽지를 주고 받았다.  같은 사연이라도(사실 사연이라고 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잡담 수준의 내용임. ^^) 그냥 말로 하는 것보다는 글로 써서 전해주는 것이, 뭔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맛이 있으니까... ^^

 

 

우리가 앉은 테이블 바로 옆 벽을 온통 뒤덮은 쪽지.

(중국어로 된 쪽지도 있어서 중국인이 남긴 것인가 했는데, 사연을 보니 일본인이 남긴 쪽지임. ^^)

 

  그런데 친구와 나 모두 뜻밖이라 여긴 것이, 쪽지의 글씨들이 대체로 달필이었다.

  요즘은 예전처럼 손글씨 쓸 일이 없어서, 너나 할 것 없이 글씨가 엉망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음식점의 쪽지들은 다 괜찮은 필체로 쓴 것들이다.  설마, 애초에 글씨 예쁘게 쓰는 사람들만 쪽지 남길 수 있는건가... ^^

 

 

(위쪽) 드디어 등장한 나의 도시락 밥...!

(아래쪽) 양은 도시락 뚜껑을 열면 보이는, 볶은 김치, 계란 후라이('프라이' 가 표준어지만 '후라이' 가 훨씬 정감 가지요~~ ^^), 추억의 분홍색 소세지(너도 참 오래간만이다~~ ^^), 잘게 썬 김으로 예쁘게 둘러쌓인 밥!  

 

  참고로 젓가락 또는 포크는 없다. ^^;;

  그냥 비빔밥 먹는 기분으로 숟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함께 떠서 먹으면 된다.  그렇게 먹으니,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 먹을 때 썼떤 포크 겸용 숟가락(숟가락 맨 끝부분이 포크처럼 생긴 숟가락)이 떠올랐다.

 

 

자, 엄청 푸짐한 양은 냄비 빙수님도 등장하셨고~~ ^^

 

  모양은 좀 웃기지만, 그래도 맛은 참 좋았다.

  일반 빙수에 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와 과자가 많은 편이라서... ^^  어째서인지 나는 빙수에 과일 들어가는 게 싫다.  과일을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닌데, 과일은 과일 그대로 먹을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빙수나 케이크에 덤으로 섞여 나오는 과일은 영 별로다.

  그리고 이 빙수 속의 떡은, 보통 빙수에 나오는 밀가루떡이 아니라 진짜 떡(인절미)이다...!  콩가루까지 묻힌 인절미를 넣은 빙수를 먹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