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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컨테이너 2호점 - 공장 분위기 물씬 나는, 강남역의 떠먹는 피자집

Lesley 2012. 8. 28. 00:17

 

  지난 주에 하얼빈 일당 중 하나인 M과 만나 '떠먹는 피자' 를 먹었다.

  먹거리에 대한 실험정신이 투철하지 못 한 나인지라, 처음에는 떠먹는 요구르트도 아니고 떠먹는 피자라니 '으잉?' 했다. ^^;;  하지만 M이 그 피자집 음식맛도 좋고 분위기도 독특하다고 적극 추천하기에, M을 믿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가기 전에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오...  최근 들어 맛집으로 팍팍 떠오른 곳이다. ^^

 

  강남역을 중심으로 이런 떠먹는 피자집이 몇 군데 생겨서 호황을 누리는 모양인데, 우리가 간 곳은 '미즈컨테이너(MIES container) 2호점' 이다.

  솔직히, 먹으러 간 그 날은 그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갔다. (그냥 맛만 있으면 장땡~~ ^^;;)  나중에 포스팅하려고 M에게 물어보니, 그 곳이 미즈컨테이너 2호점이란다.  이 2호점은 1호점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새로 생겼다고 한다.  1호점이나 2호점이나 점심 시간에 맞춰서 가면 20~30분은 기다려야 하고, 저녁시간 때에 가면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일도 생길 정도로 요즘 인기폭발...! ^^

 

  먼저 위치를 설명하자면...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가서 직진하다가, CGV 건물 뒤편(최근에 생긴 알라딘 중고매장 바로 옆)으로 조금만 올라가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된다.  그러면 아래의 사진처럼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공장(단, 제법 세련된 공장. ^^)이나 IT 쪽 회사처럼 생긴 건물이 있다.  바로 이 건물이 미즈컨테이너 2호점이다.  

 

피자집으로는 도무지 안 보이는 독특한 건물 모습.

(빨간색 옷을 입은 직원이 밖에서 순서 기다리는 손님들 순서를 정해주고 있음.)

 

  나의 말도 안 되는 실수 덕분에,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만나 미즈컨테이너 2호점으로 갔다.

  '민병철 어학원' 1층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파고다 어학원' 1층에 가서 기다렸던 것이다. -.-;;  부지런 떠느라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먼저 도착해서는 '얘가 약속시간 넘었는데 왜 안 오는거지...' 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

  하여튼 그렇게 만나서 큰길을 건너 미즈컨테이너 2호점으로 고고씽~~~~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 건물 앞은 기다리는 이가 열댓 명은 되는 듯했다.  평소에는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도 기다려가며 먹지는 않는다. (무료급식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먹는건데 왜 기다려야 하나?)  하지만 이 날은 이 특별한 음식점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또 반 년 만에 만난 M과 서로의 근황에 대해 신나게 얘기하느라, 20분 정도 기다리는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듣던대로, 공장을 연상케하는 내부 인테리어.

 

  이 날 우리는 3층에서 식사를 했다.

  1층과 3층은 손님들이 식사하는 곳이고, 2층에는 주문 받는 곳(계산은 주문할 때 선불~~)과 주방이 있다.  위의 사진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의 벽면인데, 녹슨 톱니바퀴와 돌려서 여는 뚜껑의 손잡이와 거칠게 칠한 벽이 잘 어울린다.

 

 

2층 주문하는 곳 뒷편이 광경.  역시 공장을 연상케하는 철망과 쇠사슬 등이 있음.

 

  음... 어두컴컴한 것이 딱 내 스타일이야~~~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밝은 곳보다는 적당히 어두운 곳이 더 좋다.  음식점도 커피숍도...  대딩 시절에 한 친구와 종종 동덕여대 근처의 지하 돈까스집에 갔었는데, 거기는 어찌나 어둡던지 우리가 먹는 돈까스가 돼지고기로 만든건지 쥐고기로 만든건지 구별이 안 간다고 우리끼리 농담하곤 했다. (음침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혹시 어둠의 자식? ^^)

 

 

우리가 식사한 3층 천장의 모습은 공장이라기 보다는, 무슨 학교의 강당이나 또는 촬영소와 비슷함. ^^

 

  이 피자집 직원들이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다.

  우선, 직원들 차림새가 머리에 수건 하나씩 둘러매고 있어서 그런지, 일식 요리점 직원과 비슷하다.  내가 사장이라면, 이왕 음식점 컨셉을 공장으로 잡은 김에, 직원들에게도 멜빵바지나 우주복처럼 위아래가 붙은 작업복 비슷한 옷을 입혀서 공장 노동자 분위기 풍기게 할텐데... ^^    

  그리고 직원들이 모두 남자다.  처음에는 내가 우연히도 남자 직원만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 피자집 다녀가서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니 원래 이 곳의 직원은 전부 남자라고 한다.  이 남자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내가 피자집 여기저기를 사진 찍는 것을 보면 아주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멋지게 찍어주세요~!" 하고 소리쳤다.  한 사람만 그런게 아니라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보는 직원마다 전부 그러는 것이, 피자집 홍보 차원에서 일부러 고객들에게 사진찍기를 권장(?)하는 모양이다. ^^

  마지막으로, 이게 제일 특이한데...  주문한 음식이 전부 다 나오면, 직원과 손님이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한다....!!!  어떤 사람 블로그를 보니, 자기 친구(여자)는 이 잘생긴 오빠들과 하이파이브 하려는 재미로 이 피자집에 온다나... ^0^ 

 

 

 

이 피자집은 테이블 세팅도 독특함.  역시 공장 분위기 물씬 풍기는... ^^

 

  주문한 음식 기다리는 동안 한 컷 찍어봤는데, 공장이라는 컨셉에 아주 충실한 테이블 세팅이다.

  아무런 색깔도 그림이나 글씨도 없이 순수 스테인레스로만 된 접시, 포크, 스푼에서 공장삘이 철철 흐른다.  접시는 살짝 찌그러진 것인데, 공장 분위기 내려고 일부러 그런 접시를 가져다놓은 건지, 다른 손님들이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다. ^^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공사장의 안전모 비슷한 저 헬멧...  음식을 주문할 때 저 헬멧을 하나 주기에 뭔가 했는데, M이 '헬멧의 숫자가 주문 번호다' 라고 알려줬다.  즉, 나중에 직원들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 가져올 때, 저 번호를 보고 찾아온다. ^^

 

 

음식보다 먼저 도착한 음료수 담긴 컵도 어떤 무늬도 글씨도 없는 100% 스테인레스~~ ^^

 

  보통은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수를 유리 또는 플라스틱으로 된 투명한 컵에 담아 주지 않나...

  하지만 이 곳에서는 역시나 공장삘 나는 스테인레스 컵이다.  그것도 다른 음식점에서 탄산음료수 담아주는 컵보다 크기가 커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음도 나왔다. ^^

 

 

(위)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주요리,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던가...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의 피자.

(아래) 말 그대로 '떠먹는 피자' 라, 일반 피자처럼 손에 들고 먹을 수 없고 저렇게 포크랑 스푼 이용해야 함. ^^

 

  드디어 떠먹는 피자가 도착~~

  이 피자는 보통의 피자와는 달리 밑바닥의 빵이 무척 얇아서, 멕시코 요리의 또띠야(Tortilla : 또르띠야)나 중국 동북지방 요리의 춘빙(春饼)을 연상케 한다.  그런 얇은 빵이 저 뜨거운 불판(납작한 솥? 그냥 프라이팬? 아, 몰라, 몰라~~) 밑바닥에 눌러붙다싶이 해서, 피자 조각을 들어내지 못 하고 포크나 스푼으로 떠먹어야 한다.  먹다가 피자가 식으면 그제서야 밑바닥에 붙어있던 빵이 분리가 되는데, 그래도 손으로 건져올리는 것보다는 떠먹는 것이 편하다.

  빵이 얇아서 요기가 될까 싶지만, 빵이 얇은 대신 치즈가 일반 피자보다 훨씬 넉넉하게 올라가 있다.  그래서 포만감이 금새 드는 편이다.  물론 맛도 좋다. ^^

 

 

(오른쪽 위) 샐러드 스파게티가 막 도착했을 때의 모습.  파스타는 안 보이고 온통 풀만 보임. ^^

(왼쪽 아래) 샐러드 스파게티를 먹기 좋게 뒤섞은 모습.  밑에 있던 파스타와 소스가 겉으로 드러남.

 

  처음에는 이 요리 이름에 분명히 '스파게티' 가 들어가는데도, 풀만 보여서 깜짝 놀랬다.

  온통 퍼렇게만 보이는데, 저 위에 휘파람 불면 뱀 한 마리 슬금슬금 기어나올 듯... ^^  하지만 샐러드 밑에 스파게티와 소스가 깔려있으니, 포크로 잘 섞어서 먹으면 된다.  저 스파게티가 나옴으로써 이 날 우리가 주문한 것은 다 나왔으니, 우리도 이 피자집의 전통(?)에 따라 직원이랑 짝 소리 나게 하이파이브 한 번 해주고~~! ^^

  샐러드랑 함께 나오는 스파게티니만큼, 당연히 일반 스파게티처럼 따끈따끈하지 않다.  혹시 차가운 면요리를 그다지 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주문하기 전에 저 요리가 차가운 편이라는 것을 필히 생각하실 것...!

 

  우리가 피자와 샐러드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는 동안에도, 창 밖으로는 여전히 이 피자집에 들어오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속 보였다.

  음식점 들어갈 때 기다리는 게 너무 너무 싫은 사람이라면, 점심시간 및 저녁시간은 무조건 피해서 가야 할 듯하다.  위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점심시간에는 기본 20분은 기다려야 하고, 저녁시간에는 기본 30분, 최악의 경우 1시간도 기다려야 한다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