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서울의 벼룩시장 (2) - 동묘앞 벼룩시장

Lesley 2011. 11. 11. 00:15

 

  동묘앞 벼룩시장은 사람에 따라서 황학동 도깨비시장의 일부로 보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걸으면서 보니, 두 곳을 하나로 보기에는 좀...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동묘앞 벼룩시장까지 오는 길에 상점이나 노점이 쭉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고는 해도 분명히 다른 곳이라고 생각한다.

  뭐, 같은 곳이든 다른 곳이든, 충분히 걸어서 갈만한 거리니까 한 번에 구경하면 좋을 듯하다.

 

 

 

나는 동묘의 담을 낀 골목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음.

 

  이 좁은 골목길에도 있을 것은 다 있다.

  바깥에 탁자와 의자 가져다 놓고 국수에, 떡볶이, 막걸리, 꼼장어 등등 온갖 먹거리 다 팔고 있다.  또 사진에도 보이듯이 점집도 몇 군데 있고, 가정집으로 보이는 곳까지 있다. ^^ 

 

 

(위) 동묘(東廟)의 정문 옆에 있는 '동묘공원' 이라는 써진 비석.

(아래) 위의 사진에서 좀 뒤로 물러서서 본 풍겸인데,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림. ^^

 

  동묘(東廟)는 의외로 서울 사는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던데, 정식명칭은 동관왕묘(東關王廟)다.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 군사들이 일본군을 물리친 것을 자신들의 군신(軍神)인 관우(關羽)의 은덕이라 생각해서, 명나라에서 건축비와 현판을 보내와 지었다고 한다.  원래는 서울에 동서남북 4개의 관왕묘(關王廟)를 지었다는데, 현재는 그 중 동관왕묘(東關王廟)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동묘 그 자체보다는 동묘 주변에서 펼쳐지는 벼룩시장으로 더 유명하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더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다.

  한국인은 노인 비율이 높고(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80% 이상은 되는 듯...), 외국인은 동남아계 또는 중동계 사람들이 많다.  남자 노인이 많아서 그런가, 파는 쪽이 여자일 경우 손님에 대한 호칭이 죄다 '오빠' 가 아닌 '오라버니' 다. ^^  요즘은 무조건 젊어보이는 걸 미덕으로 치다보니, 판매하는 쪽에서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손님에게도 '언니' 또는 '오빠' 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머리 하얗게 센 분들에게 차마 오빠라고는 할 수 없고, 대신 오라버니라고 하는 모양이다.

 

 

여기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군복 등의 중고의류.

 

 

중국 분위기가 나는 주전자, 꽃병, 목각제품과 러시아의 마트로시카 인형이 사이좋게 한 매대에 올라가 있음. ^^

 

 

주로 물(!) 건너온 먹거리들. ^^

 

  지금이야 수입 먹거리가 마트에 넘쳐나지만, 전에야 어디 그랬나...

  1980년대까지는 이 곳이 동대문, 남대문 시장과 함께 미군부대에서 불법으로 흘러나온 각종 과자, 통조림, 치즈를 구할 수 있는, 외국산 먹거리의 주요 유통망(?)이었다고 한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을 읽어보면, 어린 시절 장하준 교수에게 미군의 C-ration이 그렇게 대단해 보이고 맛있었단다. (참고로 장하준 교수는 1960년대생임.)  그래서 군인인 외삼촌이 한미합동군사훈련 때 자기 몫을 모아다가 조카에게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미군 병사들은 이 C-ration 속의 스팸, 초콜릿, 과자의 질이 워낙 형편없어서 먹을 수 없다고 투덜댔다고 하니... ^^;;  원래 뭐든지 구하기 힘든 것은 귀한 것으로 취급받는 법이다.

  이제 수입 식품이 지천으로 깔린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벨기에, 베트남, 필리핀, 멕시코 등 온갖 곳에서 넘어온 통조림과 과자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을 보니 눈길이 절로 간다. ^^

 

 

뒤편 가운데에 있는 미니 의자 삼총사가 눈에 확 보임. ^^

 

 

추억의 청계천 헌책방~~ ^0^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청계천에는 헌책방들이 쭉 늘어서있었다.

  나도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과 가서 참고서를 왕창 산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앞부분만 열심히 공부하고 중간부분부터는 안 볼 게 뻔한데, 새 책을 사는 것은 돈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너무 잘 아는... ^^;;)

  또한 1980~1990년대 만화를 너무 사랑해서 만화방에서 빌려읽는 걸로 만족 못 하고 직접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이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꿈의 장소였다.  그때만해도 우리나라 출판업계에 저작권이란 개념이 희박하던 때라, 다른 해외출판물처럼 일본만화책 역시 상당수가 해적판으로 나돌았다.  그래서 일본만화책을 일반서점에서 구하기는 힘들었고, 청계천 헌책방에 가서 만화방에서 장기근속하고 은퇴하신 헌 만화책을 구해야 했다. ^^

 

 

여기는 사극 속 뼈대 있는 사대부네 안방 분위기... ^^

 

 

동양적인 분위기 내는 물건들 사이에 늠름하게 떡 버티고 있는 그리스 전사의 동상. 

 

 

여기도 중국삘이 나는 분위기일세...

 

 

여기는 정말 별게 다 있는 게, 완전히 잡탕찌개 분위기임. ^^

석상에, 기타에, 도자기에, 지구본에, 골프채에, 도자기에, 각종 연장 등등.

 

 

 

바구니 안 오천냥짜리 물건들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아니면 외장용 ODD로 보임.

 

 

여기도 잡탕찌개 분위기.

휠체어, 카메라 삼각대, 키보드, 배드민턴채, 오래된 TV 등등 없는 게 없음. ^^

 

 

서울의 벼룩시장 (1) - 황학동 도깨비시장(http://blog.daum.net/jha7791/1579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