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도깨비시장(황학동 시장, 황학동 벼룩시장, 황학동 만물시장 등 다양한 이름이 있음. ^^)은 우리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지난 10월 말에야 처음으로 가봤다.
내가 이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어떤 중국인의 인터뷰 기사 때문이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고급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어떤 중국 여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 식당 내부 인테리어가 한국 분위기 잘 내게끔 되어 있어서 더 인기라고 했다. 기자가 한국 분위기 내는 각종 소품을 어떻게 구했느냐고 묻자, 그 중국인 사장님 왈 "1년에 몇 번 식재료 구하러 한국에 가는데, 그때마다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가서 오래된 한국 물건을 구해와요."
그 기사를 읽고 '황학동이 어디지? 오래된 한국 물건은 인사동 가서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무.식.한. 생각을 했다. ^^;;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내가 소개할 '황학동 도깨비시장' 과 '황학동 풍물시장' 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황학동 도깨비시장은 좁은 골목의 영세점포와 노점상이 즐비한 재래시장이고, 황학동 풍물시장은 청개천 복원공사를 한 후 서울시가 황학동 도깨비시장의 많은 상인을 옮겨 지내게 한 상가다. 즉, 내가 간 황학동 도깨비시장과 이 '황학동 풍물시장' 은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엄연히 다른 곳이다.
사실 황학동 풍물시장은 가든 파이브와 함께 건설에서 운영까지 엉망진창 주먹구구식인, 다시 말해서 정신없이 밀어붙인 청계천 복원공사의 산물이다. ^^;;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평이 별로라 그다지 가보고싶은 마음이 안 들고, 게다가 벼룩시장은 역시 노천시장이 제맛이겠기에 도깨비시장을 다녀왔다.
얼핏 보면 기타와 키보드 등 악기만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재봉틀, 축구공, 장검, 놋그릇 등 없는 게 없음. ^^
먼저 황학동 도깨비시장 가는 길을 설명하자면...
6호선 동묘앞역 또는 6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인 신당역에서 내리면 된다. 동묘앞역의 성동공업고등학교 뒷편에서 신당역까지 좁은 골목을 따라 쭉 이어져 있다. 동묘앞역에서 신당역까지, 또는 신당역에서 동묘앞역까지 느긋이 걸으며 구경하면 된다.
파랗고 빨간 귀여운 90년대 공중전화들이 80년대 '돌리는 채널' 달린 TV 위에 자리 잡고 있음. ^^
그 왼쪽으로 더 오래된 공중전화들은 타이프라이터 아래에 깔려있고... ^^
저런 공중전화들은 KT에서 직접 설치, 운영하던 것들이 아니라, 동네 작은 슈퍼 앞에 있던 녀석들이다.
내가 대학 다니던 때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는데(특히 96~97년은 삐삐의 전성기라 공중전화기 역시 전성기를 구가했었지, 캬아~~~ ^^), 요즘은 모두 휴대폰 들고 다니니 저런 귀여운 공중전화 보기가 참 힘들다.
그리고 사진에도 외국인 여성이 보이듯이, 이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제법 많은 외국인들이 오갔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쪽 외국인들이라는 점이다. 간혹 금발에 파란눈을 한 사람들도 보이지만,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쪽에서 온 사람들인 듯하다. 관광객으로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따리 장사들이 더 많은 듯, 커다란 배낭이나 보따리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이쪽은 해외 보따리 상인들 통해 들어온 인형들인 듯...
어디 커피숍이나 호프집 같은 곳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황학동 도깨비시장은 한국적인 소품들과 이국적인 소품들이 뒤섞여 있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곳이다. ^^
헌옷을 파는 점포도 종종 눈에 띄는데, 제일 많은 품목은 군복 종류임. (한국 군복, 미국 군복 다 있음.)
전자제품, 그릇, 종 등 온갖 물건이 뒤죽박죽 있는 한가운데에 가야금님께서 떡하니 버티고 계시고... ^^
아래쪽 선풍기와 난로는 1960년대 쓰던 것으로 보이는데 '사랑과 야망' 같은 드라마 소품으로 딱일 듯함. ^^
어렸을 적 외가에서 본 지하수 끌어올리는 펌프, 요강, 놋쇠그릇.
거기에 1980년대 드럼통 난로에 올리던 주전자 등 추억의 물건들까지... ^^
장구와 물레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파라오 동상이라니, 이것이야말로 두 문명의 만남? ^^
추억의 필름 카메라~~ ^^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카메라 애호가의 집 또는 카메라나 사진 관련 매장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절할 듯.
흑백영화 시절 볼 수 있던 타자기, 80년대까지도 볼 수 있었던 다이얼식 전화기.
진열대 아래에는고풍스러운 여행용 가방도 있음.
바닥에 철로 깔아놓고 그 위에 기관차 하나만 올려놓는다면, 영락없는 미국 서부개척시대 분위기 날 듯. ^^
서울의 벼룩시장 (2) - 동묘앞 벼룩시장(http://blog.daum.net/jha7791/1579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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