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북촌 한옥마을의 휘가로(FIGARO)와 중앙중.고등학교

Lesley 2011. 7. 16. 11:42

 

 

 

  지난 늦봄에 다녀왔던 북촌한옥마을 풍경 중 일부를 이제야 풀어놓습니다. ^^

 

 

 

창덕궁 돌담김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이 아니라 '창덕궁 돌담길' 입니다. ^^

  저 돌달김을 따라 쭉 올라가면서 한옥마을을 구경하게 됩니다.  사실, 북촌 한옥마을은 전부터 이름은 쭉 들었어도, 이 때 처음 갔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좁은 지역에 많은 한옥이 들어찬 모습을 상상하고 갔다가, 볼거리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통에 발품 좀 팔아야 했습니다. ^^ 

 

 

 

북촌마을에서 마주친 휘가로(FIGARO)...!

 

 

  얕으막한 오르막길로 뻗던 창덕궁 돌담길이 끝나갈 무렵, 제 눈을 확 잡아끄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저 자동차입니다.  원래도 자동차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는데다가(요즘 개나 소나 다 갖고 있다는 운전면허도 없으니... ^^;;),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동차이기도 해서(좌석이 운전석과 조수석 밖에 없음.), 진짜 자동차가 맞기는 맞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산업디자인학과 전공의 대학생들이 어디 전시회 같은 곳에 출품하려고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임시번호판이 달려있고, 그 번호판에 '서초구청장' 이라고까지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냥 모형 자동차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지인에게서 저 자동차가 닛산(日産, Nissan)의 휘가로(FIGARO)라는 녀석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후에 인터넷을 좀 뒤져서 이 휘가로에 대해 알아봤더니, 저처럼 자동차에 깜깜절벽인 사람은 몰랐지만, 나름 '유구한 역사'(?)와 높은 인기를 갖춘 녀석입니다.  1991년 딱 한 해 동안만 8000대 한정생산된 경차 모델이라는데, 8000대만 생산하는데 21만명의 신청자가 몰렸다니, 엄청난 인기입니다.  저에게는 그냥 '좀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겨우 두 사람 밖에 못 타는 실용적이지 않은 자동차' 로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닌가 봅니다.  덕분에 원래 가격이 한화 약 1500만원이었는데, 생산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중고가격 10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모델이 알려진 것은, 유명 연예인인 이효리와 이영자 등이 이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언론에 몇 번 보도되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특히 이효리가 김희선 결혼식에 이 차를 타고 간 모습 덕분에, '이효리차' 라는 별명으로 알려졌다나요? ^^

 

 

 

중앙중학교, 중앙고등학교의 본관과 관광객들.

 

 

  오르막길을 제법 올라가니 중앙중학교, 중앙고등학교가 보였습니다.

  그저 학교일 뿐인데 유독 일본 관광객이 와글거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 학교가 어지간한 대학 건물 수준으로 웅장해 보이기는 했지만, 굳이 해외여행까지 나와서 학교 구경이나 하다니...  설마 일본에서 학교를 한 번도 못 봤을 리도 없는데 말입니다. ^^;;  게다가 학교 앞에 작은 문구점이 두 개 있는데, 거기에는 정작 문구류보다는 한류 스타들의 사진이 더 많았습니다.  얼마나 저 학교를 찾아오는 일본 관광객이 많으면, 문구점에서 저런 것들을 다 팔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학교가 일본에서 한류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 의 촬영장소였던 겁니다.  덕분에 한류팬들은 성지순례하듯이 이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  정작 한국인인 저는 겨울연가를 띄엄띄엄 몇 편 본 게 전부라서, 주인공인 배용준과 최지우가 처음 만난 드라마 속 학교가 어찌 생겼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참... 

 

 

 

저 동상은 아마도 학교 설립자의 동상인 듯...

 

 

  일제시대에 지었다는 이 학교 건물은, 내부시설이야 어떨지 보르겠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지금까지 제가 본 중고등학교 건물 중 최고였습니다. 

  고풍스러운 건물 모양도 그렇고, 건물 외벽을 울창한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서는 모습도 그렇고...  과연 낭만적인 분위기의 드라마를 찍기에 적합한 학교였습니다. ^^

 

 

 

본관 옆으로 서있는 박물관이 있는 건물.

 

 

  특이하게 학교 건물에 박물관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 돌아다닐 곳이 좀 많아서, 굳이 거기까지 들어가보지는 않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분명히 보기에는 멋지지만, 만일 제가 직접 등하교 해야 한다면...

  학교가 위치한 곳이 꽤 높습니다.  그렇다고 학교 가는 오르막길이 버스가 다닐만한 큰길도 아닙니다.  그러니 애초에 저 학교 근처 주택가에서 사는 학생들이라면 모를까, 버스나 지하철 타고 다녀야 하는 학생들이라면 매일 등하교 때마다 등산과 하산을 거듭하게 할 것 같습니다.  겨울철에는 하교하다가 빙판길에 굴러떨어지는 학생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 

 

 

 

상점 앞 꽃으로 장식된 항아리 무리.

 

 

  큰길가에 있던 어떤 상점 앞 풍경입니다.

  이제 서울에서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탓에 보기 힘들어진 장독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간장, 된장 보관용으로 만든 항아리가 저런 멋진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쓰입니다.  저처럼 디자인이니 인테리어니 하는 것과는 담쌓고 사는 사람은 절대로 만들 엄두를 못 낼 풍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