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서울에서 제대로 된 중국요리(동북요리) 먹기

Lesley 2011. 2. 12. 00:24

 

  지난 수요일(2월 9일) 하얼빈에서 만난 JY씨랑 중국음식점('진짜 중국인'이 하는 '진짜 중국요리'가 나오는 음식점...! ^^)에 가서 궈바오로우(鍋包肉) 등 동북(東北 : 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 등 중국의 동북지방)요리를 먹었다.

 

  작년 7월 초에 하얼빈 떠난 후로 처음 먹어본 것이니, 6개월 반만에 먹은 셈이다.

  귀국 후에 한국식(?) 중국집에서 친구와 함께 탕수육을 먹었는데, 전에는 맛있게 잘 먹었던 탕수육이건만 이제는 영~~ ㅠ.ㅠ  하얼빈에서 궈바오로우에 입맛을 들인 탓이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들여 푹푹 고아낸 사골국만 먹던 사람이 슈퍼마켓에서 파는 '3분 사골국' 같은 거 먹을 때의 기분이랄까? ^^

  그러던 차에, JY씨가 '하얼빈에서 먹던 맛과 똑같은' 음식 나오는 중국음식점을 발견했다며, 함께 가보자 했다.  그런데 이 음식점 위치가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라니, 음식점 한 번 가려면 서울 끝에서 끝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른 음식 먹기 위해 그 멀리까지 가자 했으면 안 갔을 거다.  하지만 반년 넘게 못 먹은 동북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데야, 서울 밖인들 못 나갈까... ^^ 

 

 

 

연합뉴스 기사 '<서울속의 다문화 거리>① 가리봉동 연변거리(2010.11.14)'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11/11/0200000000AKR20101111236400069.HTML?did=1179m)

 

 

  그런데 이 음식점 가는 위치 설명하기가 조금 난감하다.

  전철 1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 3번 출구에서 10~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중간에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넌 건 분명히 기억나는데, 내가 원래 방향치여서 겨우 며칠 지났건만 왼쪽으로 꺾었는지 오른쪽으로 꺾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

  하여튼 가리봉동에 있는 '가리봉종합시장' 이라는 조선족 밀집지역으로 가면 된다.  인터넷 뒤져보니 이 지역을 '가리봉동 연변거리' 라고도 부르는 모양인데, 그 근처에서는 꽤 유명한 모양이다.  그러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찾는 건 쉬울 것이다.  가산디지털단지역 뿐 아니라 전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쪽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모양이다.

  원래 계획은, 다른 사람들이 저 음식점 찾아가기 쉽게, 전철역에서 음식점 가는 길에 이정표가 될만한 것들을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거였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JY씨와 이야기 하느라고, 그리고 궈바오로우 먹으러 간다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사진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렸다. ㅠ.ㅠ  그래도 다행인 게, 인터넷 뒤져봤더니 마침 그 가리봉종합시장을 취재한 기사가 있어서 저 위의 사진을 얻었다. ^^;;

 

 

 

우리가 동북요리를 먹은 중국음식점, 이름도 범상치 않은 왕중왕(王中王)...! ^^

 

 

  먼저 올린 '가리봉종합시장' 사진에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오른쪽(사진상으로 보이는 파라솔 있는 과일가게쪽)으로 꺾어져 조금 걸어가면 저 '왕중왕(王中王)' 음식점이 보인다.

  평일이라 그런지 한적한 식당에 들어가서 궈바오로우, 위샹로우쓰(魚香肉絲 : 이건 동북요리가 아니라 쓰촨요리임.), 수이쟈오(水餃 : 물만두, 이것은 동북요리 ^^)를 시켰는데, 시킨 음식 말고도 서비스로 다른 것들도 딸려 나왔다.  이미 몇 번 이 음식점에 온 적 있는 JY씨 말로는 원래 그렇게 서비스 음식이 나온다고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된장찌개 하나를 시켜도 달랑 된장찌개 하나만 나오는 게 아니라 밑반찬 서너 개가 당연하게 딸려나오는 한국이라서, 이런 서비스가 있는걸까? ^^

 

 

 

제일 먼저 나온 서비스 음식인 간도우푸(乾豆腐 : 건두부, 일반 두부랑 다르게 물기가 거의 없는 두부) 무침.

 

 

  건두부와 오이를 채썰어 고춧가루와 식초 등에 버무려 무친 것이다.

  중국음식의 가장 흔한 량차이(冷菜 : 냉채, 주요리 먹기 전 또는 주요리에 곁들여 먹는 차가운 음식인데 주로 야채 종류임.) 중 하나다.  흑룡강대학에서 공부하던 때 학생식당에서 언제나 봤던 녀석인데, 저 녀석과 다른 여러 량차이 중 두 개를 골라 반 접시씩 해서 3~4위안(한화 약 510~680원)에 먹곤 했다. ^^

 

 

  그런데 여기서 또 실수...

  하얼빈에서만 보던 녀석을 서울에서 보니 너무 반가운 나머지, 블로거로서의 사명감을 잊고 무심코 젓가락부터 들었다.  JY씨가 먹기 전에 블로그에 올릴 사진부터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일깨워 준후에야 '헉~' 했다.  분명히 이 음식점 간다고 전철 탈 때만 해도, 음식점 가는 길 하며, 음식들 하며, 전부 사진 잘 찍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보는 동북음식에 생각보다 많이 들떴던 모양이다. ^^;; 

 

 

 

이것도 서비스 음식인데, 우리 음식으로 치면, 아마도 짠지 종류?

 

 

  사실 이것도 학생식당에서 언제나 봤던 건데, 그다지 즐겨먹지 않아 정체를 잘 모르겠다. ^^;;

  그냥 무, 고추, 피망, 오이 등 채소를 두세 가지 채썰어 버무려 만든 짠지 같은 음식이다.  동북음식은 의외로 한국음식보다 더 짜다.  막 하얼빈에서 생활할 때, 한국학생들 대부분 중국음식이 많이 기름질 거라는 점에는 미리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짠맛까지 강해서 다들 고생 좀 했다.

 

 

 

드디어 나온 주요리 위샹로우쓰(魚香肉絲)! ^^

 

 

  채썬 돼지고기를 두세 종류의 야채, 생강과 함께 위샹(魚香)이라는 소스에 버무린 음식인데, 이건 동북요리가 아니라 쓰촨(四川 : 사천)요리다.

  주의할 점은 위샹(魚香)이라는 소스의 이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음식은 물고기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국생활 초기, 이 음식이 생선과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음식인 줄 알고, 원래 생선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는 일부러 피했다. ^^;; 

  이 위샹로우쓰는 쓰촨요리답게 고추와 생강을 팍팍 넣어 맵고 자극적인 맛이 난다.  덕분에 중국요리 특유의 느끼함이 한결 덜하기도 하고, 한국인이 원래 고추와 생강 잘 먹는 편이기도 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라고 인터넷에 떠도는 중국요리 리스트를 보면 꼭 들어가 있다. ^^

 

 

 

동북요리 중 빼놓을 수 없는 수이쟈오(水餃 : 물만두).

 

 

  사실 수이쟈오는 중국 어디서나  흔한 음식이다.

  다만, 남방보다는 북방, 그리고 북방에서도 동북의 수이쟈오를 최고로 쳐준다.  하긴 수이쟈오 뿐 아니라, 쟈오즈(餃子 : 교자) 등 우리나라의 만두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은 전부 북방의 것들이 더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북방사람들은 쟈오즈, 빠오즈, 빵 등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하고, 남방사람들은 쌀밥을 주식으로 해서 그렇다고 한다.

  하여튼 이 수이쟈오는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의 물만두하고는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 물만두의 만두피가 마치 남방의 딤섬에 나오는 만두 종류처럼 얇은데 비해, 수아쟈오의 만두피는 두껍다.  또 우리나라 물만두의 속이 다들 비슷한데 비해서. 수이쟈오는 다양한 편이다.  전에 하얼빈에서 수이쟈오 전문점에 갔었는데, 종류가 하도 많아서 눈이 핑핑 돌 지경이었다. 

  그런데 JY씨는 안에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샹차이(香菜 : 베트남쌀국수집에 가면 볼 수 있는 고수 또는 고수풀이라는 야채)만 가득 찬 수이쟈오도 본 적이 있단다.  그런 수이쟈오는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속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ㅠ.ㅠ  한국인의 95%는 못 먹는다는 샹차이...  작은 조각 한 두 개만 들어가도 샹차이 특유의 비릿한 향이 장난 아니던데, 수이쟈오 속에 온통 샹차이만 잔뜩 들어있다니... ㅠ.ㅠ

 

 

 

이 날의 주인공 궈바오로우(鍋包肉)가 주인공답게 맨 마지막에 등장...! ^0^

 

 

  하얼빈에 막 도착했을 때 우리 한국학생들은 한동안 이 궈바오로우를 질리도록 먹었다.

  왜냐?  맛이 좋은 것도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중국음식 중 우리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는 요령을 터득하기 전까지, 그래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궈바로우이기 때문이다. ^^;;  즉, 한국에서 먹던 탕수육과 비슷해서 한국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일부 한국 남학생들은 학생식당에서 이 궈바오로우를 포장해 기숙사 방에 가져가 맥주 안주로 삼기도 한다.

  그래도 한국의 탕수육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일단 돼지고기 등심을 쓴다. (사실 탕수육에 돼지고기의 어떤 부위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씹는 맛이 다른 게 등심은 아닐 듯...)  그리고 겉의 튀김옷도 밀가루가 아닌 찹쌀을 쓴다.  덕분에 고기도 튀김옷도 탕수육보다 훨씬 더 쫄깃쫄깃하다.  위에 부어주는 소스는 탕수육 소스보다는 좀 더 단 맛이 나는 편인데, 탕수육보다 소스를 적게 붓는 편이라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는 정도가 덜한 편이다.  한 마디로, 탕수육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 

 

 

  사실 이 날 주문한 음식은 두 사람이 먹기에는 많았다.

  그래서 서비스로 나온 녀석들은 절반 이상씩이나 남았다.  그래도 궈바오로우나 수이쟈오 같은 건 거의 먹었으니 다행이다. (JY씨가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동안, 나 혼자서 다 먹은 것 같은 느낌... ^^;;)  서비스로 나오는 음식도 생각한다면, 사람 숫자에서 1을 뺀 숫자만큼 음식 시키는 게 적당할 듯 하다.  가령 3명이 갔다면 2개 시키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식당 가시는 분들이 주의하실 점...

  여기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은 중국인이라 한국어 거의 못 한다.  한 두 명만 간단한 한국어 몇 마디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음식이 한글로도 써있고, 대강 무슨 요리인지 짐작할 수 있게 사진도 붙어있으니, 중국어 모르는 사람이라도 주문하는 데는 별 무리 없을 것이다.  (메뉴판의 사진을 손으로 가르키면 되니까...^^)

  그리고 참 특이해 보이던데, 계산은 1층이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서 해야 한다. (혹시 주인장이 지하에 있는 틈에 돈 안 내려고 도망치는 손님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 

 

 

  좋은 식당 알려준 JY씨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 나처럼 중국음식 그리워하는 하얼빈 시절의 친구와 함께 할 때, 또는 서울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다른 지방 손님이 있을 때 이 곳을 이용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