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내부

Lesley 2011. 1. 27. 00:24

 

  지난 토요일(1월 22일)에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을 다시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성당은 대학 때 아르바이트 하면서 몇 번 가본 적이 있고, 그 후에 제대로 감상하며 사진찍을 기회가 있어서 내 블로그에 이 성공회 성당 관련 포스트를 올린 적도 있다.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덕수궁 미술관 및 석조전 (http://blog.daum.net/jha7791/15790476)' 참조)  마지막 갔을 때가 중국 가기 바로 전해였으니, 벌써 만 2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온 손님들을 영접(?)할 일이 있어서, 저 곳으로 안내했다.  마침 괜찮은 사진기 들고온 이가 있어서 사진찍기 좋은 곳에 가보고 싶다 했기 때문이다.  출사에 알맞으면서, 다음 목적지인 서울역에 가까운 장소를 고르려니, 바로 이 성당이 간택(!)되었다. ^^

 

예전 포스트에 성당 외관 사진을 여러 장 올렸지만, 이왕 다시 가서 찍었는데 한 장 더 올려주고... ^^

(다 좋은데, 성당 건물 너머로 보이는 기중기가 영 아닌... -.-;;)

 

  언제봐도 독특하게 생긴 건물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니 뭐니 하는 건축학적인 부분은 전혀 모르겠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넘쳐흐르는 건물인 것만은 확실하다.  주말이나 다른 휴일에는 언제나 DSLR 챙겨 든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뜻밖의 수확이었던 성당 내부 관람 프로그램...!

  성공회 신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에게도 성당 내부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당을 안내해주며 성당의 역사를 들려주는 가이드까지 붙여준다. ^^  분명히 마지막으로 들렸던 2008년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아마 최근에 생겼나보다.

  처음에는 '성당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라고 써진 안내문만 보고, 그냥 개별적으로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라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일행보다 먼저 도착한 다른 사람들이 가이드(이 성당의 부제로 계신 어르신)의 안내를 받아 여기 저기 돌아보는 것을 봤다.  그 사람들은 대학생들로 보이던데, 메모장까지 들고 다니며 무언가 쓰기도 하고 서로 의논하며 DSLR 열심히 찍어대는 걸 보니, 건축학과나 미술학과 학생들 같았다. (나중에 그 부제님께서 종교와 상관없이 건축학과, 미술학과 학생들이 많이 관람온다고 말씀하셨음.)

 

예배당의 제단 부분의 모자이크.

 

  제단에 앞벽에 보이는 저 그림은 그냥 벽화가 아니라, 모자이크다.

  저 모자이크는 영국 작가가 일제시대에 11년에 걸쳐 작업해서 완성했다고 한다.  사진상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오른편 맨끝의 인물이 성 니콜라우스, 즉 우리가 산타클로스라 부르는 성인이다. ^^

 

예배당의 뒷부분.

 

  예배당에 들어섰을 때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렸다.

  우리 모두 녹음된 음악을 스피커를 통해 울리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 예배당 뒷부분 2층에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어떤 남자가 연주하고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은 그 동안 TV나 사진으로나 봤는데,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위의 사진 중 파이프 오르간 부분만 확대한 사진.

 

  안내 팜플렛을 보니, 영국에서 2년 10개월 동안 제작한  1,450개나 되는 파이프로 이루어진 예배용 파이프 오르간이란다.

  예배당 앞부분 옆으로 난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나선형 계단이 지하로 향해있다.

  가이드 역할 하시는 부제님 말씀으로는, 건축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 계단을 보면 다들 감탄한다고 한다.  하지만 건축쪽으로는 깜깜 절벽인 나로서는, 그 계단이 나선형이라는 것 빼고는 어디가 특별하다는 건지 잘 알 수가 없는... ^^;;

 

지하성당의 조마가 주교의 유해가 안치된 장소.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거라, 얼굴 부분이 잘 안 나옴. ^^;;)

 

  나선형 계단을 내려서면 규모가 작은 '세례자 요한 성당'이라는 지하성당으로 이어지는데, 그 바닥에 성직자 형상이 조각된 금속판이 있다.  

  이 성당을 건립할 당시의 교구장인 조마가 교주의 시신이 그 아래 안치되어 있는데, 조마가 교주의 원래 이름은 마크 트롤로프(Mark N. Trollope)다.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떴기 때문에 한국식 이름인 '조마가'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마가는 Mark의 음역이라는 걸 알겠는데, '조'씨는 어떻게 나온 것인지... ^^)

  다시 1층으로 올라와서,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어 귀환하지 못 한 신부들과 수녀들의 흑백사진을 봤다.

  부제님이 그 중 한 신부의 사진을 가르키며 '이 분은 작가 이광수하고도 친분 있으신 분이었는데 납북되어 돌아가셨다.' 라고 하시는데, 성혜랑(북한 김정일의 큰아들 생모인 성혜림의 친언니)이 쓴 '등나무집'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참전으로 북한군이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당시 10대 후반의 청소년이었던 성혜랑과 그 일가도 압록강 바로 밑 만포까지 피난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 날 압록강가에는 빨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머니께서 "작가 이광수가 오늘 압록강에서 빨래를 하더란다." 하셨다.  국회의원이라면 반동이니까 잡아왔다 하겠지만 작가 이광수는 왜 잡아왔을까 싶었다.  나는 우리가 압록강까지 와 있다는 사실이 작가 이광수가 압록강가에서 빨래하더란 말에 의해 역사성을 띄는 거 같았다.

 

 

  문학적으로도 유명하고 친일파냐 아니냐로도 유명한 작가 이광수, 그리고 그 이광수와 친분 있던 외국 성직자가 모두 납북되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 했다니, 참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영국군을 위한 추모동판도 봤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공식방문했을 때 설치했다는데, 매년 영국의 현충일이 되면 영연방 국가 대사들이 찾아와 그 동판 앞에서 추모식을 갖는다고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성당 내부 관람 프로그램 정말 좋은 생각이다.

  종교 단체의 건물이라는 게 일단은 종교 자체를 위해 만들었겠지만, 결국에는 종교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 그리고 이 건물이 서울이라는 한 지역의 중요 문화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35호), 이렇게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종교와 사회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우리를 안내해주신 부제님이 이 블로그 보실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덕수궁 미술관 및 석조전(http://blog.daum.net/jha7791/1579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