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이수역(총신대입구역) 근처 고기뷔페 "셀빠(selfbar)"

Lesley 2012. 7. 31. 00:06

 

  2000년을 전후해서 일어났던 고기뷔페 붐이 사그라든지 한참 된 듯하다.

  고객 입장에서 보자면, 고기뷔페란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경제학의 기초원리가 아~주~ 충실히 살아 숨쉬는 곳이다. ^^  그래서 먹성은 좋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이 고기뷔페를 열렬히 애용했다.  나 역시 대학시절에 친구들과 종종 고기뷔페집에 갔다. (우리 학교 앞에 있던 그 고기뷔페집 아직 있는까나... ^^)

 

  그리고 고기뷔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어차피 한정된 돈으로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곳이지만, 항상 용돈이 간당간당한 학생들은 그런 고기뷔페조차 더욱더 경제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즉, '다른 음식은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고기만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 이 그 방책이다. ^^  특히 덩치가 커서 더 많이 먹어야 하는 남학생들이 주로 이 방법을 썼는데, 심한 경우에는 야채를 아예 안 먹고 고기만 잔뜩 쌓아놓고는 미친 듯이 구워먹었다.  어떤 때는, 전생에 고기 못 먹어 죽었거나, 혹은 고기랑 무슨 원수라도 진 사이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다 들 정도였으니... ^^

  여학생들이야 남학생만큼 고기에만 목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고기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들은 모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처럼 이것저것 맛 보려는 사람은 김밥이니 고구마 샐러드니 아이스크림이니 하는 것들을 가져다 먹다가, 일행에게 '고기집 왔으면 고기를 먹으란 말야!  그런 것 먹으면 고기 많이 못 먹잖아!' 하며 타박을 받곤 했다. ^^;;

 

 

  그렇게 한동안 다니던 고기뷔페를 요 몇 년 동안 갈 일이 없었는데, 어찌어찌 하여 5월인지 6월인지에 갈 기회가 있었다.

  4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인 이수역(총신대입구역) 근처의 고기뷔페 "셀빠(selfbar)" 다.  위치는 이수역(총신대입구역) 13번 출구 근처다.  1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옆에 태평백화점이 있는데, 백화점 옆과 뒤가 온통 음식점만 있는 먹자골목이다.  골목을 두어 번 돌았던 것 같은데, 워낙 길눈이 어두워 이 자리에서 어떻게 설명할 정도로 기억은 못 하겠고... ^^;;  하여튼 백화점 뒷편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아래 사진 속 음식점 모습을 기억하고 찾아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불친절한 길안내 같으니라고...! -.-;;)   

 

 

셀빠(selfbar)의 외관.  (사실 셀빠의 생김새는 고기뷔페라기 보다는 호프집에 가까움. ^^)

 

  그런데 이 날 사진 찍으면서 좀 황당한 일이 있었다.

  내 디카는 요즘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닌다는 DSLR도 아니고, 말이나 양이나 다 들고 다니는 미러리스도 아니다.  그냥 똑딱이인데, 기능이야 DSLR이나 미러리스에 비해 떨어지지만, 작은 크기 때문에 휴대성 하나는 훨씬 좋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항상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가 찍을거리 생기면 재빨리 꺼내 찍는 것이, 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며 블로그 활동의 자산이기도 한데... 

  하필이면 이 날 디카의 배터리가 털끝만큼도 안 남은 것이다....! -0-;;  한동안 찍을거리가 없어서 그냥 가방 속에 넣어두기만 했더니, 마지막 사진 찍었을 때 배터리 많이 쓴 상태에서 방전되었나 보다.  할 수 없이 폰카를 이용해서 촬영했는데,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냥저냥 쓸만한 사진을 몇 장 건졌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 "꺼진 디카 배터리도 다시 보자!" ㅠ.ㅠ) 

 

 

셀빠(selfbar)의 내부.  (다른 고객들의 초상권을 위해 얼굴은 가려주는 센스를... ^^)

 

  고기뷔페라기에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봤던 고기뷔페집을 상상하며 갔는데, 의외로 아담한 모습이다.

  맨 처음 올린 사진 속 음식점 외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네의 어지간한 호프집이나 치킨집 정도의 규모다.  내부의 테이블이 20개도 안 되었던 듯하다.  그리고 고기집에는 으레 있는 신발 벗고 올라가 앉아 먹는 자리가 없다.  안의 인테리어도, 얼핏 보면 고기집처럼 안 보인다.  

  그래도 어쨌거나 내부가 참 깔끔하고, 주인이나 종업원들도 부지런하며 친절한 편이고, 음식값도 착하고...  여러가지로 만족스러웠다.

 

 

우리 자리 옆에 붙어있던 메뉴판. (참 만족스러운 가격임.)

 

  사진 속 메뉴판의 아랫부분 글씨는 잘 안 보이는데, '음식물을 남기면 5,000원이 추가됩니다.' 라고 써있다.

  아무리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곳이라지만, 세 끼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우글거린다는 사실과 환경문제를 생각해서, 버리는 음식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일 것이다...!!!

 

 

(위) 음식은 ㄱ자형으로 진열되어 있는데, 그 중 한쪽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가 각 부위별로 있고. 몇 종류의 샐러드와 야채 및 과일, 고기와 같이 구워먹을 소시지 등이 있음. 

(아래) 다른 한쪽으로는 떡볶이와 몇 종류의 튀김, 밥과 국이 있음.

 

 

(좌) 원래 고기뷔페의 고기는 얇게 썰어나오는 법!  입맛 예민한 사람들은 얇게 썬 고기는 맛이 없다고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두꺼운 고기 한 점 먹으나, 얇은 고기 두 점 먹으나,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음... ^^

(우) 같이 간 친구는 대학시절에도 그러더니만 이번에도 고기만 집중공략하고, 나는 각종 샐러드도 섭렵하고... ^^

 

 

이 날 둘이서 마늘을 한 접시는 먹은 듯함. ^^

(우리는 단군의 자손, 나아가 웅녀의 자손! 그러니 마늘을 팍팍 먹음이 마땅할 터...! )

 

  고기굽는 일을 친구가 전담한 덕에 나는 편하게 먹었다.

  사실은 나도 구우려 했는데, 내 고기 굽는 솜씨가 어설프다고 못 굽게 했다. -.-;;  어쨌거나, 음식점 안에 에어컨을 틀었지만 불판 열기 때문에 더웠는데, 친구가 열심히 구운 덕에 나는 편안히 먹기는 했다.

  고기를 4접시는 먹은 것 같은데, 대부분이 고기만 집중공략한 친구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완전 고기 킬러...!)  나는 고기도 좋았지만, 각종 샐러드와 떡볶이 쪽으로도 손이 자주 갔다.  고기뷔페에 떡볶이가 있는 것을 보고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손님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