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홍대 조폭 떡볶이 - 홍대입구역에 있는 맛있는 떡볶이집

Lesley 2014. 5. 16. 00:01

 

  지난번 포스팅한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공민왕 사당을 찾아갔던 날, 홍익대입구역 근처에서 괜찮은 떡볶이집 한 곳을 발견했다. (즉, 3월 말에 발견한 떡볶이집을 이제 소개하고 있는... -.-;;)

  공민왕 사당(恭愍王 祠堂) - 조선의 수도 서울에 있는 고려왕의 사당(http://blog.daum.net/jha7791/15791071)

 

 

  사실, 그 날 우리의 '진짜 목적지' 는 공민왕 사당이 아니었다.

  친구의 지인이 홍익대입구역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수제버거집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인을 응원해줄 겸, 가게 매상도 올려줄 겸, 친구가 그 수제버거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혼자 가기 좀 그랬는지 자기가 수제버거를 사주겠다며 나를 살살 꾀어, 나도 함께 가게 된 것이다. ^^

  그런데 친구가 나나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어도, 홍익대가 있는 서울 북서쪽으로는 갈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모처럼 그 쪽으로 나가게 된 김에, 전부터 가보려고 했던 공민왕 사당에 들린 것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공민왕 사당은 별 문제 없이 잘 다녀왔는데, 원래의 목적지인 수제버거집에는 못 갔다...!

  그 수제버거집이 있다는 서교초등학교 주변을 한참 헤맸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지인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때맞춰 처량하게 부슬비까지 내렸으니... -.-;; 

  친구가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또 나에게 미안하기도 했는지, 수제버거집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다른 것을 먹자고 했다.  마땅히 생각나는 음식도 없는데, 비까지 점점 많이 내렸다.  그래서 어디든 가까운 곳에 들어가자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떡볶이집이 하나 보이기에 충동적으로 들어갔는데...

 

 

 


 

 

 

  자, 여기서부터가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맛있는 떡볶이집 '홍대 조폭 떡볶이' 에 대한 본론이다...! ^^;;

 

  위치를 설명하자면...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난 음식점이 밀집한 골목길로 들어가면, 던킨도너츠가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던킨도너츠가 있는 쪽의 반대편을 보면 홍대 조폭 떡볶이의 간판이 보인다.  이 떡볶이집 옆에 버거킹 홍대점이 있으니까, 길을 찾을 때 버거킹을 찾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우리가 찾아간 곳은 홍대 조폭 떡볶이 2호점이다.  1호점은 2호점에서 좀 떨어진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다.

 

 

메뉴 종류가 주 단촐하고, 가격도 참 착함. ^^

 

  친구는 대학 근처라서 역시 물가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도 대학가 나름이지, 번화가인 홍대 근처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찐계란(...이라고 써놓았지만 사실은 삶은 계란임. ^^)이 500원인 것은 비싼 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외의 것들은 노점에서 파는 가격과 같거나 그보다 약간 비싼 정도다.  가게세 비싼 번화가 음식점의 가격이 저 정도라니, 정말 마음에 든다.  

 

  가게 이름에 왜 살벌하게 '조폭' 이란 말이 들어가나 했는데...

  사진 속 메뉴판 왼쪽에 그 유래(?)가 나온다.  오래 전부터 이 떡볶이집이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인기를 끌었는데, 주인이 워낙 무뚝뚝하게 굴어서 손님들 사이에 조폭 같다는 말이 나왔다나 뭐라나...  그래서 아예 그 별명을 가게 이름에 붙였다고 한다. ^^

 

 

이미 몇 번 손을 댄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라 허접하게 나옴. -.-;;

 

  맛있는 먹거리 앞에서는 동해 너머 태평양까지 날아가버리는 나의 이성... -.-;;

  왕성한 식탐 때문에, 튀김과 범벅된 떡볶이 사진을 찍을 생각을 미처 못 했다.  둘이서 몇 번이나 포크로 찍어먹은 후에야, 아차 하며 부랴부랴 사진 찍었다.  그래서 사진이 저 모양이다. ㅠ.ㅠ 

  하지만 그렇게 사진 찍을 생각을 까맣게 잊었을만큼 맛이 훌륭했다.  떡볶이가 다 같은 떡볶이지 별거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와 친구 모두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는 처음이라는데 동의했다.  이 떡볶이가 우리가 찾다 찾다 못 찾아 못 먹은 그 수제버거 따위보다 훨씬 낫다고 몇 번이나 감탄하면서... (으잉? 이건 이솝 우화 속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와 좀 비슷한 상황? ^^;;) 

 

 

삶은 계란과 순대. (계란에 딸려나온 떡볶이 2개는 서비스... ^^)

 

  친구가 떡볶이를 먹다가 계란도 먹고 싶냐고 묻더니, 계란 뿐 아니라 순대까지 주문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삶은 계란도 튀김도 그냥 먹는 것보다 떡볶이 국물에 범벅해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식성이라는 게 계속 변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어려서는 튀김을 바삭하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떡볶이 국물에 묻혀 눅눅해진 것을 싫어했다.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풍덩 했다가 나에게 건네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 딴에는 나를 챙겨준답시고 하는 행동이니 화도 못 내고... ^^;;)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떡볶이 국물에 묻힌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잠시 이야기를 삼천포로 빠지게 해서...

  순대에 얽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순대 특유의 냄새가 너무 싫어서 먹을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에 신체검사를 받느라 24시간을 내리 굶었더니, 나중에는 눈앞이 흐릿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발걸음이 휘청거릴 지경이 되었다. (겨우 하루 굶었다고 그 지경이었으니, 나 같은 사람은 이틀 굶으면 죽어버릴지도... -.-;;)  신체검사가 끝난 후, 학생회에서 예비 신입생들에게 조촐한 환영회를 열어주었다.  그 때 나온 음식이 바로 순대와 막걸리였다.

  순대나 막걸리나 모두 냄새가 역하게 느껴져서, 그 때까지 입에 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전날 저녁부터 계속 굶었더니, 정말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도 씹어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ㅠ.ㅠ  그래서 냄새고 뭐고 간에 배를 채우자는 생각에 정신없이 먹고 마셨다.  그런데 워낙 배고팠을 때 먹어서 그런지, 의외로 먹을만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먹고나니, 그 후로는 역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날 '시장이 반찬이다' 는 속담의 뜻을 제대로 체험한 셈이다.

 

  하여튼, 나처럼 간간히 떡볶이로 끼니를 때울만큼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떡볶이집을 강추하겠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해서, 내가 이 떡볶이집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떡볶이 애호가(?)로서, 다른 떡볶이 애호가들에게도 이런 맛있는 떡볶이를 맛보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팍팍 느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