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인사동의 '궁' - 개성떡만두국 / 경인미술관

Lesley 2014. 3. 25. 00:01

 

  이번 달 초에, 약속이 있어서 모처럼 인사동에 나갔다.

  먼저번에 포스팅해서 올린 인사동의 예쁜 도장들을 보게 된 그 날이다.  3월 첫날에 있었던 일을 3월 마지막 주인 지금에야 포스팅하고 있다다. ^^;;

  ☞ 인사동 수제 도장 / 도장의 추억(http://blog.daum.net/jha7791/15791056)

 

 

  각설하고...

  인사동으로는 선뜻 발걸음을 하게 되지 않는다.  서울 강북에 살고 있기에 인사동이 그렇게 먼 곳도 아니고, 특히나 인사동과 붙어있는 종로에는 자주 나가는 편인데도 말이다.

  인사동은 서울에서 전통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내 학창시절에 비하면 무척 상업화되기도 했고, 요 몇 년 동안에는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으로 어수선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서 정작 서울에 살면서도 따로 볼일 있지 않으면 안 가게 된다.

 

  하지만 그 날은 내가 밥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 종로3가 근처에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대학 시절 두 번인가 가보고는 까맣게 잊고 있던, 인사동에 있는 음식점 한 군데를 떠올렸다.  인사동에 있는 '궁' 이라는 이름의 개성만두집이다.

 

  그런데 이 음식점이 주메뉴인 개성식 만두보다는 개성식 떡국, 즉 조랭이떡국으로 나에게 더 인상 깊다.

  우리나라 떡국이 전국형(?)이 아니라는 것을, 대학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 가서 조랭이떡국을 먹은 후에야 알았으니 말이다. ^^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한동안 개성 출신(정확히는 개성에 편입된 개풍 출신)의 작가 박완서의 작품을 읽으면서, 조랭이떡국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개성(開城) - 박완서의 '꿈엔들 잊을 수 없는 은빛도시'(http://blog.daum.net/jha7791/15790887)  그런데 어째서, 정작 조랭이떡국을 처음 맛보았던 인사동의 궁은 깨끗이 잊고 있었을까...  이번에 약속장소가 인사동이 아니었더라면, 이 음식점을 두 번 다시 안 갔을지도 모르겠다. ^^;;

 

 

인사동길 중간쯤에 있는 골목길(새주소로는 '인사동10길')로 접어들면, 입간판이 보임.

(스마트폰의 구글지도로 찾을 때는 '궁' 보다는 '경인미술관' 으로 찾는 게 빠름.)

 

 

위의 입간판 옆으로 꺾어지면 은밀히(?) 숨어있는 궁이 보임. ^^

(경인미술관과 마주보고 있음.)

 

 

오~~~ 위에서 햇살이 강하게 비치니, 괜히 신비해 보이는...! ^^

 

 

궁의 내부 천장 모습.

 

 

  요즘 들어, 한옥에 현대식을 가미한 주택이 인기다..

  나 역시 이런 한옥을 개조한 음식점이나 전통찻집을 가보면, 온몸이 아늑한 분위기에 녹아들면서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로또라도 당첨된다면 자그마한 한옥 한 채 장만해서 우아(!)하게 살아볼까 하는 공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친구와 함께 전통찻집에서 가서 나 혼자 그런 공상에 빠져 씩~~ 웃었다가, 친구에게 미쳤냐는 타박 받은 적도 있는... -.-;;) 

 

  그...러...나...!

  그런 낭만적인 공상도 잠시, 다시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고서 머리를 젓게 된다.  나무로 만든 한옥의 특성상 유지 및 보수가 보통 일이 아닐테고, 여름에는 내가 무서워하는 온갖 벌레가 다 꼬일 것이다.  게다가 방문에 창호지를 쓰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장 안 되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극을 보면, 역적모의가 발각되는 이유 중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것이, 방안에서 역적모의 하는 것을 누군가가 창호지 바른 문 밖에서 다 엿듣는 것임. -.-;;)

  한옥에 대한 낭만적인 기분은, 그냥 이런 음식점 갔을 때 잠시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 

 

 

간단하지만 깔끔한 반찬.

 

  나처럼 입맛 둔한 사람 입에도, 음식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조미료를 거의 안 쓰는 것 같다.  특히, 작은 항아리에 들어간 물김치가 시원해서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거들떠도 안 봤던 물김치인데, 이제는 시원한 맛을 느끼다니... 나 늙은 건가... ㅠ.ㅠ) 

 

 

드디어 도착한 개성식 떡만두국...!

 

 

  실물은 무척 먹음직스럽고 정갈해 보이던데, 사진은 왜 이 모양인가... ㅠ.ㅠ

  이 날 디카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 참 아쉽다.  폰카로 찍었더니 떡만두국 사진발이 너무 안 받는다.  역시 폰카는 폰카일 뿐, 디카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한다.

 

 

조랭이떡끼리 사이좋게 한 컷...! ^^ 

 

 

  요즘 모 부대찌개 체인점에 가보면, 일반 가래떡 대신 저 조랭이떡을 부대찌개에 넣어준다.

  처음에는 조랭이떡을 부대찌개 안에서 다 보게 되었다고 신기해했는데, 몇 번 보니까 좀 거슬린다.  나한테는 조랭이떡이 좀 특별한 존재인데, 그런 조랭이떡이 아무데나 나오니까 조랭이떡에 대한 반가움과 신비함(?)이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

 

 

경인미술관 입구에 있는 항아리 부대!

 

 

  식사를 하고서 잠깐 경인미술관으로 들어가서 둘러봤다.

  궁과 경인미술관은 입구가 서로 마주보는 상태다.  그래서 우리 말고도 궁에 간 김에 미술관 한 바퀴 돌거나(한 바퀴래봤자 고등학교 시절 교실 정도의 넓이임.), 반대로 미술관 온 김에 궁에 들려 요기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렇게 큰 항아리는 오랫동안 못 봤던 것 같다.

  도시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기껏해야 사람 무릎 높이를 넘어서는 정도의 항아리만 보고 살았다.  예전에는 살림살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큰 항아리가, 이제는 미술관의 품격을 높여주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집안의 살림살이를 눈여겨 봐야겠다.  지금은 별 것 아닌 부엌용구, 욕실용구가 수십년 후에는 꽤 괜찮은 인테리어 소품이 될지도 모르니까... ^^

 

 

경인미술관 내 다원(찻집)의 모습.  (3.1절이라고 태극기도 걸려있음. ^^)

 

  미술관 안에는 전시실 뿐 아니라 전통다원도 있다.

  대학 시절에 궁에 처음 갔을 때 함께 간 친구들과 이 곳에서 차를 마셨다.  전통다원 덕분에,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회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여기에 오래 머물 명분(?)을 갖을 수 있다.  차 한 잔 시켜놓고 느릿한 전통음악 들으며 운치 있는 미술관 뜨락을 구경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