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휴대폰과 한글 - 한글 자판 표준 / '삼성 천지인' 과 'LG 나랏글(ez)'

Lesley 2013. 7. 29. 00:01

 

  지난 달에 갤럭시 넥서스를 안드로이드 4.2.2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자판 문제로 좀 고생했다.

  그 자판 문제 해결하느라, 여러 한글 자판 어플을 다운받고, 또 다운받은 한글 자판 중 뭐가 제일 나은지 이것저것 만져보니... 최근에는 거의 잊고 있었던, 한글 자판에 관한 사항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갤럭시 넥서스 4.2.2 업그레이드 / 모아키 통합 키보드(http://blog.daum.net/jha7791/15790993)

 

 

  아, 본론 시작하기 전에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지난 토요일에 내 갤럭시 넥서스로 안드로이드 4.3 업데이트분이 날아왔다.

  과연... 이래서 레퍼런스폰 쓰는 사람들이 순정롬, 순정롬 하나 보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2월에 발표된 4.2.2도 지금껏 업데이트 안 해주고 있다.  아니, 갤럭시 넥서스가 한국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만든 제품인데, 미국, 유럽, 일본 다 해주고 한국만 지금까지 안 해준다는 게 말이 되나? (앞으로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니 뭐니 하는 말 절대로 하지 말기를...!)

  그런데 먼저번에 4.2.2로 강제 업데이트 하느라 국내롬 대신 순정롬을 설치했더니만, 이번 달 25일에 구글에서 발표한 4.3을 겨우 이틀 지난 27일에 받게 된 것이다...! (광속이로구나~~ @.@)

  원래 레퍼런스폰을 산 이유가 '나에게는 전혀 쓸모 없는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에서 기본으로 깔아놓은 어플이 없어서 깔끔하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이유 말고도 레퍼런스폰을 사야 하는 더 큰 이유가 또 생겼다.  그만큼 이번 업데이트로 느낀 바가 크다.  나중에 갤럭시 넥서스가 고장나서 새로운 스마트폰 사게 되면, 그 때도 레퍼런스폰을 사야겠다. (국내기업들한테 완전히 삐쳐버린 나... -.-;;) 

 

 

 

파란만장했던 한글 자판 표준화 과정부터 살펴보자면...

 

  먼저 짚고넘어갈 사실 두 가지는...

 

  첫째, 한글 자판의 특허권이 풀리기 전에도, 나랏글 자판은 LG전자 소유가 아니었다는 사실!

 

  LG 휴대폰에 나랏글 자판이 실려 있다 보니, 나랏글 자판이 LG전자에서 개발한 LG전자의 소유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랏글 자판은 엄연히 KT의 소유였다.  LG전자는 KT에게 사용료를 내면서 썼을 뿐이다.

 

 

  둘째, 지금은 천지인 자판도 나랏글 자판도 국내 특허가 개방된 상태다!

 

 

 

  2010년에 중국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휴대폰용 한글 자판 표준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면서, 우리나라 여론이 들끓은 적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이 정한 한글 자판이 국제 표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우리의 국가 정체성과 위상이 흔들릴만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우리 언론에서는, 이 일을 '동북공정' 에 빗대어 '한글공정' 이라고 불렀음.)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일은 중국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 전부터 몇 년에 걸쳐 중국정부에서 한국정부에게, 휴대폰용 한글 자판 표준을 정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즉, 한글은 한국의 문자니까, 한국이 정한 한글 자판 표준대로 중국도 그대로 따라 쓰겠다는...)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한글 자판 표준? 그게 뭔데? 우리나라는 그런거 원래 없어~~'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하긴, '영어 공용어 방안' 이니 '한글날 공휴일 폐지' 니 하며, 우리글과 우리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뭘 더 바라겠느냐만은... (다행히 한글날은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이 됨.)

  사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용 한글 자판 표준화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생산하는 기업들 모두 자기네가 쓰는 자판을 표준으로 하기를 원해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정부대로 '쟤들이 말 안 들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식으로 강력한 표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중국이 한글 자판 표준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조차 우리 정부의 노력 덕분이 아니었다.

  우리 정부는 한글에 대해 털끝만큼도 관심 두지 않아서, 이 일에 대해 깜깜절벽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연변대 교수를 지낸 조선족 학자가, 우리 언론에 이 일을 제보했다.

  이 조선족 학자는 중국의 한글 자판 표준안 작업에 참여하도록 뽑힌 입장이라, 이런 사실을 제보할 경우 중국에서 곤란한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한글에 대해 중국에서 먼저 휴대폰 자판 표준안을 정하게 될 경우, 한글을 공식문자로 쓰는 남한과 북한 모두가 문화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는 점, 국제사회에서 남북한 모두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우리말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경고를 해준 것이다. (법적으로 중국인인 그 학자가, 한국인인 우리 정치인들보다 우리 문자과 우리 민족을 더 사랑하는 기막힌 상황임.  밥만 축내는 정치인들...! ㅠ.ㅠ)

 

  하여튼 이 일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부랴부랴 한글 자판 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처음에는 한글 자판 특허권을 가진 여러 기업이 각자 자기 입장을 고수하는 통에 별 진척이 없었다.  삼성과 KT가 천지인 자판과 나랏글 자판에 대한 특허권을 개방하면서, 비로소 작업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1년 6월, 피처폰은 천지인을 표준 자판으로 하고, 스마트폰은 천지인, 나랏글, 스카이를 모두 표준 자판으로 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그리고 국내 특허권을 개방했기 때문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다양한 한글 자판 어플이 나오게 되었다.

 

  이 때, 삼성과 KT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특허권을 개방한다는 식의 발표를 했다.

  사기업의 목표가 이윤 추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특허권 개방은 분명 대단한 '희생' 이기는 하다.  하지만 솔직히, 등 떠밀려 억지로 한 티가 팍팍 나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칭찬해주고 싶지는 않다. -.-;;

  한글 자판 표준화 작업이 특허권 문제에 부딪쳐 지지부진 할 때, 국민들이 특허권 가진 대기업을 성토하고 나섰다.  "국민한테는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라며 자기네 물건 잔뜩 팔아 떼돈 벌고는, 정작 자기네는 애국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또는 "이렇게 시간 끌다가 정말로 중국의 한글 자판 표준이 국제 표준이 된다면, 그건 다 대기업 책임이다.  대기업은 그 날부터 매국노 되는거다." 식의 비난이 인터넷에 줄줄이 쏟아졌다. 

  거기에, 삼성과 KT가 특허권 개방 발표한 시점이, 천지인 자판의 또 다른 특허권자인 한 중소기업에서 먼저 특허권 개방 발표한 날에서 3일 지난 후라는 점도, 참 보기 딱했다.  "돈 없는 중소기업도 나라를 위해 특허권 개방하는데, 돈 방석에 앉은 대기업은 뭐 하는거냐?" 식의 비난이 나올 것을 걱정해서, 허겁지겁 특허권 개방에 동참한 냄새가 폴폴 난다. -.-;;

 

 

 

자, 이제 '삼성 천지인 자판' 과 'LG 나랏글(ez) 자판' 에 대해서 비교해보자.

 

 

  일단, 삼성의 천지인 자판은 무척 직관적이어서, 배우기가 쉽다.

 

  모음키가 ㅣ, · , ㅡ 등 달랑 3개 밖에 안 된다!

  이 세 가지 모음키를 한글 모음의 구성원리대로 조합하면(ㅏ= ㅣ+ · , ㅗ = · + ㅡ 식으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21개의 모음을 전부 표현할 수 있다.  워낙 직관적인 방식의 모음 조합이라,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따로 설명서 같은 것 읽어보지 않아도, 좀 만지작거리다 보면 저절로 사용법을 익히게 된다.

  그래서 자판 치는 법을 처음 익히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만 따져보면, 천지인 자판이 나랏글 자판보다 훨씬 우수하다.

 

 

  문제는, 천지인 자판은 사용방법 간편한 점 하나만 장점이고, 나머지는 전부 단점이라는 점이다. -.-;;

 

  사실, 삼성 휴대폰만 쭉 사용한 사람들은, 천지인에 대해 별 불만 없이 잘만 쓴다.

  원래 불만이란 감정이, 뭔가 비교 대상이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엄마, 철수는 생일이라고 걔네 엄마가 50만원짜리 '북쪽얼굴' 표 바람막이 사줬다는데, 엄마는 매일 '2시장' 이나 '집더하기' 에서 폭탄세일 하는 싸구려 잠바만 사주고...!" (우리 엄마와 옆집 엄마 비교)  "그럼 철수는 교과서만 보는데도 항상 1등인데, 넌 왜 비싼 학원에, 족집게 과외에 다 해도 성적이 바닥을 기냐?" (우리 아들과 옆집 아들 비교) -.-;;

  애초에 천지인 말고는 써본 적이 없어서 다른 자판의 장점을 모르는데, 무슨 불만을 있겠는가?

  

 

  이렇게 천지인 자판이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첫째, 오타 확률이 높다.

 

  이 문제는 자음 중 '거센소리''된소리' 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른 방법 차이 때문이다.

 

  나랏글 자판은, 컴퓨터 자판의 쉬프트키를 변형한 것으로 보이는 '획추가' 키 와 '쌍자음' 키를 이용해서 된소리와 거센소리를 표현한다.

  즉, 거센소리와 된소리를 쓸 때에는, 예사소리를 찍어내는 기본키 말고도 별도의 키도 눌러줘야 한다.  그렇게 예사소리를 쓸 때와 방법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오타 확률이 낮다.

 

  하지만 천지인 자판은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를 전부 하나의 키에 모두 몰아넣었다.

  그저, 누르는 횟수만 다를 뿐이다.  예를 들면, ㄱ을 쓰려면 'ㄱ' 키를 1번 누르고, ㅋ을 쓰려면 'ㄱ' 키를 2번 누르고, ㄲ을 쓰려면 'ㄱ' 키를 3번 누르는 식이다.  같은 키를 누르는 횟수만 달리 하다 보니, 입력창과 자판을 번갈아 살펴보며 타자를 쳐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안 보고 치면 오타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반대로, 나랏글 자판은 사용법 익히는 데 천지인 자판보다 오래 걸려서 그렇지, 일단 사용법을 마스터하면 자판과 입력창 중 하나만 보고 쳐도 오타가 거의 없음.)

 

 

 

  둘째, 속도가 나지 않는다.

 

  모음키가 ㅣ, · , ㅡ 밖에 없으니 간단하고 직관적인 것은 좋은데, 대신 달랑 3개 밖에 안 되는 모음키로 21개나 되는 모음을 몽땅 찍어내려니 타자수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나타나는 친구에게 '너 어디야? 왜 안 와?' 라는 메시지 하나 보낸다고 치자.   모음키 누르는 횟수만 따졌을 때, 나랏글 자판은 11번만 누르면 되지만, 천지인 자판은 20번이나 눌러야 한다. -0-;;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그렇게 모음키에 여러 단점이 있으면 자음키라도 단점이 없다면 좋겠건만, 자음키도 마찬가지다. ㅠ.ㅠ

  특히나, 같은 자음이 연달아 나오는 글자는, 천지인 자판 입장에서는 쥐약이다.  '닭고기 먹고 싶다' 를 예로 들자면, '닭' 의 끝소리가 ㄱ이고, '고' 의 첫소리도 ㄱ이어서, ㄱ을 연속해서 두 번 쳐야 한다.  또한 '먹' 의 끝소리가 ㄱ이고, '고' 의 첫소리도 ㄱ이어서, 역시 ㄱ을 연달아 쳐야 한다.

  나랏글 자판은 그냥 연달아 치면 되고(ㄱ + ㄱ), 모두 25번을 누르면 된다.  하지만 천지인 자판은 같은 자음들 사이에 스페이스바를 눌러야 하고(ㄱ + 스페이스바 + ㄱ), 33번을 눌러야 한다.  만일, 천지인에서 스페이스바를 안 누르고 ㄱ을 연달아 누르면, '닭고기' 대신 '달코기', '먹고' 대신 '머코' 라는 정체 불명의 단어가 나오게 된다. -.-;;  바로 위의 '첫째, 오타 확률이 높다.' 항목에 쓴 것처럼,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를 한 키에 몰아넣어서 생기는 문제다.

 

  또한 이것도 '첫째, 오타 확률이 높다.' 에 쓴 말인데, 나랏글 자판에 비해 오타가 많이 난다.

  그렇다면 오타를 수정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오타가 안 나도록 천천히 눌러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 이래도 저래도, 천지인이 나랏글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피처폰 쓰던 시절에, 종종 '문자 빨리 보내기' 이벤트가 열렸다.

  그러면 상품 받을 수 있는 순위권은 LG 휴대폰 사용자들이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어쩌다보니 우연히도 LG 휴대폰 사용자들은 선천적으로 자판 빨리 치는 사람들이어서' 가 절.대.로. 아니다...!  나랏글 자판과 천지인 자판의 한글 자모 조합 방식상, 나랏글 자판에 익숙한 사람이 오타 없이 빠르게 문자 보내는 게 당연하다.

 

 

  셋째, 손가락뼈 건강에도 안 좋다. ㅠ.ㅠ

 

  그나마 짤막한 메시지를 쓸 때는 괜찮다.

  위에서 예로 든 '닭고기 먹고 싶다' 를 보자면, 단어 세 개로 이루어진 짧은 문장이다.  그래서 이 문장만 써봐서는, 천지인 자판이 나랏글 자판보다 느리다지만, 횟수를 일일이 세지 않는 이상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메시지가 약간이라도 길어지면,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로 '폭풍의 타자질' 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에 무리가 간다.

  예를 들면, '초복에 닭을 잡아 삼계탕을 끓여 먹자' 처럼 별로 길지도 않은 문장을 칠 경우를 생각해보자.  나랏글 자판은 66번 누르면 되지만, 천지인 자판은 80번을 눌러야 해서, 14번이나 차이가 진다.  만일, 저만한 길이의 문장을 10개 써야 한다면, 그리고 모두 14번씩 차이가 진다고 가정한다면, 천지인 이용자는 나랏글 이용자보다 무려 140번(!) 자판을 더 눌러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손가락뼈 부러지겠다~~ -0-;;)

  어쩌면...  나랏글 자판은, 손가락 관절염 있는 이들을 구원하고자, 세상에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

 

 

 

  천지인 자판의 단점 위주로 서술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랏글 자판이 천지인 자판보다 절.대.적.으.로. 우수하다.' 라고 결말 지을 생각은 없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천지인 자판은 유일한 장점인 '직관성'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유용하다.

 

  한글 자판 표준화 작업 때, 나랏글을 단독 표준으로 하지 않고 천지인과 스카이까지 묶어서 복수 표준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인터넷에서 말이 많았다.

  속도와 정확도만 보면 나랏글이 월등하기에, 삼성의 입김에 정부가 밀린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휴대폰 자판 표준화 문제는 '기업 표준' 이 아닌 '국가 표준' 을 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효율성 이외의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정보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다. 

  사실, 젊은층이야, 나랏글 자판만 표준으로 지정 되어도 큰 문제 없다.  물론 삼성 휴대폰만 계속 사용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나랏글 자판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질테고, 막상 익숙해지고 나면 나랏글이 천지인보다 훨씬 빠르며 오타도 훨씬 적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잘 쓰게 될 것이다.

  문제는, 기계에 익숙하지 않고 학습능력도 낮아진 노인층과 장년층이다.  노년층 및 장년층에게 "나랏글 자판만 써!" 라는 말은 곧 "너희는 문자니 카톡이니 하는 것 쓸 생각 말고, 그냥 전화나 해!" 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나랏글 자판이 속도나 정확성 측면에서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일단 '실제로 사용을 하게 되었을 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익힐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때문에, 노년층 및 장년층은 진땀 뻘뻘 흘리며 애먹다가, 자판 치는 법 배우기를 아예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

 

 

  이 포스트의 결론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판 선택권을 마음껏 누려보자는 것이다.

 

  양쪽 모두 써 본 사람으로서, 나랏글 자판의 장점과 천지인 자판의 단점을 위주로 포스팅해봤다.

  삼성 휴대폰 사용자가 압도적인 우리나라에서, 나랏글 자판보다는 천지인 자판에 익숙한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러니 천지인 자판의 장점인 직관성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체험해 봤을테니, 굳이 내가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나랏글 자판을 사용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나랏글 자판에는 천지인 자판에 없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방점을 찍고 글을 썼다.

  '자판이라고는 천지인 밖에 몰라서, 그냥 천지인을 쓰는 것' 과 '천지인과 나랏글 모두 아는데, 그 중 천지인이 나에게 더 잘 맞아서 쓰는 것' 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삼성 휴대폰만 계속해서 사용한 사람 중에는, 천지인 자판이 최고인 줄 아는 이들이 있다.

  그나마 "천지인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자판 배우기 귀찮아 천지인 계속 쓰겠다." 고 하는 사람은 양반이다.  제일 답답한 사람이 "천지인 자판이 제일 빨라요." 하는 사람이다. -.-;;

  언젠가 친구가 새 휴대폰 사러 휴대폰 매장 가면서 나를 데려갔다. (단, 이 때는 일반폰 쓰던 시절이었음.)  친구가 내 의견을 묻기에, "사진 많이 찍을거면 삼성 휴대폰이 낫고, 문자 많이 보낼거면 LG 휴대폰이 낫지." 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매장 판매직원이 삼성 휴대폰을 권하며 하는 말인즉슨, "손님 뭘 모르시네요.  문자 많이 쓰실 분한테도 삼성 것이 낫죠.  삼성 자판이 제일 빠른거 모르세요?" -0-;;  그 자리에서 이 포스트에 쓴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다 말하는 것도 번거롭고, 또 보통 사람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휴대폰 판매한다는 사람 입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너무 황당해서, 아무 말 안 했다. (나는 댁같이 한심한 사람하고 말 안 해~~!!!) 

 

  천지인 자판이 타자 치는 법이 간단해서 편리하다며 권했다면 이해하겠는데, 천지인 자판이 타자가 빠르다니...

  이건 마치, 중국어 자판에 완전히 익숙해진 중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며 낯선 한글 자판 며칠 써보고 겪는 어려움에, "한글은 참 쓰기 어려운 문자네요.  우리 한자는 정말 편리한데 말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익숙하다' 와 '빠르다' 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배우는 속도 빠르다' 와 '사용 속도 빠르다' 역시 완전히 다른 말이다!

 

  저 위에 장황하게 쓴 서론에 이미 언급했듯이, 천지인 자판과 나랏글 자판 모두 국내 특허권이 풀려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수많은 한글 자판 어플이 나와 있다.

  그래서 피처폰 쓰던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자신의 휴대폰이 어떤 회사의 제품이든 간에 다양한 자판을 골라 쓸 수가 있다.  또한 기존의 천지인이나 나랏글 자판 뿐 아니라, 그것들을 응용해서 만든 새로운 자판도 여러 종류가 나와 있다.

  이왕 피처폰 대신 스마트폰 쓰기로 했다면,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써보자.  이 자판 저 자판 써보면서 자기에게 더 유용한 것을 찾아보자.  또한 그렇게 다양한 자판 쓰면서 한글의 편리함과 소중함도 느껴 보자.  다양한 자판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한글 자모의 뛰어난 응용력을 보여주는 증거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