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번 달 중순에 특이한 지하철 객차를 탔던 일을, 블로그에 소개해보려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쭉 서울에서 지내면서, 수도 없이 타 본 서울 지하철 1호선이다. 그러니 지하철에 대해 특별한 감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 날도 지하철 객차 문이 열린 순간, 아무런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니, 요것이 무엇이당가요? @.@
낯선 풍경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하마터면 막 문이 닫히려는 객차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다.
내가 지하철이 아닌 엉뚱한 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사실, 그건 말도 안 된다. 내가 분명히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었고, 지하철 객차문이 열리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들어선건데, 지하철이 아닌 다른 곳에 들어갔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 광경이 너무 낯설고 놀라웠다. 각종 식품으로 가득 찬 냉장고도 그렇고, 일반 객차와는 다르게 객차의 바닥과 벽은 온통 초록색이다. (여름의 녹음이 컨셉인가?)
이쪽도 신세계이기는 마찬가지...
놀란 가슴 진정시킨 후, 폰카로 이것저것 찍기 시작... ^^
왼쪽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해주는 기계가 보이는데, '경기도' 라고 써이는 것이 아무래도 경기도 관련 업무만 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차처럼 마주 보게 되어 있는 좌석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로 무언가 하고 계신 아저씨도 보인다.
헉~! 컴퓨터도 모자라 프린터까지 있다...! @.@
참신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돈낭비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
과연, 지하철 안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거나 무언가를 프린트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그나마 이용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내가 저 사진 찍었을 때처럼 사람이 적은 때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 출퇴근 시간에는, 객차 안에서 군인마냥 차렷 자세로 서있어야 하기 일쑤고, 겨우 몇 발자국 걷는 것도 승객끼리 부대끼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콩나물 시루 같은 객차에서, 저 기계들에 접근한다고 다리를 움직이고, 이것저것 눌러보느라 팔을 또 움직이고... 아마도 그런 눈치 없는 사람은 주위 승객들 눈에서 튀어나오는 분노의 레이저 광선에 맞아 활활 타버릴 것이다. ^^;;
그리고 저런 각종 설비나 기차처럼 마주 보고 앉는 좌석이, 출퇴근 시간에 가뜩이나 부족한 공간을 더 비좁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승객들은 저 특이한 객차를 보고 어떤 반응 보일런지 궁금하다.
다른 승객들은 나처럼 전시성 행정이라는 생각 안 하고,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낭만적으로 변한 서울 지하철(http://blog.daum.net/jha7791/1579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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