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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의 발견(6) - 신의 퀴즈 시즌1 中 4회 '신이 내린 딸'

Lesley 2013. 6. 5. 00:01

 

  먼저번 '류덕환의 발견(5) - 신의 퀴즈 시즌1 대강 훑기(http://blog.daum.net/jha7791/15790978)' 에도 썼다싶이, '신의 퀴즈'(이하 '신퀴' 라고 하겠음.) 시즌1은 사건 그 자체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보다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쪽에 무게중심을 얹고 있다.

  그런데 시즌1의 4회 '신이 내린 딸' 은, 신퀴에서 처음으로 나온 사건 중심적인 에피소드였다.  물론, 내가 이 신퀴 속 한진우와 강경희는 물론이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도 큰 매력을 느껴서, 캐릭터 중심의 에피소드도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 드라마는 범죄수사물이기에, 범죄 사실 그 자체가 전면으로 확 부각되는 이 에피소드 역시 좋았다.  특히 이 에피소드 속 사건이 그냥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이른바 '신기' 라는 무속신앙 속 현상에 관련된 사건이라서 더욱 긴장감 넘치고 좋았던 것 같다. 

  누가 나보고 시즌1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에피소드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5회, 9회, 10회와 함께 이 4회를 꼽겠다. 

 

 

(왼쪽) '신기' 에 대해서 장난 비슷하게 말하면서도, 어쨌거나 신기라는 비과학적인 현상을 인정하는 한진우.  그리고 과거에 겪은 일 때문에, 신기를 피의자가 처벌 피하기 위한 속임수로 생각하는 강경희.

(오른쪽) 강경희의 그런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말을 듣고서, 얼굴을 찌뿌리는 한진우. ^^ 

 

  이 4회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과학으로 범죄를 재구성하고 해결하는 한진우와 강경희가, 현대 과학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신들림 현상과 관련된 사건을 맡았다는 점이다.  로봇공학과 의학을 전공한 과학도 한진우는 의외로, 이런 비과학적인 일에 대해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인다. (물론 한진우 특유의 껄렁껄렁한 언행은 이런 무시무시한 느낌의 사건에서도 절대 없어지지 않음. ^^;;)

  또 다른 하나는, 항상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보였던 강경희 형사에게, 숨겨진 상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과거의 상처는, 철두철미해 보이기만 하는 강경희 역시 마음의 상처를 싸안고 사는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면도 짚어준다.  즉,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소위 든든한 빽으로 또는 돈을 쏟아부어서 수완 좋은 변호사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날조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을 이유로 법적 처벌을 피해가는 것 말이다. 

 

 

4회 '신이 내린 딸' 에서 정말 신들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 배우 '임화영'.

 

  그런데 사람의 눈이라는 게 대체로 비슷한 법이라, 이 4회를 나 혼자만 좋아했던 게 아니다.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시즌1이 방영할 당시에 이 4회에서 시청률이 수직상승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4회가 인기를 끈 이유는, 내용 자체도 공포심과 긴장감이 넘쳤지만, 사건 피의자로 나오는 조연배우의 연기력 덕분이기도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무당의 딸로 태어나 신기로 고생하면서도 신내림굿을 거부하는 '여랑' 역을 맡았던 '임화영' 의 열연에 대해 호평이 줄줄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 임화영이라는 배우, 알고보니 이전에 다른 드라마에서 본 얼굴이다.

  처음에는 이 배우가 나오는 장면이 죄다 어두운 장면이라서 미처 몰라봤다.  그런데 나중에 병실이나 집밖 등 밝은 장소에서 등장하는 것을 보니, 낯익은 얼굴이었다.  뜻밖에도, 내가 류덕환이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처음 발견한 드라마 '신의' 에 출연한 적이 있는 배우다. (신퀴에서 류덕환 말고 또 다른 신의 출연자를 보게 될 줄이야...! ^^) 

 

 

'신의' 2회에서 정신 잃은 노국공주(박세영)를 암살하려다가, 최영(이민호)이 내던진 방패에 맞아죽은(-.-;;) 그 시녀가 바로 임화영이었음.

 

  '신의' 속에서 임화영의 표정은 풍부하다 못 해 과장되어 보이기까지 했다.

  노국공주를 죽일 기회를 잡았다며 회심의 미소 짓는 장면(위의 오른쪽 사진)에서도 그렇고, 의식을 잃었던 노국공주가 깨어나서 자신을 쳐다보자 깜짝 놀라는 장면(아래의 왼쪽 사진)에서도 그렇고, 표정 연기가 과한 편이다. (그런데, 어째서 살해당하게 생긴 사람보다 살해하려는 사람이 더 기겁하며 놀라는거냐... -.-;;)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임화영이라는 배우가 연기 경력이 좀 있기는 한데,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매체가 아닌 연극무대에 출연한 경험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연극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표정이 몸에 익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과장된 느낌을 주는 그 표정이, 신퀴 4회에서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임화영은 이 에피소드에서 '원래의 소심한 성격' 과 '신들린 상태에서 나오는 과격한 성격' 을 번갈아가며 표현해야 했다.  즉, 울적해하고 겁먹을 때의 표정과 무시무시하게 웃으며 소리칠 때의 표정 등 정반대인 표정을 한 순간에 바꿔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좀 과장된 것 같은 표정이 극에서 극으로 변하는 표정 연기에 장점으로 작용했다. 

 

 

(왼쪽 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라고 다그치는 강경희 앞에서 벌벌 떨던 여랑.

(왼쪽 아래)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나 싶더니...

(오른쪽) 신들린 상태로 "내가 데려갔다, 왜!" 하고 내지르는 여랑. (이 부분 보다가 깜짝 놀랬음! ㅠ.ㅠ)

 

 

(왼쪽) 여랑의 행동을 연극으로 생각하기에, 무서워하기보다는 인간의 비열함에 진저리 난다는 표정을 짓는 강경희 형사. 

(오른쪽) 강경희가 여랑을 몰아부치는 동안 태평하게 음식까지 먹다가, 여랑의 급변한 태도에 깜짝 놀라서 "아니, 이게 뭔 상황인가요?" 하며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는 우리의 한진우 선생. -.-;;

 

 

사건이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시점에, 다시 반전 일으키는 단서를 발견하고 고민하는 한진우.

(처음에는 시체 해부대 위에 저러고 있는 것 보고 허걱 했는데, 웬지 한진우답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 ^^)

 

 

(위) 결국 어머니의 뒤를 이어 무당이 된 여랑을 찾아온 한진우.

(아래 왼쪽) 평소의 장난기 어린 태도는 버린 채 심각하게 여랑을 추궁하는 한진우.

(아래 오른쪽) "선물이다. 갖고가." 정작 한진우의 질문은 애매하게 비껴가더니, 불쑥 그림을 내미는 여랑.

 

 

순탄치 못 할 한진우의 앞날을 예언하는 듯한 섬칫한 그림.

 

 

류덕환의 발견(1) - 신의(http://blog.daum.net/jha7791/15790933

류덕환의 발견(2) - 아들(http://blog.daum.net/jha7791/15790931)
류덕환의 발견(3) - 복숭아나무(http://blog.daum.net/jha7791/15790936)

류덕환의 발견(4) - the story of MAN & WOMAN(http://blog.daum.net/jha7791/15790976)

류덕환의 발견(5) - 신의 퀴즈 시즌1 대강 훑기(http://blog.daum.net/jha7791/15790978)
류덕환의 발견(7) - 신의 퀴즈 시즌1 中 한강커플(http://blog.daum.net/jha7791/15790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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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jha7791/157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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