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영화와 CF의 만남(1) - 유턴(U-Turn)

Lesley 2013. 4. 25. 00:08

 

⊙ 애드무비(AD Movie)

 

  작년 여름과 가을, 독특한 장르의 영화 두 편을 접했다. .

  하나는 드라마 '신의' 를 통해 알게 된 류덕환의 다른 출연작 찾다가 알게된 2008년도 TV용 영화 '유턴' 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광해, 왕이 된 남자' 를 보고서 이병헌의 연기력에 감탄하며 이병헌의 다른 출연작 찾다가 발견한 2010년도 영화 '인플루언스' 다. 

 

  그런데, 위에서도 썼듯이, 이 두 영화는 모두 장르가 독특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둘 다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라, 광고용으로 만든 영화, 즉 일명 '애드무비(AD Movie)' 라는 점이다.

 

 

(왼쪽) 소지섭과 이연희 주연의 '유턴'

(오른쪽) 이병헌과 한채영 주연의 '인플루언스'

 

  사실, 광고를 하는데 영화 비슷하게 어떤 스토리를 이용하는 예는 이전에도 있었다.

  내 기억 속 가장 유명했던 예가, 1980년대 후반 홍콩스타인 장국영과 류덕화가 출연했던 우리나라 오리온 제과의 '투유' 초콜릿 CF였다.

  먼저 방영했던 장국영의 출연분은, 장국영의 노래 'To you' 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대히트를 쳤다. 그리고 연인이 남긴 이별을 고하는 쪽지에 절망한 장국영이 비내리는 가운데 자동차를 두 주먹으로 쾅 내리치던 장면은, 당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다 흉내내고 다녔다. -.-;;

   그리고 그 후에 방영했던 류덕화의 출연분은, 장국영 출연분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한류스타로 떠오른 이영애의 데뷔작(?)이라는 후일담을 남겼다.   류덕화가 아이스하키 선수로 나왔었는데, 이영애가 류덕화를 몰래 응원온 애인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이 투유 초콜릿 CF나 그 밖의 대부분의 영화(또는 드라마)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CF는, 어디까지나 CF에 영화(또는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한 형식이다.

  즉, 아무리 기승전결이 잘 갖추어진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해도, 결국 그 장르는 CF다.   그래서 일반 CF와 같이 짤막한 시간 동안에만 방영을 하고, 보통 그 CF 맨 뒤편에 '오리온 투유 초콜릿' 하는 식으로 큼직한 자막 또는 성우의 나레이션이 깔리는 등, 아무리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한들 누가 봐도 그 정체성은 분명 CF인 것이다.

 

  그런데 '유턴' 과 '인플루언스' 로 제.대.로. 접하게 된 애드무비라는 장르는 달랐다.

  분명히 제품 광고를 목적으로 만들기는 했는데, 이게 영화인지 CF인지 헷갈린다.  더구나 요즘은 대놓고 광고를 하기 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속 PPL로 은근히 광고하는 게 대세라서, 더욱 더 헷갈린다.  보기에 따라서는, 애드무비를 PPL의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차이라면...  PPL의 경우, 한 드라마나 영화 속에 한 제품만 나오지는 않는다.  등장인물의 옷, 가방, 자동차, 장소적 배경으로 나오는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한다.  하지만 애드무비는 어떤 특정 제품만을 위하여, 그 제품을 영화 또는 드라마 속 주요소품으로 사용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하여튼, 나로서는 이런 종류의 영화는 처음이라서, 신선한 느낌으로 두 영화를 봤다.

  사실, 두 영화 모두 무척 감동적이었다든지, 무언가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든지, 그렇게 두고 두고 여운이 남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목적으로 만든 영화라는 점과, 또 그렇게 광고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뮤직비디오 못지 않는 감각적인 영상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독특한 형식 때문에, 흥미롭게 봤다. ^^

 

 

⊙ 유턴(U-Turn)

 

  장진 감독이 만든 TV용 영화 '유턴' 은, 지난해 가을 드라마 '신의' 를 통해 배우 '류덕환' 을 알게 되면서, 그 류덕환 다른 출연 작품을 찾다가 발견한 작품이다.

  하지만 주연은 류덕환이 아닌 소지섭이다. ^^;;  그리고 이 영화가 광고하려는 목적물(?)은 쌍용자동차의 SUV인 '액티언' 이다.

 

 

유턴의 남녀 주인공인 소지섭과 이연희.

 

  인터넷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을 때, 다운받을지 말지 망설였다. 

  4개의 파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파일당 크기가 130~160MB 밖에 되지 않아서, '이거 화질이 엄청나게 안 좋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류덕환의 출연작이라서 찾은건데 그 류덕환이 주인공이 아니라니, 굳이 내 소중한(!) 돈까지 내가면서 봐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한참 망설이다가 다운받았는데...

 

  막상 보게 되니, 여러가지로 의외였다.

  일단, 저화질이 아니었다..!  파일 용량이 적었던 이유는, 한 파일당 방영시간이 5분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즉, 겨우 20분 정도 밖에 안 되는 짤막한 TV용 영화다. ^^;;

  그리고 류덕환에 류승룡까지... 이 연기력 쟁쟁한 두 배우가 정말 깨알만큼만 나온다. (둘 다 장진 감독과의 친분으로 나온 듯...)  그런데 그렇게 잠깐 나왔다고 해서 '이런 대단한 배우들을 겨우 이렇게 밖에 못 쓰냐?' 란 불평을 할 수 없는 것이, 애초에 겨우 20분짜리 영화다 보니 주연인 소지섭의 출연분도 얼마 안 된다. ^^;;  그러니 조연급들은 우정출연 내지는 특별출연 수준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충실한 애드무비였다.

  즉, 짤막한 시간에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확실하고 현실적인 줄거리보다는 애매하고 환상적인 줄거리를 보여줬다.  음악 관련 프로듀서라는 감성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일에 파묻혀 감성이 메말라버린 한 남자(소지섭)와, 어느날 그 남자 앞에 갑자기 등장한 한 여자(이연희) 사이의 꿈 같은 이야기다.

  이연희의 정체를 알게 된 소지섭이 충격에 휩싸여 자동차(물론 이 자동차는 쌍용 액티언임. ^^)를 몰다가, 차창 밖으로 환영처럼 보이는 이연희의 모습에 자동차를 급하게 유턴(그래, 영화 제목인 유턴! ^^)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였다.  영화 줄거리상으로도 클라이막스였고, 영화의 본래 목적인 액티언을 광고하는 면에서도 클라이막스였다. ^^ 

 

  내가 이 짤막한 영화에서 건져낸 가장 큰 수확은 주제곡이었다.

  영화를 볼 때에는 소지섭이 반해버린 이연희의 노래 '사랑한번 눈물나게' 가 좋았다. (단, 이 노래는 원래 가수 '오현란' 이 부른 노래임. ^^)  그런데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는 고유진의 '너 하나만' 을 따로 찾아 듣고는, 완전히 반해 버렸다...!  영화상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이 노래가 어찌나 중독성 있던지, 한 2,3주일 동안 하루에도 열댓 번씩은 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자주 듣고 있고... ^^

 

  이 짤막한 영화는, 영화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한 편 보는 기분으로 보면 딱이다.

  CF와 뮤직비디오의 공통점이,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지만 대신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짧은 시간에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음악을 잘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실 CF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광고' 인데, 시청자들이 줄거리에 너무 몰입해서 정작 광고 대상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면 곤란하지 않겠나... ^^

 

 

영화와 CF의 만남(2) - 인플루언스(The Influence)(http://blog.daum.net/jha7791/1579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