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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의 발견(5) - 신의 퀴즈 시즌1 대강 훑기

Lesley 2013. 5. 7. 00:03

 

  작년에 시즌3까지 방영한 드라마 '신의 퀴즈' 는, 아마도 류덕환이 출연한 드라마 중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일 것이다.

  이 드라마가 괜찮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었는데, 선뜻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케이블 방송용 드라마에 대해 근거 없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했고, 뛰어난 실력과 육감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천재의사가 나온다는 둥 CSI에 비견되는 드라마라는 둥 다소 요란한 이야기를 들으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는 식의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종영한지 2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고서야 직접 보니, 왜 진작 보지 않았나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었다. ^^;;  기대치를 땅바닥에 내던진 채 봐서 더 괜찮게 봤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멜로로 귀결되는 우리나라 방송계에서 드물게 마주치게 된 잘 만든 장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20대에 이미 의학 박사라는 타이틀 가진 천재지만, 깨방정에 촉새 같은 성격의 한진우 선생(류덕환).

군수사관 출신으로, 신중한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불의는 못 참는 강경희 형사(윤주희).

 

  어떤 네티즌들은 '신의 퀴즈'(이하 '신퀴' 라고 하겠음.) 를 미국의 범죄수사 드라마 CSI와 비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드라마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드라마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두 드라마 모두 의학을 비롯한 과학기술로 범죄현장의 온갖 단서를 조사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장르 드라마다.  그러나 CSI가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한데 비해, 신퀴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더 비중을 둔다.(단, 시즌1이 그렇다는 것이고, 시즌2와 시즌3를 거치면서 점점 사건 중심으로 변하게 됨.)

  즉, 신퀴 시즌1은 CSI만큼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멋지게 범죄수사를 하는 광경을 보여주지는 못 한다.  그래서 CSI 수준의 화려한 영상과 정교한 기술을 기대하고 본다면, 십중팔구 실망하게 될 것이다.  대신,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비중이 더 높다.  그래서 배우들의 열연이 기계와 화려함에 파묻혀버리는 느낌이 CSI 보다 훨씬 덜 하고, 배우들의 개성이나 연기력을 찬찬히 음미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크다.  

 

  그리고 역시 미국 드라마인 '로 앤 오더 : SVU' 나 '엑스파일' 와 비슷한 면도 있다.

  멜로물, 학원물, 코미디물 등에서야 남녀 주인공끼리 사랑하고 헤어지고 하는 내용이 좀 과하게 나와도 별 문제가 없지만, 수사물이니 의학물이니 하는 특수 분야를 다루는 장르 드라마에서는 멜로가 양념 수준으로만 나와야 한다.  까딱 잘못 해서 주재료보다 양념이 더 많어지면, 원래의 맛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요리가 되어 버린다. (마치, 곰국에 간 맞춘답시고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서, 나중에는 소금국 비슷하게 변해버리는...-.-;;)

  그런 점에서 '로 앤 오더 : SVU' 나 '엑스파일' 은 남녀 파트너간에 흐르는 묘한 감정을 드라마 전체의 줄기에 적절히 잘 배합한 수작이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성간의 애정보다는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때때로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살짝 느끼게 된다.  또한 두 드라마 모두 남녀 파트너가 정반대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지녔는데, 그런 점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 보다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런데 이 두 미드처럼, 신퀴 속 남녀 파트너의 관계도 신퀴의 장르 드라마로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간간히 보여주는 은근한 밀땅이 시청자들에게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된다.

 

  신퀴의 남녀 주인공(다만 신퀴에서는 남주인공의 비중이 더 높아서, 보기에 따라서는 류덕환 원톱의 드라마로 볼 수도 있음.)은, 위의 두 미드 속 주인공들처럼 공식적인 파트너는 아니다.

  다만, 업무상 같이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잦은 '사실상의 파트너' 다.  그리고 남자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지만, 철부지 같은 말이나 행동을 일삼기 일쑤인데다가, 잔머리 대마왕이며 건방짐도 철철 넘치는 인물이다.  그에 비해 여자는 책임감 높은 원리원칙주의자인데, 행동거지는 로보트처럼 딱딱하고 수 틀리면 주먹이 먼저 나간다.  이런 두 사람의 첫만남은 당연히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서로에게서 따뜻한 인간애를 발견하고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1회 '드라큘라의 비극' 중의 한진우.

(저 화강암 비슷한 옷은 대체 어디서 파는거냐? 나처럼 패션에 무심한 사람 눈에도 팍 꽂히네! @.@)

 

  시즌1의 1회 '드라큘라의 비극' 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지만, 어차피 첫회니까 여러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 설정을 알아보는 데에 의의를 두고 봤다. ^^ 

  한진우는 겨우 20대에 대학병원에서 잘 나가는 신경외과 전문의 겸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불가피한 사정으로(이 불가피한 사정은 신퀴의 두 가지 축 중 한 축을 이루는 소재가 됨.) 은사가 일하는 법의관 사무소의 부검의로 옮기게 된다.

  10살에 카이스트에 입학해서 로봇공학을 전공했고 그 후에 다시 의대에 진학했을 정도의 천재이기는 한데, 성격은 완전 오도방정이고 말투에서는 예의나 신중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한진우가, 군수사관 출신답게 절도와 예의와 원칙이 몸에 밴 강경희와 처음부터 잘 맞을 리가 없다. (강경희는 북한사람을 연상케 하는 억양이 조금 섞인 '~했습니다, ~했습니까' 체를 쓰는, 정말 군인이나 경찰이 될 운명으로 태어난 것 같은 캐릭터임. ^^)

 

- 1회 '드라큘라의 비극' 중에서 -

 

(함께 차를 타고 사건현장으로 가면서)

강경희 : 장난스런 태도, 지양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진우 : 에이~~ 장난이라니요~~ 내가 원래 생겨먹기를 이렇게 생겨먹어서 그런데요.

강경희 : 그럼 성격개조 한번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한진우 : 아, 내 성격이 무슨 쌍꺼풀이에요? 그렇게 쉽게 고쳐지게?

강경희 : 원래 성격이 그렇게 자주 변하십니까?

한진우 : 내가 원래 좀 그래요. 성격이 원래 다이나믹해가지고.

강경희 : 그걸 조울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빈정거리는 말조차, 매우 절도있게 하는... ^^;;)

한진우 : 땡~! 조울증은 보통 환각, 망상, 수면부족, 사고의 비약을 동반하는데, 나는 해당사항이 전~~혀 없거든요. 고로 난, 그냥 단순하게 오락가락 하는 놈이에요. (과연, 천재답게, 자신이 오락가락 한다는 것은 잘 파악하고 있음. -.-;;)

강경희 : 남의 기분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데로 하는 그런 병은 없습니까?

한진우 : 아~~ 어디 보자~~ 아, 있어요, 있어.

강경희 : 병명이 뭡니까?

한진우 : 지랄옘병! 하하하하, 지랄옘병이래~~~ (<-- 자기가 말해놓고서, 자기 혼자 좋아서 죽으려고 하는... -0-;;)

 

 

남녀 주인공이 1회와 2회에서 번갈아가며, 전사 분위기 뿜어내는 옷차림 한번씩 보여줌.

(아마도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 장면이 아닐런지...? ^^)

 

  1회와 2회의 끝부분에서 한진우와 장규태(한진우의 은사 겸 정신적 멘토 겸 직장상사)가 차 한잔 하면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주제와 방향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매 회차별로 희귀병에 얽힌 사건을 해결하며, 그 과정을 통해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현대인의 삶을 짚어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드라마 전체(시즌1을 지나서 그 후까지)를 관통하는 내용으로, 광기 어린 한 과학자에게서 비롯되어 거대 제약사와 국가기관까지 얽히게 된, 한진우가 남들에게 숨기고 있는 정체불명의 병에 관한 음모다.

  얼핏 생각하기에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두 종류의 줄거리는, 결국 하나의 주제에서 교차점을 이루게 된다.  그 주제는 '현대의 인간들이 자신들이 이룬 엄청난 발전에 오만해진 나머지, 감히 신의 섭리와 자연의 질서에 도전하려 든다' 는 것이다.  

 

 

- 1회 '드라큘라의 비극' 중에서 -

 

한진우 : (처음에는 싫다고 했던 부검의 일을 왜 계속 하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뭐랄까, 살면서 처음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교재를 만난 기분이에요. 첫장을 넘기기조차 힘들고, 넘겨도 읽기조차 힘든... 도대체 그 안에 뭐가 있길래 그러나, 알고 싶어졌어요.

장규태 : 무슨 뜻인지 알겠다. 사건들을 통해 네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들은, 신의 퀴즈와 같아. 오만한 인간들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신이 낸 퀴즈지.

 

 

- 2회 '잃어버린 아이돌의 도시' 중에서 -

 

(어리고 재능있는 아이돌 가수를, 매니지먼트사 사장이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고 무리하게 몰아붙여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해서)
장규태 : 동물들은 절대 필요 이상의 것들을 취하지는 않잖냐? 그게 법칙이야.

한진우 : 그런데 인간들은 어린 새끼들 먹이까지 다 뺏어먹네요.

장규태 : 그래서 인간들이 자연을 거스르는 유일한 변종이지. 진화하면 할수록.

 

 

3회 '어쌔씬' 중의 한진우. (1회의 화강암 옷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옷이 이 줄무늬 옷임.)

 

  인터넷을 뒤져보니, 한진우 역할 맡은 류덕환의 패션감각에 대해 칭찬하는 글이 제법 많았다.

  패션감각이라는 게,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옷 열심히 사들여서 걸치는 노력(?)이 아니라, 자기 몸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감추는 센스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류덕환은 정말 패션감각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상에, 작은 체격을 커버해주는 차림새의 교본(?)으로 류덕환의 옷차림을 드는 글까지 있을 정도니 말이다. 

 

  나는 '모름지기 옷이란, 그저 자기 몸에 적당히 맞으면서 가격 저렴하면 장땡이라네~~'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내 옷에도 남의 옷에도 별로 신경 안 쓴다. (덕분에 '새로 산 옷이야? 잘 어울리네.' 라고 내딴에는 칭찬했다가, '이거 몇 년 된 옷이잖아! 너 내 친구 맞냐?' 라는 친구의 원망 들은 게 한두번이 아님. -.-;;)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신퀴 속 한진우의 옷은 눈에 쏙쏙 들어왔다.  1회에서 입고 나온 화강암 비슷한 무늬의 옷이 제일 마음에 들고, 3회 속 줄무늬 옷에도 눈이 간다.  어디서 판매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사다가 입고 싶은 심정이다. (이에 대해, 한 친구가 '그 화강암 옷은 좀 부해 보이는 스타일이라, 류덕환 같은 날씬한 사람에게나 어울리지, 너 같이 덩치 있는 사람이 입으면 더 뚱뚱해 보인다' 라고 했음. ㅠ.ㅠ)

 

 

4회 '신이 내린 딸' 속에 나온, 위아래 채도가 다른 옷. 그리고 류덕환 스타일 중 빠뜨릴 수 없는 넥워머.

(오른쪽의 찡그린 얼굴 정말 귀여움. ^^)

 

  신퀴 속 류덕환의 옷차림은 모두 캐주얼한 것들이다.

  같은 캐주얼 옷이라도, 내가 입으면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잡이로 입었다는 느낌인데, 류덕환이 입으니까 센스가 흘러넘치는 옷차림이 된다. ㅠ.ㅠ  누가 인터넷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류덕환만큼만 코디 할 줄 아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써놓았던데, 나는 이런 뛰어난 패션감각 있는 남자친구 있으면 오히려 짜증만 잔뜩 날 것 같다.  나의 패션감각과 너무 비교되니까... -.-;;

 

 

한진우 선생이 외근 나갈 때 반드시 등에 메고 다니는 가방.

 

  그러고보니, 1회와 2회에서는 크로스백도 메고 나왔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계속 백팩을 메고 나온다.

  항상 좀 무거워 보이게 밑으로 늘어져있기에, 가방 속에 대단한 물건(사건해결에 필요한 물건 또는 응급처치에 필요한 약품이나 도구)을 넣어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뭔가 긴급한 상황 속에서 가방 속에서 그런 것들을 꺼내는 장면이 나올거라 예상을 했다.  그런데 시즌1과 시즌2를 다 보도록, 저 가방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우산 하나 뿐이다. -.-;;  밑으로 축 늘어져있는 것은, 그 안에 무거운 것이 들어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멋내기용이었나 보다.  

 

 

 

 

  이런 사람에게 이 드라마를 강추한다!

 

  류덕환이란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 배우의 배역이 어떻든간에 그 배우의 연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 장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언어유희를 즐기는 사람,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관계 등 한국 드라마 단골 소재에 지친 사람, 노골적인 멜로보다는 은근하게 깔리는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이 드라마를 비추한다!

 

  CSI 같이 현란하고 감각적이며 자극적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드라마를 볼 때 멜로적인 요소를 가장 중요시 하는 사람, 범죄수사물을 볼 때 모든 사항이 논리적으로 딱딱 아귀가 들어맞게 풀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류덕환의 발견(1) - 신의(http://blog.daum.net/jha7791/15790933

류덕환의 발견(2) - 아들(http://blog.daum.net/jha7791/15790931)
류덕환의 발견(3) - 복숭아나무(http://blog.daum.net/jha7791/15790936)

류덕환의 발견(4) - the story of MAN & WOMAN(http://blog.daum.net/jha7791/15790976)
류덕환의 발견(6) - 신의 퀴즈 시즌1 中 4회 '신이 내린 딸'(
http://blog.daum.net/jha7791/15790979)
류덕환의 발견(7) - 신의 퀴즈 시즌1 中 한강커플(
http://blog.daum.net/jha7791/15790980)
류덕환의 발견(8) - 연극 '웃음의 대학'(
http://blog.daum.net/jha7791/15791044)

류덕환의 발견(9) - 연극 '에쿠우스'(http://blog.daum.net/jha7791/1579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