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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자 관련 기사에 대한 중국 네티즌 반응

Lesley 2012. 12. 28. 00:02

 

  작년 12월 19일에 치러진 우리나라 대선 결과가 다른 나라에도 보도가 되었다.

  그 중 중국에 보도된 박근혜 당선자 관련 기사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은 것을 보고, 바로 옆나라의 일이라 관심이 많나 보다 하고 여겼다.  그 많은 댓글이 '한국의 새 대통령 될 사람은 이러이러한 점에서 중국에 유리할(또는 불리할) 것이다' 라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평이나 한중 외교에 관련된 의견을 담은 댓글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보다는 주한 중국대사가 박근혜 당선자를 예방한 자리에서 외교적 수식어 동원해가며 한 덕담에 대해 설왕설래하며 난리가 났다. -.-;;

 

 

  원래 외교라는 것이, 적당한 립서비스를 동반하는 법이다.

  어떤 나라든간에, 다른 나라의 차기 집권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우리는 너 같은 사람은 정말 싫어!' 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은 '네가 훌륭히 국정을 수행할거라 믿어.  그리고 우리나라하고도 잘 지내보자~' 하고 적당한 아첨 섞인 인삿말을 건네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자국의 외교관이나 외교정책에 대해 일반인들의 불만이 굉장한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주한 중국대사가 박근혜 당선자를 예방한 자리에서 "박근혜 당선자는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중국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한중 관계 발전에 오랫 동안 힘을 쏟은, '중국 인민의 오래된 친구' 다." 라고 말한 것이 보도되면서, 부정적인 댓글이 주르르 쏟아졌다. 

 

 

 

굵은 글씨는 찬성수 높은 숫자순으로 정리한 중국 네티즌의 댓글이고, '▣' 표를 붙인 것은 내가 쓴 설명 또는 의견임. 

 

 

1. 전형적인 아첨이네!  집권하지 아직 3일도 안 됐는데 '오래된 친구'라니, 너무 경솔하잖아!  그녀(박근혜)가 어느 나라 인민의 오래된 친구라는건지, 어디 '원방' 한테 가서 물어봐!  (찬성 1070)

 

▣ 이 기사는 한국 대선 하루 이틀 후에 중국 포털에 올라왔던 기사이기 때문에, '집권한지 아직 3일도 안 됐다' 라는 말이 나온 것임.  그리고 중국이 우리처럼 국가 원수를 선거로 뽑는 국가가 아니어서, 선거에 승리하면 당장 집권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듯함.

 

 원방(元芳)은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명탐정 적인걸(神探狄仁杰)' 에 나오는 인물로, 주인공 적인걸의 부하라고 함.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홈즈의 친구이자 조력자인 '왓슨' 과 비슷한 캐릭터인지, 적인걸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시로  "元芳,你怎么看( 원방, 네가 보기에는 어때?)" 라고 묻는다고 함.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 사이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거나 황당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 '원방한테 가서 물어봐' 라고 말하는 게 크게 유행했다고 함.

 

 

 

2.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최초의 외국 원수로군.  (찬성 472)

 

 박근혜 당선자가 전에 중국 방문했을 때 독학으로 익힌 중국어로 몇몇 중국 정치인들과 인사를 나눈 일로, 중국어 할 줄 안다는 것이 알려졌음.

  하지만 '중국어 할 줄 아는 최초의 외국 원수' 라는 내용은 잘못된 것임.  몇 년 전 호주 수상을 지낸 러드의 중국어 실력이 굉장해서, 통역없이 정치문제에 대해 중국어로 토론이 가능할 정도라는게  중국에도 여러번 크게 보도되었음.  그런데 이 댓글에 어째서 이리 많은 찬성수가 나온건지 알 수 없음. -.-;;

 

 

3. 전부 조작한거야.  외교부는 무엇도 꿰뚫어보지 못 하잖아.  (찬성 282)

 

 

4. 이게 바로 소위 중국 외교의 상투적인 기술이라는거지.  애매한 상황 앞에서는, 먼저 연줄을 만들어 친근하게 다가서는거야.  그 후에 계속해서 구슬리며 호감을 얻지.  일단 구슬릴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거야.  (찬성 55)

 

 이 댓글의 속뜻이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듦. ^^;;

 

 

5. 하하...  베트남이나 알바니아 모두 일찌기 중국의 오래된 친구였고, 일본은 아주 가까운 이웃이기까지 하잖아.  하하...  어쩌면 그렇게 유치하냐? 외교관은 모두 중국문공단(중국의 연예계 관련 단체)에서 키워내는거냐?  (찬성 47)

 

 베트남, 알바니아, 일본 모두 꽤 오래전부터 중국과 이런저런 분쟁을 겪은 나라임.

 

 

6. 중국은 수많은 오래된 친구와 모두 끝이 좋지 않았어. 지금 저 사람(박근혜 당선자)을 저주하는거야?  (찬성 36)

 

 외교적 수식어로 '중국의 오래된 친구'라고 칭했던 나라들과 줄줄이 분쟁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 빗대어,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를 오래된 친구라도 하는 것 보니 조만간 한국과도 분쟁 겪게 될 것 같다는 야유로 보임.

 

 

7. 낚였어!  '중국 인민의 오래된 친구'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결말이 어땠는지 보면, 금새 알 수 있지.  (찬성 29)

 

 

8. 가련한 중국인은 자신의 행복과 희망을 언제나 남에게 의탁하는구나!  그들과 우리가 무슨 상관인데?  오바마가 집권했을 때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  나는 진작부터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일 뿐 우리하고는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동지들, 제대로 기억해!  우리의 운명은 스스로 지배해야 하는거야.  그들은 당연히 자기들의 이익을 위할 뿐, 우리와 상관없어!  (찬성 25)

 

 

 

9. 천박하기는...  아직도 오래된 친구 타령이냐?  어려운 상황에서도 챙겨주는 사람이 바로 오래된 친구다.  적인지 친구인지 지금 어떻게 알겠어?  그저 아첨일 뿐이야, 정말 천박한 표현이다.  (찬성 24)

 

 

10. 일방적인 희망사항일 뿐이야, 저쪽에서는 아직 중국을 친구로 원하지 않아. 어쩌면 시시때때로 우리 발목을 잡아서 희생물로 삼을 생각인지도 모르지.  (찬성 19)

 

 

11. 한국 인민의 선택은 옳다!  저런 사람을 뽑아야 해!  가정도 없고,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고, 재산도 없는...!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국가와 인민 뿐이잖아!  축하해, 박근혜!  축하해, 한국 인민들!  (찬성 18)

 

 다른 부분은 그렇다 치고, 재산이 없다니...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

 

 

12. 혼자서 김칫국 마시고 있네, 낯 간지럽다.  전에 오바마가 집권할 때를 생각해봐.  국내 매체들이 얼마나 선정적으로 보도했는지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다 창피할 지경이야.  (찬성 17)

 

 

13. 나는 중국 인민이야, 하지만 그녀는 내 친구가 아니지. 외교부가 왜 또 중국 인민 전체를 대표하려는거야?  (찬성 16)

 

 

14. 지난 몇 년 사이 우리의 오래된 친구가 점점 많아졌지.  일본놈, 필리핀놈, 베트남놈, 인도놈 모두를 오래된 친구라고 부르고 있어.  정작 그들은 우리를 별거 아닌 걸로 여기며,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거나 아예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 말이야.  어째서 항상 우리만 호들갑 떨고 남한테는 푸대접 받는거지?  배알도 없어.  그러니까 유럽인과 미국인이 일본과 한국은 존중하고, 우리는 깔보는거야.  정신 좀 차리자.  (찬성 10)

 


15. 중국 인민의 오래된 친구란 무라바크, 후세인, 카다피 등이지.  무바라크는 감옥에 갔고, 후세인은 목매달려 죽었고, 카다피는 무차별 총격 받아 죽었어. 박 여사, 당신 이 오래된 친구라는 호칭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  (찬성 9)

 

 유명한 독재정권과 친밀한 관계 유지했던 자기 나라에 대해서도, 자기 나라 외교관에게 립서비스 받은 박근혜 당선자에 대해서도, 상당히 고차원적으로 야유하는 댓글임.  

 

 그리고 '여사' 라는 칭호는 한국어에서와는 달리 중국어에서는 미혼과 기혼을 따지지 않고 여자에게 붙이는 존칭이며, 행정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발행하는 각종 공문서에 수시로 쓰임.

 

 
16.  전에 오바마 또한 중국의 오래된 친구라고 했어.  하지만 반년 후에 전함을 남해(남중국해)로 보내서 말썽을 일으켰잖아.  현재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또한 중국의 오래된 친구라고 하니, 머지않아 황해에서 중국어민들을 체포하겠군.  아직도 친구 타령이냐, 지금의 국제사회에서는 오직 이익이 있을 뿐이지 친구는 없어.  (찬성 8)

 

 

 


17.  맹목적으로 친하게 지내려 하지마!  저 나라 대통령은 저 나라 인민들이 뽑았으니, (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하든 당연히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이겠지.  같이 있기만 하면 친구냐?  중국인은 어리석어!  (찬성 8)

 

 

18. 또 중국 인민의 오래된 친구냐, 정말 할 말이 없다. 허풍 좀 그만 떨어. 전부 중국의 오래된 친구라더니, 결국에는 어떤 오래된 친구도 전부 우리랑 사이가 틀어졌잖아. 베트남은 오래된 친구 아니었나? 알바니아는 오래된 친구 아니었어? 캄보디아는 오래된 친구 아니야? 인도네시아는? 그 나쁜 놈들은 잘 되든 못 되든, 결국에는 태도를 바꿔 중국인을 죽였다고... 친구는 숫자로 따지는게 아니라, 진심만 있으면 되는거야. 미국은 친구가 별로 없지만 대신 영국이 확실한 친구여서, 다른 나라들이 함부로 못하는거야. 내가 보기에, 실력이 있고 힘이 있는 나라를 오래된 친구로 둬야 해, 그럼 좋잖아?  (찬성 7)

 

 이 네티즌의 주장은 앞부분은 그럴 듯한데, 뒷부분이 좀 이상한...  미국과 영국의 관계에 대해서 뭔가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