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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차(茶)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Lesley 2013. 2. 3. 00:07

 

  지난해 하얼빈 일당 M과 안부문자 주고받다가, 중국에서 귀국할 때 사온 차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에서 사가지고 온 차는 다 떨어진지 한참 되었고, 그 후 지인이 베이징에서 사다준 차로 버텼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바닥이 보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내던 때부터 몇 년 동안 잎차에 입맛 들였더니, 이제는 티백으로 된 차는 밍밍한 느낌이라 마시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한국에서 중국차를 사려하니 참 난감했다.  검증된 곳에서 사자니 현지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싸서 못 사먹겠고,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사자니 영세업자 통해서 들어온 차가 많을 게 뻔해서 그 품질을 못 믿겠고... 

 

  그런데 뜻밖에도, M에게는 중국에서 가져온 차가 아직 몇 통이나 남아있다고 했다.

  M이 나보다 훨씬 먼저 귀국했는데, 어떻게 아직도 차가 남아있나 의아했다.  알고보니, 계속 중국차만 마시려니 질려서 중간에 허브티 같은 다른 것을 마시기도 했고, 또 애초에 차를 너무 많이 사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은 차가 이미 유통기한인 2년을 지나버려서, 이제는 처치 곤란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차피 안 마시고 버릴거라면 나에게 넘기라고 했다...! ^^;;

  유통기한 지난지 반 년은 된 것인데 괜찮냐고 걱정하는 M에게 "전에 유통기한 한 달 지난 콘플레이크가 생겨서 일주일 내내 먹어본 적 있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 하고 큰소리 탕탕 쳤다. (아마도 내 위장은 특수합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 -.-;;) 

  내 생각에는, 어차피 차라는 것이 다른 식품과 다르게 바짝 말린 상태로 판매해서 미생물이 번식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M이 차를 '천복명차(天福茗茶)' 에서 샀는데, 거기에서 파는 차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밀봉포장을 꼼꼼히 한다.  그래서 유통기한에서 반년 정도 지난 차라도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천복명차(天福茗茶)에 대해 설명하자면...

 

  중국에 대해 거의 모르면서 중국으로 며칠짜리 여행(특히 여행사 통한 단체여행) 떠나는 이들의 경우, 가이드가 이끄는 차 판매점에 가서 차를 산다.

  하지만 학업차 또는 사업차 중국에서 장기간 머물러서 중국 사정을 좀 아는 사람의 경우, 보통 이 천복명차라는 체인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천복명차는 대만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차 전문회사의 체인점인데, 중국 본토에서도 수백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여기에서 파는 차 가격은, 개인이 운영하는 차 판매점의 가격에 비해 제법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한국인들이 여기에서 차를 사는 이유는, 바로 품질 문제 때문이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에서는 식품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누구나 항상 먹는 야채나 과일이야 겉모습만 살펴봐도 어떤 상태인지 대강이라도 알 수 있지만, 차 같은 기호식품은 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높은 안목 가진 사람 아닌 다음에야 그 품질이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 관리 우수하다고 중국인 사이에서도 인정받은 천복명차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M에게 분양받은 유통기한 넘긴 차 삼총사...! ^^ 

 

M에게 받은 차 삼총사.  왼쪽부터 우롱차(오룡차), 티에관인(철관음), 롱징차(용정차)

 

  왼쪽이 청차(靑茶)를 대표하는 우롱차(烏龍茶, 오룡차)다.

  한국에서는 보통 차하면 녹차와 홍차를 떠올리기 때문에, 청차라고 하면 어리둥절해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녹차만큼은 아니어도 많이 보급된 차다.  M에게 받은 차 중, 이미 다 마셔버린 차가 바로 이 우롱차다. ^^

  이름이 우롱차인 이유는, 차의 색깔이 까마귀(烏)처럼 검은데다가 모양은 용(龍)처럼 구부러져서 그렇다고 한다.  내가 마시는 우롱차를 보면 분명히 까마귀처럼 검은 것도 사실이고, 다른 찻잎과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돌돌 말릴만큼 구부러진 것도 사실인데, 구부러진 모양이 용과 같은지는 잘 모르겠다. ^^;;

 

  가운데 것은 우롱차 중에서 가장 유명한 티에관인(鐵觀音, 철관음)이다.

  철관음 역시 내가 중국과 한국에서 한동안 마셨던 차다.  철관음의 찻잎은 다른 찻잎에 비해 상당히 빳빳한 편인데, 이 차의 이름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전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옛날 어떤 효심 깊은 농부가 오랫동안 병환에 시달리는 어머니 일로 걱정하던 중에, 꿈 속에서 관음보살을 만났다.  관음보살이 '어디로 가면 이러이러하게 생긴 나무가 있을테니, 그 나뭇잎을 달여서 어머니에게 자주 먹여라.' 고 해서, 그대로 했더니 어머니가 건강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 찻잎이 다른 찻잎에 비해 뻣뻣한 것이 철과 같다고 해서 '티에(鐵 : 철)' 를 붙이고, 관음보살의 현몽으로 이 차를 발견했다는데서 '관인(觀音, 관음)' 을 붙여서, 티에관인(철관음)이라 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둘째, 찻잎의 모양이 관음보살과 비슷하고 찻잎의 무게가 다른 차에 비해 무거워서 철과 같다고 하여, 청나라 건룡제(乾隆帝)가 그런 이름을 하사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눈에는 이 찻잎 어디가 관음보살처럼 생겼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관음보살이라기 보다는,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단풍 모양 비슷하게 생겼는데...  내 눈이 이상한 것인가, 중국인들의 상상력이 풍부한 것인가... ^^

 

  오른쪽은 녹차 중 유명한 롱징차(龍井茶, 용정차)다.

  M에게 받은 차 중 현재 마시고 있는 것이 이 롱징차다.  사진에서 보듯이 다른 것보다 양이 두 배나 많아서, 다 마시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용정(龍井)이란 지명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와 박경리의 '토지' 때문에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 용정차를 그 용정에서 나는 차로 아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용정차와 용정은 한자가 같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  용정차는 상하이 근처 항저우(杭州, 항주)의 특산물이다.

 

 

 

  이왕 차에 대해서 쓰는 김에, 차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 간단히 덧붙이자면...

 

  녹차, 홍차, 청차의 차 종자가 완전히 다른 것인 줄 아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즉, 녹차나무에서 잎을 따면 그게 녹차고, 홍차나무에서 잎을 따면 그게 홍차고...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같은 차나무일 뿐, 녹차나무니 홍차나무니 하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 (※ 주의 : 차나무가 달랑 한 종류만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님!  다만, 차나무 종류에 따라 녹차니 홍차니 하며 차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임.)

 

  녹차니 홍차니 청차니 하는 것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자세하게 파고들자면 온갖 세세한 차이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발효했는가' 이다.

  즉, 녹차는 차의 잎을 수확해서 발효를 안 시키고 그대로 말리기만 한 것이다. (미발효차 또는 무발효차)  그리고 청차는 20~70% 정도만 발효시킨 것이다. (반발효차)  또한 홍차는 80% 이상 발표시킨 것이다. (완전발효차)

  또한 우리에게는 생소한 흑차(黑茶)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발효정도는 홍차와 같은 수준인데, 제조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발효가 된다는 점이 홍차와 다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용으로 각광받았던 푸얼차(普洱茶, 보이차)가 흑차에 속한다. 

  그리고 백차(白茶)와 황차(黃茶)도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아주 조금만 발효시킨 차라고 한다.  다만, 생산량이 워낙 소량이어서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차는 아니라고 한다.   

 

 

  하여튼...!

  나는 지금 유통기한이 반년은 지난 차를 열심히 마시는 중이고, 다행히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