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류덕환의 발견(3) - 복숭아나무

Lesley 2012. 11. 6. 00:02

 

  이번 포스트는 영화 감상문이라고 하기에, 그리고 '류덕환의 발견' 시리즈에 넣기에, 좀 어폐가 있다.

  이 포스트 중 영화에 대한 감상과 류덕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나오는데, 사실 그보다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 한 특이한(!) 경험담에 더 방점을 찍은 글이어서 말이다. ^^;; 

 

 

영화 속에서 쌍둥이로 나오는 조승우(상현 역)과 류덕환(동현 역)은 실제로도 닮았다는 생각이 듦. ^^

 

 

  망설이다가 본 영화, 복숭아나무

 

  지난 달에 신의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류덕환에 푹 빠져버린 나...

  마침 지난 달 말일에 류덕환이 출연한 영화 '복숭아나무' 가 개봉한다고 해서, 몇 주 전부터 개봉일에 맞춰서 보러 가겠노라 벼르고 별렀다.  하지만 시사회 참여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평을 보니,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았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엉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탤런트 출신인 구혜선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영화 보기가 꺼려진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제법 있었고...  그래서 이 영화를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봐야 하는지 망설이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은 개봉일 첫회 상영분을 보고야 말았다...!

 

  일단, 최근에 내가 익사(!)할 수준으로 푹 빠져버린 류덕환은 물론이고, 공동주연인 조승우도 연기력이 훌륭한 배우가 아닌가...

  설사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이런 우수한 배우들이 출연을 결심한 영화라면 최소한 '내가 이 영화를 왜 봤을까? 돈도 시간도 다 버렸네...' 하는 식의 한탄을 하게 되는 일은 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신의라는 드라마도 류덕환이란 배우의 연기에 반해서 꿋꿋이 종영까지 버티며 봤지, 그 드라마 자체가 작품성 높다든지 재미있다든지 해서 본 것은 아니지 않는가... ^^

 

  또한, 나는 구혜선 감독에 대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특별한 감정이 없는데, 구혜선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 해서 남들처럼 꺼리는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구혜선에 대해서 뭘 알아야 좋네 싫네 말하는건데, 나는 구혜선이 감독으로서 만든 영화든 탤런트로서 출연한 드라마든 본 것이 없다. ^^;;  그렇게 이 감독에 대해 백지장 같은 상태로 영화를 본다면, 영화 속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단점도 있겠지만, 동시에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떤 선입견도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 않겠는가... 

 

 

 

  개봉일 첫회 관객은 나 포함해서 딱 두 명...!

 

  그런데 이 영화를 봤던 일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잊지 못 할 것 같다.

  여기서 주의할 점...!  '영화' 를 잊지 못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봤던 일' 을 잊지 못 한다는 것이다.  왜냐...  개봉일 1회(조조)에 나 혼자 가서 봤는데, 300명은 족히 앉을 법한 상영관 안에 관객이라고는 나 포함해서 딱 두 명이었기 때문이다. -.-;;

  물론 평일인데다가 아침이기까지 했으니 관객이 많이 드는 시간이 아니기도 하고, 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워낙 적어서 관심있는 사람이라도 관람하기 편리한 환경이 아니기도 했다. (영화관 넘치는 서울에서조차 딱 여덟 군데에서만 상영해서, 평소에는 이용하지 않는 동대문에 있는 영화관까지 일부러 가야 했음.)  하지만 그래도 딱 두 명이 웬 말이냐... ㅠ.ㅠ 

 

  어떤 사람들은 영화관에 혼자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지만, 나는 가끔 혼자 간다.

  내 주위 사람들이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는 영화를 꼭 보고 싶은 때라든지, 어쩌다보니 사람들과 시간이 맞지 않는 때라든지, 혹은 예정에 없이 충동적으로 영화를 보게 된 때라든지...  그리고 그렇게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경우 사람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인 경우가 많아서, 혼자 갈 때는 언제나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한적해도 최소한 열댓명의 관객들과 함께 봤지, 달랑 두 명이서 영화 보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상영시간 10분 전에 상영관에 들어가서 관객이 나 혼자라는데 당황해하다가, 3분전에 밖으로 나갔을까...  

  혹시 내가 상영관 번호를 착각해서, 엉뚱한 상영관(이른 시간이라 아직 영화 상영 계획이 없는 상영관)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  지나가는 영화관 직원 붙잡고 내가 착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시 들어갔더니, 스크린에서 광고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그 광고는 마치 나에게 '여기서 정말로 영화를 상영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 것만 같았다. ^^;; 

 

  그렇게 '나 혼자서 영화관 전세낸 꼴로 보게 생겼구나.' 하고 있는데, 광고가 다 끝나갈 무렵에야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나홀로 관람의 꿈(?)이 깨졌다.

  복숭아나무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영화였는데, 중간에 잠깐 스릴러물 수준으로 긴장감 고조되는 부분이 있었다. (여주인공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닫힌 문을 향해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다가갈 때...)  그 장면에서는 그렇잖아도 긴장이 되며 겁이 나는데, 범상치 않은 모양새의 아저씨와 단둘이서 보려니 무슨 공포영화 보는 기분이었다. (50대로 보이는 그 아저씨 관객은 반백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길러서 엉성하게 쪽(!)을 지고, 청바지 위에 낡은 트렌치 코트를 걸친 채 낡은 운동화를 신고 계셨음. 김기덕 감독 또는 이외수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면 얼추 비슷함. ^^;;) 

 

  나중에 류덕환 관련한 글 올라온 어떤 블로그에서 어떤 사람이 써놓은 댓글을 봤다.

  그 사람도 나처럼 개봉 첫날 1회분을 봤는데, 거기는 또 어떤 영화관인지 다른 관객이 아예 없어서 그 사람 혼자서 영화를 봤다고 한다. -0-;;  

 

 

 

 

  괜찮은 구석도 있는데, 그냥 묻히는 듯해서 안타까운 영화 

 

  아직 개봉 초기여서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지만, 개봉일 상황으로 보건데 이 영화가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아서 참 아쉽다.

  물론 이 영화가 눈물 펑펑 쏟게되거나 영화 끝나고서 한 동안 가슴 먹먹해질 정도로 대단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엄청난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달랑 한두 명의 관객만 찾을만큼 아주 형편없는 영화도 아니다.

  파스텔톤 비슷하게 예쁘면서도 잔잔한 영상,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정도로 목소리 좋은 조승우가 부르는 삽입곡, 한 편의 동화 같은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류덕환과 조승우 두 남자 주인공의 섬세한 연기력이 좋았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 남상미의 연기는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좀 튄다는 느낌이... ^^;;)

  개인적으로는, 어찌되었거나 영화관에 가서 감상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복숭아나무가 이렇게 파리 날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 감독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구혜선이란 배우 겸 감독을 거의 모르다싶이 하는 나로서는, 왜 그렇게 안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이 있다.  또 먼저번 '광해, 왕이 된 남자' 의 상영관 싹쓸이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수면 위에 떠올랐던 우리 영화계의 고질병, 즉 몇몇 큰 제작사나 배급사가 뒷받침해주는 영화 아니면 상영관을 잡기 힘든 현실도 있을테고... (다시 한 번 쓰지만, 우리나라에서 영화관 제일 많은 서울에서조차 겨우 8개의 영화관에서만 이 영화를 상영함.)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영화

 

  하지만 그런 영화 외적인 이유 말고도,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몇 장면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편집 과정에서 좀 과하게 쳐낸 것인지, 아니면 시나리오가 원래 그런 것인지, 전체적인 짜임새가 듬성듬성 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일단, 남자 주인공들이 쌍둥이, 그것도 샴쌍둥이라는 아주 특수한 상황으로 설정된 이유가 불명확하다.

  주인공들이 샴쌍둥이라는 상황, 더구나 한쪽이 없어지기만 한다면 나머지 한쪽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상황의 샴쌍둥이라면, 형제간의 갈등이 극대화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영화상에서는, 형제가 서로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좀 애매하게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형제간 심적 갈등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이유가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형제간 심적 갈등을 나타내는 장면이 너무 적었다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표현된 수준의 갈등이라면, 굳이 주인공들을 샴쌍둥이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이 영화에 대해서 장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형편없는 영화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던데, 그 사람들 역시 이 영화 주인공들이 샴쌍둥로 나오는 이유가 도무지 납득이 안 되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또, 동생 동현(류덕환)이 동화를 쓰고 싶어한 이유가 형 상현(조승우)이 동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라는데,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동현이 평범한 인생을 사는데 걸림돌이 되는 형에 대해서 증오심과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형을 위해 동화를 쓰려 했을 정도로 형을 생각했다니, 그렇다면 그런 모순된 감정을 설명해줄만한 사연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영화만 봐서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단순하게 '어쨌거나 두 사람은 친형제니까, 미움 말고 애정도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기에는, 샴쌍둥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과 도무지 아귀가 맞지를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 마귀할멈(!) 같은 출판사 실장이 기자들 줄줄이 이끌고 쌍둥이네 집으로 무작정 가서 주인의 허락도 없이 집 내부와 쌍둥이 형제를 촬영했던 부분이 어색했다.

  아마 세상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심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좀 뜬금없었다.  아무리 특종에 목숨 거는 기자들이고 욕심이 얼굴 한 가득 붙은 실장이라고 해도 그렇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어마어마한 범죄자 취재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주거침입에 초상권 침해까지 아무렇지 않게 한단 말이냐...!

  앞부분에 이들의 무리수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가령, 그 실장이 쌍둥이 형제의 아버지에게 여러 번 전화를 해보지만 쌍둥이가 말없이 사라진 일로 정신없는 아버지가 전화를 대충 받고 끊어버리자, 실장은 대박 터질 것 같은 출판계약이 틀어지는 것 아닌가 해서 조급한 마음에 막무가내로 행동하게 되는 장면이라든지...  또는 실장과 기자들 스스로도 이렇게 마구잡이로 취재해도 되나 불안해하면서도, 결국에는 특종 뽑고 싶은 욕심을 떨치지 못하고 행동에 나서는 장면이라든지... . 

 

 

 

 

 

  결론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는 영화관 가서 볼 것을 권하겠다.

  원래 잔잔한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든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영상미나 배경음악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든지, 또는 류덕환이나 조승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든지... (아, 의외로 조승우보다 류덕환의 비중이 좀 더 높음.  류덕환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일 듯... ^^)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용 전개의 개연성 내지는 치밀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 관람에 대해 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

 

 

류덕환의 발견(1) - 신의(http://blog.daum.net/jha7791/15790933

류덕환의 발견(2) - 아들(http://blog.daum.net/jha7791/15790931)
류덕환의 발견(4) - the story of MAN & WOMAN(http://blog.daum.net/jha7791/15790976)
류덕환의 발견(5) - 신의 퀴즈 시즌1 대강 훑기(
http://blog.daum.net/jha7791/15790978)
류덕환의 발견(6) - 신의 퀴즈 시즌1 中 4회 '신이 내린 딸'(
http://blog.daum.net/jha7791/15790979)
류덕환의 발견(7) - 신의 퀴즈 시즌1 中 한강커플(
http://blog.daum.net/jha7791/15790980)
류덕환의 발견(8) - 연극 '웃음의 대학'(
http://blog.daum.net/jha7791/15791044)

류덕환의 발견(9) - 연극 '에쿠우스'(http://blog.daum.net/jha7791/1579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