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잡다한 이야기 - 대동아전쟁/보통화와 국어/갤럭시넥서스 업그레이드

Lesley 2012. 10. 14. 00:03

 

  요즘 블로그에 손이 잘 안 갔다.

  개인적으로 좀 울적한 일이 있기도 했고, 또 내 마음이 저 멀리 콩밭에 가있기도 하다. (문제의 그 콩밭에 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 할 예정임. ^^;;)  그러다보니 새 글을 써보려고 해도, 한 줄 쓰고서 두 줄 지우는 식으로 지지부진하다.  그렇게 쓰다가 멈추고 임시저장해 놓은 글이 벌써 몇 편인지...  무슨 대단한 논문 쓰는 것도 아니요, 엄청난 문학작품 쓰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글이라는 것은 삘이 팍 꽂혔을 때 후다닥 써야 하나 보다.  '오늘은 꼭 한 편 써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쓰려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사실 이 의무감이라는 것도 좀 웃긴 것임.  누가 나에게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글 올리라는 의무를 지운 적도 없건만, 나 혼자서 괜히 의무감 느끼는 중... -.-;;)

 

  하지만 수년간 내 곁을 충실히 지킨 블로그를 계속 굶길 수는 없는 법...!

  하나의 주제로 하나의 포스트를 배불리 먹이는 것이 곤란하다면, 여러 잡다한 주제 가지고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치... 웬지 밥맛이 없는 날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로 끼니 때우는 식으로 말이다. ^^

 

 

 

1. '대동아전쟁' 사건 후기 - 대동아전쟁과 태평양전쟁이 같은 말이라고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한국근대미술 : 꿈과 시' 의 그림 설명판 중에 '대동아전쟁' 이란 용어가 나와서, 그 용어가 잘못 되었다는 민원을 넣었다.

 

☞ 광복절에 보고 들은 어이없는 단어 '대동아전쟁' (http://blog.daum.net/jha7791/15790922)

    덕수궁미술관의 '한국근대미술 : 꿈과 시' (上) (http://blog.daum.net/jha7791/15790924)

 

  그런데 한가지 더 황당했던 것은, 이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민원 전용 게시판 또는 일반인을 위한 게시판이 없다는 점이다. -.-;;

  그 동안 이 미술관이 이런저런 민원 들어올 짓을 많이 해서 지레 겁을 먹은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인지, 하여튼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일반인이 항의를 하거나 민원을 넣을 메뉴가 없었다. (그래도 돈은 벌고 싶은지, 미술관 대여을 위한 메뉴는 따로 만들어 놓았음. -.-;;)  그래서 '국민신문고' 를 통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압력(?)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나중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이 와서 '늦었지만 시정되었으니 다행이네.' 했다. 

  그러다가 최근 시청역 근처에 나갈 일이 있었다.  마침 시간이 좀 비어서, 이왕 그리된거 시청역 바로 옆에 있는 덕수궁에 다시 들리기로 했다.  그 전시회가 무료 전시회라 세번째 관람하는 것에 부담도 없었고, 또 정말 시정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But...!!! (BGM :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시정이 안 되었다. ㅠ.ㅠ  김중현의 '무녀도' 아래 설명판에는 여전히 '대동아전쟁' 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어쭈~~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자는거야?' 하는 마음으로 설명판을 쳐다보다가, 마침 가이드가 대여섯명의 관람객들을 이끌고 오기에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가이드 왈 "태평양전쟁 어쩌구 저쩌구~~" -.-;;

  더 황당해졌다.  먼저번에는 가이드 설명에도 대동아전쟁이란 말을 썼는데, 이제는 태평양전쟁으로 바뀐 것을 보면 미술관측으로 내 민원이 아예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가이드 설명만 바뀌고 설명판의 글씨는 그대로 두는 것은 또 무엇이냐?  이게 소위 '중용을 지킨다' 는 것인지... -.-;; 

 

  가이드가 그 그림의 설명을 끝냈을 때, 짐짓 지금 막 그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질문을 해봤다.

  "조금 전에 태평양전쟁이라고 하셨는데, 여기는 대동아전쟁이라고 되어 있네요."  그러자 이 친절한 표정의 가이드는 아주 나긋나긋하게 "둘 다 같은 말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아니, 둘 다 같은 말이라니...!!! -0-;;  대동아전쟁과 태평양전쟁이 같은 말이라니, 조금 있으면 한일합방과 경술국치도 같은 말이며, 독립군이나 을사오적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게 생겼다. ㅠ.ㅠ

  내가 기가 막혀서 "같은 말이 아니죠." 했더니, 가이드는 더 이상 대꾸 안 하고 어색한 미소 날리며 다른 관람객 몰고 얼른 다음 그림으로 가버렸다. (어쩌면 그 가이드는 속으로 '별 거지 같은 게 괜히 시비걸고 있네~~' 하고 투덜댔을지도 모르겠음. -.-;;)

 

  다시 신문고에 민원을 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다시 항의해봤자 별 소용 없을 것 같다.

  그저, 정치계 뿐 아니라 문화계에서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하긴 위의 링크 걸어놓은 포스트에도 썼듯이, 저 높은 자리에 앉아계신 양반들부터가 사상개조 좀 해야 할 판국인데 아랫사람들에게만 뭐라고 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

 

 

 

2. 오래간만에 사용한 중국어 - 보통화와 국어의 간극을 넘나들다.

 

  위에 대동아전쟁이란 용어 시정되지 않은 일로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으로 미술관을 나온 후에 겪은 일이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며 걷던 중이라 무슨 말인지 못 듣고, 그저 길을 묻나보다 했다.  이어폰을 빼고서야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영어라는 것을 알았고, 많은 한국인이 그렇듯이 나도 '앗, 이것은 영어...!' 하는 순간 차멀미 비슷한 증세를 겪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진땀이 나며,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  그 여학생(...인지 직장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편의상 여학생이라고 치자. ^^)과 그 학생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경향아트힐인지 경향아트홀인지, 하여튼 그런 극장 비슷한 곳을 가려한다면서 나에게 길을 물은 것이다.

 

  나도 처음 듣는 곳이라 어찌 하나 했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만능박사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  스마트폰의 구글지도로 그 극장 위치를 찾아내서, 두 사람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지도에 나타나는 우리의 위치 가르키면서) We are here. (그 극장 위치 가르키면서) You have to go to this place." 라고 말이다.  '뭐, 길 좀 알려주는데 고품격의 영어 쓸 일 있나, 이 정도면 충분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 내 생각대로 말이 나왔더라면, 틀림없이 그 정도로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은 원래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You have to go to this place." 가 아니라 "You have to go to 这个地方" 이었다...! -0-;;  원래도 영어회화 실력 형편없는데, 중국생활 겪고서는 영어와 중국어를 구별 못 할 지경까지 왔다. ㅠ.ㅠ

 

  내가 말해놓고도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며 멍하니 있는데, 그 여학생은 내 설명 끝에 나온 중국어 단어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만 자기도 중국어를 썼다! @.@

  알고보니 이 모녀는 대만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도 서울지리 몰라 헤맬 때가 부지기수인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고, 다행히 목적지가 가까운 곳이기도 해서, 그 모녀를 목적지까지 안내했다.

  겨우 10분 남짓한 동행길에 짤막한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모녀는 번갈아가며 내 중국어 실력을 칭찬했다.  단, 여기서 주의점 하나...!  이 모녀는 내가 중국어를 반년 배운 것으로 알고, 반년 밖에 안 배웠는데 어쩌면 그렇게 중국어를 잘 하냐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것이다. -.-;;  오래간만에 중국어로 대화를 하려니 많이 긴장되어서, 중국어를 얼마나 배웠느냐는 질문 받고 얼떨결에 반년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ㅠ.ㅠ)

  하여튼 짤막한 시간이기는 했어도 오래간만에 중국어를 써보니 좋았고, 중국에서 수시로 길을 잃을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 받았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서 역시 좋았다. 

 

  아, 그리고 대만 사람과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듣던 단어를 이번에 하나 들은 것이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다.

  중국어 학습자라면 알겠지만, 우리가 중국어라고 하는 언어를 정작 중국에서는 한어(汉语, 우리식으로 쓰면 漢語임.)라고 한다.  중국은 별개의 언어를 쓰는 많은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어라고 하면 그 민족들의 모든 언어를 통칭하는 개념이 되고, 중국의 주류 민족인 한족이 쓰는 언어인 한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국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어 중에서도 표준어에 해당하는 것이 '보통화' 다.

  그런데 중국에서 보통화라고 하는 것을 대만에서는 '국어' 라고 한다.  그래서 대만이나 홍콩 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자기네 언어를 말할 때 '보통화' 라 하지 않고 '국어' 라고 하는 표현이 종종 나온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나로서는, 당연히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이 국어란 표현을 들었지, 중국 현지에서는 들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주친 그 모녀는 '너 국어를 잘 하는구나.', '국어를 얼마 동안 배웠니?' 라고 계속해서 국어란 말을 썼다. 

  보통화란 말만 듣다가 국어란 말을 듣는 것도 무척이나 신선한(?) 느낌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말을 '국어' 라고 표현하다 보니 상황이 좀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 

 

 

 

3. 갤럭시넥서스, 결국 갤럭시S3보다 먼저 젤리빈으로 업그레이드 되다!

 

  지난 6월 말 안드로이드 4.1버전인 젤리빈이 발표되었고, 7월과 8월에는 레퍼런스폰인 갤럭시넥서스부터 젤리빈 업그레이드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업그레이드가 감감 무소식이라, 나같은 갤럭시넥서스 사용자들이 속 좀 태웠다.  다른 나라에서는 줄줄이 해줬다는 업그레이드를 우리만 안 해주는 것도 모자라서, 제조사인 삼성도 그렇고 SKT나 KT 같은 이동통신사도 그렇고 업그레이드 일정조차 잡혀있지 않았다고 하니, 다들 불만이 대단했다.

  그 와중에 갤럭시S3가 우리나라에서 쓰는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젤리빈 업그레이드 일정이 발표되어, 갤럭시넥서스 사용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AS를 잘 해야지, 팔기만 하면 다냐...  어떻게 레퍼런스폰보다 다른 휴대폰이 먼저 업그레이드 되냐...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레퍼런스폰이냐... 등등...

 

  그래서 모두들 갤럭시S3 업그레이드 끝나고서나 우리 차례가 오려나 보다 했는데, 뜻밖에도 며칠 전부터 갤럭시넥서스 업그레이드가 시작되었다...! @.@

  갤럭시S3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젤리빈 업그레이드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하더니, 갤럭시넥서스는 예정일 발표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업그레이드 파일이 날아와서 깜짝 놀랐다.  갤럭시넥서스 카페 들어갔더니, 소리 소문도 없이 갑자기 업그레이드 시작되었다고 다들 흥분해서 야단이고... ^^;;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여기에는 삼성이나 이동통신사 또는 양쪽 모두의 언론 플레이가 끼어있다고 생각한다.

  갤럭시넥서스보다 훨씬 많이 팔린 갤럭시S3 사용자들에게 '너희들은 특별한 존재라, 외국에서는 갤럭시넥서스부터 업그레이드 해주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너희들부터 해주는거야.' 하는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 갤럭시S3가 최초의 업그레이드 기계인 것처럼 선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추측일 뿐이지만, 이 언론 플레이 음모론(?)은 내가 써놓고도 상당히 그럴 듯하게 느껴짐. -.-;;)

 

  뭐, 좀 씁쓸하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레퍼런스폰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도 최초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이쯤에서 불평은 접고 만족하려 한다~~

 

PS.

  알고보니, 갤럭시S3는 10월 9일에 젤리빈으로 업그레이드 했다고 한다...! 

  갤럭시넥서스가 갤럭시S3에 밀린 것이다.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다 있나...  한국에서는 갤럭시넥서스가 레퍼런스폰이 아닌가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