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후궁 : 제왕의 첩

Lesley 2012. 7. 12. 00:05

 

'번지점프를 하다' 와 '혈의 누' 를 만든 김대승 감독의 새로운 작품 '후궁 : 제왕의 첩'

 

 

 

  '후궁 : 제왕의 첩' 은 왜 그렇게 호불호가 갈리는가?

 

  이 영화는 개봉 전에 '상당히 수위 높은 베드신' 하나로만 열심히 선전을 했는데, 그렇게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확 갈렸다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야한 영화' 를 사람들이 보러가는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문제의 그 베드신을 볼 목적으로 침 질질 흘리며 가는 경우다.  또 하나는 '베드신만 엄청 강조하는 걸 보니 별 볼 일 없을 게 뻔하네.' 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다보니 볼 기회가 생겨서 시큰둥한 마음으로 가는 경우다. 

 

  전자의 관객 대부분이 이 영화에 대해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전도연이 주연한 '해피엔드' 의 베드신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것은, 그 시절에 그 수준의 베드신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영화에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음.)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상당히 수위 높은 장면이 이 영화 저 영화에 등장한다.  그래서 관객들도 어지간한 장면에는 면역(!)이 되어, 야한 장면에만 방점 찍고 보러 간 사람은 심드렁한 반응 보일 수 밖에 없다.

 

  그에 비해 후자의 관객들 중 상당수는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줬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영화를 마구잡이로(!) 벗어부치는(!) 그렇고 그런 영화로 생각하고 갔기에, 기대치가 바닥에 떨어지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지하까지 뚫고 들어간 상황에서 감상을 하게 된다.  애초에 그렇게 별 기대를 안 했기에, 자기의 그 형편없는 기대치를 넘어서는 괜찮은 부분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재수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의외로 인간미 넘치는 면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아, 이건 좀 다른가... ^^)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호평과 악평이 확 갈리는 영화는 제법 괜찮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였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아주 형편없는 영화에 대해서는 악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제법 괜찮은 영화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이들의 반응은 극단적일 정도로 '이걸 영화라고 만들었냐!' 와 '의외로 괜찮던데~~' 로 나뉘었다.

 

  둘째, 이 영화가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인 '번지점프를 하다' 는 물론이고, 그 후에 만든 '혈의 누' 도 참 괜찮게 보았다.  '번지점프를 하다' 와 '혈의 누' 는 현대극과 사극이라는 점 빼고도 장르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영화다.  하지만 둘 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라서, 이런 감독이라면 내가 영화표값 아까워 피눈물 흘릴만한 수준의 영화는 만들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

 

 

 

  너는 누구냐? - 김동욱(성원대군 역)

 

  '김동욱' 이란 인물이 남자주인공 중 한 명, 더구나 더 비중 높은 쪽으로 나온다기에 의아했다.

  나라는 사람이 원래 연예계에 깜깜절벽이기는 하다.  그래도 한 영화에서 주연 맡을 정도의 배우라면, 그 이름까지는 몰라도 얼굴을 보면 '어디선가 보기는 한 것 같아' 정도의 감은 온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김동욱의 얼굴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영화 '올드 보이' 의 그 유명한 대사 '너는 누구냐?' 였다. -.-;;

  현대극도 아니고 상당한 연기내공이 필요한 사극에서 신인을 주인공으로 삼다니,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도박을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함께 영화를 본 친구 말로는, 김동욱은 이런저런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즉, 생초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  그리고 자신이 주인공을 맡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쌓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김동욱은 이 영화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영화 초반, 김동욱이 맡은 '성원대군' 은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착하며, 나쁘게 말하면 줏대 없이 무기력하게 사는 인물이다. 

  국왕인 이복형은 아직 아들을 두지 못 했고, 성원대군의 생모이며 국왕의 계모인 대비(박지영)는 어떻게든 성원대군을 왕위에 앉히려 한다.  그래서 성원대군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복형의 자리를 위협하는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성원대군은 어머니의 왕위 찬탈 음모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머니의 음모에 명확하게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성원대군은 이복형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이이며, 딱히 왕위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항상 '아들을 위해서' 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온갖 권모술수를 다 부리는 드센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을 관철시킬 의지도 힘도 없다. 

  그래서 복잡한 현실에 눈과 귀를 닫고 사냥이나 즐기며 지내던 중, 우연히 본 신 참판의 딸  '화연'(조여정)에게 반한다.  하지만 유약한 아들이 못마땅하기만 한 대비 눈에는, 화연은 아들의 앞날에 전혀 도움될 것이 없는 인물이다.  결국 대비의 음모로, 화연은 성원대군의 부인이 아닌 형수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원래 처음이란 것이 중요한 법이다...!

  어머니와 그 무리들에게 휘둘리며 수동적으로만 살아온 성원대군은, 처음으로 '꼭 갖고 싶다' 라는 욕망을 품게 된 화연을 도무지 잊을 수 없다.  게다가 대비의 음모로 결국 왕이 되었건만 사실상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치욕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이, 그 욕망을 더 부채질한다.  아마도 그런 치욕감과 절망감을 잊고 싶은 마음에, 마음 속 깊이 겨우 눌러놓았던 맹목적인 사랑을 끄집어내어 거기에 몰두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죽은 형의 아내이며 이미 아이까지 낳은 여인, 더구나 대비가 화연의 아버지를 역모로 몰아 죽임으로써 이제는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여인이건만, 미친 듯이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화연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대비에게 생애 처음으로 맞서면서, 파멸로 치닫게 된다.

  아무리 자신을 옥죄는 어머니라지만, 자신을 왕위에 올린 것은 분명히 그 어머니다.  그렇기에 어머니와의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자신을 왕위에 올린 세력이 분열되고 약해진다는 뜻이며, 나아가 자신의 왕위와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는 뜻이 된다. 

 

  나약하고 소극적이지만 선량했던 성원대군이란 인물이 의심과 집착과 분노의 화신으로 변해과는 과정을, 김동욱은 세세하게 잘 표현해낸다.

  특히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이 장지문 밖에 둘러선 가운데 중전과 의무적으로 잠자리를 갖다가, 악몽 같이 다가서는 어머니의 환영에 진저리를 치던 표정...  음모에 빠져서 어머니를 의심하다가, 마침내 어머니의 목을 조르던 광기 어린 표정...  이런 장면에서 이 배우가 이미 준비된 배우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발견한 배우, 박지영(대비 역)   

 

  그리고 김동욱처럼 전혀 모르던 배우는 아니지만 다시 발견한 배우가 있으니, 바로 '박지영' 이다. 

  나에게 박지영이란 배우는, 대학시절에 무슨 아침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나왔던 것 빼놓고는 항상 조연으로만 기억된다.  사실 연기력도 괜찮고 여기저기에 출연했는데도 그렇게 조연급으로 나오다보니, 딱히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박지영 하면, 대표작으로 이 '후궁 : 제왕의 첩' 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만큼, 박지영은 여전히 조연급으로 출연한 이 영화에서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박지영이 이 영화에서 맡은 대비 역할은, 조선 제11대 국왕인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여인천하' 덕분에 잘 알려진 문정왕후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전처의 자식인 '인종' 과 자신이 직접 낳은 '명종' 이다.  인종은 계모인 문정왕후에게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고자 애썼지만, 문정왕후는 친아들인 명종이 왕이 되기를 원했기에 인종을 꺼려하며 이런저런 음모를 꾸몄다.  그리고 병약한 인종이 일찍 세상을 뜨자(문정왕후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돌았음.), 어린 아들을 왕위에 앉히고 섭정 자리를 맡아 정사를 좌지우지 했다.

  이 영화 속 대비 역시 착하기만 한 의붓아들을 독살하고, 친아들 성원대군을 왕위에 올린다.  그리고 문정왕후보다 한 술 더 떠서, 이미 어른인 아들 대신 섭정을 맡아 전권을 행사한다.  심지어 정치 뿐 아니라 사생활까지 간섭하며, 서둘러 후사를 봐야 한다는 명목하에 아들과 며느리의 잠자리를 문 밖에서 감독(!)할 정도다.

 

  대비가 처음부터 그렇게 악독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원대군과의 대화 속에서, 과거에 누군가가 이 모자를 죽이려고 불을 질렀던 사연이 나온다.  그리고 영화 끝부분에서 서로 끌어안은 두 사람 모두의 손등에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보인다.  즉, 대비가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 된 것은, 권모술수 가득한 궁궐에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이 그러하듯, 대비가 시작한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버린다.  분명히 처음에는 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권력투쟁에 발을 담갔던 것인데, 이제는 아들을 위해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인지 혹은 권력을 잡기 위해 아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엄연히 성인인 아들을 두고도 섭정을 맡아 정사를 좌지우지 한다.  아마 스스로도 자신의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자신이 변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목적과 수단이 뒤죽박죽이 된 상황에서도, '내 아들을 지켜야 한다' 는 애초의 절박한 마음만은 뿌리 깊게 남았다.  문제는... 이미 긴 세월과 수많은 일을 거치면서, 그 절박한 마음도 이상하게 뒤틀린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제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아들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미 성인이 된 아들에게 한 남자로서, 한 나라의 왕으로서 혼자 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   

 

  박지영은 그런 독한 권력자로서의 대비와 아들에게 집착하는 어머니로서의 대비를 잘 표현해냈다. 

  자기를 깍듯이 대하는 의붓아들을 말로는 위하는 척 하면서 은근히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을 때의 태도를 보면, 입은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지만 눈은 차갑게 굳어있다.  자신의 심복이며 불륜 관계이기도 한 신하와 대담하게도 대낮에 대비전 안에서 정사를 벌이려 할 때에는, 영화 속의 많은 팜므파탈이 으레 그런 것처럼 불같이 달려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향긋한 커피향 맡으며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 같은 느긋한 태도로 남자를 이끈다.

  아들 부부가 잠자리를 갖는 것을 문 밖에서 지키고 앉아 있을 때에는, 차라리 좀 민망해하거나 어색해하는 빛을 보였더라면 인간적으로 보였을테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노회한 여인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아랫사람들 앞에서 아들과 의견 충돌을 겪을 때에는 겨우 감정을 억누르다가, 마침내 자기네 모자만 남게되자 왕이며 다 큰 어른인 아들의 뺨을 후려친다.  그런 모습에서, 대비가 아들을 엄마 말만 고분고분 들어야 하는 유치원생 취급하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끝부분에서 자신을 의심하는 아들과 대치하는 장면은 아들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 적의 음모에 걸려들었다는 충격과 경악, 그럼에도 어떻게든 아들을 설득해야만 하는 절박감이 뒤범벅 되는 난이도 높은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박지영은 혼신의 힘을 쏟아서 그 호흡 긴 장면을 깔끔히 소화해냈다. 

 

 

 

  아련한 영상, 영화라기 보다는 연극 같은 느낌이 드는 의상, 긴장감을 극대화한 배경음악

 

  김대승 감독은 영상과 음악에 무척 신경을 쓰는 사람인 듯하다.

  '번지점프를 하다' 에서도 뉴질랜드 상공에서 찍었다는 근사한 산림의 풍경이 맨 마지막에 화면을 꽉 채우더니, '혈의 누' 에서도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조차 화면 질감은 어찌나 예쁘던지 사방으로 튀는 피가 멋있게 보일 지경이었다. ^^;;  이번 영화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상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아련한 느낌이다.

  영화가 초반부만 빼놓고는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인데(그래서 내용이 자세하지 못 하고 대충 뛰어넘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음.), 차분하고 따뜻한 영상이 정신없이 치닫는 영화 전개에 살짝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런 뛰어난 영상미에 한 몫을 하면서 이 영화에 독특한 느낌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의상이다.

  영화 개봉 전 예고편이 나왔을 때도, 그리고 영화가 막 개봉되었을 때도, 이 영화의 의상에 거부감 보이는 반응이 제법 많았다.  그도 그럴 듯이, 비록 가상의 왕실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긴 했어도 이 영화의 배경은 분명 '조선시대' 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전체적으로는 조선시대 의복이되, 고려시대 분위기도 나고, 심지어는 중국풍까지 섞여있다.  그런가하면, 분명히 남자들만 입었던 관료들의 흉배 붙은 관복을 대비와 화연 모두 한 두 번씩 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이게 무슨 정체불명의 의상이냐?' 하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이런 짬뽕(?)식 의상이 영화의 극적 효과를 높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몇 년 전에 나온 중국영화 '야연' 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야연의 영화 배경은 중국이건만 일본풍의 의상과 가면이 여러 번 나와서, 영화를 보다 이국적이고 몽환적으로 만들었으며,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한 편의 연극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로서는, 이 '후궁 : 제왕의 첩' 의 의상도 그런 연극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에 일조했다고 본다.

  게다가 이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라는 큰 틀만 갖추고 있을 뿐, 실제로 존재했던 어떤 구체적인 시점을 취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상상속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상상 속의 의상이 나온들 뭐가 큰 문제겠나?  그런 의상이 영화 속 이야기 전개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더구나 세익스피어의 비극 같은 다소 연극적인 느낌을 더해준다면,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이다.

  주인공들의 격렬한 베드신마다, 대비와 화연 두 여인이 무섭게 대립할 때마다, 그리고 애증으로 점철된 모자간의 관계가 파국에 이를 때,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은 사극 음악답게 웅장하면서도 미친듯이 쿵쿵거리며 등장인물들의 심적 갈등을 극대화한다.  

  수위가 높았던 베드신들을 보면서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긴장감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다는 느낌이 더 들었던 것은, 그러한 배경음악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격렬하게 전개되다가 뒤로 갈수록 더욱더 몰아치는 배경음악은, 마치 한 번 내리막길을 구르기 시작한 수레가 점점 가속이 붙는 것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이 영화에 잘 어울렸다. 

 

 

 

  도대체 이 영화의 제목이 어째서 '후궁 : 제왕의 첩' 인지?

 

  이렇게 전체적으로 좋은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으니, 바로 영화의 제목이다.

  도대체 이 영화의 제목이 어째서 '후궁 : 제왕의 첩' 인걸까?  영화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화연은 엄연히 선왕의 중전이었다.  또한 조연이지만 상당히 비중이 높았던 대비도, 그 대비라는 지위로 보았을 때 과거에 중전이었음이 분명하다.

  제목만 봐서는, 왕의 여인이라는 고귀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정실이 아닌 첩실로서의 한이 서린 한 여인의 인생이랄까... 혹은 첩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대로, 왕의 총애를 독접하기 위해 앙큼하고 발칙하게 이런저런 분란을 일으키는 한 여인의 음모사(?)랄까...  그런 내용이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일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옥의 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