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 기사, 정보, 경험담 등

중국 라디오 방송(环球逍遥游) 속 한국 여행 이야기 - 2

Lesley 2012. 5. 3. 00:17

 

⊙ 4월 13일 방송 (下)

 

 

  먼저번 올린 포스트에 이어, 4월 13일분 环球逍遥游의 방송 내용을 계속 소개하겠다.

  역시 진행자 '샤오모' 와 기자 '따이따이' 의 대화로, 따이따이가 한국여행 떠나기에 앞서 한국여행 계획과 한국에 대한 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4. 한국의 벚꽃

 

샤오모 :    모두들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벚꽃의 나라지요.  하지만 사실은 한국도 벚꽃이 눈부시게 피고, 게다가 이 계절에는 벚꽃축제가 있어요.

따이따이 : 그래요.

샤오모 :    서울, 부산, 제주도 등 어디를 가더라도, 당신은 벚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거에요.

따이따이 : 네, 저도 기대가 커요.  4월의 한국은 꽃이 정말로 예쁘게 핀대요.  벚꽃, 유채화... (얼마나 기대가 컸는지, 목소리까지 아련해짐. ^^)

샤오모 :    내 생각에는 유채화와 벚꽃이 함께 있으면 더 예쁠 것 같아요.  상상해봐요, 당신이 제주도에 갔는데 넓은 유채꽃밭이 여기저기에 있다면 얼마나 멋있겠어요.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의외였다.

  물론 매년 4월이 되면 한국 여기저기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한동안 우리집 근처도 벚꽃 덕분에 매일 눈이 즐거웠음. ^^), 벚꽃축제니 벚꽃놀이니 하는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외국인들까지 한국의 벚꽃에 대해 알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샤오모가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벚꽃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지 한국이 아니었으니까...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여행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도 그렇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그렇고 무척 애를 쓰는 것 같더니, 아마도 그렇게 해외 여행객 유치 차원에서 벚꽃축제를 많이 홍보한 모양이다.

 

 

 

 5. 한국의 찜질방

 

샤오모 :    그리고 (청중들이) 무엇에 대해 더 알고싶어 할까요?  우리는 방금 성형수술, 한국드라마, 먹을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따이따이 : 정말 체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만일 기회가 생겨서 여행사에서 여행코스에 넣어준다면, 한국의 찜질방에 가보고 싶어요.

두 사람 :   (다시 흥분 모드로) 까르르~~~~

따이따이 : 거의 모든 한국드라마에 이 찜질방 장면이 나와요.

샤오모 :    네, 사실은 요즘 베이징에서도 찜질방에서 씻고 노는 게 유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틀림없이 한국에서는 더 유행하고 있을거에요.  한국인은 집집마다, 예를 들면 온집안 식구들이, 또는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어렸을 때부터 찜질방 다니는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따이따이 : 맞아요.  그리고 한국의 찜질방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갈 때에는 전용옷이 필요없어요.  왜냐하면 남녀가 구분되어 있으니까요.

샤오모 :    맞아요, 다 벗고 들어가죠.

두 사람 :   까르르~~~~~

따이따이 :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러는데, 찜질방에서 자도 된대요.

샤오모 :    왜냐하면 (요금이) 무척 저렴하니까요.

따이따이 : 맞아요, 베이징의 찜질방과 비슷해요.  한국 물가를 생각했을 때 무척 저렴한거죠.

 

  역시 한국 특유의 찜질방 이야기도 안 빠진다.

  사실 한국의 찜질방 문화는 한국인인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다.  찜질방이라는 것이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부터 하나씩 생겨서 이렇게 성업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지금껏 찜질방은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이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도 '너 정말 한국인 맞아?' 하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어봄. ^^;;)

  내가 심한 안면홍조증이 있어서 피부과 의사의 충고대로 찜질방, 공중 목욕탕, 사우나 등 후끈후끈한 장소에 안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면홍조증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더운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 더운 찜질방에 가서 몇 시간씩 노닐다 오는 것을 보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

 

  그런데 위의 대화 중 '한국 찜질방은 뜨거운 물에 들어갈 때 남녀 구분이 되어 있어서 전용옷을 입을 필요가 없이 다 벗고 들어간다' 는 부분은 좀 의외였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수영장처럼 남녀혼탕식으로 되어 있어서, 탕 안에 들어갈 때 수영복이든 다른 옷이든 하여튼 무언가를 입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옷을 다 벗고 들어간다는 부분에서 두 사람이 무척 재미있어 하며 까르르 웃는 것을 들으니, 분명 중국인들에게는 옷을 다 벗고서 모두 함께 탕속에 들어가는게 신기한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뜨거운 곳 안 가는 나로서는 중국의 대중탕이나 찜질방에는 더욱 가봤을리 없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

 

 

6. 한국의 가정문화

 

샤오모 :    따이따이와 따웨이가 한국의 가정생활에 대해서도 체험하고 와서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가정 속 그들의 정서라든지 생각이라든지 하는 것도 포함해서요.  예를 들면, 한국남자들은 정말로 그렇게 남성우월주의자들인지...

따이따이 : 맞아요, 그리고 한국의 시어머니들은 정말로 그렇게 횡포를 부리는지, 며느리들은 그렇게 죽고싶을 정도로 괴로운지...

 

  먼저번 포스트의 한국드라마 관련 부분에서도 이미 쓴 것처럼, 한국드라마 덕분에 중국인들의 머리 속 한국의 가정생활이란 고부간의 음모와 투쟁, 아내에 대한 남편의 과격함과 폭력으로 떡칠된 듯하다. ^^;;

  하얼빈에서 친하게 지냈던 J씨의 경우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꾸민 상태다보니, 중국인 과외선생에게서 '한국드라마 보니까 한국 시어머니들은 정말 무섭더라. 너희 시어머니도 그러냐?' 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그런 비슷한 질문을 다른 중국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고...  내가 '드라마는 과장된 것이다.  드마라 속 시어머니는 모두 정신병자 같다.  만일 한국의 시어머니가 모두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면, 어떤 한국여자도 결혼 안 할 것이다.' 라고 대답했지만, 그 중국인은 내 말을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

  하긴 영상물의 영향이라는 게 워낙 대단해서, 나 역시 미국이나 홍콩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터무니 없는 생각을 했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매일 저녁마다 예쁜 옷 차려입고 멋진 스포츠카 몰며 파티나 다니는 줄 알았고, 모든 중국인들은 태극권과 서예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

 

 

7. 한국 여수 엑스포

 

샤오모 :    그리고 또 한 가지, 5월부터 8월까지 한국에서는, 우리로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여수라는 도시에서 엑스포가 열린다고 해요.  틀림없이 많은 베이징 사람, 상하이 사람들이 모두 한국에 가서 (상하이 엑스포와) 다른 엑스포는 어떤지 보고 싶을 거에요.  비록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한국에 가서 미리 보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질지 알 수 있을 거에요.

따이따이 : 네, 저도 무척 궁금해요.  한국인이 이번 엑스포에 대해 기대가 큰지 어떤지도 알고 싶고, 엑스포 현장에서 한국인들에게 느낌이 어떤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이 부분도 한국인과 중국인의 인식차이가 확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난 1993년의 대전 엑스포 때도 그렇고, 올해 개최될 여수 엑스포도 그렇고, 별 관심 없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전 엑스포나 여수 엑스포에 대한 관심도가 아주 바닥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엑스포라는 행사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렬한 관심에 비해서 무척 낮다는 뜻이다.

  이것은 한국인이 원래 이런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에 무심해서라기 보다는, 지금은 엑스포라는 행사의 위상이 처음 개최되었던 때만큼 대단하지 않기 때문이며, 또 예전과는 달리 한국에서 온갖 종류(스포츠, IT, 정치, 학술 등등)의 국제행사가 열리다보니 어지간한 행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2010년에 개최되었던 중국 상하이 엑스포 같은 경우에는 행사 규모, 참가국의 숫자, 관람인원 등 모든 면에서 기존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내가 하얼빈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TV를 켤 때마다 엑스포 관련 홍보용 광고나 뉴스 보도를 수시로 접했고, 학교 선생님들도 중국이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유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때의 뜨뜻미지근한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온 중국이 상하이 엑스포에 올인하며 들썩였고, 다른 나라들과 전세계 언론들까지 덩달아 방방 뛴다는 느낌이었다.

 

  상하이 엑스포는 역대 엑스포 중에서 무척 특수한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엑스포라는 행사는 옛날만큼 중요시되지 않고 점점 빛을 바래는 중이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규모에서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큰 시장이다 보니,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이 '사업적인 목적' 으로 기를 쓰고 상하이 엑스포에 참가했다.  덕분에 무려 190개국이 참가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상하이 엑스포 바로 다음 회차인 이번 여수 엑스포의 참가국수가 상하이 엑스포 참가국수의 55% 밖에 안 되는 105개국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하이 엑스포의 규모가 얼마나 엄청났는지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서방 언론에서 '중국 덕분에 죽어가던 엑스포가 살아났다' 는 말이 다 나왔겠는가...

  그리고 중국 입장에서도 엑스포를 성황리에 개최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게 보였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자기네가 무섭게 성장했다고 힘자랑도 하고 싶었을테고,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경제성장의 반대급부로 얻은 부작용(심각한 빈부격차, 정치와 복지 측면에서 점점 늘어만가는 국민들의 불만과 요구)을 조금이라도 없앨 생각으로 국민들에게 '봐라, 우리 중국이 요즘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데, 너희도 불평만 하지 말고 조국에 대해 자부심 좀 느껴라~~' 하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그런 중국 분위기에 대해서 '어이없다, 황당하다' 식의 느낌과 함께, 동시에 '우리가 예전에 꼭 저런 모습이었지.' 하는 씁쓸한 기분도 느꼈다.

  초등학교 꼬꼬마 시절 개최된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우리나라 분위기가 재작년 중국에서 느낀 상하이 엑스포 분위기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1988년 가을은, 어린 마음에도 온 나라가 올림픽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TV에서 온종일 올림픽 관련 보도만 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조차 방영 안 해줬음. ㅠ.ㅠ)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올림픽 한 번 개최하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단번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고 우리 한국인은 전세계 사람 중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우리 초등학생들도 학교에 가서 수업은 안 하고 올림픽 보러 올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그림엽서만 죽어라 그려야 했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올림픽 체제' 로 돌아갔다.

  머리 굵어진 지금 생각해보면, 전두환 부부가 백담사로 쫓겨나고, 6.10 항쟁으로 대통령 간선제가 직선제로 바뀌었고, 그 동안 눌려지냈던 노동자들은 여기저기에서 파업 일으키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등 그런 격동의 시대 속에서, 자신들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노태우 정권이 지금의 중국 정부처럼 '국민들아, 우리 한국은 이렇게 올림픽 치를 정도로 잘 나가는 나라니까, 이제 불평은 좀 그만해라~~' 하면서 올림픽에 올인했던 듯하다.

  그러니 그 당시야 학생들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 우리나라가 올림픽 개최를 하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올림픽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다지만...  외국 언론 또는 한국에 거주하던 외국인 눈에는 그런 우리 모습이 과연 어떻게 보였을까...  재작년 상하이 엑스포 때 우리 한국인 유학생들이 중국인을 보면서 느낀 당혹감(심지어 서구권 국가 유학생들은 아예 '가소로움' 까지 느끼는 듯했음.)을, 그 시절 외국인들도 우리 한국인을 보면서 느꼈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중국인들은 이 여수 엑스포에 큰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이 环球逍遥游에서 여수 엑스포가 여러 번 언급되기도 했고, 이 방송 앞뒤로 나오는 광고시간에 여수 엑스포 관람 위주의 여행상품을 소개하는 광고가 요란하게 나오니 말이다.  일단, 여수 엑스포가 자기네 상하이 엑스포 바로 다음에 개최되는 엑스포다보니, '중국의 엑스포와 다른 나라의 엑스포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이 큰 것 같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다른 나라' 가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이다 보니, 아무래도 구경하러 오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한결 덜할테고...

 

  내가 안목이 좁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솔직히 여수시에서 왜 그렇게까지 엑스포를 유치하려고 안감힘을 썼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거라면서 '고용효과가 어떻고 예상 관광객 숫자가 어떻고...' 하며 장미빛 청사진을 들이밀지만, 대전 엑스포 때의 미적지근한 분위기와 그 후 엑스포 시설이 제대로 활용 못 되고 애물단지로 전락해서 몇 번이나 뉴스에 나온 것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다. -.-;;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이왕 개최하기로 했으니, 성공적으로 잘 개최하기를 바라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요즘 环球逍遥游를 들으며 새삼 느끼는 것은, 중국인들은 한국의 문화유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혹은 자기네들 것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는 이유로 실망이나 함... -.-;;)  그보다는 한국의 거리와 공공시설이 무척 깨끗하고, 공항, 숙박업소, 각종 상점의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며 일처리도 꼼꼼하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감탄한다.  어차피 눈에 보이는 규모나 양으로는 한국이 중국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차라리 청결도, 친절도 같은 것으로 밀고 나가는 게 좋은 듯하다.

  마침 이번 엑스포의 주제가 해양환경보호에 대한 것이라고 하니, 환경문제 쪽으로 잘 어필해서 좋은 인상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