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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또는 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반응

Lesley 2012. 3. 18. 00:07

 

  북한이 최근 미국에게 식량원조를 받기로 합의를 끌어내자마자, 장거리 로켓인지 미사일인지(언론마다 표현이 달라서...)를 발사하겠다고 해서 또 다시 시끄러워졌다.

  미국은 어떻게 미국에게 식량원조 받으면서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느냐며 식량원조를 취소하겠다고 펄펄 뛰고 있고, 언제나 북한에 대해서는 남한보다 훨씬 민감한 일본은 일본대로 북한의 로켓이 자기 나라로 향할 경우에는 그 로켓을 격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놓고 북한을 비난하지는 않지만, 북한대사와 접촉해서 우려를 전하는 등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전부터 쭉 느꼈던 점인데, 중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상반되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북한 관련 소식이 국제면을 크게 장식할 때면, 가끔 중국 사이트에 들어가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을 살펴보곤 한다.  그 소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단적일 정도로 '절대적인 찬성과 지지' 또는 '끔찍한 혐오와 분노' 로 확 갈린다.

  북한과 미국이 군사력을 서로 내세우며 한바탕 맞붙을 것 같다는 식의 뉴스가 뜨면, 중국 사이트에는 북한을 열렬히 지지하는 댓글이 넘쳐나게 된다.  사실 북한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반미감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반미감정에 더해서, 북한을 중국과 미국 사이의 완충지역 내지는 미국이 중국으로 세력을 뻗치기 위한 첫 관문으로 생각하며 순망치한(脣亡齒寒)식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즉, 북한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감이 없지만, 중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북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반대로 북한이 미사일실험 또는 핵실험을 한다는 뉴스가 뜨면, 우려와 분노가 뒤범벅된 댓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중국의 안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분명히 필요하기는 한데, 소문난 깡패국가(!)라 도무지 통제가 안 되니, 행여나 오히려 중국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게 아닐까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이리(미국) 피하려다가 호랑이(북한) 만나게 된 것 아니냐는 식의 공포가 분노에 찬 댓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중국 유명 포털 사이트 뉴스란의 첫머리에 대문짝만하게 뉴스가 올라가 있다.

  보통 이런 댓글은 개소문닷컴이나 한류 관련 사이트에서 많이 번역해서 올리는 것 같던데, 나는 평소 그런 사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중일 세 나라는 그렇잖아도 민족감정 강한 것으로는 세계 1위를 다툴 정도인데다가, 역사와 영토 문제에 있어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국민들간에 감정이 영 좋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이트들이 서로 한 국가의 엽기적인 사건에 대해 다른 나라 네티즌들이 비웃는 댓글 위주로 번역해서 올리다보니, 세 나라 네티즌들이 서로 열올리며 그런 악성댓글을 자기 나라 인터넷상에 퍼나르며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을 점점 더 키워나가는 형국이다.  서로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지만, 감정적인데다가 유치하기까지 한 악성댓글로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내가 중국 사이트의 댓글을 내 블로그에 번역해서 올리게 될지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

  다만, 이번 뉴스에 달린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은 한국에 대한 얼토당토 않는 악성댓글도 아니고, 이번 문제에 대해 그쪽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강이라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번역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겸사겸사해서 중국어 공부도 하고... ^^)  댓글이 수백 개는 붙었던데 그 많은 것을 일일이 다 번역할 수는 없으니, 찬성(추천)수 많은 댓글 순서대로 첫 페이지에 뜨는 댓글만 올려보겠다.

 

 

 

※ '→' 는 댓글에 붙은 다른 댓글을 의미함.

 

 

1. 인민의 기본생활도 돌보지 못 하면서, 가난한 군대로 무력이나 마구 휘두르고, 정말 너무 가증스러워. (찬성 513)

 

  → (조선이) 너보다는 기개가 넘친다! (찬성 84)

 

  → 끼니 챙겨먹는 것조차 문제가 되는 판에, 무슨 기개에 대해 말하고 있어?  조선이 말하는 기개라는 것은, 그저 김씨왕조가 권리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뿐이지. (찬성 256)

 

  → 기개라는 게 뭔지, 네가 알기는 해?  조선의 인민들은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가난해서, 세끼 밥조차 배불리 먹지 못 해.  김씨왕조는 인민들의 고통으로 돈을 모아 핵무기나 만들잖아.  사실, 이것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통치지위를 유지하려는 자기보호 수단일 뿐이야. (찬성 190)

 


2. 이 세상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해서는 안돼.  야만스럽고 수치도 모르고 오만하기까지 해. (찬성 236)

 


3. 조선의 새 지도자의 위대한 재능과 큰 계략은 대단해.  굳게 지지한다! (찬성 45)

 

  → 김씨집안 사람들이야 하루 세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집안의 자손들 좀 봐봐, 누구 하나 배불리 못 먹는 사람이 있어?  그들이야 당연히 강력한 군대를 원하겠지.  강력한 군대는 사실상 김씨집안의 통치를 강력하게 해주니까.  서민계층의 안락한 삶 같은 것은 절대로 김씨집안이 진정으로 고려하고 있는 문제가 아니야.  조선이라는 나라가 곧 김씨집안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곧 김씨집안의 통치를 사랑하는 것이며, 김씨집안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사랑하는 것이지.  산다는 것의 의미는 오직 김씨집안을 위한 것이고, 굶주림 속에서 고통 받으며 일생을 가난하게 사는 것도 별 것 아닐테지.  "위대한" 김씨 뚱보(김정은을 말하는 듯함.)를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기쁠테니까. (찬성 212)

 


4.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이야.  이런 짓은 결국 돈을 모아 가난한 군대가 무력을 휘두르게 하려는 수단일 뿐, 인민들의 생활과는 아무 상관없잖아.  조선 인민들은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어.  3대 김씨(김정은을 말하는 듯함.)로 바뀌고 나니 더욱 끔찍한 지경이 되었어.  보아하니, 3대 김씨는 인민의 고통을 헤아리는 덕성을 갖추지 못 하고 있어.  전형적인 있는 집 자식이야. (찬성 191)

 


5. 한편으로는 밥달라고 구걸하면서, 한편으로는 생떼를 쓰다니,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찬성 159)

 


6. 무뢰한이나 다름없네, 손에 수류탄 들고서 구걸을 하는 셈이잖아.  국제사회는 마땅히 이런 무뢰한을 포기해야 해.  또한, 조선은 연변에서 100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원자폭탄실험을 해서 중국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적이 이미 있잖아.  중국정부는 마땅히 조선의 무뢰한 같은 행동을 통제해야 해. (찬성 137)

 

 

7. 남이야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말거나, 그들 사정일 뿐이지. (찬성 14)
 
  → 예전에 우리가 베트남에 무기와 식량을 지원해줬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가 지원한 무기와 식량으로 우리를 공격했어. (베트남 전쟁 때 중국이 같은 공산권인 베트남편을 들었지만, 베트남 전쟁 후에 이번에는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났던 것을 말하는 듯함.)  그러니 이 일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인지 어디 말 좀 해보지 그래? (찬성 117)

 

 

8. 조선은 깡패 무뢰한이야!  중국정부의 뜨거운 감자인 셈이지. (찬성 113)

 

 

9.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서, 즉시 그들에 대한 원조를 중지할 것을 주장한다. 수표외교(북한에 대해 경제원조를 하는 중국의 외교정책을 말하는 듯함.)가 만능이 아니다! (찬성 109)

 

 

10. 제일 불쌍한 건 조선의 인민들이야.  김씨집안이 세습만 할 뿐, 그 나라는 근본적으로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그저 봉건왕조일 뿐이야.  만일 정말로 왕조라면, 세습은 정당한 일이니 소란 떨 필요 없겠지.  하지만 지금의 지도자는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으니, 소란이 날 수 밖에...  조선은 개혁을 해서 인민들의 생활을 좀 좋게 만들어야 해.  중국은 마땅히 삼대 뚱보(역시 김정은을 말하는 듯함.)를 없애버릴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고.  그럼 조선도 중국의 말을 좀 들을테고, 조선의 지도자(문맥상 김정은 제거 이후의 지도자를 말하는 듯함.) 역시 국가발전과 생산의 중요성을 알게 되겠지. (찬성 103)

 

 

11. 조선의 미사일이 하늘로 날아오르게 생겼는데, 중국이 계속 조선에 식량을 원조해서 뭐 할건데?  중국은 너무 바보같아.  (찬성 101)

 

 

12. 아마도 식량을 이미 속임수로 손에 넣은 것 같아.  나는 진작부터 조선의 속임수를 알아봤지!  (찬성 100)

 

 

13. 일본이 그 미사일을 격추하겠다고 항공모함을 제조하겠대.  누구도 일본의 해외파병에는 관심이 없군!  일본은 조선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찬성 93)

 

  → 일본은 핵보유국가가 아니잖아.  미안한데, 너 기본상식 좀 갖추지 그러니... (찬성 90) 

  (이 댓글에서는 그만 빵 터졌고... ^^)

 


14. 조선이 이렇게 한 차례 또 한 차례 신용을 지키지 않고 국제사회를 기겁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중국은 즉시 조선에 대한 경제원조를 완전히 중지해서 다시는 날뛰지 못 하게 해야 해. (찬성 89)

 


15. 중국도 당연히 원조를 취소해야 해.  이렇게 말을 안 듣는데, 조선에 관용을 베풀 수 없지. (찬성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