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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를 왜 굳이 명문대학에서?

Lesley 2011. 5. 8. 01:12

 

  오늘은 어학연수 떠날 때 학교 선택 문제(정확히 말하면 '어학연수를 명문대학에서 받으면 효과적인가' 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최근 오래간만에 어학연수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하얼빈 생활 중 종종 공개글 또는 비밀글로 중국 어학연수, 특히 하얼빈 지역 어학연수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나도 어학연수 준비하면서 하얼빈쪽 학교에 관한 자료가 별로 없어 고생을 했기에, 되도록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려 노력했다.

  귀국한 뒤로는 그런 질문이 뜸해졌는데, 얼마 전 다시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질문에 '어학연수를 명문대에서 받으면 아무래도 더 낫지 않겠는가'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비슷한 질문을 전에도 몇 번 받아본 적이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학연수 준비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문제를 고민할까 의아해했다.  이왕 그런 질문을 다시 받은 김에, 그 문제에 대해 따로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질문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질문자는 곧 하얼빈으로 어학연수 떠날 사람인데, 아직 학교를 결정하지 못 했다고 한다.  내가 어학연수 받은 흑룡강대학을 포함한 하얼빈의 몇몇 대학을 후보로 놓고 고민 중이라면서, 어떤 학교가 좋을지 내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각 학교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한 내용까지 덧붙였다. (이 질문자 정말 자세히도 각 학교에 대해 분석했음. ^^)  한국학생이 많은가 적은가, 기숙사 시설이 좋은가 나쁜가, 학교가 시내에서 가까운가 먼가, 대외한어과가 설치되어 있는가 아닌가, 중국학생들과 교류가 활발한가 아닌가 등등...  이런 사항은 분명히 학교를 선택하는데 있어 기준이 될만한 것들이다. 

  그런데 질문자가 하얼빈공업대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명문대라는 점을 꼽았다는 게 눈에 띄었다. 하얼빈공업대학이 명문대인 것은 사실이다.  동북3성의 대학 중 문과는 길림대학, 이과는 하얼빈공업대학이 최고라는 건 수학의 피타고라스 공식만큼이나 확고한 통념이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의 700개가 넘는 대학 중 전체 순위 16위로 인정받았다니, 중국 전체에서도 아주 좋은 학교인 셈이다.

 

  만일 중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목적이 '정식 유학'(학사, 석사 등의 정식 학위를 취득할 생각으로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는 것)이라면, 학교의 명성과 수준이 학교 선택의 중요기준이 될 수 있다.

  어느 학교에서 공부하든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이나 학벌이라는 것을 꽤나 따지는 사회라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까...  게다가 아무래도 좋은 학교일수록 교수진의 수준, 학교 시설 등의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명문대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굳이 그런 기회를 걷어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식 유학이 아닌 어학연수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저 어학연수를 가는 것 뿐인데, 왜 자신이 공부할 학교가 명문대인지 아닌지를 신경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중국 학교가 좋은 학교인지 아닌지는, 그 학교의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의 수준과 그 학교에 입학하는 중국학생들의 수준에 달려있다.  하지만 어학연수생들이 중국학생들과 함께 학부나 대학원 수업을 들을 것도 아니잖는가? -.-;;  중국에서 그 학교의 순위와 명성이 어떤가보다는, 어학연수 과정의 수준(커리큘럼이 얼마나 세분화되어 있는지, 강사진의 수준이 어떤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닐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결국 같은 맥락의 사연이 하나 있다.

  내가 흑룡강대학에서 어학연수 받을 때, 한 선택과목 수업에서 같은 한국인 어학연수생과 알게 되었다.  그 학생은 대학생 신분인 다른 어학연수생과는 달리, 중국대학의 본과(학부) 과정에 입학할 생각으로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온 어린 학생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상당한 수준의 중국어 실력을 쌓고 와서, 어학연수과정 고급반에서 공부하는 중이었다.  

  어느 날 이 어린 학생이 수업시간 말고는 중국인과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한탄했다.  그래서 흑룡강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도 한국어 연습상대를 못 찾아 아쉬워한다는데, 그런 한국어과 학생과 후쉐(서로 상대방에게 자기 나라 언어를 가르쳐주는 것)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이 어린 학생 왈 "한국어과는 흑룡강대학에서 다른 과보다 수준이 낮다고 하는데, 그 애들이랑 후쉐해서 효과가 있겠어요?" -0-;;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어학연수생들은 오직 명문대 다니는 중국학생 또는 각 학교에서 입학성적 커트라인이 높은 학과에 다니는 중국학생들하고만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건 마치 한국으로 어학연수 오는 외국학생들은 서울대 학생 또는 각 학교에서 입학성적이 최고인 의대생들하고만 한국어 연습해야 한다는 소리와 같다. -.-;;     

  그 학생이 아직 어린 탓에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기는 했는데, 어쨌든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짜릿한(?) 경험이었다. ^^;; 

 

  어학연수를 받을 때 학교의 명성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국 내에서의 학교 순위가 어찌되는가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순위는 어학연수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 

  굳이 학교 명성에 집착(?)할거라면, 어학연수 학교로서의 명성에 집착하기 바란다.  몇몇 중국 대학들을 보면, 중국 내에서 명문학교로 인정받는 학교는 아니지만, 어학연수과정에 있어서는 오히려 명문학교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쌓고 좋은 커리큘럼를 갖춘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수준 이상의 커리큘럼 갖춘 학교라면, 전부 어학연수 받기 괜찮다.  그 다음은 자신이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다.  문법, 어휘, 작문은 학교 공부에 신경쓰면 실력이 늘게 되어 있고, 회화나 듣기는 자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중국인들과 부딪쳐가며 이야기를 하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