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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으로 통곡하는 북한 주민과 여군

Lesley 2011. 12. 29. 00:08

 

  며칠 전 올린 주걸륜의 국화대라는 노래에 관한 포스트가 올해 마지막으로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갑자기 포스팅할 거리를 하나 찾게 되어, 이렇게 올리게 되었다. ^^;;

 

 

  중국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제일 윗부분에 떡하니 걸린 김정일 사망 관련 사진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북한 관련 소식은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이 더 빠르고 자세한 편이라(우리나라 취재진이야 북한에 들어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니...), 우리나라 인터넷이나 TV에서는 못 본 사진들이 수십장씩이나 있었다.  역시 극적인 순간을 표현하는 데에는 글자보다는 사진이 훨씬 효과가 강렬해서, 그 사진들 쭉 훑어보니 지금 북한이 어떤 상황인지 단박에 알 수가 있었다.

  그 중 맨 앞의 두 장을 소개하자면...

 

 

'김정일 출관전 마지막 참배 - 민중이 울며 뛰고 있음' 이라는 제목의 사진.

 

  서방쪽 언론에서는 지금 북한 사람들의 상황을 '누가 더 크게 우나 게임하는 것 같다' 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는데, 이런 사진을 보면 서양인들 눈에 그렇게 보일만도 하다.

  이 사진 아래에 泪如涌泉(눈물이 마치 솟아나는 샘물과 같다)라는 표현으로 설명을 해놨던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사진 속 북한 주민들의 눈물은 정말 샘물이 솟아나는 것만 같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통곡하면서 뛰는데도, 넘어지는 이가 없다는 게 그저 용할 뿐이다. -.-;;

 

  서방에서는 온주민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슬퍼하는 이 상황이, 정말로 슬퍼서 그러는 건지, 일종의 세뇌교육의 효과인지를 궁금해한단다.

  어느쪽이 맞는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모두 끔찍할 뿐이다.  만일 정말로 저렇게까지 김정일의 죽음을 슬퍼하는 거라면, 그것은 북한 주민들의 정치수준과 현실인식능력에 큰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세뇌교육 때문에 슬퍼하는 거라면, 북한 정권의 세뇌교육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결국 이쪽이나 저쪽이나 모두 한숨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여군이 조문현장에서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뜨리다(花容失色)' 는 제목의 사진.

 

  북한의 특성상 군대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를테니, 어쩌면 이 여군들은 정말로 가슴에서 우러나서 통곡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는 대성통곡하는 여군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희극적으로 보이는지... -.-;;  花容失色이라는 중국어 단어는 특별히 폄훼나 야유 또는 냉소의 느낌을 담은 말이 아니다.  그저, 여자가 무척 슬퍼하거나 놀라서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일 뿐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 그 단어를 붙여놓으니, 왜 이렇게 뭔가 빈정대는 것 같은 느낌이 오는건지 모르겠다. ㅠ.ㅠ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래도 우리 동포들인데, 북한 사람들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실 북한 정권이 나쁜거지, 북한 주민들이야 무슨 죄란 말인가...  그런데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은 저런 사진들이 중국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메인으로 떡 걸려있으니,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북한 사람들이 우스워 보이거나 미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런지 염려된다. ㅠ.ㅠ

 

 

 

  나는, 비록 통일로 인해 혼란을 겪더라도,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꼭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저런 사진들을 보니, 통일을 한 후에 겪을 혼란이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몇 십배는 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걱정하는 남북간의 경제력 차이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저렇게 지도자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존경과 복종을 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체제에서 자란 사람들과, 아무리 높은 양반들에 관련된 일이라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체제에서 자란 우리들이 어울려 살 일이 더 걱정이다. (하지만, 그래도 통일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