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각종 행사

'북서울 꿈의 숲' 의 라틴 미술 전시회 - 숲속의 생명展

Lesley 2012. 3. 17. 00:07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의 아트센터 안에 있는 드림갤러리(이 공원 내에 있는 북카페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음.)에서 '숲속의 생명展' 이라는 라틴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위) 전시회장 입구.  전시회 기간은 2월 21일부터 4월 29일까지임.

(아래) 전시회장 내부.

  에콰도르, 쿠바,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라틴 지역의 화가 8명의 그림을 몇 점씩 소개하는 소규모의 전시회다.

  서울 동북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비록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도 시간 있을 때 들릴만한 전시회다.  바로 위에도 쓴 것처럼 소규모의 전시회라 아무리 느긋하게 감상해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하고, 무엇보다 무료(!) 전시회다.  나처럼 미술에 대해 안목과 지식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유료 전시회에 부담을 느껴니 말이다. (온통 알 수 없는 그림만 나오면 마음 속으로 '내 피같은 표값 돌려줘~' 를 부르짖게 되는... ^^;;)

  혼자 가서 이 전시회 천천히 구경한 후, 바로 옆 북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쉬다가, 넓찍한 공원 한 바퀴 산책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휴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

 

 

   이 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가능함.  단, 플래쉬를 터뜨리는 것은 절대 금지...!  

 

 

 

  자, 이 전시회의 그림 중 내 마음에 든 작품 또는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기억에 남는 녀석들만 골라서 소개하자면...

 

 

 

  1. 모니카 사르미엔토 카스틸로 (Monica Sarmiento Castillo)

 

 

  에콰도르 화가인 모니타 사르미엔토 카스틸로는 스페인이 라틴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기 이전의 이 지역 선사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선사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 모양 또는 선사시대의 기하학적인 무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드러나는, 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들임.

 

  라틴 아메리카 하면 무척 정열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이 그림들도 그런 느낌이다.

  나무 줄기와 나뭇잎을 세세히 묘사한 게 아니라 단순하게 그려내서, 보는 이에게 오히려 강한 인상을 준다.  거기에 색깔까지 초록색 또는 붉은색만 이용해서 활활 타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더 강해진다.

  그런데 왼쪽 아래편 그림의 나무 줄기는 웬지 인삼을 연상하게 하는... (이런 무식...! ^^;;)

 

 

라틴 지역의 고대 문명에서 자주 쓰던 기하학적 무늬를 이용해 그린 작품들임.

 

  이 화가는 단색으로 작품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하나 보다.

  대담하게 단순화한 무늬에 한 가지 색으로만 그린 작품들이라, 모두 회화가 아니라 판화 같은 느낌이다.

 

 

신화를 시각화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작품.

  이 화가의 그림 중 가장 신비로운 그림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

  저 기하학적인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잎, 물고기, 사람(사실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로보트 모양 로고와 비슷한... ^^;;)으로 봐도 될만한 것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은 이 세상 만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오른쪽 윗부분의 동그라미는 태양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면 어떨런지... ^^  어린 시절 읽었던 잉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등,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이다.

 

 

 

  2. 크리스티나 누네스 (Cristina Nunez)

 

 

  크리스티나 누네스는 베네수엘라의 화가인데, 화초 그림 등의 정물화와 일상적인 소소함을 개성있게 그려내는 게 이 화가의 특징이라고 한다.

 

(위) 4개의 그림 모두 화분 속에 있는 화초를 그려낸 정물화임.

(아래) 시장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임.

 

  강렬함과 대담함이 라틴 지역 예술가들의 공통적인 성향인가... 
  맨 처음에 소개한 카스틸로의 그림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이 화가 역시 그림의 대상을 단순화하고 색깔을 강렬하게 쓴다는 점에서는 카스틸로와 같다.

 

  그런데 시장에 관련된 아래의 두 그림...

  저 두 그림을 보는 순간 떠올랐던 것이 '빨간 모자 아가씨(빨간 두건 아가씨)' 이야기다.  어디선가 늑대 한 마리가 저 빨간 후드 망토 둘러쓴 사람 주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만 같다. ^^ 

 

 

  3. 이그나시오 이투리아 (Ignacio Iturria)

 

  우루과이 작가인 이그나시오 이투리아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토대로 상황의 유머스러움과 아이러니를 잘 표현해낸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문학, 영화, 그림은 작가가 원래 나타내고자 했던 의도와 관객이 받는 느낌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법...!  그래서 나는 전시회장에 써진 설명판의 '유머스러움'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 이 화가 그림은 조금 무서웠다. ㅠ.ㅠ

 

(위) '까다께의 여름' 이라는 제목의 그림 전체.

(아래) '까다께의 여름' 속 등장인물 중 일부분을 확대한 모습.

 

아마 어느 여름을 보낸 지역에서의 추억들을 하나의 캔버스 안에 뭉뚱그려 그려낸 작품인 듯하다.

  그런데 이 그림이 유화인데다가 등장인물들이 작게 나와서, 모두의 얼굴이 과감히 생략된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게 내 눈에는 정말 기괴하게 보였다. -.-;;  화가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공포소설의 삽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ㅠ.ㅠ

 

 

  4. 알리시아 데 라 캄파 팍 (Alicia de la Campa Pak)

 

  알리시아 데 라 캄파 팍은 비현실적인 환상과 함께 바로크풍의 느낌도 함께 갖고 있는 그림을 그리는 쿠바의 화가다.

 

 

바로크풍 옷차림의 사람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묘한 일들을 그려낸 작품들.

  나는 원래 미술, 특히나 형이상학적인 미술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이 화가의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 중 윗편의 왼쪽 그림과 가운데 그림의 제목은 '사냥꾼들' 과 '버려진 둥우리' 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  분명히 왼쪽 그림에는 나비를 사냥하는 작은 사냥꾼들이 여러 명 등장하고, 가운데 그림에는 작은 사냥꾼들에게 공격받고 있는 둥우리가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두 그림 모두에 나오는 저 중세풍 차림새의 사람은 뭐란 말인가... 두 그림의 사냥이 모두 저 사람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먼저 소개한 이그나시오 이투리아의 그림과는 좀 다른 의미로, 이 그림도 기괴하다는 느낌이다. ^^;;

 

 

  5. 시네시오 꾸에따라 메네시아 (Sinecio Cuetara Menecia)

 

  씨네시오 꾸에따라 메네시아는 쿠바의 화가인데, 자신의 상상속 도시의 모습을 카드처럼 파사드들로 구성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나.  

 

 

라틴풍 건축물을 강렬한 원색과 어두운 색으로 형상화한 그림들.

  이 작가 설명 중 '파사드' 라는 말이 나오기에, 그게 도대체 무언가 했는데, 건물의 출입구쪽 또는 정면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좀 뒤져봤더니, '불국사의 아름다운 파사드' 식으로 쓰이는 건축용어다.  그냥 '전경' 이나 '앞면' 이라고 하면 될 것을 뭐 이렇게 어렵게 써서 보는 사람 헷갈리게 만드나... ^^;;

 

 

 

  6. 마우로 아르비사 페르난데스 (Mauro Arbiza Fernandez)

 

  마우로 아르비사 페르난데스는 우루과이의 작가인데, 이 전시회 작품 중 유일하게 회화가 아닌 것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차례로 '원죄', '뉴욕 행성', '뉴욕에서의 교감' 이라는 제목임.

 

  분명 저 세 작품에 나온 것들은 모두 사과다.

  '원죄' 라는 작품은 성경 속 선악과 이야기임이 분명한데, 왜 하필 저 사과가 원죄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역시 예술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일반인과 상당히 다른 듯... ^^;;)

  두번째 뉴욕 행성이라는 것은, 뉴욕을 Big Apple 이라고 부르는 것과 상관있는 듯하다.  우주를 나타내는 검은 화면 한 가운데 사과 한 알을 두고 뉴욕 행성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다만, 이름은 이해가 가는데, 저 작품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리둥절한 것은 '원죄' 의 경우와 다를 게 없다.

  마지막 '뉴욕에서의 교감' 의 빨간 바탕은 무슨 의미일까?  '뉴욕 행성' 의 검은 화면은 우주를 나타내는 듯한데, '뉴욕에서의 교감' 의 빨간 화면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7. 페르난도 또레스 세바요스 (Fernando Terres Cevallos)

 

  에콰도르 화가인 페르난도 또레스 세바요스는 구상적인 면과 추상적인 면을 오묘하게 조화시킨 작품을 만들었다.

 

 

 

이 화가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고양이 그림.

 

  내가 특별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추상주의니 구성주의니 하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 그림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전시회의 다른 작가들 그림처럼, 이 작가의 그림도 색감이 강렬하다.  그런데 다른 작가들의 강렬한 색감과 구분되는 한 가지가 있으니, 다른 작가들은 불타는 것 같은 강렬한 색을 썼는데, 이 작가는 파스텔톤이 좀 섞인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강렬하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위쪽 가운데의 물고기 그림과 아래쪽 오른편의 고양이 그림 말고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 

 

  다른 화가들 작품이 우리가 라틴 아메리카 했을 때 떠올리는 열정과 대담함을 많이 드러냈다면, 이 화가는 라틴 특유의 느낌은 다소 약한 편이다.

  솔직히 이 화가의 작품은 내 수준으로는 감상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듯하다.  도대체 이 그림들이 무슨 뜻을까 한참을 그 앞에 서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든 그림보다 더 기억에 남는 얄궂음이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