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전철로 천안 가기 / 오므라이스 만들 때, 계란 예쁘게 싸는 법

Lesley 2012. 2. 22. 00:07

 

  이번 달 초순에 천안에 가서 하얼빈 시절 일당인 B를 보고 왔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고 B는 천안에 살다보니, 중국에서 돌아온 후로 1년에 한 번씩 겨우 만났다.  이번에도 한 달 전부터 벼르고 벼르다가 겨우 만났다.

  원래 계획은 하얼빈 시절 B의 룸메이트였던 M도 나와 함께 천안에 가는 것이었다.  고작 세 명이서 만나는 일이건만 시간 맞추기가 은근히 어려웠다.  그러다가 겨우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천안으로 가기 며칠 전에 M이 생선회 먹고 식중독에 걸려 뻗어버렸다. -0-;; (한겨울에 독감도 아니고 식중독이라니...!)  할 수 없이 나 혼자서 천안으로 고고씽~~~

 

  M과 함께 가려 할 때에는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고 가는 걸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지만, 나홀로 떠나게 되자 천안행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은 얼마 전 한 인터넷 벗님의 블로그에서, 서울 남쪽인 구로역에서부터 시작해도 온양온천역(천안역에서 너덧 정거장 더 가야 함)까지 33정거장이나 걸린다는 내용을 읽고 기겁한 적이 있다.  그 글을 읽을 때만 해도 내가 그 공.포.의. 천.안.행. 전.철.을 이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ㅠ.ㅠ

  하지만 이번에 천안 내려가느라 알아보니,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면 천안행 전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40분 정도 일찍 도찰할 수는 있지만, 교통비가 거의 3배나 든다.  어차피 1박 2일 일정이고, 무슨 대단한 업무차 가는 것도 아니고, 굳이 서두를 필요 있나...  게다가 천안까지 전철 뚫린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 쪽으로 전철 타고 가본 적이 없으니, 한 번 쯤 타보는 것도 좋을 듯 하고...  무엇보다 경제 사정 안 좋은데 돈이나 아끼자 하는 심정으로, 천안행 전철 타봤다. (정확히는 천안역 지나 종점인 신창역까지 가는 신창행 전철이었음. ^^) 

 

  하지만 전철에 몸을 싣고서 핸드폰으로 내가 몇 정거장이나 가야 하나 새삼 다시 계산해보니, 내가 정말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처음 탄 곳부터 쌍용역(천안역에서 두 정거장 더 가면 있는 역. 여기도 천안임.)까지 정확히 50개의 정거장이 나왔다...! ㅠ.ㅠ 워낙 장거리라 책을 한 권 가지고 갔는데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1시간 넘게 읽었더니 눈이 핑핑 도는 것 같아, 책은 그만 덮고 MP3 플레이어로 음악 듣는 걸로 바꿨다.

 

  그런데 '돈이나 아끼자' 하며 전철 타고 간 것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음악 듣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갈 경우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돈 아끼겠다고 서울-부산의 절반 밖에 안 되는 거리를 비슷한 시간 들여서 가다니...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너무 알뜰한 것 같아 기특할 지경이었는데(^^), 이 기특함은 천안 도착한 후에 곧 깨져버렸다.(-.-;;)

  B가 쌍용역에서 자기 집까지 가는 버스노선을 알려줬는데, 버스 정류장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쌍용역 바로 앞에 나사렛대학교가 있어서 거기 학생들을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물어봤지만, 어떻게 그 학교 학생 중에는 천안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인지...  다들 천안에 안 살아서 버스에 대해서는 모른단다. ㅠ.ㅠ  날씨는 귀가 떨어져나갈 지경으로 춥고, 쌍용역에서 B네집까지 안 멀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있어서, 결국 택시를 잡아 탔다.

  아, 그랬더니만...  서울 북쪽에서 충청남도 천안까지 전철 이용하면 2시간 20분을 2,800원 내고 가게 되는데, 같은 천안인 쌍용역에서 B네집까지 택시 이용해서 겨우 10여분 가는데는 2,400원이나 들었다. -0-;;  세상은 역시 요지경이란 생각을 하며 택시비를 냈다. ^^;;       

 

 

 


 

 

 

  내 블로그가 요리 관련 블로그도 아니고, 내가 오므라이스 같은 것을 포스팅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

  오므라이스는 볶음밥을 계란으로 감싸기만 하는 간단한 요리지만, 요리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그 '계란으로 볶음밥 싸기' 부분이 잘 안 된다.   

 

B가 의기양양하게 지단으로 볶음밥 싸다가 찢어져서, '옆구리 터진 오므라이스' 가 탄생했음. ^^

 

  위의 사진처럼 까딱 잘못하면 얇게 부친 지단이 찢어져버린다.

  위의 '옆구리 터진 오므라이스' 의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후라이팬에 완성된 지단을 그대로 둔 상태로, 그 위에 미리 볶아놓은 밥을 얹고는, 보자기로 물건 싸듯이 지단으로 밥을 감싸다가 찢어져버린 것이다.    

 

 

이쪽은 이 몸이 난생 처음 만들어서 탄생시킨 '정상적인 오므라이스'...! ^0^

 

  사실 나 역시 요리랑은 거리가 상~~~당히 먼 사람이지만, 그래도 B가 만든 오므라이스가 실패작인 것을 보고는 B보다는 내가 조금 낫지 않을까 하며 팔 걷어부치고 나서봤다. ^^

  처음에는, 보자기식 감싸기가 안 통한다면, 지단을 볶음밥 위에 그냥 얹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오므라이스인데, 볶음밥을 감싸는 흉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지단을 대접 위에 얹었다.  지단이 대접보다 넓으니 당연히 대접 위에 걸쳐지되, 지단 가운데 부분은 대접 안쪽으로 좀 내려앉은 모양새가 된다.  그 내려앉은 가운데 부분에 볶음밥을 올리면, 볶음밥 무게 때문에 가운데가 아예 쑥 대접 속으로 들어간다.  그 상태에서 속으로 안 들어간 지단의 가장자리 부분을 볶음밥이 얹혀진 가운데쪽으로 대강 오므린 후, 대접을 들고 접시 위에 거꾸로 쏟아붓듯이 엎어버리는 거다.

 

  B는 옆에서 내가 하는 것을 보더니, 어떻게 그런 방법을 다 생각해냈냐고, 내 머리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나대로, 요리솜씨라고는 전혀 없으면서, 그래도 요리에 나름 유용한 잔머리는 그럭저럭 굴릴 수 있는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할 뿐이고... ^^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우리 두 사람만 몰랐을 뿐, 요리 9단쯤 되는 모범주부들은 꼬꼬마 새댁 시절에 이미 다 거쳐서 알고 있는 사실일지도 모르겠음. ^^;;)

 

 

이건 서비스컷으로 올리는, B의 회심작인 '묵은지 감자탕'...!  오므라이스와는 달리 성공작이었음. ^^

 

  B와 함께 무언가를 계속 먹으니,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실감이 제대로 났다.

  하얼빈에 있을 때 다른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 음식에 적응 못 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는데, 우리 두 사람은 먹거리에 있어서는 거의 짐승(!) 수준의 적응력을 발휘했다. ^^;;  한국 학생, 중국 학생을 막론하고, 남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입맛이 하나도 없다며 일부러 아침을 굶거나, 먹더라도 겨우 죽 한 그릇 또는 만두 서너 개로 간단히 때웠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B는 우리나라 사람은 밥힘으로 사는 거라면서 아침 댓바람부터 기름기 철철 넘쳐흐르는 중국식 볶음밥을 꿋꿋이 먹었고, 나는 나대로 옥수수죽에, 계란 후라이에, 도너츠 비슷한 빵 또는 만두까지 몽땅 갖춰놓고 먹었다.   

 

  이번에도 천안에서의 둘째날 아침, 잠자리 털고 일어나자마자 감자탕을 해먹었다...!

  사실 감자탕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묵은지가 들어가서 그런지 별로 안 느끼하고 적당히 매콤한 게 아주 맛있었다.  하지만 맛있는건 맛있는거고, 아침부터 큰 대접에 감자탕 한 그릇 떠놓고 싹싹 먹는 사람들은 아마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국이나 찌개 없으면 밥 못 먹는 한국 아저씨들조차, 우리처럼 아침 댓바람에 감자탕 먹는 짓은 못 할 것 같다. ^^;;

 

 

처음 탑승한 '누리로' - 무궁화호를 대신할 기차(http://blog.daum.net/jha7791/157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