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박치기! (パッチギ! / We Shall Overcome Someday!)

Lesley 2012. 3. 27. 00:03

 

  북한노래 '임진강' 덕분에 보게 된 일본영화 '박치기!'  

 

  2004년도 일본영화인 '박치기! (パッチギ! / We Shall Overcome Someday!)' 를 봤다.

  사실은 이 영화가 나올 당시에는,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가 한동안 이 노래 삽입곡인 '임진강' 에 푹 빠져서 주구장창 듣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 노래를 소재로 한 이 영화도 보게 된 것이다.

 

 

 

 

  최근에 혐한류 발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일본 배우 타카오카 소스케(高岡蒼甫)가 이 영화에서 물불 못 가리는 조총련계 재일교포 고등학생인 '리안성' 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배우는 영화 '봄의 눈(春の雪)' 에서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 '혼다' 로 나왔던 배우다.  두 영화 속에서 맡은 역의 성격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동일인물인 줄 몰랐다. ^^;;  '봄의 눈' 에서는 듬직하면서도 순박한 인상이었는데, '박치기!' 에서는 온몸에서 '나 성질 있는 놈이니까 건드리지마' 라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조선학교 짱이다.   ☞ 봄의 눈(春の雪, Spring Snow) (http://blog.daum.net/jha7791/15790803)


  사와지리 에리카(沢尻エリカ)는 '리안성' 의 여동생이며 같은 학교에 다니는 '리경자' 로 나온다.

  오빠와는 달리 모범생 스타일로 학교 합주단의 플루트 연주자로 활동하는 역이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 영화에 출연해서 그 다음해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오야 슌(塩谷瞬)은 '리경자' 와 '임진강' 에 반해서 재일교포들과 친분을 쌓게 되는 일본 고등학생 '마츠야마 고스케' 역을 맡았다.

  이 배우는 한국 배우 조현재와 고수를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  단정한 얼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닮은 듯하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이 영화 속 '마츠야마 고스케' 라는 인물은 실존인물인 '마츠야마 다케시(松山猛)' 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츠야마 다케시에 대해서는 얼마 전 '임진강' 에 관한 포스트를 올리면서, 임진강이 일본에 퍼지게 된 사연을 소개할 때 설명한 적이 있다.  ☞ 북한노래 '임진강' - 남한, 북한, 그리고 일본 (http://blog.daum.net/jha7791/15790882)

  마츠야마 다케시는 고등학교 시절 조선학교를 방문했다가 임진강과 인연이 닿은  경험을 되새겨 2002년에 '소년 M의 임진강' 이라는 자전적 소설을 썼는데, 이 소설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1968년 교토 - 재일교포, 비틀즈, 베트남 전쟁, 모택동의 문화대혁명,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 성(性) 개방화의 물결 

 

  이 영화가 재일동포 문제를 주요소재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재일동포 이야기만 다루지는 않는다.

  훗날 68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당시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일본에도 넘쳐흐르던 진보를 부르짖는 대학생들의 시위...  역시 반전과 진보를 노래한 그 시대 문화의 아이콘인 영국 그룹 비틀즈...   진보와 보수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야기하며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반전운동과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킨 베트남 전쟁...  일본 좌파 지식인들을 흥분으로 몰아넣은 중국의 모택동이 일으킨 문화대혁명...  일본사회에서 항상 변방인으로 소외받던 재일교포들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안겨준 북한의 월드컵 본선 8강 진출...  그리고 이런 정치사상적인 급격한 변화 속에서 불어닥친, '프리섹스' 니 '동성애' 니 하는 말이 나오고 '여체의 신비' 라는 포르노에 가까운 성과학 영화가 개봉되는 등의 성적 개방화의 바람...  이 모든 것들이 영화 속에서 제법 비중있게 다루어지든, 스치듯 지나가든, 하여튼 한 번씩은 나온다. 

  즉, 일단, 이 영화의 가장 큰 소재 및 주제는 재일동포와 일본인간의 격렬했던 충돌 및 그래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화해의 작은 희망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젊은이들을 가장 들끓게 만들었던 1960년대의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  마치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한 영화랄까? (그런 면에서, 설사 재일교포 문제에 관심 없더라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무척 환영받을만한 영화임. ^^)

 

  이 영화의 그런 특성은, 영화 시작에서부터 확실하다.

  재일동포를 주요 소재로 한 영화지만, 영화는 재일교포와 전혀 상관 없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웬 버섯모양 머리에, '올리비아 핫세' 의 '로미오와 줄리엣' 속 남자배우들이 입던 다리에 짝 달라붙는 타이즈형 바지를 입은 남자가수들의 요란한 공연으로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들은 1968년도에 데뷔해서 여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옥스(OX)' 라는 그룹이라고 한다.  지금 보면 촌스럽기만 한 공연이건만, 10대 여학생들은 눈물 펑펑 쏟아가며 목이 터져라 환성인지 괴성인지 구별하기 힘든 소리를 외치다가 줄줄이 기절한다. (1990년대 서울에서 벌어졌던, 미국 아이돌 그룹 New Kids on The Block 공연의 안전사고가 연상되는... ^^;;) 

 

 

 

  재일교포 학생 VS 일본 학생

 

  수학여행을 온 한 고등학교의 불량한 남학생들이 지나가던 조선학교 여학생 두 명을 붙들고 희롱한다.

  두 여학생 중 한 명이 '까불고 있어!' 라고 소리치며 아주 당차게 맞선다.  그래서 상대방의 뺨이라도 한 대 올려치려나 보다 생각한 순간, 이게 웬걸... 그만 혼자서 도망치듯이 뛰어가버린다. -.-;;  뭔가 큰일이 벌어지겠다고 잔뜩 긴장하며 보다가 '아니, 도망을 치더라도 친구를 데리고 도망쳐야지, 친구만 저 나쁜 놈들에게 남기고 가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라고 황당하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미국 서부영화 속 버팔로떼가 우르르 몰려오는 광경처럼, 50명은 넘어 보이는 학생들이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화면을 한가득 채운다.  즉, 그 여학생은 도망을 친 것이 아니라, 같은 조선학교 학생들을 데려오려고 갔던 것이다...! -0-;;

 

  조선학교 학생들은 순식간에 일본 학생들이 탄 관광버스 주위로 몰려든다.

  숫자도 많은데다가 살기등등하기까지 한 그들의 기세에 겁먹고, 일본 학생들이 줄줄이 관광버스 안으로 숨듯이 들어간다.  하지만 문제의 그 불량학생들은 미처 버스로 못 들어가고, 범인(!)을 찾아 두리번대던 조선학교 여학생 눈에 띈다.  그 여학생이 손가락으로 딱 집어 가르키자, 원래도 조선학교 주먹짱으로 소문난 괄괄한 성격의 '리안성' 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희롱당한 여학생 중 하나가 자기 여동생이기에 더욱 분노한 듯함.) 초강력 박치기로 상대를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다른 조선학교 남학생들이 관광버스 안으로 들어가, 나머지 범인들을 색출하려 한다.  일본 학생 중 일부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또 다른 일부는 '오이 김치' 라며 조선학생들을 멸시하는 말을 하며 조선학교 학생들과 맞붙는 등, 버스 안의 좁은 공간이 삽시간에 난장판이 된다.

 

  결국 두 여학생을 괴롭혔던 불량배들은 모두 완전히 묵사발이 되는데, 이미 잔뜩 흥분한 조선학교 학생들은 그 정도로는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조선학교의 남학생들은 물론이요, 몇몇 여학생들까지 합세해서, 일본 학생들이 탄 관광버스를 쓰러뜨리겠다며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0-;;  몇몇 일본 학생들이 기겁해서 흔들리는 버스 밖으로 뛰쳐나오는데, 그 중 우리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고스케' 군도 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서자마자 '뭐야? 당장 들어가지 못 해!' 하는 조선학교 '무서운 누나들'(!)의 윽박지름에 질려, 다시 버스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  그리고 조선학교 학생들은 기어이 커다란 버스를 옆으로 넘어뜨리는데 성공한다.   

 

  다음 날, 고스케의 담임 선생님은 이 '버스 전복 사건' 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된 신문을 들고서, 학생들에게 훈계를 한다. 

  얼핏 생각하면 일방적으로 당한 자기 학교 학생들을 위로하거나, 아니면 이유야 어떻든 간에 학생들끼리 패싸움을 벌이는 것은 나쁘다는 식의 잔소리를 할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진보적인 지식인들을 열광하게 했던 중국의 모택동을 추종하는 이 담임 선생님은, 아주 독특하게 훈계를 한다.  즉, 문화대혁명 동안 중국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사람당 한 권씩 소장하고 줄줄이 암기해야 했던 '모택동 어록' 을 꺼내드는데, 이 장면에서 그만 빵 터져버렸다.  전에 내 중국친구가 말하기를, 1960년대 및 1970년대 중국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모택동 어록을 들이밀며 '모 주석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라는 대사를 읊어대서 정말 웃기다고 했다.  그런데 이 담임 선생님의 태도와 말이 딱 그랬다. ^^

  담임 선생님은 '모택동 어록' 에 실린 '민족전쟁은 반민족전쟁으로 대항할 수 밖에 없다' 는 모택동의 말을 인용하면서, 전국에 모범이 되도록 교토에서라도 두 민족간 평화협정을 맺자고 한다.  그리고 고스케와 그 친구에게, 조선학교에 가서 친선 축구시합을 제의하라고 시킨다. 

 

 

 

  임진강, 경자, 재일교포 

 

  '평화의 사자'(!) 로서 조선학교를 방문한 고스케와 친구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위압적인 태도에 질려서 얼떨결에 도망을 치게 된다. ^^;;

  그러다가 고스케는 우연히 어떤 음악을 듣게 되고, 뭐에 홀린 듯이 그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 순진한 고등학생은, 조선학교 합주단이 연주하는 그 음악, 즉 '임진강' 과 그 합주단 속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안성의 여동생 '경자' 에게 동시에 반해버린다.

 

  고스케는, 경자가 안성의 여동생이니 포기하라는 친구의 충고를 무시하고, 기타 판매점에 가서 임진강을 연주할 기타를 고른다.

  그 곳에서 우연히 히피족 청년을 만나(처음에는 히피치고 제법 깔끔한 차림새였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히피답게 변함. ^^), 그 곡이 이미 해체된 The Folk Crusaders가 불러 유명해진 '임진강'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히피 청년은 고스케에게 임진강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고, 나중에는 기타 치는 법까지 가르쳐준다.

 

  고스케는 경자에게 다가서기 위해 독학으로 조선어까지 공부한다.

  잔뜩 긴장한 채 경자네 집에 전화해서 어색한 우리말로 The Folk Crusaders의 공연에 함께 가자고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경자는 그 날은 다른 일이 있다고 한다.  무척 실망하는 고스케에게, 경자는 은근한 말투로 '그 날 00공원에서 콘서트가 열리는데, 오겠느냐' 고 묻는다.  풀 죽었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순식간에 생기가 도는 고스케의 표정... ^^

 

  경자가 말한 콘서트란, 알고보니 정식 콘서트가 아니다.

  조만간 북한으로 떠날 오빠 안성을 위한(북한에서 재일교포의 북송사업이 한창이던 때라...) 재일교포들의 송별회를 겸한 야유회 자리였다.  안성을 비롯한 조총련 남학생들이 눈을 부라리며 좀 을러대기는 했지만, 다른 재일교포들(아줌마, 아저씨들 ^^)은 의외로 서글서글하게 고스케를 받아준다.

  고스케의 기타와 경자의 플루트가 어우러져 임진강을 연주하자, 곧 아들을 떠나보낼 안성 어머니와 그 동안 신산한 삶을 산 재일교포들은 목이 매인다.  이 때, 우연히 이들의 연주를 들은 라디오 방송국 PD가 고스케에게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을 제의한다. (이것이야말로 길거리 캐스팅...! ^^)

 

  이제 고스케는 용기백배해서, 한밤중에 일본인이 사는 지역과 재일교포들이 사는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을 헤엄쳐서 건너 경자를 만나러 갈 지경이 된다.

  경자도 순수하게 자기에게 다가서는 고스케에게 마음이 많이 기운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나와 만나주겠느냐' 는 고스케의 질문에 '만일 우리가 나중에 결혼까지 한다면, 조선인이 될 수 있냐' 고 조심스레 반문하는 경자의 표정과,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없이 경자를 바라만 보는 고스케의 얼굴은, 이 두 사람 사이에 강물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재덕의 죽음 - 역시 재일교포와 일본인은 함께 할 수 없는가

 

  안성과 친하게 지내는 후배 재덕은, 곧 졸업하고 북한으로 떠날 안성에게 교복 상의를 기념으로 달라 한다.

  그 교복을 입은 채 거리를 걷다가, 그만 불량배들과 마주치게 된다.  재덕은 교복 상의에 새겨진 안성의 이름을 보이며, 자신이 그 지역에서 소문난 주먹짱 안성인 것처럼 행세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불량배들은 그냥 그런 양야치들이 아니다.  그 동안 안성에게 번번히 당하기만 한 교토의 일본 학교 불량배들이, 안성에게 복수하려고 오사카에서 특별히 초빙(!)해온 불량배다.

  안성으로 오인받은 재덕은 초죽음이 되도록 얻어맞고,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다가(아마 자기 친구들에게, 불량배들이 안성을 노린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듯함.) 교통사고로 죽는다.

 

  재덕의 장례가 치러지던 날, 이웃의 재일교포들이 모두 모여 장례를 돕는데, 고스케 역시 그 자리에 함께 한다.

  하지만 그 동안 고스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소탈하게 대해줬던 사람들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해있다.  재덕의 관을 운반하는 일을 할 때의 고스케의 어색한 표정, 고스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복잡미묘해지는 안성과 경자의 눈빛...

  결국, 모두 밤샘을 하는 자리에서, 한 노인(삼베로 만든 상복 차림인 걸로 보아, 재건의 아버지인 것 같음.)이 고스케에게 '쪽발이는 보기 싫으니 가버려라' 고 매몰찬 소리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노인의 입에서는 강제징용으로 고향에서 일본에 끌려와 겪은 한서린 사연이 줄줄이 나온다.  고스케는 미안함과 서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떠나고, 경자는 차마 붙잡지도 못 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만 본다.

 

  한 동안 민족 차이와 상관없이 잘 어울렸던 이들이, 그렇게 다시 민족별로 찢어진다.

  고스케는 터덜터덜 다리 위를 건너다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격정에 휩쌓인다.  조총련들이 즐겨 부르는 임진강을 연주하던 기타를 꺼내 다리 난간에 마구 메치다가, 결국에는 강물 속으로 내던지고 절규한다.  그리고 경자는 고스케가 강을 헤엄쳐 자신에게로 왔던 날, 둘이 함께 읽었던 임진강의 가사를 적은 종이를 보며 고스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 안성과 다른 재일교포 남학생들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탄 자동차 바로 옆으로 안성의 아이를 임신한 '모모코' 가 탄 버스도 달려간다.  영화에서 모모코가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데, 이름이 일본식이고 단 한 번도 우리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민족간 갈등에 부딪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눈물을 흘리는 고스케와 경자만큼이나, 이들도 딱한 처지다.  아이는 분명 두 사람 모두의 아이인데, 여자는 양수가 다 터진 상태로 힘겹게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고, 남자는 여자의 그런 상태도 모르고 싸우러 가고 있으니...

 

 

 

  임진강 - 재일교포와 일본인 사이의 화해와 공존의 작은 씨앗

 

  전에 만났던 라디오 방송국 PD를 찾아간 고스케는, 포크송 경연대회 프로그램에 출연해 생방송으로 '임진강' 을 부른다. 

  원래도 심금을 울리는 선율과 가사를 지닌 곡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겪은 일로 찢어지는 고스케의 마음까지 실려서, 그야말로 절절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고스케의 임진강은 당시 갈등만 난무하던 재일교포와 일본인 사이에 화해와 공존의 희망을 던져준다.

  고스케가 부르는 임진강이 배경으로 깔리는 가운데, 강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진치고 있던 재일교포들과 일본인들이 일제히 강물로 뛰어들어 육탄전을 벌이고, 모모코 역시 병원에서 자신만의 전쟁을 치른다.  남자들이 서로 뒤엉켜 피흘려가며 겪는 전쟁이 '1960년대 현재의 갈등' 을 상징한다면, 모모코의 전쟁은 양쪽의 핏줄을 모두 이은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1960년대를 넘어선 미래의 희망' 을 상징하는 듯하다.

  경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스케의 임진강을 듣다가 울면서 상가로 뛰어간다.  상가에 모여있던 재일교포들에게 차마 어떤 말도 못 하고, 고스케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대뜸 라디오를 들이민다.  재일교포들도 온갖 감정을 다 담아 부르는 고스케의 목소리에 뭐라 말을 못 한다.  더군다나, 재일교포들이 라디오를 들을 때 공교롭게도 우리말 가사 부분이 흘러나왔기에, 그 서툰 우리말이 임진강의 감동을 배로 늘여준다.

 

  마침내 임진강이 다 끝났을 때, 재일교포와 일본인 사이의 희망은 좀 더 짙어진다.

  안성은 모모코가 낳은 아이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아이와 모모코를 위해서 북한으로 가지 않고 남겠다고 한다.  그러자 모모코는 셋이 한 가족이 되어 함께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한편, 고스케는 자신의 모든 격정을 임진강에 다 쏟아부어 부른 후, 많이 차분해지고 뭔가 후련해보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방송국을 걸어나온다.  그러자 경자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스케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 하고 싶다' 고 죽은 재덕에게 배운 우리말을 서툴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고스케에게, 경자는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빛을 띤 표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엔딩 타이틀곡을 배경으로, 주요 등장인물들의 소박하지만 나름 행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비춰주며, 영화는 끝난다.  

 

 

※  그런데 이 영화는 재일교포에 관한 영화지만, 영화 속 재일교포역을 맡은 배우들은 일본배우들이라 아무래도 영화에 간간히 나오는 우리말이 상당히 어색하다.  오죽하면 나와 함께 이 영화를 봤던 친구는 이 영화가 절반도 넘게 지나간 후에야 '어머, 저 사람들이 하는 말 한국어네, 난 지금까지 전부 일본어인줄 알았어!' 하고 소리쳤고... -.-;;  

  사실, 일본인 배우들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고, 또 자막이 있어서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에 별 무리가 없으니, 이 부분은 시원하게 패스~~~~ 하고 감상하도록 하자. ^^ 

 

 

박치기! LOVE & PEACE (パッチギ!part2)(http://blog.daum.net/jha7791/15790884)

북한노래 '임진강' - 남한, 북한, 그리고 일본(http://blog.daum.net/jha7791/15790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