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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산(天藏山) - 40여년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산

Lesley 2011. 10. 11. 00:33

 

 

  이번에는 먼저번 의릉(懿陵)을 소개하면서 잠시 언급한 천장산(天藏山)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 의릉(懿陵) - 왕릉과 안기부의 기묘한 동거 (http://blog.daum.net/jha7791/15790831)

 

 

  천장산(天藏山)은 1962년부터 40년 넘게 일반인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었다.

  의릉에 대한 포스트에서도 썼듯이, 안기부가 천장산 밑 의릉을 자기들 부지로 썼던데다가, 군부대까지 천장산 위에 주둔했기 때문이다.  의릉이 1996년에 개방된 뒤에도 천장산은 여전히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있었는데, 2005년에 드디어 천장산도 개방 되었다.

 

  천장산은 최고높이가 141미터 밖에 안 되는, 말하자면 동네 야산쯤 되는 산이다.

  그런데 얄궂은 것은, 군사정권 시절 43년이나 금단(?)의 땅이었던 탓에, 오히려 자연 상태 그대로 잘 보존되었다는 점이다. (의릉 훼손한 것을 천장산 보존한 것으로 퉁치기? -.-;;)  나처럼 꽃과 나무에 문외한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다른 산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러 종류의 식물이 천장산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천장산을 들어가려면 일단 의릉 부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성북정보도서관 쪽에서도 천장산으로 오를 수 있는 모양인데, 그 경우에는 산의 윗부분까지 못 오르고, 어설프게 산허리만 밟을 수 있다.  그렇게 의릉을 통하는 방법이 천장산 탐방의 정석(?)이다보니, 이를 놓고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의릉은 의릉이고 천장산은 천장산인데, 왜 천장산 오르는데 의릉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하는가 하는 비난이 있다고 한다.   

 

 

  하여튼 의릉을 통해 천장산으로 올라보면...

 

 천장산 입구.

(바로 앞에 '산책로 시작되는 곳' 이란 팻말도 있음.)

 

  경종과 선의왕후가 묻힌 봉분 오른편으로 돌아 걷다보면, 이렇게 천장산으로 오르는 철망 입구가 나온다.

  의릉 부지와 이어져있는데도, 입구부터 나무가 울창해서 그런지, 의릉 부지보다 온도가 2, 3도는 낮은 것 같다.

 

 

(위) 천장산 출구 : 할아버지 배를 침대 삼아 낮잠을 즐기는 아기. ^^

(아래) 천장산 입구 : 햇볕이 안 드는 곳이건만, 선캡까지 쓰고 주무시는 아주머니들. ^^

 

  천장산 입구 및 출구에서는,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벤치에 누워서 또는 아예 자리를 가져와서 깔고 드러누워 단잠에 빠진 시민들 보면, 보는 사람 마음도 한결 느긋해지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웃음도 새어나온다. ^^

 

 

 옛 안기부의 전망대.

 

  구불구불한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번갈아가며 밟고 오르다보면, 안기부 시절 설치한 전망대가 보인다.

  예전에는 안기부 또는 이 천장산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천장산 아래 지역을 둘러보는데 쓰던 전망대였다는데, 안기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뒤로는 산불 발생을 감시하는 전망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계단 위 입구가 잠겨 있는 전망대.


  원래 계획은 저 전망대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 천장산에 갔을 때는, 전망대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올라가서 본 풍경은 대단했다.  겨우 141미터 밖에 안 되는 산이건만, 산 주위가 그 동안 군사지역으로 묶여 높은 건물이 들어서지 못 한 탓에, 저 멀리까지 탁 틔여 보이는데 보는 사람 마음이 시원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추락의 위험이 있으니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문과 함께, 저렇게 잠겨져 있어서 올라가지 못 했다.

  혹시 철없는 아이들이 올라갔다가 무슨 사고라도 났었던건지 어떤건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성북정보도서관 방향으로 나있는 작은 전망대.

 

  저렇게 아담한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어서, 나도 그쪽으로 넘어가서 아래 풍경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쪽 의릉 방향과 저쪽 성북정보도서관 방향 사이에 철망이 계속 이어져있어서, 넘어갈 방법이 없었다. (좀 무리해서 철망을 넘어가기라도 한다면야 못 할 것도 없지만... ^^;;)  어차피 같은 천장산인데, 왜 철망으로 이쪽 저쪽을 나누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의릉 입장료 때문일까?  의릉 통해 들어가면 1,000원 내고 표를 사야 하는데, 철조망 없으면 모두들 돈 안 내도 되는 성북정보도서관 쪽에서 올라올까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

 

 

전망대 근처에서 바라본 상월곡동, 장위동의 모습.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더니, 과연 하늘은 너무 높다.

  거기에 하늘색은 어찌나 푸르고 맑던지, 아무렇게나 셔터 눌러도 제법 괜찮은 사진이 나온다. ^^

 

 

빠꼼히 보이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 윗부분. ^^

 

  저 경희대 '평화의 전당' 은 완공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는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건물 규모가 크거나 공사가 워낙 까다로와서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이 아니다.  공사가 거의 다 끝나서 마무리 작업과 준공검사만 받으면 끝나는 상황에서, 안기부에서 태클(!)을 건 것이다.  위의 사진만 봐도, 저 건물은 그 근처의 어떤 건물보다도 높다.  그래서 천장산과 의릉에 둥지(?)를 틀었던 안기부는, 저 건물에 올라서면 안기부 건물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면서 거의 다 된 공사를 중지시켰다.

 

  1995년에 안기부가 이 동네를 뜨고서야, 10년이나 중지했던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다 끝나가던 작업이었지만 10년이나 손을 놓고 있었으니, 다시 여기저기 손을 볼 수 밖에...  그 후 4, 5년이 지나서야 겨우 준공이 되었다.   

 

 

천장산에서 바라본 석관동. 

 

  가을을 흔히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천장산 위에서 바라본 하늘은 정말 그 말이 맞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

  이번 여름 유독 비가 많이 와서 하늘의 먼지가 말끔히 가셔서 그런지, 정말 하늘이 너무 높고 맑게 보인다. ^^

 

 

한국예술종합학교(http://blog.daum.net/jha7791/15790837)

석관동 도당(石串洞 都堂) : 21세기 서울 속 무속신앙의 흔적(http://blog.daum.net/jha7791/15790878)

의릉(懿陵) - 왕릉과 안기부의 기묘한 동거(http://blog.daum.net/jha7791/157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