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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 - 2

Lesley 2011. 4. 17. 00:12

 

 

 

 

 

 

 너희 나라로 돌아가버려!

 

 

  미국 전체를 뒤흔들어놓은 9.11 사건이 터진다.

 

 

  9.11 사건은 리즈완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선 만디라의 미용실이 문을 닫게 된다.  만디라는 분명 힌두교도지만, 손님들은 만디라가 리즈완과 결혼한 뒤에 쓰게 된 '칸'이라는 이슬람식 성 때문에 발길을 끊게 된 것이다.

  샘의 학교 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  샘이 이슬람교도 의붓아버지를 두었다는 이유로, 몇몇 아이들이 샘을 이슬람교도로 간주하고 놀린다.  누군가 샘의 사물함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을 잔뜩 넣어두는 일도 생긴다.

  자키리의 아내도 누군가에게 공격 받아 히잡이 벗겨지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버려!" 라는 폭언을 듣는 일을 겪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우울하고 상황이 리즈완과 자키리 형제의 벽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자키리의 아내가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리즈완과 만디라가 자키리의 집을 찾아간다.  자신들의 결혼을 반대했던 시동생 앞에서 만디라는 좀 긴장한 태도를 보이지만, 자키르는 의외로 선선히 형수를 집에 들여놓는다.  모든 이슬람교도가 미국의 적으로 간주되는 이 상황에서, 자키르도 너무 힘들고 외로웠던 것이다.

  리즈완은 자기가 결혼할 때 동생 자키르가 "만일 그 여자와 결혼한다면 형을 우리집에 발을 못 들여놓게 할거야" 라고 한 말 때문에, 자키르가 집으로 들어가자는데도 거절한다.  (리즈완은 장애 탓에 비유, 과장, 중의적인 표현을 못 알아듣고, 사람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음.)  자키르가 울음을 터뜨리자, 리즈완은 옛날에 엄마가 소외감을 처음으로 표현하며 우는 작은 아들을 달랬을 때와 똑같이 동생의 머리를 안아주며 "아들아, 괜찮아, 울지 말아라." 라고 한다. 

 

 

 

 우리가 그 애를 죽였어! 

 

 

  그리고 가장 끔찍한 비극이 벌어진다.

 

 

  샘이 백인 아이들의 집단폭행으로 죽은 것이다...! 

  사건의 씨앗은 사라의 남편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취재를 떠났다가 탈레반의 총격으로 숨진 일이다.  이제 10대 초반인 리스는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실에 무척 힘들어 한다. 그리고 그런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이, 누군가를 탓함으로써 마음을 달래게 된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된 사람이 바로 단짝 친구인 샘이다.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는 샘과 거부하려는 리스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이슬람교도에 대해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내던 다른 백인 아이들이 보게 된다.  그리고 곧 그 아이들과 샘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당황한 리스가 말리려 하지만, 몸을 붙들린 상태라 샘을 돕지 못 한다.  결국 샘은 잔인하게 구타당해 죽는다.

 

 

  반 이슬람 분위기 때문에 샘이 숨진 게 드러나자, 만디라는 리즈완과 결혼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한다.

  '칸' 이라는 이슬람식 성 때문에 아들이 죽은 거라며 "우리가 그 애를 죽였어." 하고 울부짖늗다.  하지만 감정표현과 사람과의 대화에 서툰 리즈완은 어떻게 해야 만디라를 위로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엉뚱한 소리만 하는 리즈완에게, 만디라는 떠나버리라고 소리지른다.  떠나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 한 채 "언제 돌아오면 되느냐" 고 묻는 리즈완...

  만디라는 더욱 흥분해서 "모든 미국인에게 당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걸 말한 다음에 돌아와라. 아니, 아예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라고 말하면 어떠냐" 하고 울부짖는다.

 

 

  이것이 이 영화 도입부에서, 리즈완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라고 미국 대통령에게 말해야 한다면서 여행을 하는 이유인 것이다.

 

 

 

 당신이 정말 그리워. / 나는 강해져야 해.

 

 

  리즈완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돌아가기 위해 무려 6개월 이상 대통령을 쫓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가원수를 만나는 게 간단할 리가 없다.  언제나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지 못 하고, 그럴 수록 필사적으로 대통령의 행보를 쫓으며 대통령의 이동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한다.  (대통령이 방문할 건물의 도면에 대통령의 동선을 미리 예측하고 표시할 때, 결국 테러리스트로 몰릴 줄 알았음. -.-;;)

  리즈완은 자신이 대화와 표현에 서툴어 그 동안 만디라나 다른 주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제대로 표현 못 한 것을 아쉬워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쫓아다니는 동안 아내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일기장에 아내와 다른 소중한 이들에 대한 감정을 절절히 토로하며,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 동안 만디라는 아들을 죽인 범인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경찰은 아무 단서를 못 잡고 사건을 종결하지만, 만디라는 엄마로서 도저히 그대로 포기할 수가 없다.  리스는 그런 만디라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모른 척 한다.  범인들이 리스에게 입을 다물도록 협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샘의 탓으로 돌리고 샘을 외면한 게 결국 샘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 때문에,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게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자키리의 아내가 만디라를 찾아와 그만 남편을 돌아오게 하라고 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본의 아니게 모진 소리를 한 것 뿐이지, 사실은 지금도 남편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설득한다.  하지만 만디라는 "사랑은 나를 약하게 할 뿐이다.  지금은 아들을 위해서 강해져야 한다." 며 거부한다.

 

 

  결국 리즈완은 대통령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라고 외쳤다가 테러리스트로 몰린다...!

  자기 입으로 테러리스트라고 광고하는 테러리스트가 어디 있느냐는 너무 당연한 상식은, 테러에 대해 알러지 수준의 반응 보이는 미국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리즈완은 영장도 없이 구금되어 가혹행위를 당한다. 

 

 

  다행히도 아마츄어 방송인들의 활약과 붙잡히기 전에 FBI에 대통령에 대한 음모를 꾸미던 과격 이슬람교도를 신고했던 일이 밝혀진 덕분에, 풀려난다.

  그리고 미국에서 차별받는 이슬람교도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유명인사가 되어 기자와 한 인터뷰 때문에, 왜 그렇게 무리해가면서 대통령을 만나려 했었는지 밝혀진다. 

 

 

 

 그리고 결말...

 

 

  결말은 쉴 새 없이 달려온 지금까지의 내용에 비해 다소 빈약한 느낌이다.

 

  일단 샘의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은 괜찮았다.

  리즈완의 인터뷰를 본 리스가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못 이기고, 자기의 엄마 사라와 샘의 엄마 만디라 앞에서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래서 샘을 집단폭행한 무리들이 모두 붙잡힌다.

  리스도 구속되었는데(범인을 알면서도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모양임.) 만디라가 경찰에 선처를 부탁한 덕분에 죄가 가벼워진다.  리스가 만디라에게 고맙다고 하자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 엄마를 위해서다." 라고 하는 만디라...  그 동안의 일을 생각하면 리스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먼저 경찰서에 가서 샘을 죽인 범인들과 자기 친아들 리스를 신고한 사라에게 엄마 대 엄마로서 최대한의 아량을 베푼 것이다. 

 

 

  하지만 풀려난 뒤의 리즈완의 행보는 참 뜬금없다.

  솔직히 나로서는 리즈완이 왜 당장 만디라에게 달려가지 않고, 큰 홍수가 난 조지아로 가서 봉사활동을 펼쳤는지 알 수가 없다. -.-;; 게다가 리즈완과 만디라가 눈물의 상봉을 하는데, 과격 이슬람교도가 거기까지 쫓아와서 리즈완을 칼로 찌른 부분은 우리나라 일일드라마의 전개만큼이나 대략난감이었다. (지금까지 잘 나가다가, 왜 이렇게 뻔하게 흘러가니~~~ ㅠ.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조지아 부분은 통째로 편집해서 쳐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리즈완이 생과 사의 경계에서 분투하는 장면과 미국에서 최초의 유색인 대통령(현재의 대통령인 오바마)이 당선되는 장면을 교차편집한 부분은 참 좋았다.

  미국 사회의 소수민인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억압받는 리즈완이 죽음에서 소생하는 장면과 역시 소수민인 흑인계에서 대통령이 배출되는 장면은 서로 일맥상통하니 말이다.  차별받던 흑인계에서 대통령이 배출되었듯이, 차별받는 이슬람계에게도 밝은 미래가 기다릴 거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가?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는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지금의 이 어둠이 언젠가는 걷히고 따뜻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그런 희망적인 미래를 바라는 메시지와는 별도로, 영화 속에서 벌어진 현실만 보면 해피엔딩이라고 잘라 말하기 힘들 듯 하다.

 

 

  이 영화가 100% 해피엔딩일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샘의 죽음이다.

  아무리 리즈완이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는 엄청난 일을 해내도, 만디라가 아들의 범인들을 밝혀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해도, 결국 샘은 돌아오지 못 한다.  샘의 죽음으로 갈라설 뻔한 리즈완과 만디라는 결국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하나가 되었지만, 이제 이 가족은 원래처럼 세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리즈완 부부는 앞으로도 샘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계속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만디라 가족과 사라 가족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리스가 뒤늦게라도 진상을 말해서 샘을 죽인 범인들이 처벌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고, 만디라가 사라를 생각해서 리스를 선처해주도록 경찰에 부탁해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지금, 두 가족이 예전과 같은 화기애애한 사이로 돌아갈 수 없음이 확실하다. 

  사실 리스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방황하느라 샘에게 냉랭하게 군 것 뿐이다.  더구나 샘이 구타당할 때 도와주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보면, 샘의 죽음의 원인 제공자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협박을 받았다고는 해도, 아들의 살해범을 찾아 헤매는 만디라를 6개월이나 외면했다.  모든 걸 고백하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리스에게, 만디라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라고 말한다.  그 때 만디라의 표정은 불타오르는 분노가 아니라 냉정한 허무함이다.  지난 수년 간 자기 아들 샘과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라 조카처럼 생각했던 리스에게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구나.' 라고 하는 듯한 허무함과 실망감을 드러낸다.   

 

 

  결국 이 영화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도, 지금은 모두가 상처투성이로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는 듯 하다. 

 

 

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 - 1(http://blog.daum.net/jha7791/157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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