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나와 깊은 인연 맺은 전자제품 - 下

Lesley 2011. 3. 17. 01:24

 

 

 

3. mp3 플레이어(코원의 G3, iAUDIO7, iAUDIO9)

 

 

  나는 지금껏 mp3 플레이어는 코원(COWON) 것만 사용했다.

  처음에 구입한 게 바로 코원의 제품이었는데, 음질과 다양한 기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 후로도 쭉 코원 것을 구입했다.

 

 

 

내 인생 최초의 mp3 플레이어인 코원의 G3(별칭은 '쥐삼이'였음. ^^)를 소개합니다~~

(G3는 지금은 지나가는 멍멍이도 안 쳐다볼 허접한 모양새였지만, 기능적으로는 매우 뛰어났음. ^^)

 

 

  그렇게 처음 장만했던 제품이 2004년에 구입한 G3이란 녀석이다.

  그런데 나처럼 전자제품 구입할 때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의 눈에도, 디자인이 정말 최악이었다.  투박하게 생겼다는 정도를 넘어서 못 생겼다고 표현해야 할 판국이었다.  내 친구가 한 말처럼, mp3라기보다는 90년대 쓰던 소형 라디오 같은 생김새였다.  원래 코원 제품은 두루 인기있는 편은 아니고 주로 매니아들이 사용한다.  그런데 그런 충성도 높은 매니아들조차 'G3는 코원 디자이너들이 몽땅 휴가 떠난 사이에 디자인 한거냐? 도대체 왜 이 모양이냐?' 하고 불평할 정도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G3에게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3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 당시 다른 mp3 플레이어들은 내장 배터리를 썼고 재생시간이 기껏해야 길어봤자 20시간도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G3는 특이하게 외장배터리(AA사이즈의 건전지 1개)를 사용하면서 재생시간이 50시간이나 되었다...! @.@  덕분에 한 달 예정으로 중국 배낭여행 떠나며 mp3 충전 문제로 골머리 앓고 싶어하지 않는 나에게 간택(!)되었다.  하루에 한 두 시간씩 한달 내내 음악을 들었으면서도, 에너자이저 건전지 하나로 버텼으니...! ^^

  둘째, 코원보다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은 다른 mp3 제조회사(삼성, 아이리버 등)의 제품에도 없는 이퀄라이저(Equalizer)라는 기능이 있었다. (요즘은 다른 회사 제품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 모양...)  이것 덕분에 사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게 음질을 다양하게 조절하는 게 가능했다.  나 같은 사람이야 그런 대단한 재주는 없지만, 다른 사용자들이 코원 게시판에 올려주는 설정값을 이용하면 환상적인 수준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

  셋째, 위의 사진에도 보이듯이 짧고 뭉툭한 레버가 달려있는데, 이게 미적인 측면에서는 꽝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정말 편리했다.  mp3 플레이어를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볼륨조절과 음악 되감기 및 빨리감기, 다음 음악으로 넘어가기 등 모든 것을 다 할 수가 있었다.  사람 많은 지하철 타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 때 또는 추운 날씨에 길을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기 싫을 때 정말 유용했다.

 

 

 

이번 포스트 쓰는 계기가 된 코원의 iAUDIO7(별칭은 '아칠이'였음.)의 모습.

(이 제품 디자인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만, G3를 사용해 본 나는 저 정도면 감지덕지... ^^)

 

 

  몇 번의 AS 거치며 쓰던 G3가 망가져서 iAUDIO7을 구입한 게 2007년이다.

  이 무렵에는 mp3 플레이어가 슬슬 길이와 너비는 늘어나면서 두께는 얇아지고 있었는데, iAUDIO7은 특이하게 길이와 너비는 얼마 안 되고 대신 두께는 족히 2센티미터는 됨직한 모습으로 나왔다. (개성을 중시하는 코원의 독자노선 추구? ^^)  덕분에 이 제품 디자인에 대해서도 코원 사용자들이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이미 G3의 극단적인(!) 생김새에 익숙해진 내 눈에는 저 정도 생김새는 꽃미남 또는 꽃미녀라 해도 되는 예쁜 모습으로 보였다. ^^

 

 

  iAUDIO7 역시 다른 코원 제품들처럼 매니아들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이 있었다.

  첫째, 비록 두껍기는 해도 크기 자체가 다른 회사 제품들보다 작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았다.

  둘째, G3도 재생시간이 길었지만, iAUDIO7는 정말 대단했다. 무려 60시간...!  나처럼 하루에 한 두 시간 사용하는 사람은 한 달에 겨우 한 번만 충천하면 됐다. (이 모델이 두꺼운 이유가 저 긴 재생시간을 위해 커다란 충전지를 넣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음.)

  셋째, 버튼 중 절반 정도가 터치버튼이었는데, 이 터지버튼이 스윙터치라는 방식을 써서 상당히 직관적이었다.  터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도 몇 번 만져보면 사용법을 금새 익힐 수 있었다.

  넷째, G3에서도 이미 있었던 이퀄라이저 기능은 iAUDIO7에서도 역시 빛을 발했다.

 

 

  하지만 당연히 단점도 있었다.

  iAUDIO7의 단점은 기능이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많은 기능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즉, 저 작은 몸체에, 다른 회사 제품에도 있는 모든 기능과 코원에만 있는 독특한 기능을 다 쑤셔넣으려 해서 문제가 생겼다.   

  겨우 1.3인치짜리 화면으로 누가 동영상과 텍스트를 본다고, 동영상 재생 기능 및 텍스트 읽기 기능을 넣어놨단 말인가? -.-;;  이 iAUDIO7를 사는 사람은 틀림없이 음악 감상 전용으로 샀을텐데, 차라리 동영상이나 텍스트 파일 재생기능을 빼고, 그만큼 가격을 낮췄더라면 더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코원의 제품들은 대기업인 삼성의 옙(YEPP) mp3 플레이어보다 가격이 비싸면 비쌌지, 결코 싸지는 않음.)   

 

 

 

(위) 2009년 하반기에 출시된, iAUDIO라인으로는 최신작인 iAUDIO9의 모습!

(아래 왼쪽) IAUDIO9의 독특한 포장 용기. 이른바 친환경적인 포장용기임. ^^

(아래 오른쪽) IAUDIO9의 포장용기를 이용해서 만든 연필꽂이. 

 

 

  2007년에 구입해서 4년 남짓 잘 썼던 iAUDIO7이 최근 사망해서, 3월 초에 iAUDIO7의 후속모델인 iAUDIO9를 구입했다.

  사실 iAUDIO9는 최근에 나온 모델이 아니라 2009년 하반기에 나온, 즉 전자제품 업계의 수명으로 따지자면 이미 구형인 모델이다.  새로 나온 mp3 플레이어들이 넘쳐나건만 굳이 iAUDIO9를 고른 이유는, 내가 원하는 mp3 플레이어는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원래 mp3 플레이어라는 게 음악 듣는데 쓰는 기계였다.  하지만 요즘 나온 mp3 플레이어에는 동영상 재생기능에, 전자사전 기능에, 심지어는 wi-fi 기능까지 있어서, 덩치는 쓸데없이 크고 가격만 비싸다.  사실 iAUDIO9에도 동영상, 텍스트, 사진 기능 등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잡다한 기능이 들어간 것 치고는 크기도 작고 가격도 착하다. ^^  

 

 

  iAUDIO9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것들에 비해 디자인적으로 우수해졌다.  물론 저 디자인도 뭔가 2%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사실, G3이나 iAUDIO7에 비한다면야, 저 정도면 디자인 종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잖는가...! ^^)

  둘째, iAUDIO라인의 바로 전 모델인 iAUDIO7에서도 있었던 이퀄라이저 기능과 터치스윙이 이 모델에도 있는데, 이 모델에서는 좀 더 세밀해졌다. 

  셋째, 무게는 iAUDIO7 보다 더 가벼워졌다.  하긴 iAUDIO7이 2센티미터 정도의 두께였는데,  iAUDIO9는 0.89센티미터라니 당연한 일이다.  너무 가벼워서 기계가 좀 약해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덕분에 나처럼 수시로 물건 떨어뜨리는 사람은 벌벌 떨면서 이 mp3 플레이어를 쓰는 중이다. ^^  

  넷째, 겨우 2인치짜리 화면을 채택했건만, 인코딩 없이 동영상을 돌릴 수 있다. (물론 나처럼 음악 전용으로 쓰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 없는 기능이지만... ^^)

  다섯째, 이전 모델들과는 달리 내장 스피커가 있다.  그래서 집에서 들을 때, 또는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을 때, 이어폰 없이 그냥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다른 모델들은 내장 스피커가 있어도 디자인적인 요소 때문에 본체의 뒷면 또는 옆면에 있어서, 소리가 작게 들리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 모델은 앞면 아래에 스피커가 있어서 소리가 잘 들린다.

  여섯째, 위의 사진을 보면 제품 포장 케이스가 정말 독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스크림콘처럼 생긴 플라스틱 케이스를 뒤집어 연필꽂이나 꽃 한 두 송이 꽂는 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별 거 아닌 듯 하지만, 점점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 걸 생각했을 때, 기업이 저런 사소한 면에서라도 신경쓰는 건 좋은 일인 듯 하다. ^^

 

 

  하지만 역시나 단점도 있다.

  첫째, 외장 메모리를 쓸 수 없다.  하지만 내장 메모리가 2G짜리인 것부터 16G인 것까지 다양하다는 점, 어차피 화면이 작아서 대부분의 구매자가 동영상 감상보다는 음악 감상 전용으로 쓸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감수할만한 사소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전용 USB 케이블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내가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사항이다.  오래전 모델인 G3과 iAUDIO7는 일반 USB 케이블을 이용할 수 있어서, 며칠 어디로 떠날 일 있을 때 따로 케이블 챙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왜 더 최근에 나온 iAUDIO9은 굳이 일반 USB케이블과 다른 USB 케이블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셋째, 재생시간이 29시간으로 줄었다. G3이 50시간, iAUDIO7이 60시간이나 되었던 걸 생각하면 팍 줄어든 셈이다.  이것은 iAUDIO9의 디자인이 향샹되면서 치르게 된 댓가인데, 엄청나게 두께가 얇아진 대신 내장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어 그리 되었다고 한다. 

 

 

 

  음... 쓰다보니까, 내가 무슨 코원 홍보대사(?) 쯤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코원한테 땡전 한 푼도 받은 적 없어요~~ 이 사람 믿어주세요~~ ^^;;)  그러고보면 몇 년 전 구입한 PMP도 코원에서 구입했는데, 나처럼 충성심 넘쳐흐르는 고객에게는 코원에서 특별상 같은 거라도 하나 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

 

 

  하여튼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던 녀석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건, 비록 그것들이 사람이 아닌 물건이기는 하지만, 씁쓸한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전자제품 나오면, 당장 못 바꿔서 안달내던데, 나는 오랫동안 나와 함께 지낸 녀석들과 가급적 오래 하고 싶다.  에구... 오래된 물건에 이렇게 집착하다니, 정말 늙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