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LG와 지오다노는 어느 나라 기업?

Lesley 2011. 4. 25. 18:22

 

 

 

  얼마 전, 하얼빈에서 알고 지냈던 중국학생이 이메일을 보냈다.

  좀 늦게 알게 된 아이라 하얼빈에서 지내던 때에 몇 번 만나지 못 했고, 귀국한 뒤로 쭉 연락이 없었기에, 나도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메일을 받으니 반갑기도 하고, 또 전에 그 아이랑 만났을 때의 일도 생각나서 웃음도 나오고... ^^

 

 

  그 일은 별 것 아니지만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 애와 그 애 친구가 나에게 '삼성 말고 한국의 어떤 회사가 또 유명하냐?' 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LG도 유명하고, 현대도 유명하다.' 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는 말이 'LG가 한국 회사였냐?' 다.  나는 LG가 삼성과 현대처럼 한자가 아닌 알파벳으로 된 이름이라서, 그 애가 서양쪽 국가의 회사로 여기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그 애 친구도 유럽 어디에서 들어온 회사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그 애는 지금껏 LG가 중국 회사인 줄 알았단다...! -0-;;  너무 황당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어려서부터 중국에서 쭉 봤기 때문이란다. ^^

 

 

  사실 '어려서부터 쭉 봤기 때문에, 우리나라 회사인 줄 알았다' 라고 말하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중국어 학원을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옷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본문을 배우게 되었다.  선생님이 모두에게 어떤 옷 브랜드(한국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말해보라 하셨다.  먼저 대답한 사람들이 어지간한 브랜드를 다 말해버리기도 했고, 또 내가 원래 브랜드 따져가며 옷 사입는 사람도 아니어서(그냥 내 몸에 맞고 가격 저렴하면 장땡~~ ^^;;), 마땅히 대답할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무렵에 지오다노 매장에서 티셔츠 하나 구입한 게 생각나기에, 지오다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인 선생님은 물론이고, 같은 반 사람들까지 '저 사람 무슨 소리 하는 거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알고보니 지오다노는 중국 브랜드(좀 더 정확히 말하면 홍콩 브랜드)였다...!  그런데 나는 그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왜냐?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오다노 매장을 자주 봤으니까...!  아직 외국 브랜드가 많지 않던 시절에 항상 봤으니, 으레 우리나라 브랜드겠거니 여겼던 것이다. ^^;;

 

  그런데 지오다노를 한국 브랜드로 아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낭여행 갔을 때, 처음 밟은 땅이 바로 중국 칭다오(靑島 : 청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풍경 좋고 깨끗한 항구도시라는 것 외에는 크게 볼거리는 없었던 곳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난생 처음 간 외국이었으니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그래서 두 발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거리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중에 눈에 띈 것이 지오다노 매장이었다.  그 매장을 보고는 ' 삼성이나 LG 같은 전자제품 회사 뿐 아니라, 의류회사도 중국에 진출했네?' 하며 신기해했다. ^^;;  그러고는 귀국해서 친구들에게 '중국 가보니까 지오다노도 거기 진출했더라.' 하며 헛소문(?)을 퍼뜨렸다.  내 말을 들은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아, 그래?  한국 옷도 중국에서 인기있나 보네~~' 하며 맞장구치고... (이래서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나온 모양임. ^^;;)

 

 

  전에 한 친구에게 들으니, 그 친구의 고등학교 시절 동창이 코끼리 도시락통이 일본 제품인 걸 몰라 망신당한 적이 있다 한다.

  8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가 다 그렇듯이 국산품 애용 교육을 너무 잘 받고 자란 그 동창은 반일정신까지 투철해서, 같은 반 친구들이 일제 학용품을 쓰는 걸 볼 때마다 '국산품을 써라.' 고 잔소리를 심하게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동창이 코끼리 도시락통에 점심을 싸온 걸 보고, 평소 잔소리 심하게 들었던 애들이 '너나 국산품 애용해라, 우리에게 국산품 애용하라더니 왜 너는 일제 쓰는 거냐?' 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그 동창이 얼굴이 시뻘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내 친구가 보기에는 아마 코끼리 도시락통이 일제인 걸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지못미다...^^;;)

 

 

  국제화 시대니 뭐니 해서 회사들이 국경을 넘나들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