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7일) 처음으로 공항철도를 이용해봤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YK가 귀국하게 되었는데, 가족들이 사정이 있어 공항으로 마중을 못 나간다 했다.
과부 신세 홀아비가 안다고, 하얼빈 오가며 산더미 같은 짐 때문에 고생했던 나이기에 '나라도 나갈까?' 했더니 KY도 '와주면 고맙지~' 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나가서 YK의 짐을 보니 '와주면 고맙지' 라고 '올 수 있으면 오고, 올 수 없으면 말아라' 라는 식으로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건 다 버리고 온다기에 20~30킬로 정도로 가뿐히 올 줄 알았더니, 웬걸... 공항 카트 위에 짐을 나눠넣은 가방들을 주렁주렁 얹어서 끌고 나오는데, 도무지 혼자서 나를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그것들이 70킬로그램을 넘는다니 말 다 했다. -.-;; 마중나온 사람 없었으면, 그 친구 혼자서 생쇼 벌일 뻔했다.
하여튼 그렇게 그 친구 마중나가느라, 작년 12월에 완전개통한 공항철도를 처음으로 타봤다.
먼저 전철로 6호선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역까지 가서, 공항철도로 갈아탔다.
DMC역의 공항철도 입구
DMC역에서 환승통로를 걸어나가면 저런 개찰구가 나오는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일반 전철역의 개찰구처럼 교통카드를 센서에 대야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일반 전철과는 달리 교통카드를 대어도 과금이 안 된다. 아예 저기에서는 과금이 안 된다고 안내문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왜 그럴까나...???
공항철도 내부
내부도 일반 전철과 다르다.
우선, 일반 전철과 달리 긴 의자의 양끝부분에 플라스틱인지 유리인지, 하여튼 투명한 벽을 만들어놓았다. 나처럼 전철 맨 끝부분에 앉아 철봉에 팔 걸쳐두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살짝 난감한 상황이다. (내 팔을 도대체 어디에 걸쳐둬야 하냐구요~~~ ^^;;) 그리고 각 객차 사이에 문이 없고, 저렇게 뻥 뚫려있다. 그래서 마치 중국 베이징의 전철을 다시 타는 기분이었다. ^^
또한 공항철도라는 특성상 당연한 거지만, 일반 전철에 비해 탑승객이 적다. 물론 각종 공휴일이나 휴가철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평일인 어제는 좌석 절반 이상이 비어있어 일반 전철보다 훨씬 쾌적한 기분이었다.
공항철도 역사 출구
저 문을 통과하면 바로 인천공항이다.
공항 지하 1층으로 연결이 되니, 공항철도 이용하시는 분들은 '여기가 대체 공항 어디쯤인가...' 하며 헤매지 마시기를... ^^ 그리고 저 출구의 개찰구 통과할 때, 교통카드를 대면 비로소 과금이 된다.
처음 이용해본 공항철도는 100점 만점에 95점짜리였다. ^^
공항 리무진 버스에 비해, 요금도 저렴하고('서울역 ↔ 인천공항' 직통열차의 경우, 13,300원이라 그다지 저렴하지 않음. 하지만 일반열차의 경우, '서울역 ↔ 인천공항'이 3,700원, 'DMC역 ↔ 인천공항'이 3,500원임.), 도로가 막혀 탑승시간이 길어질 위험도 없고, 내부환경도 훨씬 쾌적하다.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100점이 아닌 95점을 준 이유는, 딱 하나다.
어제 내가 마중나간 친구처럼 산더미 같은 짐 끌고다닐 사람이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짜리 가벼운 여행 또는 출장 떠날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리무진 버스보다 훨씬 유용한 교통수단이겠지만, 유학이나 이민 등 짐을 많이 끌고다닐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 친구가 70킬로그램이 넘는 짐을 이 가방 저 가방에 넣어 줄줄이 매달고 왔는데, 우리 둘이서 그 짐들 끌고 입국장에서 지하1층까지 내려가서, 다시 공항철도 플랫폼까지 가서 탑승하고, DMC역 또는 서울역까지 가서 계단 이용해서(그 엄청난 짐을 끌고는 에스켈러이터 이용 못 함.) 일반 전철로 갈아타고, 도착지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상상만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 짐 많은 이들은 이전처럼 그대로 공항 리무진 버스 타는 게 상책이다.
그래도 95점이 어딘가...
많은 공항 이용객들이 더 편리하게 공항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잘 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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