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학습, 중국어 노래

중국어 교재 - 습관용어(習慣用語)

Lesley 2010. 12. 24. 20:47

 

 

  제발 습관용어 MP3파일 신청하는 댓글 달지 마세요...! ㅠ.ㅠ 없습니다...!

 

 

 

  아, 불쌍한 내 블로그...

  주인 잘못 만난 탓에, 나날이 말라서 이제는 피골이 상접할 지경이다.  주인은 꾸역꾸역 잘 먹어서 나날이 살찌고 있는데, 블로그는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이니, 원... -.-;;

  12월 들어 달랑 한 번 밖에 밥(포스트)을 못 줬는데, 이 해가 저물어가기 전에 한 두 번 더 밥을 줘야겠다.

 

 

 

 


 

 

 

  오늘 쓰는 포스트는 중국어 학습자가 아니면 관심 없어할 내용이다.

  귀국 후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어 듣기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가끔 어학연수 때 썼던 교재의 녹음 파일을 듣곤 하는데, 그 교재에 대해 쓸까 한다.

  중국어 회화 쪽에서 유명한 '한어구어습관어교정(漢語口語習慣用語敎程)' 이라는 교재인데, 이름이 길어서 보통 '습관용어(習慣用語)' 라고 부른다.

 

 

  이 책은 중국어 어학연수의 중급반 과정에서 쓰는 책인데, 학생들이 좀 힘들어 한다.

  책에 나오는 단어나 문법 수준이 높아서 버거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중급반 정도 되는 학생들이 본문을 보면, 대부분의 한자는 눈에 익은 것들이다.  문제는... 문장을 이루는 대부분의 한자 뜻을 분명히 알건만, 도무지 문장 해석이 안 된다는 점이다. -.-;; (이런 상황이 더 짜증난다.  모르는 한자는 사전 찾으면 그만이지만, 아는 한자인데 해석 안 되면 어쩌라구... ㅠ.ㅠ) 

 

 

  그건 이 책이 일반 회화책이 아니라, 책 제목 그대로 '습관용어(習慣用語)'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습관용어란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숙어 같은 관용어를 뜻한다.  그러니 본문에 나오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 알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 수 없게 된다.  물론 일반 회화책에도 정식 문서 같은 데에는 안 쓰지만 실생활에서는 자주 쓰는 관용어가 곧잘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예 관용어 그 자체를 외국인에게 배우게 하는 게 목적이라, 본문 중 3분의 2 이상이 관용어다. 

  관용어의 특성상, 문법이라는 규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덮어놓고 몽땅 외우는 수 밖에 없어서, 학생들이 무척 힘들어 하는 것이다. ㅠ.ㅠ  

 

  하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 거고, 책 자체는 정말 잘 만든 듯 하다.

  사실 어학연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이수단위도 제일 높은 정독 시간에 쓰는 교재에는, 중국인들도 잘 안 쓰는 고차원(!)이며 고답적(?)인 단어와 문법들이 곧잘 등장하곤 한다.  하긴 이건 중국학생들의 한국어 교재도 마찬가지다.  전에 흑룡강대학 한국어과의 교재를 본 적이 있는데, 남에게 뭘 부탁할 때 '청컨대, ~~ 해주십시오.'라는 표현이 나왔다. -0-;;  ('청컨대'라니, 이게 무슨 조선시대에나 쓸 법한 표현이란 말인가...! ㅠ.ㅠ)

  그에 비해 이 습관용어 교재는, 나를 가르쳤던 푸다오 선생들마다 정말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본토박이 중국어로만 된 책이라며 감탄을 했다.  대외한어과가 아닌, 법학이나 영어 같은 것을 전공하는 일반 중국학생들도 이 책을 보고는 무척 재미있어 했고...

 

 

 

  그러다 보니 본문 내용도 정말 현실감 팍팍 나는 내용들이다.

  내가 이 책 배울 때 가장 재미있게 생각한 1과의 내용만 올려보겠다. (인터넷에 떠나니는 해석본에 조금 손을 대어 고쳐봄. ^^;;)  새 옷 사는 걸 무척 좋아하는 딸과 그런 딸을 못마땅히 여기는 엄마의 대화인데,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돈 쓰는 것 좋아하는 자식 세대와 근검절약 강조하는 부모 세대의 갈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사실, 1과를 올리는 이유는,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1과여서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재의 앞부분은 열심히 공부해서 새까맣고 뒤로 갈수록 하얗게 변하는 것이야 말로, 어떤 시대 어떤 장소에서나 다 통하는 규칙 아니던가...! ^^

 

 

제1과 내 돈이니까, 어떻게 쓰던지 내 마음대로 쓸 거에요

 

 

(리화가 흥분해서 집으로 뛰어온다.)

 

리화: 엄마, 저 새 코트 샀어요. 어떤지 좀 보세요? 괜찮죠?

         (이 '괜찮죠?' 부분에서 성우의 말투 정말 죽여줌 ^^)

         조금 전 쇼핑몰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더라구요.

 

엄마: 너는 정말, 어떻게 월급만 들어오면 안달 나서 집에 붙어 있지를 못하는구나.

        지난달에도 한 벌 사지 않았었니?

 

리화: 그건 벌써 유행이 지났잖아요. 입고 다닐 수도 없어요. 이게 올해 제일 유행하는 거에요.

 

엄마: 매달 월급이라곤 쥐꼬리만 한데, 그렇게 유행만 쫓아다니면 네 형편에 쫓아갈 수나 있겠니?

        옷이야 입을 만큼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니?

        그런데 너는 말이야, 여기도 한 벌, 저기도 한 벌, 우리집이 옷가게 차려도 되겠다.

        아이고,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해야 되는 거니? 내 말을 왜 그렇게 안 듣는 거냐?

 

리화: 엄마 말을 듣다간, 일 년 내내 겨우 옷 두 세 벌만 입고 다니게 되는데, 그럼 창피하잖아요.

         남들이 비웃으면 어떻게 해요.

         류핑핑 좀 보세요.  하루에 한 벌씩, 그것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좍 빼입고 다니잖아요.

 

엄마: 그 애? 내가 제일 못 봐주는 애가 바로 그 애야. 매일 꾸미기는 뭣같이 꾸며가지고서는.

        영화관에서 표 파는 일 하는 애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돈이 생기겠니?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그 돈 정상적인 돈이 아니다. 너 절대로 그 애 따라 해서는 안 돼.

        내가 젊었을 때는……

 

리화: 엄마, 또 시작이세요. 엄마가 하는 잔소리 이제 정말 지긋지긋해요.

         다들 엄마처럼 옷 한 벌 가지고 몇 년씩 입고 다닌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절대 발전 못할 거고,

         시장도 활성화 되지 못할 거예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엄마도 사고방식 좀 바꿔야 해요.

 

엄마: 내가 너만큼 요즘 쓰는 말을 몰라서, 말로는 너를 이길 수 없구나.

        어휴, 이 옷 아무리 못해도 100위엔은 넘지?

 

리화: 안 비싸요. 마침 “3.8일(여성의 날)”이라 세일 가격으로 460위엔 밖에 안 하던데요.

 

엄마: 세상에!  460위엔이나 하는데, 그게 세일한 가격이라고!  내 한 달 연금이 500위엔인데. 너 정말……

 

리화: 내 돈이니까 어떻게 쓰던지 내 마음대로 쓸 거에요.

 

엄마: 너처럼 그렇게 돈을 물 쓰듯 하는 게 습관이 되면, 나중에 가정을 이루고나서는 어떻게 할래?

       땅 파먹고 살거니?

 

리화: 저는요, 부자를 만나 결혼하거나, 아니면 결혼을 안 하고 엄마 곁에서 평생 엄마를 보살필 생각이에요.

 

엄마: 네가?  꿈보다 해몽이 좋구나. 누가 누굴 보살피게 될 지 모르지.

        리화야, 엄마가 너보고 멋을 부리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야.

        너한테 당장 중요한 것은 돈을 좀 더 모으고, 좋은 사람을 찾아서 결혼하는 거야.

        나중에 여건이 될 때 멋 부리고 치장하고 다녀도 늦지 않아.

 

리화: 엄마는 무슨 말을...

        지금 꾸미지 않으면, 다 늙어빠지고 나서 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누가 봐주겠어요.

        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엄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귓가로 흘려듣는구나.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어른 말 들어서 손해 보는 것 없다고.

        지금 네가 엄마 말을 안 들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다 했으니, 듣던 안 듣던 마음대로 하려무나.

        참, 아빠가 곧 돌아오실텐데, 아빠한테는 얼마짜리인지 말해서는 안 된다.

        아빠가 화내셔도 나는 모른다.

 

리화: 저도 아빠가 설교하는 거 듣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뭐라 하실지 다 외울 지경인데요.

        안심하세요. 제게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요.

        아빠가 물어보시면, 저는 이렇게 말할게요.

        이건 재고상품인데다가, 특가 세일까지 해서 정말 싸다고요, 겨우 60위엔 밖에 안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