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학습, 중국어 노래

신 HSK 구술시험 참가기

Lesley 2010. 9. 19. 01:02

 

 

  요즘 왜 이리 게을러졌는지..

  9월 10일에 쓰단 만 포스트를 이제야 올린다. -.-;;  아무래도 줄기차게 쓰던 '하얼빈 생활기'와 '간수성 여행기'가 끝나서 맥이 풀린 모양이다.  어쨌거나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잘라야 하는 법...!  지금이라도 포스트를 완성해서 올린다.

 


 

 

  지난 9월의 첫번째 일요일(9월 5일), 서울 행당중학교에서 신(新) HSK 구술(회화)시험을 치렀다.

 

  원래는 올해 HSK가 바뀐 뒤 처음으로 치러진 6월의 HSK 구술시험을 하얼빈에서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얼빈 생활기(흑룡강 어학연수기)에도 이미 쓴 것처럼, 중국 하얼빈에서 신 HSK 필기시험을 하도 파란만장 하게 치렀더니, 도무지 하얼빈에서는 더 시험 볼 엄두가 안 났다. ㅠ.ㅠ


☞ 하얼빈사범대학 때문에 내가 미쳐... ㅠ.ㅠ (http://blog.daum.net/jha7791/15790709)

    정말 하얼빈사범대학 때문에... ㅠ.ㅠ (뒷이야기 덧붙임) (http://blog.daum.net/jha7791/15790715)

    5월 16일에 벌어진 일들(上) - HSK, 아이크림, 라이터 (http://blog.daum.net/jha7791/15790718) 

    이제 하얼빈사범대학을 용서(?)하련다. (http://blog.daum.net/jha7791/15790729)

 

  그래서 귀국해서 9월 시험을 한양대역 근처의 행당중학교에서 치렀다.

  원래도 내가 발음이 안 좋고 말투도 딱딱해서 회화에 자신이 없는데, 그런 회화 시험 보러 가려니 당연히 긴장하고 갔다.  그리고 아직 결과 나오기 전이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ㅠ.ㅠ  그래도 이제 겨우 2회를 맞은 신 HSK 구술 시험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들 위해 후기를 남기려 한다.

 

 

  먼저 내 눈에 정말 이상해보였던 광경...

  분명히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부모님랑 함께 온 수험생들이 왜 이렇게 눈에 많이 띄던지...  부모랑 사이가 너무 좋아 그런거라면 할 말 없기는 하지만... 솔직히 내 눈에는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다. -.-;;  마치 덩치만 커다란 유치원생 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모기들의 습격...

  가뜩이나 버벅거리는 회화 실력에, 처음으로 참가한 구술 시험이라 잔뜩 긴장하기까지 했는데, 웬 놈의 모기들이 내 다리를 그렇게 물어뜯던지... ㅠ.ㅠ  시험 끝나고 보니, 종아리와 발목을 7군데나 물렸다.  시험 보는 중에도 가려워서 계속 긁적긁적... -.-;;

 

  또한 21세기라는 시대에 안 어울리게, 각자 준비해 온 녹음기에 테이프를 꽂아 녹음하는 시험 방식...

  시험 시작하기 전에 시험 감독관이 녹음기 문제 없는지 테이프에 녹음 한 번 해보라고 하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1,2,3,4'나 '가,나,다,라' 정도로 짤막하게 녹음해 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몇몇 학생들은 1에서 30까지 말하고 있고, 누구는 알파벳 A에서 Z까지... ^^

  또 시험 시작하자마자 먼저 자기 이름부터 중국어로 녹음하라고 했더니, 20명 넘는 수험생이 동시에 자기 이름을 엄청나게 크게 말하는데(혹시나 다른 수험생들 목소리에 묻혀 제대로 녹음되지 않을까봐...^^), 그 상황도 어찌나 웃기던지... ^^

  시험 문제에 대한 답안을 녹음할 때도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녹음하다보니,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온 교실에 가득 퍼지는데~~~~  실력이 좋아서 남들 전부 끝낸 뒤에도 계속 말하는 사람(예를 들면 내 바로 뒤에 앉았던 남학생)은 갑자기 조용해진 교실에서 혼자 말하려니 뻘쭘했나 보다.  그 전에는 유창하게 잘도 말하더니, 갑자기 더듬더듬... ^^

 

  1번부터 3번까지는 푸수(复述 : 복술) 문제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이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외워 반복하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건 아니다.  어차피 스피커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양을 보면, 설사 그 내용이 한국어로 나온다 한들 그대로 한 글자 한 글자 몽땅 기억해서 되풀이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

  외워서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자기 식으로 정리해서 대답하면 된다.  가령 시험문제가 '어젯밤에 나는 12시까지 공부했다.  너무 피곤하고 자고 싶었지만, 내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해서 어쩔 수 없었다.' 라면 '어젯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 중간고사가 있어서 12시까지 공부했다.' 라고 답하면 되는 거다. (엎어치나, 메치나~~~ ^^)

 

  4번은 주어진 문제지의 지문을 그대로 읽는 문제이다.

  나처럼 발음 안 좋은 사람에게는 가장 난감한 문제이다.  다른 문제는 발음이 나빠도, 답안 내용이 얼마나 조리 있는지, 문법에 얼마나 맞게 잘 말했는지 등으로 점수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지문을 그냥 줄줄 읽기만 하는 거라서, 발음이 나쁘면 죽었다 깨어나도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없다. ㅠ.ㅠ

 

  5,6번은 주어진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문제이다.

  이번 문제는 '당신에게 1개월간의 휴가가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는가?'와 '어린 아이들에게 용돈이 필요한지 아닌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였다.

 

  그리고 구술시험이기는 하지만, 필기를 허락해준다.

  즉, 문제가 스피커 통해 나올 때 그 내용을 문제지에 받아쓰는 걸 허용해주니, 수험생들은 그런 점을 최대한 이용하기 바란다.  그리고 답안 준비하는 시간을 10분을 주니, 그 동안 4번 문제에 핑인이나 성조를 표시하거나, 5,6번 문제의 답안에 쓸 내용을 요점 정도 간단히 써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 그리고 주의점 하나...!

  시험 보기 전날, HSK 관련 카페에 '수험표를 인터넷 통해 뽑았는데, 필기시험 수험표에는 사진이 있던데, 구술시험 수험표에는 사진이 없더라.' 라는 글이 몇 개 올라왔다.  내 수험표에는 사진이 분명히 있어서 어찌된 일인가 했다. 

  그런데 시험장에도 사진 없는 수험표 때문에 감독관들과 실랑이 벌이는 수험생을 몇 명 봤다.  그 수험생들이 결국 시험을 치렀는지, 아니면 수험표 문제로 시험을 못 치렀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사진이 나오는 게 맞는 거니, 모두 주의하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