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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와 오해

Lesley 2010. 12. 5. 22:28

 

 

  얼마 전 한 인터넷 벗님 블로그에 갔다가, 일반화의 오류에 관한 포스트를 읽었다.

  내용인즉슨, 중국을 몇 차례 여행한 어떤 한국인이 중국인들은 버스 탈 때 노인에게 자리 양보 잘 안 한다고 여행기에 썼다는 것이다.  그걸 보면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 중국인들은 원래 그렇구나.' 라고 생각할 거 아니냐고...

  읽다보니, 나 역시 중국 관련해서 그런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며 오해를 한 적이 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그런 사연들을 몇 개 적어볼까 한다.  

 

 

 

 

 1. 버스 자리 양보

 

 

  그 인터넷 벗님이 먼저 쓰신 버스 자리 양보에 대해 나도 쓰자면...

 

 

  몇 년 전 두 차례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나 역시 중국인들이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을 거의 못 봤다.

  처음에는 '원래 나라마다 풍습이 다르니까...' 하면서 무심히 넘겼다.  그러다가 나중에 치치하얼(齊齊哈爾 : 흑룡강성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데, 내몽골자치구 바로 옆에 있음.)에 갔는데, 버스 탈 때마다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예의 바른 젊은이들은 전부 치치하얼에 모여 사나?' 라는 생각까지 했다. ^^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 중반까지 하얼빈에서 지내면서는, 의외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버스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 것이다. (심지어 어떤 버스를 타면, 한국 젊은이들보다 훨씬 자주 양보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음.)

  또 두 아이를 데리고 하얼빈에서 사는 J씨 말로는, 노인에게 뿐 아니라 자신들처럼 어린 아이 데리고 타는 사람에게도 자리를 자주 양보해준다 했다.  만원버스에 탔을 때는 앉아있는 사람들이 서있는 사람들에 시야가 가려져 두 아이 데리고 탄 J씨네 일행을 못 보고 그냥 앉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는 버스 기사가 '여기 애를 둘이나 데리고 탄 사람이 있는데 왜 아무도 양보 안 하냐?' 며 막 신경질을 내고, 그러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고... ^^;; 

 

 

  전에는 못 보던 양보하는 광경을 최근 보게 된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여행다닐 때에는 중국어도 모르면서 혼자 다니는 통에, 짐 간수하랴, 내려야 하는 정류장 지나치게 될까 멈추는 정류장마다 정류장 이름 일일이 확인하랴... 그렇게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못 본 걸 수도 있다.  또는 중국인들이 그 동안은 먹고 사느라 바빠 남을 배려할 줄 몰랐는데, 차츰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의니 질서니 하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되었을 수도 있다.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는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지 낮은지야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거나 '중국인은 노인에게 자리 양보 안 한다' 라고 잘라 말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2. 담배

 

 

  이건 그 인터넷 벗님의 그 포스트에 내가 댓글로 달았던 내용이다. ^^

 

 

  두번째 배낭여행 때 헤이허(黑河 : 흑하, 러시아와 국경을 가르는 흑룡강 바로 앞의 소도시.)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소도시라 버스도 변변히 없고, 또 도시 외곽으로 돌려면 어차피 택시를 전세낼 수 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돈 대비 한국돈의 가치가 높아서, 일개 배낭여행자도 택시 타고 다니는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음.  아~~ 옛날이여~~ ㅠ.ㅠ)

  그렇게 그 택시기사와 하루 종일 함께 다니며 식사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중 그 기사가 담배 피우겠냐고 권하는 것이다...! @.@  속으로는 깜짝 놀랬지만 상대방의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중국은 한국보다 남녀의 지위가 더 평등하다더니, 그래서 여자들도 눈치 안 보고 담배 피울 수 있나봐~~' 정도로 이해했다.  '나는 원래 담배 안 피운다.' 고 사양했더니, 상대방도 굳이 더 권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중국여자들은 한국여자들이랑 다르게 자유롭게 담배 필 수 있다' 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완전히 헛소문 뿌리고 다닌 꼴이니, 참... -.-;;)

 

  그런데 작년에 하얼빈 흑룡강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중국에서도 여자들의 흡연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국 아이들과 이야기하던 중, 무슨 일로 담배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중국에서는 여자들도 담배 많이 피우지 않냐고 말했더니, 모두들 황당해했다.  담배 피우는 여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수이고, 여자의 흡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해서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피우지 못 하고 화장실이나 자기 집에서 몰래 피운다고 했다. (뭥미? 이거 한국이랑 같잖아...! -.-;;)  내가 헤이허에서 겪은 일을 말하자, 중국 여학생들이 모두 놀라고 흥분해서 '그 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어떻게 처음 만난 여자에게 담배를 권할 수 있냐?' 라고 말하며 그 택시기사를 규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

  그 기사가 담배 권할 때의 정중했던 태도도 보건데, 중국 여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난생 처음 본다는 한국인을 어찌 대해야 할 지 몰라서, 나름 친절하게 대한다는 게 그만 오버한 듯 하다.  마치 내가 중국에서 어학연수 하기 전까지는 모든 중국인들이 서예나 태극권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처럼, 그 기사도 외국 여자들은 어지간하면 담배를 피울거라 여긴 게 아닐까 싶다. ^^  

 

 

 

 3. 생수

 

 

  이건 위에서 말한 사건들과는 좀 다른 성질의 오해이다.

 

 

  흑룡강대학의 C취 기숙사에서 처음 생활하던 2009년 3월, 그 기숙사가 바로 전달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선수촌으로 쓰였기 때문에 아직 뒷정리가 안 되어, 기숙사 안의 모든 게 다 어수선했다.

  그래서 기숙사에 생수를 당장 가져다줄 수 없다고 해서, 한동안 각 방에 비치된 보온병을 이용해 기숙사 내에 있는 급수실에서 온수를 길어다 마셨다.  일부 한국학생들이 '물에서 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또는 '물을 몇 시간 두었더니 바닥에 찌꺼기 같은 게 가라앉더라' 등의 말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처럼 둔한 사람은 특별한 이상을 못 느꼈고, 어차피 생수 배달이 안 되는 이상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안심시켰던 일이 있었으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수많은 중국학생들이 그런 보온병을 한두 개씩 들고서 급수실에 가서 물을 긷는다는 사실이었다.  즉, '현지인들이 마셔서 문제 없다면, 우리가 마신다고  별일 있겠냐' 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그런데 나중에 우리가 중국학생들 기숙사 찾아갔다가 쇼킹한 장면을 목격했다. ('중국인 학생 기숙사 방문(http://blog.daum.net/jha7791/15790492)' 참조)

  거기에서 정수기에 거꾸로 꽂혀있는 생수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보온병은 보온병대로 줄줄이 바닥에 늘어서있고...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해서, 우리 중 한 사람이 중국아이를 붙들고 물어봤다.

  알고보니 그 동안 우리가 '마시는 물' 이라고 생각했던, 중국학생들이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길어간 보온병의 물은 '씻는 물' 이었다...! ㅠ.ㅠ  중국학생 기숙사는 유학생 기숙사와는 달리 아예 온수가 나오지를 않아서, 그렇게 기숙사 바깥에서 뜨거운 물을 길어다가 세숫물 또는 빨래용 물로 썼던 것이다. -0-;; 

  즉, 우리는 그때까지 씻는 물 가지고 열심히 마셨던 것이다...! 워더톈아~~(我的天啊 : 영어의 Oh, my God 에 해당하는 중국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