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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의 한국 문화 배우기 - 화투

Lesley 2010. 10. 1. 19:07

 

 

 

  9월의 마지막 일요일(9월 26일), 원래도 파란만장했던 내 하얼빈 생활기를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만장하게 장식해줬던 A('멀쩡한 사람 잡을 뻔한 병원 (http://blog.daum.net/jha7791/15790739 )' 참조)와 종로에서 만났다.

  A가 흑룡강대학으로 연수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알게 된 중국 유학생 두 명이 있는데, 나에게 그 유학생들을 소개해준다고 했다.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두 학기째 공부중이라는 이 어린 학생들에게 그만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A가 사정상 도와주기 곤란해서, 나에게 그 문제 해결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 포스트에서는 생략하겠음.)  나도 하얼빈에서 좋은 중국 아이들 여러 명 만나 이런저런 도움 받은 일도 있고, 또 낯선 외국살이 중 문제 생기면 얼마나 속 터지는지 경험해봤기에, 그러마 했다.

 

 

  그런데 이 날 분위기가 그 문제 때문에 처음에 좀 무거웠는데, 화투가 등장하며 분위기 반전~~ ^^

  아마 두 중국 학생이 전에 A에게 화투 치는 법을 물었던 모양이다.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 돌아다니다가 지친 다리 쉬게 할 겸 들어간 커피숍에서 A가 '너희한테 가르쳐주려고 가져왔어.' 하면서 화투를 한 벌 내놓자, 그 골치아픈 문제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던 중국아이들 눈이 갑자기 반짝~~~ ^^

  나는 원래도 화투 치는 법 모르고, 그나마 누가 치자고 하면 깍두기 비슷하게 끼여 치기는 하는데, 그 순간에는 치는 법을 아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다 까먹는다.  그래서 중국 아이들만큼이나 화투가 신기해보였다. ^^;; 

 

 

  A가 가져온 화투는 우리가 흔히 보는 화투와 여러가지로 달랐다.

  앞면의 가장자리와 뒷면 전체가 빨간색으로 된 보통 화투와는 다르게 파란색이었다.  내가 '이거 왜 파란색이야?' 하고 A한테 물었더니, '얘네들한테 이런 색 화투도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요.' 란다. ^^;; 

  비광에 나오는 아저씨(?)가 일본 아저씨가 아닌, 갓 쓰고 도포 입은 조선식 아저씨라는 점도 이채로왔고... ^^

 

 

나만큼이나 화투와 담 쌓고 살아 '비광'이 뭔지 모를 분들을 위해, 비광을 소개합니다. ^^

※ 출처 :  군산 해성 초등학교 6회 동창 모임(http://cafe.daum.net/haesung6/BcMp/808)

 

 

  하여튼 그렇게 커피숍에서, 남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데, 우리는 작은 테이블 둘러싸고 앉아 화투판을 벌였다. ^^;; 

  A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어, 중국어 섞어가며 열심히 화투 치는 법을 설명했다.  나야 화투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이 화투 교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인데다가, 마침 처음 나눠받은 패에 광이 2개나 있어서, 초장부터 광 팔고 물러나 앉았다. ^^ 

 

 

  여기서 또 웃겼던 일 하나...

  A가 화투패 중 같은 무리인 것들끼리 모아놓고 설명하면서, 나비, 사슴, 새 등이 그려진 패를 모아놓고 '이건 전부 동물이지? 다 동물이니까, 이것들은 같은 거야.' 라고 했다.  그런데 그 중에 국화였나, 모란이었나, 하여튼 꽃이 그려진 패가 하나  섞여 있었다.  중국아이들이 눈 동그렇게 뜨고 '언니, 이건 동물이 아니잖아요! 식물이에요!' 하자, 조금 난감해하던 A...  곧 '아냐, 여기서는 이건 동물로 치는 거야.' 하고 대강 넘어가고... ^^

 

 

  그러고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화투를 본 것이 작년 여름 하얼빈에서였다.

  흑룡강대학에서의 첫 학기 때 내 후쉐였던 류징과 류징의 친구 궈린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떠나기 전이었다.  그 애들이 나와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 화투를 한 벌 들고 나와서는 치는 법을 가르쳐달라 했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 2 (http://blog.daum.net/jha7791/15790527)' 참조)  그 때 그 아이들이 '한국인과 친해지려면 화투를 칠 줄 알아야 한다더라.' 했었는데, 이 날 만난 중국아이들도 그리 생각하는 듯 했다. ^^

  하긴 A는 흑룡강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중국문화를 배우겠다며 몇몇 흑룡강대학 중국 아이들과 어울려 마작을 쳤었다.  돈 걸고 하는 것은 나쁘지만, 진 사람 손목 때리기 같은 벌칙으로 하는 마작은 아주 건전한 게임이라면서... ^^

 

 

  우리가 중국의 게임 하면 마작을 떠올리듯이, 중국 아이들도 한국의 게임 하면 화투를 떠올린다는 사실을(원래 화투는 우리 것이 아니지만...^^;;) 새삼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