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수학능력시험에 얽힌 사연

Lesley 2010. 11. 18. 20:16

 

 

 

  오늘(11월 18일)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일이었는데, 그걸 아침에 인터넷에 뜨는 기사 읽고서야 알았다.

  11월 들어서부터 인터넷 기사 등에 간간히 수능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 수능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보니 무심히 훑어넘기는 통에, 시험일이 18일인지 28인지도 깜깜할 지경... ^^;;

  고등학교 시절에야 1, 2학년 때에도 수능일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동생이나 친척이나 한 다리 건너 이름만 들은 누구라도 하여튼 주위에 수능을 보는 사람이 있었기에, 역시 수능일은 내 관심권 안에 있었고...

  그렇게 학창시절 내 삶에서 나름 큰 비중 차지했던 수능이란 녀석이, 그 학창시절이란 것이 끝나고부터 별나라 달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수능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지금 시행되는 수능은 내가 치렀던 수능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 되었다. 

 

 


 

 

  하여튼 오늘 수능이 시행되었다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수능에 얽힌 몇 가지 사연들을 풀어볼까 한다.

 

 

  첫 번째, '수학능력시험'이란 이름에 얽힌 사연. 

  기존의 학력고사가 수학능력시험으로 대체된다는 말이 솔솔 나오던 나의 중학교 시절, 이름만 들어도 감이 탁 오는 학력고사와는 달리, 수학능력시험이란 알쏭달쏭한 이름은 순진한 중학생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시절 나는 수학능력시험이라는 게 수학 한 과목만 달랑 시험쳐서 대학 신입생 선발하는 건 줄 알았다. -0-;;  그리하여 수학능력 우수한 학생은 좋은 학교 가고, 수학능력 바닥인 학생은 대학 못 가고...  수학능력(修學能力)과 수학능력(數學能力)의 간극에서, 수학 싫어하던 철 모르는 중학생은 '정말 미치겠네, 나 이제 어떻게 해~~~' 하고 걱정했다. -.-;;

 

 

  두 번째, 완전 실패한 첫 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처음 시행된 건 94년도 대입 신입생을 선발하는 93년도였다.  그 해에는 수능이 두 차례 있었다. (올해부터 다시 수능을 한 해에 두 번 시행한다던가?)  '미국은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를 한 해에 몇 번씩 시행한다더라.  대입이라는 중대사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한다는 건 너무하지 않냐,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 할 수도 있는 법이다. 우리도 두 번 시행해서 그 중 더 좋은 성적을 대학에 제출하게 하자.'라는 제법 좋은 취지에서 그리한 것이다.

  하지만 목적만 좋았고, 결과는 꽝...!  새로운 시험 출제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탓에, 첫 번째 시험과 두 번째 시험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두 번째 성적이 첫 번째 성적보다 30점씩 내려앉았다고들 했으니...  표준점수제처럼 상대평가가 어느 정도 반영된 점수제를 선택했더라면 부작용이 덜했을텐데, 이 때는 그냥 절대평가였다.  덕분에 어려웠던 두 번째 시험에서 괜찮은 백분율을 차지하고도 점수 자체는 형편없게 나오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이럴거면 뭐하러 두 번이나 시험 보냐, 교육부가 원서접수비 받아먹으려고 환장했냐... 등의 불만도 쏟아져 나왔고...

 

 

  세 번째, 수학능력시험 덕분에 마루타가 된 학생들.

  93년도에 첫 수능이 시행되었는데, 그것도 그 해에는 두 번 시행하느라 푹푹 찌는 8월에 첫 수능이 시행되었는데...  놀랍게도 93년도 1학기까지도 수능의 문제형태가 확정되지 않았다. -0-;; (공식적으로는 92년도에 치른 제7차 평가시험으로 수능 문제형태가 완성됨. -.-;;)

  덕분에 고등학교 진학하자마자 이름도 생소한 수능 모의고사를 몇 번이나 쳐야했다.  이름이 좋아 모의고사지, 사실 평가시험의 연장판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는 매달 수능의 베타버전(?)을 치렀다.  그리고 치를 때마다 달라지는 문제형태와 난이도... -.-;;

  수능이라는 게 원래 미국의 SAT를 벤치마킹한 거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꾸 바뀌다 보니, 나중에는 SAT 형태도 아니고 학력고사 형태도 아닌,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길목 어딘가에 추락해버린 형태가 된 것이다. (지금도 역시 하와이 근처 태평양 어디쯤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태... -.-;;)  

 

 

  네 번째,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수학능력시험.

  그렇게 94년도에 요란벅적한 신고식을 치르며 등장한 수능은 그 후에도 계속 바뀌었다.  97년도부터는 원래 200점 만점이었던 것이 400점 만점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원래는 없었던 제2외국어도 수능시험에 포함되었다 하고...  또 내가 시험 볼 때만 해도 점수제였는데, 그 후로 등급제가 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점수제로 바뀌었다 하고...

  이 포스트 쓰느라 좀 찾아보니, 97년도 수능이 역대 수능 중 가장 엄청난 난이도를 기록한 수능이라 한다.  하지만 2001년도에는 얼마나 쉽게 냈으면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고, 그래서 한바탕 질책 받고 나니 그 다음해인 2002년도에는 평균점수가 66.5점이나 하락하고... (이게 무슨 불안정한 주식 시세냐, 마구 올랐다 마구 떨어졌다... 도대체 뭥미... -.-;;) 

 

 

 

  탄생 이후 항상 요란벅적, 파란만장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올해도 언제나 그랫듯이 수능 끝에 이런저런 말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고생한 수험생들은 시험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개운할테고, 이제 해방감 마음껏 발산할 일만 남았다.  수험생들 모두 고생했고, 이제 좀 느긋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놀기 바란다. (단, 너무 막 나가지는 말고, 적당히 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