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천안문 사건과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짤막한 기억

Lesley 2010. 10. 11. 14:46

 

 

 

  아, 내 블로그 진짜 어떻게 해... ㅠ.ㅠ

  지난 9월부터 블로그에게 너무 띄엄띄엄 밥을 줘서, 블로그가 굶어죽을 지경이다.  정말 분발 좀 해야 할 듯...

 

 

 


 

 

 

  지난 금요일(10월 8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류샤오보(劉曉波)가 선정되었다.

  그 동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건만, 어째서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없느냐' 며 한탄하던 중국에, 드디어 첫 번째 노벨상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 류사오보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라는 점이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에도 적극 참가했다가 옥고를 치렀고, 2008년도에는 중국의 다른 진보적 지식인 300 여명과 함께 이른바 '08헌장'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정치적 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가 지금도 옥살이 중이다.  그러니 중국 정부는 자국에 처음으로 노벨상 안겨준 이 사건에 기뻐하기는 커녕, 오히려 노르웨이 정부와 노벨상 위원회에 '내정 간섭이네, 노벨상 정신에 위배되네' 하며 화를 내고 있다.

 

  혹시나 해서 중국의 포털인 바이두에 들어가 류사오보의 이름을 쳐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건만, 그 소식 알리는 뉴스 기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껏 두어개 찾긴 했지만, 중국 정부에서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논평 냈다는 기사들이고...

 

 

 

 

  이번 일은 나에게 잊고 있던 몇 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먼저 첫 번째 기억...

 

  이번에 귀국하기 전 중국친구 진쥔과 간수성 여행을 하느라, 란저우에서 둔황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기차 안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둔황의 친구집으로 놀러가는 중국 대학생들과 마주앉게 되었다.  4명 모두 남학생들이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검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타서 나와 진쥔의 주의를 끌었다. ('둔황(敦煌 : 돈황)(1) - 막고굴(莫高窟)(http://blog.daum.net/jha7791/15790745)' 참조)  어찌어찌하여 그 남학생들이 내가 한국인임을 알게 되어 호기심을 보이며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이 간단한 한국어, 한국 영화, 한국의 물가 등에 대해 물어봤던데 비해, 광고학을 전공 중이라던 학생은 좀 색다른 질문을 했다.

  첫 질문은 그 즈음 상하이 엑스포의 한국 전시관에서 있었던 수퍼주니어였나, 동방신기였나... 하여튼 한국 연예인 관련하여 생긴 불상사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천안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가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사실 그 질문 받고 조금 놀랐다.

  전에 진쥔과 하얼빈에서 맥주 한 잔 하다가 천안문 사건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중국인과 처음으로 나눈 천안문 사건 이야기였음.), 그건 다른 이야기 하던 중 지나가듯이 잠깐 나왔던 거였다.  이렇게 대놓고 '너희 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천안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니?' 라고 물은 중국인은 처음이었다.  한국 TV와 신문에 크게 보도되어 알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들끼리 서로 고개 끄덕이며 '중국만 보도 안 됐어, 다른 나라에서는 다 알아.', '학교 수업시간에는 알려주지 않아. 하지만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하는 이야기 들은 적 있어.' 라고들 했다.

  이 아이들이 그 사건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고, 또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민감한 화제여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말하기도 조금 그렇고, 마침 다른 학생이 한국의 승용차 가격을 물어보는 통에 그냥 넘어갔다. 

 

 

  두 번째 기억...

 

  위에서 말한 중국 학생들이 천안문 사건에 대해 물어보며, 제목은 기억 못 하는 한국 영화를 한편 보았다며 그 내용을 설명 했다.

  그런데 듣다보니, 이게 바로 5.18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했던 영화 '화려한 휴가' 였다.  그리고 외국인의 입에서 5.18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어린 시절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 시간에 일제시대에 있었던 '광주 학생운동'에 대해 배우면서, 그 일을 조사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그 시절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듯이, 나도 '전과'라고 하는 참고서를 그냥 베껴갔다. (참고서와 문제집 종류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못 했던 그 시절, 이 전과라는 참고서는 초등학생용 책 중 베스트셀러였다...!! ^^)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몇 아이들을 지목해서 발표하라는데, 다들 똑같은 참고서를 베꼈으니 당연히 똑같은 내용이 나올 수 밖에...^^;;

  그런데 한 아이의 발표 내용이 우리들 것과 완전히 달랐다.  '광주'가 나오고 '학생'이 나오는 건 '광주 학생운동'과 같은데, 뭔가 줄거리가 상당히 다른...  뜬금없이 전두환이 나오고, 미국도 나오고... (도대체 이게 뭥미... -.-;;)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해 하는데, 선생님은 어리둥절해 한다기 보다는 당혹해하셨다.  그러더니 '너는 지금 다른 걸 조사해왔다. 그건 광주 학생운동 내용이 아니다.' 하며 끊어내셨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그 때 그 아이가 발표한 내용이 '광주 학생운동'이 아닌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관한 것임을 알았다.

  그런데 지금도 궁금한 점 하나...  그 애는 이제 막 노태우가 대통령 임기 시작해서 아직 5.18이 '폭동'으로 규정되었던 그 시기에, 그런 건 어디서 조사를 해왔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