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각종 행사

옛 서울의 추억 속으로 - 청계천의 추억

Lesley 2010. 11. 6. 23:31

 

 

 

  오늘(11월 6일)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을 다녀왔다.

☞ 북서울 꿈의 숲 (http://blog.daum.net/jha7791/15790765)

  단풍으로 가득한 공원 내 풍경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오후 들어 날씨가 쌀쌀해지는 듯 해서 따뜻한 북카페에 들어가자 했는데...  북카페와 같은 층에 있는 전시실에서 뜻밖의 볼거리와 마주쳤다.  이름하여 '청계천의 추억'...! ^^

  이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들도 잠시 옛 서울의 풍경을 되새기며, 아스라한 추억 속에 잠길 수 있기를...

 

 

 

(위) 오른쪽에 '입구'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왼쪽의 출구로 나옴.

(아래) 입구 들어가자 보이는 오래된 다리 모양의 구조물 안쪽으로 보이는 옛날 서울 풍경.

 

 

  친구는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러 이 공원 올 때마다 이 전시회를 봐서, 벌써 4번째(!)라며 시큰둥해 했다.

  하지만 친구 반응이 시원찮거나 말거나, 처음 보는 나는 대학 시절 봤던 드라마 '육남매'도 떠오르고, 몇 가지 전시품은 내 어린 시절에도 봤던 거라서 반가웠다.  다른 관람객들도 '어~~ 맞아, 나 어렸을 적에 우리집에도 저거 있었어!' 하고 흥분하며 옛 추억을 더듬었다. ^^

 

 

 

 

(위)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에서나 봤던 신문 벽지.

(아래) 어려웠던 시절 엄마들의 로망, 미싱...! (그 옆에 뜨개질감 담아놓은 소쿠리와 사기 요강도 찬조출연 ^^)

 

 

 

(배경)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을 끌어당기는만화방...!

(오른쪽 아래) 만화방 미닫이문의 유리에는 '다섯권 이상 테레비 공짜' 라고 씌어 있음. ^^

 

 

  TV 한 번 보려면 만화방 가서 돈을 주거나, 혹은 제법 유복해서 TV 있는 집 가서 눈치 봐가며 봐야 했던 그 시절을 아십니까...?

  이렇게 말하면, 마치 나도 그런 시절을 살았던 이 같지만, 사실 나도 TV 드라마 '육남매' 같은데서 봤을 뿐이다.  적어도 네 다리와 미닫이문 달린 흑백 TV 정도는 집집마다 있는 시절에 태어난 덕에...^^;;  역시 좋은 시절에 태어나고 볼 일이다. ^^ 

 

 

 

(왼쪽) 만화영화 포스터. 

(아래)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담화문.

 

 

  저 '슈퍼 타이탄 15'라는 만화영화 포스터는 나도 어린 시절 본 것 같다. ^^

  지금이야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서 만화나 영화를 광고하기가 쉽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동네 담벼락과 전신주마다 덕지덕지 붙어 있던 만화와 영화 포스터...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긴 게,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진~~~한 영화 포스터들마저 보란듯이 붙여놨었다는 거... -.-;;  특히 애마부인 시리즈의 포스터는 어린 마음에도 뭔가 야시시한 포즈와 분위기를 물씬 풍겼는데, 그걸 동네방네 떡하니 붙여놨었다.  지금보다 영화의 성적 표현 수위에 대한 기준이 훨씬 엄격했던 시절인데, 이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그리고 오른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사건 후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에서 계엄사령관이 '이런 비상시국일수록 모두 마음을 다잡고 생업에 힘쓰자.'는 요지로 발표한 담화문이다.

  요즘도 무슨 위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저런 종이 담화문을 발표하나 모르겠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 최신 매체들이 발달한 시절이라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 시대에도 TV까지는 아니어도 라디오 정도는 어지간한 집이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굳이 종이로 써붙인 걸 보니, 종이 담화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무슨 요식행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왼쪽 위) '부동산 중개소'의 전신인 '복덕방'.  (요즘은 더 진화(?)해서 '부동산 컨설팅'이라고도 하던데...^^)

(왼쪽 아래) 멍멍이마냥 네 다리 달린 TV, 한 덩치 하는 라디오, 고풍스런 전축 등을 파는 상점.

(오른쪽) 80년대 무슨 명절 때마다 TV에서 주구장창 해줬던, 70년대 인기 영화 '얄개'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입고 나왔던 시커먼 교복. ^^

 

 

 

(위) 동네 한복판에 자리잡은 우물과 빨래터.

(아래) 간첩 관련 현수막과 불조심 현수막.

 

 

  저런 우물도 드라마 '육남매'에서 봤다. (그러고보면 내 머리 속에 박힌 서울의 60년대 풍경은 죄다 육남매에서 비롯된 것들...^^)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인 서울인데도 상수도 상황이 안 좋아서 그랬나, 동네 한복판에 있는 저런 우물에서 물을 양동이나 물지게로 떠가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동네 아줌마들은 저기에 모여 쪼그리고 앉아 빨래 방망이로 죽어라 빨래 패가면서, 남편 흉도 보고 남의 뒷담화도 하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사실, 그 때는 초등학교도 아니고 '국민학교'였음. ^^;;) 반공방첩 포스터와 불조심 포스터 정말 많이 그렸다.

  반공방첩 포스터는 6.25가 발발한 6월과 '국군의 날'이 있는 10월에(그 때만 해도 국군의 날은 공휴일이었음.) 그렸고, 불조심 포스터는 불 땔 일이 많아지는 겨울 초입인 11월 즈음하여 그렸던 듯 하다.  불조심 포스터의 문구는 한 반 50명이 넘는 학생들 모두 똑같았다. '불불불 불조심' 아니면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로 통일...!  모두들 억지로 하는 거고, 매년 하는 거라, 상상력을 발휘할 마음이 안 내켰던 듯 하다. ^^;;

 

 

  그런데 저 포스터들과는 좀 동떨어진 얘기지만, 반공 웅변대회의 그 웅변하는 말투와 몸짓... 도대체 누가 만들어 낸거냐? -.-;;

  매년 6월이 되면 학교마다 반공 웅변대회가 열렸다.  한 반에서 한 두 명씩 대표로 나가는데, 전교생 앞에서 '북한 공산당은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고 평화통일에 협조해야 한다고, 이 어린 연사 두 주먹 꼭 쥐고 외칩니다~~~~~' 하며 과장된 말투와 역시 과장된 몸짓으로 거의 악을 쓰다싶이 했다. -.-;;  특히 '두 주먹 꼭 쥐고 외칩니다' 부분에서는 정말로 두 주먹 꼭 쥐고 차례대로 가슴에 댔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차례대로 팔을 뻗으며 주먹 쥔 손을 펴는데, 진짜 과장의 극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