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탕커(唐克) -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

Lesley 2010. 8. 19. 22:54

 

 

  오후 2시쯤 러얼대초원을 나와 다시 차를 타고 탕커(唐克)의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으로 갔다.

  그런데 이 날은 우리가 간난을 여행하는 동안 햇살이 가장 좋았던 날이다.  덕분에 그 전날 내린 비로 맑아진 하늘에 햇살이 밝게 비쳐 사진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전부 그림처럼 예쁘게 나왔지만, 뜨거운 햇살 때문에 돌아다닐 때 지치기도 했다.  더구나 이 날 아침에 진짜 맛없는 만터우(饅頭 : 만두)랑 삶은 계란 한 개씩 먹은 게 이 날 먹은 전부였다.  덕분에 오후 들어 우리는 비실비실해지고... ㅠ.ㅠ  (중국의 만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속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밀가루 빵임. 우리가 만두라 부르는 것을 중국인들은 쟈오즈(餃子 : 교자) 또는 빠오즈(包子 : 포자)라고 부름.  아, 빠오즈는 우리 만두랑 조금 다른가? ^^;;)

  그래서 황하구곡제일만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도 그렇고, 우리랑 동행한 광저우에서 온 한 쌍의 남녀(아마 연인 사이인 듯...)도 그렇고, 모두 많이 지쳤다.

 

 

황하에서 좀 떨어진 산 아래에서 시작되는 나무 계단. 주위는 온통 초원임.

 

  황하의 상류 부분의 아홉개의 큰 굽이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는 이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을 보려면, 그 근처의 산 위를 올라야 한다.

  편히 오르도록 나무로 된 계단을 설치해놨는데, 꽤 높았고 경사도 심한 편이었다.  그러니 더위에 지치고 허기까지 진 우리는 도무지 올라갈 수 없었다.  광저우에서 온 남녀는 좀 쉬었다가 오른다고 했고, 우리는 몇 발자국 걷다가 도무지 안 될 듯 해서 말을 타고 오르기로 했다.  산 아래에는 관광객을 말에 태워 위로 올려줄 티벳인들이 손님들과 흥정 중이었다.  정상까지도 아니고 중턱까지 20분 정도 말 태워주는데 40위앤(한화 약 7,200원)이라니, 상커초원에서 시간당 31위앤에 말을 탔던 것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도무지 발을 떼어놓을 수 없는데 어쩌겠나...

 

  내 말을 끌었던 티벳인은 이제 10살이나 되었을까 하는 어린 소년이었다.

  그 급경사를 그냥 올라도 힘들텐데, 헉헉 대면서 한 손에 말고삐 쥐고 오르는 것을 보니, 돈 내고 말 탔으면서도 너무 미안했다.  약속한 산 중턱까지 도착했을 때 나이를 물었더니, 맙소사...  내가 10살쯤 되었을 거라 생각한 그 소년은 13살(중국은 보통 만으로 계산하니, 우리 나이로 14 또는15살)이란다...!  중국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임에도, 실제로는 가난한 시골에서는 학교 제대로 못 다니는 사람이 많다던데, 그 애도 학교나 다니며 일하는 건지 안쓰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나...  한국인 처음 봤다며 신기해하는 아이에게 그저 '수고했다, 고맙다.' 는 말로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할 수 밖에... 

 

 

말에서 내린 중턱에서 본 구조물(?).  

 

  말에서 내려 조금 걷자 위의 사진에 나온 구조물이 우뚝 솟아있다.

  랑무스 전경을 보러 랑무스 사원 뒷산에 올랐을 때도 저것과 같은 것을 보았다.  주위에 사람들 출입 막으려는 듯 철조망을 쳐놨고, 구조물 주위에는 경전을 써놓은 형형색색의 천이 잔뜩 걸려있으며, 구조말 앞으로는 뭔가를 태운 흔적이 남은 제단 비슷한 게 있는 것 봐서는, 아마 종교의식에 쓰이는 구조물인가 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찍은 황하의 모습.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이라는 이름에 맞게, 몇 차례나 굽이치는 모습이다.

  이 곳은 황하의 상류에 해당하는 곳이라, 아직 황하라는 이름에 걸맞는 색깔은 아니다.  이 곳에서 간수성 중부 황토지대로 흘러가며 황토가 강물에 섞여, 명실상부한 황하가 된다.  탁 트인 하늘, 용틀임 하듯이 굽이 굽이 도는 황하, 온통 초록색인 산, 그런 산들 사이에 자리잡은 티벳 마을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위 왼쪽) 뒤늦게 올라와  V자를 만들어 보이는 광저우에서 온 저질(!)체력 한쌍...!

(아래) 사람들 눈 피해서, 장화 벗고 땀으로 눅눅해진 발 말리는 우리들... ㅠ.ㅠ 

 

  잠시 쉬고서 올라온다던 광저우에서 온 아이들이 한참이 지나도 안 나타나, 어찌된 일인지 궁금했다.

  우리도 지쳤지만 그 애들은 온몸으로 '나 힘들어 죽겠소~~' 하고 광고하는 수준이라, 결국 나무 계단 오르는 걸 포기했나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끼리 '어차피 여기 안 올라올거면 40위앤이나 하는 표 산 게 낭비잖아.' 했다.

  그런데 2시간도 더 지나 정말로 포기했겠거니 하고 여길 때쯤, 헉헉대며 정상에 나타났다.  사정 들어보니, 조금 쉬고서 산을 오르다가 여자아이가 배탈이 나는 통에 화장실 가느라 둘 다 내려갔단다. -.-;;  화장실 다녀와서 또 쉬다가,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유명한 일몰을 봐야할 듯 해서 다시 올라왔단다.  그런데 얘네들 일몰 시작되기 20분 전쯤에 너무 춥다고 다시 내려갔다. -0-;;  물론 고지대라 일교차가 심해서 우리도 덜덜 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왕 힘들게 올라왔는데... (도대체 너희들 여기 왜 온거니? -.-;;)


  그리고 산 중턱에서 있었던 일인데, 러얼대초원에서 제 몫 톡톡히 한 고무장화 때문에 웃긴 일이 있었다.

  고무로 만든 신발이라 당연히 통풍, 통습이 안 된다.  더운 날씨에 계속 신고 다녔더니, 장화 안에 땀이 차서 양말 앞부분이 다 젖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말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 눈 피해 신발 벗을 궁리부터 했다.  사람들 다니는 나무 계단에서 멀찍히 떨어진 곳으로 가 바위에 앉아 장화와 양말을 벗어 햇볕에 말렸다.  물론 쪼글쪼글해진 우리의 발도 말렸고... ^^;; 

 

 

황하 반대편으로 내려다보이는 구릉지. 온통 푸른 풀밭과 언덕 그림자만 보임.  

 

 

저녁의 황하 모습. 

 

 

일몰에 즈음하여...  유감스럽게도, 이 날은 날씨가 좋았음에도 완전한 일몰은 볼 수 없었음. 

 

  어설프게 진행된 일몰을 보고서 산 밑으로 내려왔더니, 이미 8시가 다 되었다.

  우리가 내려오는 것 기다리는 동안 황하 근처로 내려간 광저우에서 온 아이들 찾은 후, 다시 차를 타고 출발했다.  온종일 강행군 한 탓에 정신없이 졸면서 유스호스텔로 돌아왔더니, 11시가 넘었다.  그 시간에 유스호스텔 1층 식당 겸 로비에서는 요란벅적한 티벳 음악 틀어놓고, 그 곳에서 일하는 티벳 아줌마 두 분이 춤추고, 여행자들은 박자 맞추며 손뼉치고 발 구르고...  우리를 그 차 모는 기사와 연결시켜준 유스호스텔 주인장이 나와서, 그 덩치에 어울리는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재미있었냐? 지금 춤추고 있으니 너희들도 와서 같이 춤춰라.' 했다. (아저씨, 우리 너무 힘들어 쓰러질 지경이거든요? 춤은 무슨 놈의 춤... -.-;;) 

  평소에는 그 날 여행했던 곳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다른 잡담하며 시간 보내다가 잠들었는데, 이 날은 둘 다 너무 피곤해서 대강 씻고는 곧장 침대로 점프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