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루얼가이(若爾盖) - 러얼대초원(熱爾大草原), 화호(花湖)

Lesley 2010. 8. 18. 09:12

 

 

  7월 13일 오전 11시쯤, 전날 유스호스텔의 주인장과 얘기한대로, 나와 진쥔과 광동성 광저우(廣州)에서 왔다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함께 전세 낸 차를 타고 쓰촨성 루얼가이(若爾盖)로 출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목적지는 루얼가이 그 자체는 아니다.  루얼가이 근처에 있는 러얼대초원(熱爾大草原) 및 화호(花湖), 그리고 거기서 좀 떨어진 탕커(唐克)의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이다.  이 지역들은 모두 간수성이 아닌 쓰촨성에 속한 곳이다.  간수성 간난이 쓰촨성 북부의 구채구, 황룡과 가깝기도 해서, 많은 여행자들이 청두에서 구채구, 황룡을 거쳐, 여기를 들렸다가 다시 간수성 간난으로 넘어간다 했다.

 

  러얼대초원(熱爾大草原)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는데, 가는 길 자체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수시로 소떼, 양떼가 차도를 메우며 다니는 것도 볼만했고, 무엇보다 탁 트인 맑은 하늘과 뭉게구름이 어찌나 장관이던지...  특히나 러얼대초원 도착하기 직전 엄청 긴 터널을 통과했는데, 터널을 나서기 직전 터널 바깥으로 보이는 뭉게구름은 정말 두 번 다시 못 볼 광경이었다.  나중에 진쥔이 그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로 이름지어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다.

 

  러얼대초원 입구에 도착하니, 화호가 있는 내부까지 너무 멀어서 안쪽까지 걸어 들어갈 수 없다고, 관람차를 타고 들어가게 했다.

 

 

(위) 러얼대초원 안쪽으로 들어가는 관람차 안에서 찍은 풍경. 그렇게 크고 많은 구름은 처음이었음.

(아래) 관람차가 지나가자 기겁하고 도망치는 양떼들. ^^

 

 

러얼대초원 안에 설치한 나무로 된 통로.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짙은 풀색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짐. ^^)

 

  러얼대초원은 평범한 초원이 아니고 늪지대라, 그냥 걸어다닐 수 없다.

  풀밭 위에 설치해놓은 나무로 된 길고 구불구불한 통로 위로 다녀야 한다.  만일 풀밭으로 내려가 걷는다면, 신발이 진흙에 더러워지는 건 물론이고, 진흙 속 물기가 신발 안으로 스며들어 발이 다 젖게 된다.  그리고 화호(花湖) 근처로 가면 그냥 진흙이 아니라,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사람 몸이 아래로 푹 가라앉는 진흙이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넓은 러얼대초원. 초원 옆으로 보이는 호수가 화호(花湖)임.

 

 

(배경)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화호 주변의 진흙.

(왼쪽 위) 화호 주변에 사는 새들이 남긴 발자국, 그리고 내가 낸 발자국. ^^

 

  화호 주변의 진흙은 정말 독특하다.

  호수의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데도, 고원이라 햇볕이 강해 거북이 등껍질 마냥 갈라져있다.  그 위를 걸어다니면 진흙이 위아래로 출렁거리는데, 내가 밟은 부분 뿐 아니라 그 근처 진흙밭이 한꺼번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마치 거대한 물침대 위를 걷는 느낌이다.

  하지만 호수에 가까이 갈수록 우리가 흔히 보는 진흙으로 변하는데다가, 습기도 많아져서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이, 좀 위험하게 느껴진다.

 

 

화호 수면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  갈매기 같은데, 설마 내륙 한복판에 갈매기가? ^^;; 

 

  호수가 어찌나 맑은지,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큰 거울 같다.

  하늘의 구름은 물론이요, 수면 위를 날아다니는 새마저 그대로 비춘다.  마치 저 새들이 두 개의 하늘 사이를 누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

 

 

개펄에서 호수 안쪽으로 점점히 흩어져있는 작은 수풀들 

 

 

어디까지가 호수이고 어디서부터 초원인지 알 수 없는 광경. 

 

 

(배경) 늪 위의 작은 풀숲이 떠있는 풍경은 정말 멋짐. 

(오른쪽 아래) 이 곳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 우리 장화...! ^^

 

  이 날 우리는 그 전날 랑무스에서 산 고무장화 덕을 톡톡히 봤다. ^^ 

  위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 곳은 늪지대라 신발이 젖기 쉬워서 저 나무 통로 아래로 내려가 걸으며 구경하는 건 곤란하다.  운동화 같은 평범한 신발 신고 온 사람들은 화호를 그저 멀찌감치에서 바라보거나, 굳이 아래로 내려가서 보려면 신발이 젖는 걸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무장화를 신고 갔기 때문에, 물과 진흙에 발목이 푹푹 잠기면서도 잘 돌아다녔다. ^^  사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일부러 장화를 신고 온 것은 아니었다.  전날 비에 젖은 운동화가 이 날 아침까지도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화를 신은 것 뿐... ^^;;  나중에 나무 통로 중간에 있는 정자에서 잠깐 쉴 때 만난 중국 아저씨들이 우리 장화를 보고 '그런 신발 신고 오다니, 너희들 정말 똑똑하다. 우리도 저런 거 신고 왔어야 하는데...' 하며 감탄했다.  진쥔이 운동화가 젖어 할 수 없이 신은 거라고 하자, 모두 껄껄 웃었다. ^^

 

 

맑고 높은 하늘, 하얀 뭉게구름, 짙은 색의 풀밭, 목가적인 나무다리...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