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랑무스(郞木寺)(1) - 랑무스(郞木寺)

Lesley 2010. 8. 15. 00:12

 

 

1. 랑무스(郞木寺)를 향해 출발

 

  7월 12일 아침 7시 40분 버스를 타고 샤허를 떠나 랑무스(郞木寺)로 갔다.

  이 랑무스는 원래 티벳의 유명한 사원 이름인데, 워낙 유명하다 보니 아예 사원 이름이 그대로 행정구역명이 되어 버렸다. ^^  즉, 지역 이름도 랑무스(郞木寺)진(鎭)이다. (진(鎭)은 우리로 치면 '읍'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라고 함.)  또한 이 랑무스는 간수성 소속이기는 하지만, 일부가 쓰촨성에 살짝 걸쳐있기도 하다.  그래서 랑무스라는 한 지역을 돌아다니면, 간수와 쓰촨을 다 누비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

 

  가는 길에 재미있었던 사건 하나...

  버스 안에는 일반 승객보다 배낭 여행자들이 많았는데, 특히나 서양인 여행자가 많았다.  중간에 버스가 서고 회족(回族 : 고대 중국으로 온 아랍계 사람들과 한족들이 수백년간 피가 섞여 이루어진 민족. 외모는 한족과 비슷한데 종교는 이슬람교임.)들이 탔는데,  이제 대여섯 살 정도 된 회족 남자애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맨 앞자리에 앉은 서양 아줌마를 보게 되었다.  서양인을 난생 처음 봤는지, 아이가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  차렷 자세로 꼿꼿이 서서는 눈만 커다래진 채 그 서양 아줌마를 빤히 쳐다보자, 서양 아줌마는 아이 긴장을 풀어주려 했는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얼음땡 놀이의 얼음 상태... ^^;;  아이 뒤에서 할머니가 빨리 안으로 들어가라고 밀자, 그제서야 로보트처럼 딱딱하게 움직이던 아이...^^ 

 

 

 

2. 랑무스(郞木寺)의 유스호스텔

 

  원래 랑무스에서는 돈이 좀 들어도 규모가 조금 큰 숙소에 묵을 생각이었다.

  전날 묵은 샤허의 유스호스텔이 태양열 발전기를 이용해서 온수를 공급하는 곳이라, 마침 날이 궂은 통에 온수가 안 나왔다.  덕분에, 그렇잖아도 그 전날 상커초원에서도 1박 2일간 못 씼었는데, 감기 걸린 나는 찬물 샤워를 할 수 없으니 또 다시 못 샤워를 못 했다.  진쥔은 이틀 샤워 못 하고 거의 미칠(!) 지경이 되어,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싸늘한 날씨에 기어이 찬물로 샤워를 했다.  그래서 이 날은 반드시 따뜻한 물로 씻겠다고, 우리 둘 다 잔뜩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좀 커 보이는 숙소는(그래봤자 우리나라의 장급 여관 수준 정도? ^^;;) 어떤 이유에서인지 폐쇄된 상태라, 결국 또 유스호스텔에 묵게 되었다.

 

 

(위) 랑무스의 유스호스텔 입구.

(아래) 우리가 쓴 방에 붙은 주의사항.  빨간줄 쳐진 '백룡강(白龍江)' 부분에서 우리가 포복절도 했음. ^^

 

  우리가 쓰게 된 2인실 창문 밖으로 강물이 세차게 흘렀다.

  진쥔이 그 강이 백룡강(白龍江)이라고 알려주는데, 깜짝 놀랐다.  백룡강에 대해서는 하얼빈에서 후쉐인 '양'에게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몇 년 전에 흑룡강(黑龍江)을 보고 실망했다. 나는 강 이름이 흑룡강이라 검은색인 줄 알았는데 보통 강물색이더라.' 라고 했더니 양이 소리내어 웃었다. ^^  그러면서 흑룡강이란 이름은 강물 색깔과 상관없이 흑룡에 얽힌 전설 때문이라 했다.  그러고 덧붙이기를,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남쪽지방 어딘가에 백룡강이란 강도 있는데, 강물 색깔이 하얀색일리는 없으니 틀림없이 그 강도 백룡에 얽힌 전설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을 거라고 했다.

  그 날 저녁 양에게 문자를 보내 '역시 백룡강은 하얀색이 아니다.' 라고 했더니, 양도 '흑룡강이 검은색이 아닌 것처럼...' 이란 답장을 보냈다. ^^

 

  그런데 우리가 묵게 된 방 벽에 붙은 주의사항을 보고, 우리 둘 다 뒤집어져서 웃었다.

  온수가 오후 7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만 나온다는 내용인데, 영어로 된 부분은 그냥 평범했지만, 중국어로 된 부분은 완전히 코미디였다.  '만일 당신이 11시 30분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안해요, 뒷편에 백룡강이 있어요~~' 라니...!! ^0^ 

  나중에 랑무스를 돌아다니며 알게 된 사실인데, 문명의 혜택이래봤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전부인 산골짜기다 보니, 하수도 같은 배수시설도 제대로 없는 듯 했다.  덕분에 화장실의 오물이나 생활용수로 쓴 물이 그대로 백룡강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   

 

 

 

3. 랑무스(郞木寺)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고무장화...!

 

  우리가 랑무스에 도착하던 때 비가 제법 내렸다.

  내 신발은 가죽 운동화라 괜찮았지만, 캔버스화 신은 진쥔의 발은 양말까지 다 젖어버렸다.  그래서 진쥔 나름 머리를 쓴 것이, 포장용 테이프 사다가 물이 새어들어오는 신발 앞부분을 칭칭 감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그럴 듯 해 보였는데, 젖은 신발 위에 그대로 테이프 감았더니 역시나 물기 때문에 신발에 달라붙지 못했나 보다.  밖으로 나온지 5분도 안 되어 테이프가 발에 감겼던 모양 그대로 빠져버리는 상황 발생... -.-;; (쓸모없어진 테이프를 유스호스텔 주인장에게 줬더니, 마침 필요했다고 아주 좋아하며 당장 사용함. ^^;;)

 

  그래서 숙소 가까이에 있는 잡화점에 가서 고무장화 한 켤레를 20위앤(한화 약 3,600원) 주고 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신발은 괜찮았지만, 비가 그친 후 랑무스 사원과 초원을 돌아다녔더니 비에 젖은 풀잎과 흙길의 습기가 운동화 안으로 스며들어 내 양말도 젖었다.  결국에는 나도 오후에 고무장화를 샀다.  그리고 이렇게 산 고무장화는 우리가 란저우로 돌아가기까지 아주 요긴하게 썼다.  그 후로도 비오는 날이 있었고, 늪지대에 갈 일도 있었고, 징검다리도 없는 얕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건너야 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랑무스를 떠날 때, 우리들의 배낭에 공간이 없어서 장화를 유스호스텔에 그냥 두고 와야 하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   

 

 

(왼쪽 위) 포장용 테이프로 꽁꽁 싸맨 진쥔의 신발 

(왼쪽 아래) 그러나 밖으로 나온지 5분도 안 되어 저 꼴 나버렸고... ^^

(오른쪽) 정말로 유용했던 우리들의 고무장화...!  저렇게 강물에 발을 담가도 문제 없음...! ^^

 

 

(위) 랑무스에서 유일하게 '큰길'이라고 할만한 거리.  그나마 이 거리도 비포장도로임.

(아래) 백마강에 놓인 티벳 분위기 나는 다리.  이 곳 백마강은 상류에 해당하는지, 개천 수준으로 얕고 좁음.

 

 

(위) 샤허만 해도 우리나라의 군(郡) 정도는 되는 곳이라 현대식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좀 있던데, 여기 랑무스에서는 숙박업소, 식당, 상점 등을 빼면 나무 울타리 둘러친 티벳 민가가 대부분임.

(아래 왼쪽) 절로 올라가는 길과 마을 오솔길을 잇는 통나무 다리.

(아래 오른쪽) 바람이나 폭우에 기와를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 큰 돌맹이로 기와를 눌러놨음. 

 

 

 

4. 랑무스(郞木寺)

 

  랑무스(郞木寺)는 경관도 수려하고 규모도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간수성과 쓰촨성에 걸쳐 있는 특이한 지정학적(?) 위치로 유명하다. 

 

 

랑무스의 정문.

(저 세 개의 문 중 하나가 쓰촨성에 속하는 문이라는데, 어떤 것인지... ^^;;) 

 

 

(왼쪽) 샤허의 라브랑 사원과는 비교되게 호화스러운 내부.

(오른쪽)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티벳 사원마다 사슴인지 야크인지 저 동물 문양이 눈에 많이 띔.

 

  랑무스는 샤허의 라브랑 사원과는 달리, 승려나 티벳 사람이 아닌 일반 여행자들도 자유롭게 절 내부를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런데 라브랑 사원이 비교적 검소한 편인데 비해, 이 곳은 내부도 너무 호화스럽고 건물의 기와도 황금색으로 요란한 게 오히려 품격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갔던 때에도 여기저기 공사 중인데, 주로 보통 기와를 황금색 기와로 바꾸는 공사였다.  뭔가 돈으로 마구 떡칠하는 그런 느낌... 

 

 

(위) 온통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아 오히려 보기 싫었던 기와.

(아래) 티벳 사원의 벽은 붉은색과 노란색을 칠하고 그 위에 하얀색 동그라미를 쭉 그려놓은 것이 인상적임.

 

 

티벳 사원의 창문 위의 작은 커텐 같은 것도 기억에 남는 구조물. ^^

(두 건물 사이로 보이는 절벽이 석양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빛난다고 하는 유명한 절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