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랑무스(郞木寺)(2) - 천장대(天葬臺), 리사의 카페, 랑무스의 풍경

Lesley 2010. 8. 16. 19:07

 

 

1. 천장대(天葬臺)

 

  랑무스(지역 말고 사원. ^^;;)의 표를 산 후 표 뒷면을 봤더니 랑무스의 약도가 그려져 있는데, 천장대(天葬臺)라는 게 눈에 띄였다.

  나는 랑무스 사원의 많은 건물이나 시설 중 한 곳의 이름이겠거니 하면서, 별 생각없이 진쥔에게 '여기 재미있을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진쥔은 '거기는 재미있는 곳이 아니라...' 하며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어떻게 말해야 하나... 거기는 장족(티벳인)한테 중요한 곳이야. 사람이 죽었을 때 새에게...' 라고 했다.  그제서야 사태파악한 내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런데 그런 곳도 일반인이 갈 수 있어?  그건 예의 없는 짓이잖아?' 라고 하자, '물론 장례 때는 개방 안 하겠지.  장례 없을 때만 가볼 수 있겠지.' 라고 했다.    

 

  즉, 천장대(天葬臺)란 곳은 티벳의 전통 장례인 조장(鳥葬)을 치르는 장소였던 것이다.

  조장을 천장(天葬)이라고도 한다는 것을 나는 이 날에야 처음 알았다.  조장에 대해서는 대학 때 종교학 입문 수업을 들으며 어설프게나마 배웠다.  티벳 대부분의 지역과 인도, 네팔의 일부 지역에서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토막내어 독수리 등 새에게 보시하는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이것을 조장(鳥葬) 또는 천장(天葬)이라고 한다. 

  티벳인들에게 독수리는 신성한 새이고, 그런 새가 죽은 이의 육신을 먹고 날아오르면 죽은 이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환생을 준비하게 된다.  종교학 입문을 가르쳤던 선생님 말씀으로는, 매장이나 화장이 보편적인 대부분의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조장이 엄청나게 잔인한 것처럼 보이겠지만(시신을 그냥 몇 조각 내는 것도 아니고, 살은 일일이 뼈에서 발라내고, 눈과 뇌를 파내고, 뼈는 짓이겨서 가루로 만드니 말이다...), 티벳의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는 가장 적합한 장례 방법이라 하셨다.  즉, 매장을 하자니, 겨울이 길고 혹독한 곳이라 얼어붙은 땅을 파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고, 기껏 매장해봤자 여름에도 기온이 낮으니 시체가 빨리 썩지 않아 전염병이 돌기 쉽단다.  그렇다고 화장을 하자니, 사람의 육신을 태우려면 많은 나무로 높은 열을 내야하는데, 초원지대라 풀만 많지 나무는 별로 없어서 화장용 나무를 쉽게 구할 수가 없고...

 

 

(위) 천장대(天葬臺)의 모습.

(아래) 천장대 주위의 석판들.  아마 망자의 이름 등을 적은 비석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천장대는 마치 우리나라 무속의 성황당처럼 울긋불긋한 천을 잔뜩 걸어놓고, 티벳 불교의 경전이 써진 천으로 사람 허벅지 정도의 높이로 담을 둘러친 모양이었다.

  전에 조장을 치른 흔적인지, 천장대 밖으로 불에 탄 나무와 돌맹이들이 한 무더기 있는 것도 보였다. (조장 때, 독수리가 먹고 남은 시체 조각들은 따로 모아 불에 태운 다음에, 그 재를 천장대 근처에 뿌림.)  그렇잖아도 사진 찍으러 랑무스 사원 뒤편의 산에 올랐을 때 까마귀들이 절벽에 잔뜩 모여앉아 기분 나쁘게 울어대서 '여기는 왜 이렇게 까마귀가 많을까?' 싶었는데, 천장대 근처여서 까마귀가 많았던 모양이다. (조장 때, 일단 독수리가 시신을 배불리 먹고 물러선 후, 까마귀들이 뒤치닥거리를 함.)

 

 

천장대 보고서 내려오는 길에 본 티벳 아낙들. (아이를 등에 업는 풍습이 우리랑 비슷함. ^^) 

 

 

 

2. 리사의 카페(LEISHA'S CAFE)

 

  아무래도 서양 여행자들이 많다 보니, 샤허에서도 그렇고 랑무스에서도 그렇고,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을 파는 음식점이 제법 눈에 띄었다.

  진쥔이 여행 전 인터넷 검색하며 리사의 카페(LEISHA'S CAFE)라는 음식점을 알아놓았다.  여러 중국인 여행자들이 그 곳에 대해 적어놨는데, 그 이유가 그 곳에서 파는 마오뉴(毛牛) 고기로 만든 햄버거가 아주 크기 때문이란다. ^^  우리도 햄버거가 크면 얼마나 크다고 크기로 유명한가 싶어서, 랑무스에 도착한 날 저녁에 가봤다. 

 

 

(배경) 리사의 카페(LEISHA'S CAFE) 한쪽 벽에 빼곡히 꽃힌 각 나라의 화폐. (오른쪽 위편에 우리나라 천원 짜리도 보임. ^^)

(왼쪽 위)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바로 그 햄버거...!

(오른쪽 아래) 이것도 햄버거만큼은 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집의 별미인 애플파이.

 

  과연 듣던대로 햄버거의 크기는 굉장했다...!

  진쥔이 늦은 점심 먹으며 과식한 통에 저녁 때는 그다지 배고프지 않다고 해서, 거의 나 혼자만 먹을 것 생각하고 작은 햄버거를 시켰다.  그런데 작은 것을 시켰으니 망정이지, 큰 것 시켰으면 정말 대책 안 설 뻔했다.  작은 햄버거라는 게 맥도날드 같은 일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의 두 배 크기였다. -0-;;  높이는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와 비슷하지만 빵은 부페 식당에서 쓰는 앞접시만한 크기이고, 그 안에 마오뉴의 고기가 가득 차있다.  거의 피자 스몰 사이즈여서, 일반 햄버거처럼 손으로 들고 먹지 못 하고 나이프와 포크로 잘라가며 먹어야 했다.  어떤 중국 할아버지 여행객이 우리에게 '그 피자 맛있니?' 하고 물을 정도였으니... ^^;; 

 

  다음날 저녁 다시 가서 큰 것을 주문해봤다.

  작은 것도 그 정도로 큰데, 큰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장이 난색을 표하며 '큰 햄버거는 여자 두 명이 먹을 수 없다, 이 정도 크기이기 때문이다.' 하며 손짓으로 크기를 나타내는데, 맙소사...!!!  지름이 한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햄버거인 모양이다. -0-;;  결국 큰 것은 구경도 못 하고, 또 다시 작은 것을 시켜 먹었다. ^^;;

 

 

(왼쪽 위) 랑무스 도착 사흘째 아침으로 먹은 야채 샌드위치 

(배경) 왼쪽 아래는 란저우에서도 마셔본 산파오타이(三泡台 : 삼포태)차, 그 옆으로 진쥔에게 썰리고 있는 야채 신드위치, 그리고 마오뉴의 우유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랑무스 사흘째 아침에 먹었던 야채 샌드위치...

  아침부터 고기 먹기는 부담스러워 야채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나온 것을 보니 크기는 물론이요 모양까지 그 거대한 햄버거와 별 차이가 없다. (도대체 이 집의 햄버거와 샌드위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게다가 야채 샌드위치라기에 당연히 야채만 들어있을 줄 알고 따로 계란 프라이도 주문했는데, 샌드위치 안에도 커다란 계란 프라이가 자리 잡고 있고... (빵이고 계란이고 죄다 큼...^^)  이 샌드위치도 둘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이 집 음식은 몽땅 크기로 승부하나 보다. ^^ 

 

 

 

3. 랑무스의 풍경

 

  랑무스 이틀째인 7월 13일 아침, 쓰촨성 루얼가이(若爾盖)로 출발하기에 앞서 랑무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티벳 기념품 상점.  가장 많은 물건은 어깨숄과 목걸이, 팔찌 같은 장신구.

 

 

(배경) 백룡강의 물레방아.  그런데 우리나라 물레방아는 수면과 수직으로 설치해놓는데, 여기는 수평임. ^^ 

(왼쪽 위) 어떤 티벳 아줌마가 백룡강에서 빨래하다 그대로 바위 위에 걸쳐놓더니 집으로 돌아갔음.  불 위에 냄비라도 올려놓은 걸 깜빡 잊고 나오셨나? ^^

 

 

마을 옆 산 초원 위로 내리쬐는 아침 햇살.  전날 낮에 비가 와서 풀밭은 싱그럽고, 공기는 맑고... ^^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백룡강과 마을.  사실 백룡강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강물색은 혼탁함. ^^;;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푸르른 초원에 눈이 시릴 정도인 하늘...  그 속에서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어떤 말 돌보는 늙으수레한 아저씨가 나보고 말타고 초원 돌 계획 없냐고 물었다.

  그 날은 없다고 했더니, 나보고 광동(廣東) 사람이냐고 물으셨다. ^^;;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내 중국어 발음이 광동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들린단다. (결국 억세고 부자연스럽게 들린다는 뜻... ㅠ.ㅠ)

 

 

 여기저기 노란꽃, 빨간꽃이 피어있는 초원.

 

  간난 여행 내내 느꼈던 거지만, 육안으로 보는 풍경과 카메라에 담은 풍경의 차이가 너무 커서 안타까웠다.

  하나 하나 그림 같이 아름다운 풍경이라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멋진 사진이 나왔지만, 결국 육안으로 볼 때 만큼의 아름다움은 담아낼 수 없었다.

 

  좀 더 초원에 있고 싶었지만 11시에 쓰촨성 루얼가이(若爾盖)로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