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간난장족(티벳족)자치주(甘南藏族自治州)로 들어서며

Lesley 2010. 8. 10. 22:28

   

 

1. 간난장족자치주(甘南藏族自治州 : 간난티벳자치주) 간단 소개

 

 

  간난장족자치주는 간수성의 남동쪽에 위치한 장족(티벳족의 중국어 명칭)의 자치주로, 티벳의 외곽 지역에 속한다.

  중심지는 허줘(合作)인데, 간난의 서쪽은 역시 티벳 사람들이 많이 사는 칭하이(靑海 : 청해)성이고, 남쪽은 쓰촨(四川: 사천)성의 아바장족자치주에 잇닿아 있다. (위치는 '간수성(甘肅省) 소개 및 간수성 여행 노선(http://blog.daum.net/jha7791/15790747)' 참조)  이 지역 인구 중 51%가 장족(티벳인)이고, 40%를 넘는 한족과 6%정도의 회족, 그리고 다른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최근 '리틀 티벳(Little Tibet)' 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지면서, 중국내 여행자는 물론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해졌다.

  그 동안 서양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중국내 가장 아름다운 풍경 1위로 꼽혔던 윈난(雲南 : 운남)성을 제치고 작년에 1위를 차지한 곳이 이 간난 지역일 정도로, 풍경이 수려하다.  티벳의 중심지인 시장자치구(西藏自治區 : 티벳자치구. 과거 티벳의 영역 대부분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흔히 티벳이라고 하면 이 곳을 말함.)는 관광객에게 너무 잘 알려지며 관광객 상대로 한 이런저런 상업시설이 들어선데다가, 중국정부의 서부대개발 정책 탓에 원래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은 교통도 경제도 낙후된 탓에 오히려 본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니, 정말 얄궂은 일이다.

 

  말복이었던 8월 8일,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에도 이 간난에 큰 홍수와 산사태가 나서 사망자만 120 여명, 실종자가 2,000명 이상이라는 기사가 났다. 

  이 곳을 흐르는 백룡강(白龍江)이 폭우에 불어나서 홍수가 났고, 물이 제대로 빠지지를 못 하자 강물이 범람하여 산사태가 났다고 했다.  내가 갔을 때도 온통 고산지대에, 변변한 배수시설도 없는 산골이라, 자연재해 한 번 나면 크게 나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ㅠ.ㅠ 

 

 

   

2. 간난장족자치주 여행 준비하기

 

  7월 9일 자위관에서 란저우로 돌아와 하룻밤을 보냈다.

  자위관을 마지막으로 이번 간수 여행의 1기인 실크로드 여행이 끝났다. (비록 중국내 실크로드를 절반도 못 둘러본 반쪽짜리 실크로드 여행이었지만... ^^;;)  1기를 란저우에서 시작해서 끝냈듯이, 2기인 티벳 여행도 란저우에서 시작해서 끝낼 예정이었다. (티벳 여행 역시 정작 티벳 중심부는 못 들어가고, 외곽만 도는 반쪽짜리 여행이긴 마찬가지... ^^;;)

  2기 여행의 목적지는 간난장족자치주(甘南藏族自治州 : 간난 티벳족 자치구)였다.

 

  간난은 고온건조한 사막과는 달리 저온습윤한 지역이라(우리가 여행하던 중에도 최고기온이 20도 안팎이었음.), 긴팔과 긴바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5, 6월 내내 북방인 하얼빈 날씨로는 유래없을 정도로 푹푹 찌는 날씨에 시달린 나는 '하얼빈보다 훨씬 남쪽인데 추우면 얼마나 춥겠냐...' 하면서 반팔과 반바지만 들고 왔다.  그러고는 진쥔이 싸구려 긴옷이라도 사라는 걸 괜찮다고 버텼다.  하지만 둔황에서의 마지막 날 시작된 감기가 자위관에서 란저우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빵빵한 에어컨 바람 쐬며 더 심해져서, 고집을 꺽기로 했다.

  란저우 번화가 길바닥에서 파는 짝퉁 아디다스 운동복 바지와 50대 이상인 아줌마, 할머니들이 입으시면 딱일 듯한 털실 스웨터를 각각 30위앤(한화 약 5,400원)씩 주고 샀다.  감기 한 번 걸렸다 하면 나만큼이나 심하게 앓는 진쥔도 따뜻해 보인다며 그 스웨터를 내 것과 색깔만 다른 걸로 구입했다.  그 후 여행 내내 진쥔이 그 스웨터들을 '어머니더(的 : '~의' 라는 뜻) 이푸(衣服 : '옷'이란 뜻)' 라는 한국어와 중국어 뒤섞은 이름을 붙여서 불렀고, 나중에는 나도 그렇게 따라 불렀다. ^^;;

  이 옷들은 간난 여행 내내 요긴하게 썼다.  특히 짝퉁 아이다스 운동복 바지는 하나 밖에 없는 긴바지라 6일간의 간난 여행 내내 입었으니(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바위에 철푸덕 주저앉을 때, 말 탈 때, 심지어 잠잘 때도 입었으니, 24시간용 전천후 옷이었음. ^^;;), 정말 바지값 30위앤을 뽑고도 남았다.  원래 계획은 여행 동안 입고서 귀국할 때 버리는 거였는데, 정이 너무 많이 들어 귀국할 때 가져왔다. ^^;;

 

  그런데 이쪽은 내가 '티벳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풍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진쥔에게 의지해야 했다. (오히려 이 여행기 쓰면서 이 지역에 대해 알아가는 중... ^^)

  그래도 실크로드 쪽에서는 숙소를 구하고 일정을 짜고 할 때에 함께 의논을 해서 결정을 내렸는데, 여기서는 진쥔이 나에게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어때?' 하면 나는 조용히 '음~~' 하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나중에는 진쥔도 조금 답답했는지 '내가 왜 너한테 물었을까?  너는 '음~~ ' 하고 고개 끄덕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지?' 하고 푸념했다.  그러면 나는 또 '음~~' 하며 고개 끄덕이고... ^^;;

 

  그리고 간난 여행은 감기 때문에 괴로웠던 여행이기도 하다. ㅠ.ㅠ

  둔황에서 가볍게 시작된 감기가 점점 위중(!)해졌는데, 나는 그저 기침이 심해졌다고 여겼지 다른 증상은 못 느꼈다.  그런데 긴옷 사러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 손이 부딪치자, 진쥔이 내게 열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감기 걸려도 보통 열은 안 난다고 했더니, 진쥔이 아니란다.  평소보다 얼굴도 붉고 손도 뜨겁단다.  그러고보니 평소엔 진쥔의 체온이 나보다 뜨거운 편인데, 그 날은 나와 별 차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내 몸에서 열이 나는 게 맞았다. -.-;; 

  진쥔은 간난 여행은 틀림없이 힘들거라며, 만일 다음 날도 내 감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란저우에서 하룻밤 더 쉬자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또 내가 감기 한 번 걸렸다 하면 그렇게 쉽게 낫는 사람도 아니고...  열만 내린 상태에서 다음 날 그냥 여행 떠났다. (덕분에 간난 여행 내내 발작처럼 연달아 터져나오는 기침으로 고생... ㅠ.ㅠ)

  하지만 그건 잘 한 결정이었다.  간난 여행 내내, 날씨가 기가 막힐 정도로 우리 일정과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가 온종일 움직여야 하는 때에는 햇살 좋은 날씨였고, 우리가 어딘가에 머물거나 버스 타는 일로 온종일 시간 잡아먹는 날에는 비가 내렸고...  만일 일정을 하루 늦쳤으면, 우리 일정과 날씨가 어그러져 여행을 망치고 고생할 뻔했다.

 

 

 

3. 란저우의 3성급 호텔

 

  그리고 이 날, 란저우에서 생긴 추억(?) 하나...

  전날 자위관에서 하도 형편없고 지저분한 숙소에 묵은 통에 제대로 씻지도 못 해서, 란저우에서는 제대로 된 숙소에 묵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번 여행 시작할 때 묵었던 화롄빈관으로 갔는데, 공교롭게도 에어컨이 없는 방만 남았단다.

  사실 란저우 날씨는 하얼빈 날씨에 비하면 많이 선선한 편이라, 나는 굳이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위 많이 타는 진쥔은 에어컨 없다는 말에 다른 곳으로 가자 했다.  역 왼편에 있는 다른 3성급 호텔에 갔더니, 다행히도 에어컨 있는 방이 있단다.

 

  3성급이니 어지간한 수준은 되겠지 하며 덜컥 체크인 했는데, 오~~ 마이 갓...!!!

  그 후로 우리가 두고두고 '란저우의 3성급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했을 정도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먼저 욕실로 말할 것 같으면, 욕조가 썩어들어가기라도 했나 욕조 바닥이 온통 숯색깔이었다. (설마 욕조가 정말 썩을 리는 없고 왜 그럴까?)  그리고 바닥은 지진이라도 났었는지 커다란 금이 나있어서, 물이 그 속으로 빠지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또 침대 머리맡의 전등은 우리가 잠자는 새 우리 머리 위로 쿵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낡아서, 이 부품 저 부품 떨어져 나간 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또 옷장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호텔로 온 가장 큰 이유인 에어컨이 망가진 상황이었다...!!! (우리 뭐하러 무거운 배낭 들쳐메고 여기까지 왔니... -.-;;)

  우리는 '란조우 3성급은 왜 이래? 이거 정말 3성급 맞아?' 와 '그래도 어제 묵었던 초대소보다 낫잖아. 최소한 이불은 깨끗하네.' 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한숨 쉬고...

 

  거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괜찮았을테데, 다음날 체크아웃 할 때 또 문제가 생겼다.

  진쥔이 영수증을 내달라 했더니 영수증 발급비 1위앤을 달란다. -.-;;  흑룡강대학 근처 저렴한 식당에서도 영수증은 손님이 요구하면 당연히 줬고, 식당쪽에서 '영수증 대신 콜라를 1캔 주겠다' 식으로 손님을 회유(?)하는 일은 있었지만, 영수증 발급비 요구하는 곳은 또 처음이었다. (그나마 영세업체가 그러는 건 이해하겠음. 하지만 여기는 3성급이잖아, 3성급...!!!)  당연히 진쥔은 택시 잡는 내내 그 호텔 욕을 했고...

 

  그런데 샤허(夏河)행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택시 안에서 우연히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를 봤다.

  내가 '귀국해서 삼성(三星)전자 간판 볼 때마다 란저우의 3성(三星)급 호텔이 생각날 것 같아.' 라고 했다.  사실 그다지 웃긴 말도 아닌데, 말한 나도 듣던 진쥔도 빵 터져서 깔깔대고 웃고... (← 둘 다 그 호텔의 시설과 일처리에 너무 충격 받아 정신줄 놓은 상태. -.-;;)

 

  여행팁 하나...!

  란저우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여러개있다.  샤허(夏河), 허줘(合作) 등 간난장족자치구는 물론이고, 링샤(臨夏)회족자치구 등 란저우 남쪽 방향으로 가려면 란저우난잔(蘭州南站)으로 가야 한다.  이 지역 여행하시려는 분들, 엉뚱하게 동잔(東站)이나 시잔(西站)으로 가서 하루에 몇 번 없는 시외버스 놓치는 일 없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