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둔황(敦煌 : 돈황)(5) - 야단지질공원(雅丹地質公園)

Lesley 2010. 8. 7. 00:06

 

  

  옥문관을 나와 또 택시를 타고 85킬로미터를 더 가서 야단지질공원(雅丹地質公園)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7시가 다 되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간 이유가 일몰과 월출을 보기 위해서인데, 오후 들어 맑게 개이는 듯 했던 날씨가 이 무렵 잔뜩 흐려지며 약하게나마 빗줄기가 내리기까지 했다.  결국 일몰과 월출은 물 건너갔다... ㅠ.ㅠ  사실 7월 7일 일정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 곳이었는데...  여기에서 일몰과 월출을 보면 지구가 아닌 화성에 와있는 기분이 된다고 하던데, 그저 2시간 정도 구경하며 사진 찍는 걸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야단지질공원(雅丹地質公園)을 중국 쪽 여행안내책자에는 야단마귀성(雅丹魔鬼城)이라고도 표기했던데, 과연 해가 진 뒤에 보면 마귀가 나올 거라는 느낌이 들 법 하다.

  이 '야단(雅丹)' 이라는 말이 위구르어로 '험준한 산계곡'이란 뜻이라는데, 약 30만년~70만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기괴암석들이 이 지질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질공원 자체의 면적도 동서, 남북으로 각각 20킬로미터여서, 축구장 8만개를 합쳐놓은 크기란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저 안에서는 개별적으로 못 움직이고 야단의 관람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라고 하실 때에는, 나도 진쥔도 실망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너무 넓어서, 우리끼리 걸어서 움직이면 온종일 돌아다녀도 제대로 볼 게 뻔하다.  게다가 그 넓은 곳에서 길이라도 잃는 날에는, 구조 못 되고 사막 한 복판에서 물 떨어져 저승길 떠나기 딱일 듯... ^^;;

 

  아, 한국 드라마 '해신'은 둔황고성 뿐 아니라 여기에서도 촬영했다고 한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이 곳이 알려진 계기가 그 해신 덕분이라나, 뭐라나... ^^

 

 

암회색 흙 위에 우뚝 서있는 기괴암석들.

(비교할 다른 물체가 없어 사진으로는 그냥 그래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키 몇 배 되는 크기임)

 

  이 날 저녁 날씨가 구름이 잔뜩 낀 흐른 날씨라는 게 정말 아쉬웠다.

  다른 여행자들이 찍은 사진 보면, 일몰 전에 찍은 사진들은 주홍빛으로 빛나는 암석들이 마치 화성에라도 온 듯 한 느낌을 주고, 일몰 후에 찍은 사진은 기괴한 느낌을 줬다. 

 

 

(왼쪽 위) 관람차를 몰며 설명해 준 가이드 말이, 사자 모양의 바위라는데, 저게 사자 모양 맞나? ^^;;

(왼쪽 아래) 역시 그 가이드 말이, 여기에서 양조위, 장만옥, 이연걸, 장쯔이 주연의 '영웅'을 찍었다던데, 나도 진쥔도 그 영화를 봤건만, 이런 장면이 나왔었는지 도통 기억에 없음. -.-;; 

(오른쪽 위) 저건 무슨 모양이었던가... 하여튼 저 바위 주위를 철 꼬챙이로 둥그렇게 박아,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었음.

(오른쪽 중간) 코끼리 모양 바위.

(오른쪽 아래) 이집트의 스핑크스 바위라는데, 얼굴 부분은 비슷한 것 같기도...^^

 

  이 때 긴 관람차를 탄 승객은 우리 두 사람이 전부였다.

  날씨가 그 모양이라 일몰, 월출을 못 볼 걸 생각한 여행자들이 관람을 다음 날로 미룬 건지, 어떤 건지...  관람차 운전사 겸 가이드인 젊은이가 운전을 하며 큰 소리로 설명을 해주고, 중간 중간 괜찮은 곳에 관람차를 세워놓고는 우리에게 사진 찍을 시간을 주기도 했다.

 

  멋진 암석이 많은 곳에서는 30분의 시간을 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라고 했다. 

  대신 반드시 30분 후에 돌아오라고, 안 그러면 자기 혼자 관람차 몰고 가버린다고 했다.  소심한 나는 25분쯤 지나자 슬슬 걱정이 되어 돌아가자 했는데, 진쥔은 '설마 그 사람 혼자 가버릴 리가 없잖아? 우리가 길 잃고 사고 당하면 그 사람도 귀찮아지니까, 염려하지마.' 하며 태연히 계속 사진 찍었다. ^^;;  역시나 진쥔 말대로, 시간이 지나자 그 가이드는 감히 혼자서 돌아가지 못 하고, 몸이 달을대로 달아서 저 쪽에서 목이 터져라 우리를 부르고... ^^

 

 

이런 토양도 사막의 한 종류인지... 

 

  야단의 토양은 명사산의 사막과도, 양관이나 옥문관의 사막과도 다른 독특한 모습이었다.

  사막이 맞기는 한건지...  아주 작은 구슬처럼 입자가 크고 둥근 흙으로 되었는데, 색깔도 어두운 회색이다.  하지만 맨 윗부분의 흙을 신발로 흐트러뜨리면, 그 속에서는 양관이나 옥문관 사막에서 본 굵고 황토색인 모래가 나온다.

  신발을 질질 끌어 바닥에 내 이름 석자를 커다랗게 한글로 썼더니, 진쥔이 '도대체 올해 몇 살이냐' 하며 깔깔대고...^^;;

 

 

'위대한 자연, 미약한 인간' 이라고 내가 이름 붙인 사진. ^^

 

  날씨만 협조를 해줬더라면 굳이 카메라의 세피아 기능 따로 안 쓰고도 저런 색깔이 나온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감이다.

 

 

야단의 암석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거대하고 기괴한 암석 바로 앞에 가서 보면, 저렇게 진흙들이 뭉쳐진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눈으로는 저렇게 진흙처럼 보이건만, 막상 손으로 만져보면 의외로 단단하다.  하긴 수만년 세월 동안 굳어진 암석이니...

 

 

이건 함대가 바다로 출격하는 모습이라고 함. 

 

  만일 텐트 치고 야영할 수 있다면, 하룻밤 정도 별 보며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온 하늘이 별로 가득차고, 땅은 인적 없이 기암괴석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면, 정말 지구가 아닌 화성에서 하룻밤 보내는 기분일 것이다.  물론 한밤중에 조금 무서울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