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란저우의 중국은행에서 환전하기
란저우에 도착한 둘째날인 7월 5일 아침 7시쯤, 언.제.나 그.렇.듯.이. 늦잠 자는 진쥔은 계속 자게 두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
그 전날 숙소에 들어가면서 미리 봐둔 숙소 바로 옆 PC방에 가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근처의 중국은행으로 가서 환전을 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하얼빈의 중국은행 계좌에 넣어둔 돈을 몽땅 인출했는데, 인민폐로는 부피가 너무 커서 전부 달러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란저우의 중국은행에서 나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요즘은 어지간하면 여행자들이 신용카드나 국제현금카드 이용해서 ATM으로 직접 현지 통화를 인출해 쓰고, 환전을 하는 경우에는 좀 규모 있는 지점에 가서 한다. 창구는 달랑 2개, 직원이래봤자 4명 밖에 없는 작은 지점에 아침 댓바람부터 외국인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환전을 한다고 하자, 모두 신기해했다.
외국인을 별로 접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친절해서 좋기는 했는데... 대신 환전업무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 흑룡강대학 옆 중국은행 직원들처럼 일을 척척 처리하지 못 했다. 두세 명의 직원이 동시에 달라붙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 의논도 하고 무슨 서류 같은 거 찾아보고 난리났다. ^^;;
내 여권에 하얼빈 태평공항의 도장이 찍힌 것을 보고는, 한 직원이 나한테 하얼빈에서 공부한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둥베이화(東北話 : 동북화, 동북3성(흑룡강성, 요령성, 길림성)의 방언) 좀 해보란다. -0-;; (저 방언은 고사하고, 1년 넘게 어학연수 하며 배운 푸통화(普通話 : 보통화, 중국의 표준어)도 잘 못 하거든요? ㅠ.ㅠ)
2. 백탑사 공원(白塔山 公園 : 바이타산 궁위엔)
10시 조금 넘어 숙소 체크아웃 한 뒤, 거추장스런 큰 배낭들은 란저우역 짐보관소에 맡기고, 전날 의논한대로 백탑사 공원으로 갔다.
황하제일교 건너편에서 바라본 백탑사 공원의 모습. 오른쪽 꼭대기에 보이는 탑이 백탑(白塔)임.
이 백탑사는 절 안에 하얀색 탑, 즉 백탑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그 백탑은, 티벳에서 몽골로 가던 중 이 란저우에서 병사한 유명한 티벳 승려를 기리는 뜻에서, 칭기스칸이 세웠다고 한다. 백탑사까지 가려면 황하 옆의 산을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산 자체는 그다지 높은 산이 아니지만, 은근히 경사가 높아서 조금 힘이 든다. 하지만 백탑사까지 올라가는 길목에 온통 다른 절들과 정자들이 있어서, 쉬엄쉬엄 구경하며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는 황하와 그 주변 풍경도 시원하게 탁 틔여있고...^^
(왼쪽) 탑의 상단에서 중단까지는 중국식으로, 하단은 인도식으로 된 독특한 백탑의 모습.
(오른쪽 위) 산 중턱에서 올려다 본 백탑사의 모습.
(오른쪽 아래) 백탑사 계단 하부 동굴(?)문 주위의 독특한 문양. (외계인과 관련 있나? ^^)
백탑사에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는 길목에 핀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가을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이상기후가 계속되다 보니 식물들도 정신줄 놓고 아무 때나 마구 핀다. ^^;;
이 날은 가을 날씨 같았던 전날과는 달리, 여름이라는 이름값 제대로 한 날씨였다. 덕분에 내 팔은 빨갛게 익어버렸고... -.-;; 하지만 밝은 햇살 탓에 아무렇게나 막 찍어도 사진들이 예쁘게 나왔다.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 본 황하와 황하제일교의 모습.
케이블카 탈 때 황당한 일이 있었다.
케이블카 타자마자 오전 내내 걸어다니느라 지친 다리 좀 쉬게 하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하필이면 자리에 물이 홍건히 괴어 있었던 거다...!!! ㅠ.ㅠ 그나마 진쥔은 살짝 걸터앉아 물이 많이 묻지 않았고, 입고 있던 바지가 검은색에 가까운 군청색이라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철푸덕~~ 주저앉아 물이 바지 엉덩이 한 가득 묻었고, 바지 색깔도 카키색이라... 케이블카에서 내려서도 진쥔은 계속 '어린이 친구, 너 몇 살인데 옷에 실례했니?' 하며 놀려대고... ㅠ.ㅠ
산파오타이(三泡台 : 삼포태)차
케이블카에서 내려 늦은 점심 먹으러 찾아간 식당에서 마신 산파오타이(三泡台 : 삼포태)차다.
간수성 등 서북지방에서 많이 마신다는데, 찻잎 외에 대추, 구기자, 용안, 건포도, 호두 등의 재료를 서너 가지씩 넣어, 다른 차와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내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분명히 이 산파오타이에도 찻잎이 들어갔건만, 다른 잡다한 재료들이 들어간 탓에, 차 특유의 향이 거의 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내 입맛이 엄청 둔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다른 사람들 입맛에는 맛있고 독특한 차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음. ^^;;)
란저우의 둘째날은 이날 저녁에 둔황행 기차를 타는 걸로 끝맺었다.
물론 란저우와의 인연이 이걸로 끝난 것은 아니다. 란저우는 이번 여행 동안 몇 번이나 들락거린 베이스캠프였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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