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란저우(蘭州 : 란주)(1) - 간수성박물관, 황하(黃河)

Lesley 2010. 7. 27. 00:12

 

 

1. 란저우(蘭州) 도착, 진쥔과 합류

 

  7월 4일, 예정보다 15분쯤 늦어진 아침 7시 50분에 간수성(甘肅省 : 감숙성)의 성도인 란저우(蘭州)에 도착했다.

  7월 2일 밤 9시 10분 기차로 하얼빈역을 떠나 3일 아침 8시 반에 베이징역에 도착했고, 그 날 낮 1시 반에 베이징서(西)역에서 다시 란저우행 기차를 타고 도착했으니, 기차 탄 시간만 30시간쯤 되고, 중간에 갈아타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35시간쯤 기차 여행을 한 셈이다.

  혼자서 한 장거리 기차 여행이었건만, 오히려 이전에 진쥔이나 양과 함께 기차 탔던 것에 비해 덜 지루했다.  하얼빈 떠나던 날 너무 지쳐서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기 때문에, 긴 기차 탑승 시간 내내 시체처럼 널부러져 잠만 잤기 때문이다. ^^;;  덕분에 시간이 정말 잘 갔고, 나중에는 하도 침대에 누워만 있었더니 허리가 다 아파서, 란저우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는 새벽 댓바람부터 일어나 기차 안을 좀 거닐었을 정도다. ^^;;

 

 

란저우행 기차 안에서 찍은 간수성의 풍경.

 

  황하(黃河)가 누런색인 이유는, 황하 상류쪽에 위치한 이 란저우 등 간수성의 상당부분이 이른바 '황토고원' 이기 때문이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쓰촨성과 서장자치구(티벳)에 인접한 남쪽을 빼고는, 간수성이 온통 누런색이다.  그래서 중국의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 연달아 나타난다.  그런 황토가 강물에 섞여들여간 탓에, 원래는 보통의 강물색인 황하가 누런색이 된 것이다. 

 

  란저우역 앞 계단에 앉아 나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할 예정인 진쥔을 기다렸다.

  하얼빈과 베이징은 30도 넘는 기온인데다가 햇볕도 어찌나 강하던지, 내 머리 위에 계란을 깨뜨려 놓으면 그대로 계란 후라이가 될거만 같았다.  하지만 란저우는 긴팔에 긴바지 차림, 심지어 그 위에 자켓까지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서늘했다.  하얼빈에서 더운 날씨에 질려 반팔과 반바지만 가져온 나로서는 좀 남감한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진쥔을 만났는데, 세상에...  진쥔의 배낭도 내 배낭만큼이나 빵빵했다...!!! -.-;;

  그렇잖아도 란저우행 기차 안에서 핸드폰 문자 주고 받으며, 서로 짐이 너무 많다고 한탄했었다.  나는 하얼빈을 떠나기 전 한국으로 급하게 짐을 부칠 때 몇 가지 물건을 빠뜨려서, 그것들도 여행용 큰 배낭에 쑤셔넣은 통에 짐이 11킬로그램이나 나갔다. (원래 계획은 8킬로그램 안 넘기는 것이었음. ㅠ.ㅠ)  진쥔은 진쥔대로 성격상 '이게 꼭 필요할 거야, 아, 저것도 필요하겠지.' 하며 챙기다보니, 결국 나만큼이나 짐이 많아졌단다.

  둘이서 '이렇게 짐이 무거우니, 이번 여행이 우리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될 거야.' 하고 한숨을 내쉬며, 란저우역 맞은편에 있는 화롄(華聯)빈관에 가서 체크인하고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았다.

 

 

 

2. 란저우(蘭州)의 역사 및 '란저우 라몐(蘭州 拉面)' 소개

 

  란저우는 명색이 간수성(甘肅省)의 성회(省回 : 성도(省都), 즉 한 성의 중심지.  우리나라로 치면 도청 소재지에 해당함.)건만, 우리나라에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란저우가 중국 서북지방의 교통요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많이 가는 둔황, 우루무치 등 실크로드 또는 시장(西藏)자치구, 칭하이(靑海)성 등 티벳으로 가려면 거쳐야 하는 도시이기는 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저 '거쳐야 하는 도시'일 뿐이다.  란저우 그 자체는 큰 볼거리가 없어서 여행객들에게 매력 있는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위에도 썼듯이 교통요지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 동안 이 란저우를 기준으로 서쪽의 실크로드와 남쪽의 티벳을 돌아봤던 우리는 란저우를 세 차례나 들렸다.  우리에게 란저우라는 도시는 간수성 여행의 베이스캠프였던 셈이다. ^^ 

 

  란저우의 역사는 꽤 복잡하다.

  고대에는 이 간수 지역의 유력한 민족이었던 창족(羌族 : 강족, 현재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소수인 민족으로 전락.)의 영토였는데, 나중에 진(秦)나라에 병합되었다.  당나라 때 토번(吐蕃 : 티벳)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란저우를 80년 정도 지배했는데, 그 후에 당나라가 다시 찾아갔다.  하지만 곧 탕구트족이 서하(西夏)를 세우면서, 이번에는 서하가 지배하게 되었다.  11세기 중엽에 다시 중국 송나라가 찾아갔으나, 12세기에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영토가 되었고, 13세기에는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의 영토가 되었다가,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다시 한족의 땅이 되었다. (땅따먹기 대회냐, 뭐냐... 뭐가 이리 복잡하냐... -.-;;)

  20세기 들어서는, 이 란저우가 중일전쟁 시기 중국을 지원한 소련의 보급품이 시안(西安 : 서안)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었기 때문에, 일본군의 심한 폭격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실크로드나 티벳으로 들어가려면 거쳐야 하는 교통 중심지로서, 도시 규모(인구 약 300만명)에 비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역사 덕분에 간수성은 지금도 회족, 장족(티벳인), 몽골족, 위구르족, 카자흐족, 그리고 나로서는 이름도 생소한 동샹족, 바오안족 등 여러 민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곳이 되었다.

 

  나한테 이 란저우를 대표할만한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란저우 라몐(拉面)을 들겠다. ^^

  그만큼 란저우의 라몐은 중국 뉴로우몐(牛肉面  : 우유면, '소고기면'을 말함.)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원래는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回族)의 음식인데, 지금은 전국화(?)되어 중국의 주류민족인 한족들도 즐긴다.

 

보기만 해도 얼큰한 란조우 라몐!

(찬조출연한 간수성의 황하맥주. 하지만 그래봤자 하얼빈맥주만큼 맛있지는 않아...! ^^)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라면의 원조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설이 있는데, 그 중 유력한 설에 의하면 이 '란저우 라몐'이 그 원조라고 한다.

  즉, 일제시대 중국으로 온 일본군과 일본상인들의 입에 라몐이 제법 입에 맞아서, 라몐이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그 후 일본에서 완전히 일본인 구미에 맞게 변신(?)한 뒤, 중일전쟁 시기 일본군이 간편하게 먹을 것이 필요해서 그 라몐을 반 가공음식으로 개발한 것이 지금의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것이다. 

  란저우 라몐은 다른 중국 면요리처럼 기름기가 많기는 하지만, 대신 북방의 뉴로우몐과는 달리 매운 맛이 강한 편이라 느끼함이 한결 덜 해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

 

 

 

3. 간수성박물관과 마도비연(馬跳飛燕)

 

  숙소에 무거운 배낭 던져놓고 둘 다 디카, 여행안내책, 지도, 지갑 등이 들어간 크로스백만 걸친 채 간수성박물관으로 갔다. 

 

  그런데 박물관 들어갈 때 벌어진 황당하고도 웃긴 사건...

  간수성박물관에서는 무슨 공항도 아니건만, 관람객의 짐을 엑스레이 기계로 일일이 검색했다.  그런데 그만 내 크로스백이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걸렸다.  '걸릴만한 게 아무 것도 없는데?' 하며 당황해하는데, 직원이 내 크로스백에서 생수통을 꺼내더니 나보고 마셔보란다.  나는 박물관 안으로는 생수 반입이 안 되니 좀 마시고서 버리라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절반 이상 남은 생수가 아까워 벌컥벌컥 마시는데, 그 직원이 나를 박물관 안쪽으로 밀치며 "그만...! 한 모금만 마시면 됐지, 왜 그렇게 많이 마시는 거야!" 하는 거다.

  어리둥절해져서 진쥔 쪽을 쳐다보니, 그 애는 웃느라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이고... -.-;;  알고보니 생수통 안의 물질이 정말 물이 맞는지, 혹시 석유 등 방화에 쓰일만한 위험물질이 아닌지 확인하느라 생수통 주인에게 마셔보게 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여러 직원들과 내 뒤편에서 순서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먹는 하마 마냥 열심히 마셔댔으니... ㅠ.ㅠ (여행 끝나고 귀국 비행기 타려고 할 때도 생수통 버리는 걸 깜빡해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음. 그 때는 아예 생수통을 압수당했는데, 압수 전에 그래도 한 번 마셔보게 했음. ^^;;)

 

  J씨에게 빌려 복사해 온 2년 전에 출판된 한국 여행안내책에는 물론, 흑룡강대학 앞 서점에서 구입한 올해 초에 출판된 중국 여행안내책에도 박물관이 유료로 나와있는데, 막상 가보니 무료(!)였다...! ^^

  모든 볼거리가 딱 입장료만큼의 가치가 있는 중국인데도, 무료라는 게 안 믿어질 정도로 잘 꾸며놓았다.  우리가 5시간 동안이나 머물면서 이것저것 찬찬히 구경했을 정도이다.  간수성의 불교 관련 석굴(막고굴, 마이지리 석굴 등등)과 그 석굴 안 석불이나 벽화를 모방한 전시품 위주였는데, 모조품임에도 불구하고 볼만했다. 

  그리고 에어컨은 어찌나 잘 틀어주던지, 반팔에 반바지 입은 나는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를 실망시켰던 일이 하나 있었으니...

  간수성박물관의 전시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간수성 우위(武威 : 무위)에서 출토된 청동으로 만든 마도비연(馬跳飛燕)이다.  제비라도 되는 것처럼 날아갈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말의 동상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중국에서는 역사적으로도 미술학적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진쥔은 원래도 역사에 관심 많은데다가, 한 때 미술학도이기까지 했으니, 이 마도비연을 직접 보게 되는 것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나 역시 한국쪽, 중국쪽 여행안내책마다 죄다 나오는 이 마도비연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고... 

  그런데 이 박물관에서 본 마도비연은 높이가 30센티미터 겨우 넘어갈까 싶은, 그저 그래 보이는 자그마한 말이었다...! -0-;;  나도 진쥔도 마도비연이 큼직하다는 글을 읽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저 막연하게 '그렇게 유명하니 규모가 크겠지.' 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가 처음으로 딛은 란저우땅, 즉 란저우역 바로 앞에는 2미터 정도의 높이로 된 마도비연 복제품이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뛰어오를 기세로 자리잡고 있다.  아마 그 복제품 때문에 마도비연이 크다는 추측이 더 굳어졌던 듯 하다. 

  둘 다 그 작은 청동상이 마도비연이라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그 전시관을 지키는 박물관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역시나 마도비연이 맞단다.  그 직원의 표정과 말투로 보건데, 우리랑 같은 질문한 사람이 꽤 많았던 듯 하다. -.-;;  우리는 이번 여행 동안 란저우역을 여러 번 이용했는데, 그 때마다 역 앞의 그 모조품 동상을 보면서 '속았어...!' 를 되풀이했다. ^^;;

 

 

 

4. 황하(黃河)

 

  이번에 란저우에 가서 황하를 본 것까지 합치면, 나는 황하를 3번 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황하를 볼 때면 언제나 비가 왔고, 이번에도 그랬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부슬비처럼 잠시 내리다 말아서 다행이었다. ^^

 

  

(위) 란저우를 관통하는 황하의 모습.  산도 누렇고, 물도 누렇고...

(아래) 모기가 두렵지 않은지, 풀밭에서 절대자유(?)를 누리고 있는 처자. ^^

 

 

내 카메라 렌즈에 침을 듬뿍 묻힌 녀석. ^^;; 

 

  하얼빈에서도 느꼈고, 란저우에서도 느낀 거지만, 최근 중국의 애견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 듯 하다.

  가는 곳마다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특히 자그마한 개가 아니라, 사진에 나오는 골든 리트리버 또는 세퍼드, 콜리, 시베리안 허스키 등 한 덩치 하는 녀석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진쥔의 말로는, 자신이 대학 막 들어갔을 때만 해도 개 키우는 사람이 이렇게 많지도 않았고, 키워도 조그만 개를 키웠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단다.

  이 녀석은 자기 주인과 황하로 산책나온 녀석이다.  무척 순한데다가 사람을 좋아해서, 주인이 말리는대도 자기 친구인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너무 귀여워서 녀석의 얼굴 가까이에 디카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는데, 내 디카가 꽤 맛있어 보였는지 저 큼직한 혓바닥으로 디카의 렌즈를 쫙 핥아버리는... ㅠ.ㅠ 

 

 

란조우 시민들의 휴식처 노릇 단단히 하는 황하제일교 

 

  황하에는 다리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저 황하제일교는 밤에 화려한 전등으로 치장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황하제일교 근처는 시민들이 망중한을 즐길 수 있게, 마치 서울 한강의 고수부지공원처럼 꾸며놓아, 사람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강바람을 즐기기도 하고, 잔디밭에서 한담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기도 하고, 연을 날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