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간수(감숙)성

둔황(敦煌 : 돈황)(2) - 명사산(鳴砂山)

Lesley 2010. 8. 2. 22:08

 

 

1. 지못미, 택시 기사 아줌마 ^^

 

  오후 3시 넘어서 막고굴 관람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인 명사산(鳴砂山)으로 갔다.

  막고굴 들어갈 때 미리 약속한대로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곧 택시가 와서(단, 아저씨에게 사정이 생겼다며 아줌마가 대신 택시 몰고 나타나심.) 우리를 명사산으로 실어날랐다.  전날 기차 안에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고, 둔황 도착해서도 못 쉬고 막고굴 관람하느라 몇 시간을 돌아다니기까지 했더니, 제법 피곤했다.  그래서 택시 타자 마자 졸았고, 조는 와중에도 내가 그런 상태로 명사산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

 

  그런데 남편 대신 택시 몰고 온 아줌마가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신 말씀 때문에, 깔깔대고 웃느라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

  나는 중국친구와 같이 다닐 때,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입을 안 연다.  저질작렬(!) 중국어 발음으로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흥정이 우리쪽에 불리하게 흘러갈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쥔이 택시 기사 부부와 1박 2일간 택시 전세 내는 문제로 흥정할 때도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진쥔이 내 의견을 물을 때만 입을 열었다.  그것도 최대한 간단하게 한 두 단어만 써서 대답했다.

  또 흥정 끝난 후 택시 타고 막고굴로 움직일 때는 진쥔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택시 기사 부부는 내가 외국인임을 눈치채지 못 했다.  더운 날씨 탓에 창문을 전부 열어놔서, 택시가 바람 가르는 소리에 앞자리에 앉은 기사 부부가 우리의 말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 했기 때문이다.  

  진쥔이 올해 둔황을 찾은 관광객이 많은지 묻자, 아줌마가 '지난 몇 년간 관광객이 무척 많았는데, 올해는 상하이 엑스포가 열렸는데도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들어서 돈을 못 벌었다. 게다가 전에는 외국 관광객을 태우면 중국 관광객 태울 때보다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외국인들도 중국어를 알아서 둔황 사람들에게 미리 택시 가격을 물어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라고 한탄하셨다. ^^;;  진쥔이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폭소를 터뜨리며 '네, 요즘은 중국어 아는 외국인이 많죠.  아줌마도 오늘 중국어 아는 외국인 태우셨잖아요.' 라고 하자, 얼른 상황파악이 안 되는 이 아줌마 '음? 뭐라고?' 하며 어리둥절해 하시고... ^^  내가 '저 중국인 아니에요. 한국에서 왔어요.' 하고 확인사살(?) 해드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이냐? 정말로 한국인이냐?' 하시고... ^^   

 

 

 

2. 명사산(鳴砂山)

 

  명사산(鳴砂山)은 온통 사막인 둔황과 그 주위의 다른 지방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막이다.

  명사산이란 이름은 '우는 모래 산' 이란 뜻인데, 밤에 이 명사산에 바람이 불 때 나는 소리가 마치 사람이 흐느껴 우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으스스한 바람소리에 관해서 전설이 하나 있다.  고대 이 지역에서 어떤 두 나라의 군대가 전쟁을 벌였는데, 갑자기 덮친 모래바람에 양쪽 모두 묻혀 몰살당했다 한다.  그 후로 밤마다 모래에 파묻혀 죽은 병사들의 울음소리가 바람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명사산 입구로 들어서면 보이는 바윗돌 표시.

 

  명사산의 모래는 정말 곱다.

  앞서 들린 막고굴 맞은편의 사막과 다음날 간 둔황고성, 옥문관, 양관, 야단지질공원 등의 사막은 미국 드라마 'CSI : 라스베가스'에 나오는 사막처럼 거칠고 큰 입자로 된 모래로 되어 있고, 돌맹이나 큼직한 바위도 제법 보였다.  하지만 명사산은 온통 고운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고, 돌맹이도 보기 힘들다.

 

 

(위) 바다에 물고기가 있어야 하듯이, 사막에는 응당 낙타가 있어야 하는 법...! ^^

(아래) 내가 탔던 낙타. 명사산에서 본 낙타 중 제일 예쁘게 생겼음. ^^

 

  명사산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뙤약볕 아래 고객을 기다리며 서있는 낙타들이다. 

  낙타를 타고 명사산 입구에서 꼭대기 근처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월아천(月牙泉)에서 좀 떨어진 인공호수까지 가는데 80위안(한화 약 14,400원)이다.  실제로 낙타를 탄 시간은 1시간도 안 되니 배낭여행자에게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닌데,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낙타를 타보랴...  또 명사산의 모래가 워낙 곱고 푹신한 탓에 걸을 때 발이 푹푹 빠져 체력 소모가 크니, 잠시 낙타의 등을 빌어 고대 실크로드를 오갔던 상인이 된 듯한 환상에 젖어 편히 움직이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

    

 

(위) 도대체 여기가 중국인지, 아니면 이집트인지... ^^

(아래)  명사산의 꼭대기임을 알리는 빨간색 깃발과 그 위로 보이는 멋진 양떼구름.

 

 

이 이름모를 식물의 날카로운 가시는 마치 뜨거운 사막에서도 살아남은 독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

 

 

(위)  모래산 사이로 빼꼼히 자태를 드러낸 월아천(月牙泉).

(아래)  모래산 위로 기어올라가 내려다 본 월아천의 모습.

 

  월아천(月牙泉)은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선덕여왕'의 초반부 배경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하얼빈에 머무느라 선덕여왕을 한 편도 못 봤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선덕여왕 초반부에 덕만공주가 중국의 사막에서 성장한 걸로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이 명사산의 월아천에서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천년 동안 둔황 지역의 유명한 오아시스였던 이 월아천은, 지금은 인공호수나 다름없다.  

  급속한 사막화 때문에 지난 십여년간 오아시스의 물이 점점 말라서,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수량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산업에 중요한 월아천을 그냥 그렇게 말라버리게 둘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월아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인공호수의 물을 모래 밑 파이프로 끌어다가 이 월아천에 공급해줘서, 겨우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지금의 월아천은 인공호흡기 없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식물인간 같은 상태인 셈이다. ㅠ.ㅠ (중국 인민들, 경제발전도 좋지만, 제발 환경보호 좀 합시다...!)

 

 

(왼쪽 위) 월아천을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그리고 일몰을 보기 위해, 두 팔, 두 다리 모두 써서 열심히 기어오르는 진쥔. 

(왼쪽 아래) 역시 두 팔, 두 다리 모두 써서 죽어라고 모래로 된 산을 기어오르는 나. 나를 앞질러 올라가는 사람은 광저우에서 왔다는 아가씨.

(오른쪽) 겨우 정상에 닿고서 기진맥진해서 쓰러진 나. 왼팔 보면 손목시계에 가려졌다가 시계가 흘러내리며 노출된 부분만 하얗고, 팔과 손이 온통 시커멓게 탔음. ㅠ.ㅠ

 

  월아천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면 멋진 사진이 나올 듯 해서, 그리고 유명한 명사산의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해, 월야천 뒷편의 모래산을 올라갔다.

  그런데 모래가 워낙 곱고 부드러워서,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곧장 발 아래 모래가 무너져 내리는 통에 좀처럼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나중에는 두 다리 뿐 아니라 두 팔까지 써서 기어오르다시피 했건만 별 소용이 없었다. ^^;;

  우리보다 늦게 우리 뒤편에서 올라갔지만 결국 우리를 앞지른 광동(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온 처자는, 신발을 벗어 배낭에 매달고는 맨발로 팍팍팍~~ 잘도 올라갔다.  너무 힘이 들어서 중간에 주저앉아 거친 숨 내몰아 쉬는 우리에게, '신발 무게 때문에 발이 모래 속에 빠지는 거다. 신발을 벗으면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명사산에 온 대부분의 관광객처럼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주황색 덧신(위의 사진 참조)을 돈 주고 빌려신은 우리는 반신반의하고... ^^;;  하지만 나중에 모래산에서 내려올 때는 우리도 신발과 덧신을 벗어들고 걸어봤다.  정말 걷기에도 너무 편하고, 게다가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맨발에 닿는 감촉도 너무 좋았다...! ^^

 

  명사산 여행을 위한 팁 하나...!

  사막이다 보니 해가 뜬 동안에는 햇볕이 정말 따갑다.  긴팔옷은 필수다.  비록 기온이 높은 사막이지만, 동시에 사막이기 때문에 건조하기도 하다.  그래서 긴팔을 입어도 의외로 많이 덥지는 않고, 오히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서 더 편하다.

  그래서 위의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진쥔은 반팔 위에 긴팔 후드티를 덧입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여행길에 긴팔을 챙기지 않아서 팔이 햇볕에 익을 지경이라, 목에 감고 있던 버프 하나와 혹시나 하여 크로스백 안에 여분으로 넣어둔 또 다른 버프를 팔에 감았다.  다만 헐렁한 버프를 어떻게 팔에 고정시키나 했는데, 마침 진쥔이 머리끈을 2개 갖고 있어서 그 머리끈으로 버프를 팔에 묶었다. ^^  

 

 

일몰 즈음의 명사산의 저녁놀.

 

  유감스럽게도 일몰 그 순간의 사진은 못 찍었다.

  위에 쓴 광저우에서 온 처자와 이런 저련 이야기를 하다가, 정작 우리가 힘들게 모래산 기어오른 목적인 일몰을 놓쳤기 때문이다. -.-;;  그 처자 역시 일몰 사진 찍겠다고 벼르다가, 우리랑 말 트게 된 통에 해가 다 지고서야 '앗, 일몰 지났다~~' 하고... ^^

 

  그리고 좀 의외였던 일 하나...

  그 광저우에서 온 처자는 혼자서 여행 중이었다.  작년 쓰촨성 갔을 때도 그렇고, 이번 여행길에서도 그렇고, 뜻밖에도 혼자 다니는 중국 여성 여행자를 여러명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험한 세상에 여자 혼자 여행길 오르는 것을 위험하게 보는 시선이 많지만, 중국은 그런 경향이 우리보다 더 심한 듯 하던데...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돌아다니는 중국 여성 여행자들,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여행 중 항상 안전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