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SY 하얼빈에 오다(2)

Lesley 2010. 7. 19. 19:44

 

 

 

◎ 처음으로 받은 전신마사지와 발마사지

 

  아마 배낭여행객을 제외한 중국으로 오는 한국 관광객 대부분이 발마사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마소라는 곳에 대해 살짝~~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 (☞ '처음 걸린 담 - 중국 안마소, 중국 약값(http://blog.daum.net/jha7791/15790652)' 참조), 지난 1월에 난생 처음 담에 걸려 고생했던 때 빼고는 안마소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달리, 발마사지 받는 것을 즐기는 SY 부부는 오기 전부터 괜찮은 안마소 좀 미리 알아봐달라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미리 알아두었던 곳은 갈 수가 없게 되었고, 내 주위의 유학생들은 안마소 같은 곳에 별 관심 없어 해서, 난감했는데...  SY 부부가 하얼빈에 온 이틀째인 6월 19일, 학교 근처 한식당 '아지트'에 점심 먹으러 갔다가 거기 주인장에게 물어 한인교회 근처에 있다는 '발사랑'이란 안마소를 찾아갔다.  주로 유학생들 상대로 하고 교회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다행히 이상야릇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날 처음으로 전신마사지를, 그리고 SY 부부가 떠나던 날에는 역시 처음으로 발마사지를 받았다.

  특히나 19일에 나를 담당했던 아저씨가 정말 엄청나게 진지하게 일을 하는데, 땀까지 뻘뻘 흘리셔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SY 부부 눈에도 그 아저씨가 정말 열심히 일하는 게 보여서 '정말 열심히 하신다.'고 한마디씩 하고...  그런데 이 아저씨가 안마를 하시면서 '공부 실력이 대단한 모양이다.'라고 하셨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네 어깨와 목이 많이 굳어있다.'고 하셨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컴퓨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더니, 이 아저씨 왈 '그렇다면 네 컴퓨터 실력이 대단하겠구나.' 라고... ㅠ.ㅠ

  마지막 날 갔을 때는 발마사지를 받았는데 솔솔 졸음이 쏟아져서 나도 모르게 쿨쿨 잠들어버렸다. ^^

  

 

 

◎ 창춘(長春 : 장춘, 흑룡강성 바로 아래 길림성의 성도)행

 

  6월 21일에는 SY 부부, 전 푸다오 선생 '징신' 과 함께 장춘을 다녀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얼빈이라는 동네가 3박 4일 내내 돌아다닐만한 곳이 못 되는 듯 해서, SY과 미리 의논해 당일치기로 창춘 다녀오는 계획을 짰다.

  그런데 SY 부부가 오기 전, 징신과 함께 밥을 먹을 일이 있었다.  그 때 창춘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더니, 자기는 한 번도 창춘 못 가봤다면서 함께 가고 싶다 했다.  SY 부부가 낯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 특히나 전에 중국친구 사귀어본 경험 있는데다가 독학으로 중국어를 배워 기초회화는 구사하는 SY의 남편이 중국인과 교류할 기회를 원할 듯 해서, 그러자 했다.

 

완전히 뻗어버린 SY 부부.

(기차 안 냉방이 잘 되어 있어서 좀 추워하던 SY은 저렇게 카디건을 뒤집어 써버렸음. ^^)

 

  중국기차를 한 번도 못 타봤다는 두 사람은, 중국기차 좌석 중 제일 아랫 등급인 잉쭤가 제법 편한데다가, 기차가 꽤 깔끔한 점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이 문화충격 받을 것을 고려하고, 하얼빈-창춘이 우리 한국인의 거리관념으로는 당일치기로 놀기에는 좀 먼 거리라(거의 서울-부산 거리임), 내가 괜찮은 기차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  창춘으로 갈 때는 중국에서 3번째로 좋은 터콰이(特快)열차를 탔기 때문에, 비록 제일 아랫등급 좌석이지만 안락하게 갔다.  그리고 하얼빈으로 돌아올 때는 KTX보다도 빠른 똥처(動車)를 타고... ^^

 

  창춘으로 가는 약 2시간 반의 기차 여행 중 절반 이상을 두 사람은 쿨쿨 잤다.

  전날인 일요일, 계속 내가 자기들과 다니는 것이 미안하다며 자기들끼리 한인교회를 가고, 내친김에 중앙대가, 태양도, 성 소피아 성당, 성당 뒤편의 장난감 도매상, 마사지방 등을 밤 늦도록 돌아다녔기 때문에, 무척 피곤했을 것이다.

 

  사실 하루 정도는 두 사람끼리 다니겠다고 했을 때, 은근히 걱정했다.

  나 만나러 와서 국제미아가 되면 곤란하니까...^^;;  하지만 그 동안 함께 다니며 보니, 비록 독학으로 익힌 중국어지만 SY 남편의 중국어가 꽤 잘 통했고, SY의 경우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 하건만 '짐승 수준의 본능'(!)으로 기막히게 중국인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무엇보다 지독한 길치에 방향치인 나와는 달리, 두 사람은 지도 한 장만 손에 쥐어주면 알아서 잘 돌아다녔다.  그만하면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어 일요일 하루 두 사람만 다니게했는데, 좀 어이없을 정도로 잘도 돌아다녔다. ^^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이, 중앙대가, 태양도, 성 소피아 성당 같은 곳이야 여행안내책에 나왔으니 그렇다치고, 성 소피아 뒤편의 장난감 도매상가는 어찌 찾아갔나 모르겠다.

  그 곳은 나도 작년 가을에 J씨와 함께 한 번 가본 곳이다.  J씨가 거기에서 식구들 방한용품과 아이들 블록 장난감을 구입했었다.  J씨야 자신의 남편에게 들어 찾아간 거고, 그 남편분은 앞으로 하얼빈에서 몇 년이나 생활해야 할 것을 생각해서 미리미리 온갖 종류의 도매시장을 알아보고 다녔으니, 그 곳을 아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SY 부부는 도대체 어떻게 거기를 안 건지...  지나가는 중국인들에게 물어물어 재래시장을 찾아간 건지, 아니면 발길 닿는대로 걷다 보니 운 좋게 거기 도착한 건지...^^

 

 

노먼 베쑨(Norman Bethune) 박사의 동상 뒤편으로 서있는 길림대학 의과대학(구 만주국 국무원) 건물.

 

☞ 노먼 베쑨 박사와 만주국 국무원에 대해서는

 '일제시대 괴뢰국이었던 만주국의 유적들(http://blog.daum.net/jha7791/6502438)' 참조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연 하나...

  저 건물을 잠시 구경하고 사진 찍은 후 가던 길 가려 했는데, SY의 남편이 잠시 화장실 좀 가겠다며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SY도 곧 남편을 쫓아 들어갔다.  나와 징신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두 사람이 너무 오래 안 나오는 듯 해서, 찾으려고 들어갔다. 

  그러자 현관에 서있던 수위 비슷한 중년의 여직원이 외부인은 못 들어간다고 막았다.  징신이 두 명의 친구가 들어갔는데 안 나와서 찾으려고 한다고 하자, 그 여직원이 '아까 들어간 한국인 두 명 말하는 거냐?' 했다.  그렇다고 하자, 곧 나올거라며 현관에서 기다리란다.  그러면서 징신과 그 여직원이 잠시 동안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징신이 이 건물이 언제 지어진 거냐고 묻자, 그 직원이 '만주국 시대에 지었으니, 60년도 넘었다.'라고 했다.  징신이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튼튼하네요. 제가 헤이롱장(흑룡강) 대학 다니는데, 거기는 10년 전에 지은 건물도 벌써 많이 망가졌어요.'라고 했다.  그 직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건물은 일본인이 지었잖아.'라고 하는 것이다...! -.-;;  그러자 징신도 '아, 우리 학교는 중국인이 지어서 금새 망가지는거군요.' 하며 웃고... ^^;; 

  한편으로는 그냥 우스개 소리로 넘길 수 있는 이야기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지을 때는 대규모로 멋들어지게 지으면서 견고함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 문제가 많은 중국의 건축물에 관한 뼈있는 말이라, 참...^^;;

 

 

창춘의 식당에서 점심 먹으며 반주로 곁들인 설화 맥주.

 

  하얼빈에서는 하얼빈 맥주와 함께 가장 흔한 설화 맥주다.

  하얼빈 맥주가 흑룡강성만 벗어나면 보기 힘든데 비해, 설화 맥주는 전국적(?)인 맥주인지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SY 부부와 함께 한 3박 4일 동안 맥주는 정말 원없이 먹었다.  이번 학기 들어서 맥주를 마실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두 사람과 함께 돌아다니며 하루에 최소한 3캔 이상은 마셨던 듯...^^